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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8.7.19. 선고 2018누90 판결
파면처분등취소
사건

2018누90 파면처분등취소

원고항소인

1. C

2. D

3. E

4. F

피고피항소인

1. 육군참모총장

2. 국방시설본부장

변론종결

2018. 6. 28.

판결선고

2018. 7. 19.

주문

1. 제1심판결 중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 육군참모총장이 2009. 3. 18. 원고 C에 대하여 한 감봉 1월, 원고 D에 대하여 한 근신 5일, 원고 F에 대하여 한 견책의 징계유예(6개월)의 각 처분 및 피고 국방시설본부장이 2009. 3. 19. 원고 E에 대하여 한 근신 5일의 처분을 각 취소한다.

3. 원고 C, D, F과 피고 육군참모총장 사이의 소송 총비용은 피고 육군참모총장이 부담하고, 원고 E와 피고 국방시설본부장 사이의 소송 총비용은 피고 국방시설본부장이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국방부장관(제1심 공동피고였다)은 2008. 7. 15.경 국군기무사령관으로부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이라 한다)이 장병들에 대한 반정부·반미 의식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하여 현역 장병에게 '교양도서(23권) 보내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정보를 보고받고,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라고 판시한 한총련이 현역 장병에게 도서보내기 운동을 벌이는 것은 국군의 정신전력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하여 구 군인복무규율(2009. 9. 29. 대통령령 제217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군인복무규율'이라고 한다) 제16조의2 등에 근거하여 2008. 7. 22. 각 군 참모총장과 직할 부대장에게 위 23권의 도서가 부내 내에 반입되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내용의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이하 '이 사건 지시'라 한다)를 하달하였고, 이를 받은 피고 육군참모총장(이하 '피고 총장'이라고 한다)은 2008. 7. 24. 국방부장관의 지시 내용과 같은 내용의 지시를 예하부대의 지휘관들에게 하달하였다.

나. 원고들은 사법시험 또는 군법무관임용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육군 법무장교로 임용되어 이 사건 지시 당시 군법무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다. 원고들은 2008. 10. 22. 이 사건 지시의 근거법령인 군인사법(2011. 5. 24. 법률 제107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7조의2,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가 포괄위임금지원칙, 법률유보원칙, 명확성의 원칙 등에 위배되고, 이 사건 지시와 위 군인 복무규율은 원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라. 피고 총장은 2009. 3. 18. 원고 C, D, F에 대하여 아래의 징계사유를 적용하여 원고 C에게 감봉 1월, 원고 D에게 근신 5일, 원고 F에게 견책의 징계유예(6개월) 처분을 하였고, 피고 국방시설본부장은 2009. 3. 19. 원고 E에 대하여 아래의 징계사유를 적용하여 근신 5일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원고들에 대한 각 징계처분을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이라 한다).

[징계사유]

① 원고들은 국방부장관의 이 사건 지시를 따르지 않을 의사로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 절차를 경유

하지 않은 채 헌법소원을 제기함으로써, 군의 지휘계통을 문란하게 하고 군기와 단결을 저해한

것으로 법령준수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4조, 제24조) 위반.

② A, B(제1심 공동원고들이었다)은 이 사건 지시에 불복종할 목적으로 전화, 인터넷, 이메일 및

직접 접촉을 통하여 동참자를 모으고, 원고들은 이에 가담하여 집단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함으

로서, 군법질서 확립 등 엄정한 군율, 군 기강 확립의 최후보루인 군법무관의 본분을 망각한

채 개인의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군무 외의 일을 집단으로 한 군기강 문란행위로 복종의무(군인

사법 제56조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위반.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갑 제7호증의 1, 2, 3,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4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다.

1) 징계절차의 위법

원고 C, D, F에 대한 징계심의를 위해 개최된 육군본부 중앙징계위원회의 위원장이 징계간사를 임명하였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징계위원회가 설치된 부대 또는 기관에 군법무관이 있는 경우에는 군법무관 중에서 징계간사를 임명하여야 함에도 위 원고들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선임 징계간사인 W 은 군법무관이 아니었다.

2) 징계사유의 부존재

가) 징계사유 ①

원고들은 이 사건 지시 및 그 근거법령인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등이 원고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으로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음을 이유로 원고들을 징계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1항에 의하면 부하가 상관에게 의견을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부하의 의견 건의는 의무 사항이 아니므로 그러한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법령준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나) 징계사유 ②

원고들이 위헌의 의심이 있는 이 사건 지시와 그 근거법령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은 공익적인 것으로 군무에 속한다 할 것이고, 원고들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위한 회합을 한 사실도 없고 단지 공동 명의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일 뿐이므로 집단행위를 한 사실도 없으므로,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어 복종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재량권의 일탈·남용

원고들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목적이 이 사건 지시를 무력화하거나 국방부장관의 명령에 불복종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이 사건 지시와 그 근거법령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아보고자 함에 있었으며, 원고들이 군법무관으로서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이 사건 지시의 경위

가) 국군기무사령부는 2008. 7.경 한총련이 반정부·반미 의식화 사업을 2008. 7. ~ 8. 방학기간 중의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한총련 방중사업계획서상 교양도서로 추천된 도서들을 대상으로 '병영 내 도서 보내기 운동'을 전개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08. 7. 15.경 병영 내 무단 반입 시 장병 정신전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도서들을 검토 · 분류하여 23종의 도서목록을 선정한 다음 이러한 사실을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하였다.

나) 국방부장관은 2008. 7. 22. 사안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고려하여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등에 근거하여 위 도서들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고 부내 내에 불온서적 무단 반입 시 장병 정신전력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장병 정신교육, 불온서적 반입여부

일제 점검, 개인별 부대 반입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지시를 각 군에 하달하였다.

다) 한편, 이 사건 지시에 대해 2008. 7. 31.자 AB언론이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을 계기로 그 정당성 여부가 2008년도 국회 국방위원회 정기 국정감사 질의를 통해 쟁점화 되었고, 국방부는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군의 정신전력 유지·강화의 필요성에 의하여 이러한 조치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으며, 2008. 7. 22.부터 정신교육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훈 · 문화자료심의위원회를 소집하여 위 도서들의 세부 내용을 검토한 결과 2008. 8. 15.경 위 23종의 도서들 모두 장병 정신전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재확인하였다.

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 지시와 관련하여 2008. 8. 21, '모든 국민이 스스로 어떠한 책을 선택하고 읽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성과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고유한 자유이자 권리이다. 서적의 선택은 우리 헌법 제19조가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 가운데 스스로 판단에 따라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내면적인 확신에 도달하는 자유의 영역(양심형성의 자유)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우리 헌법 제21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방해받지 아니하고 정보를 수령하거나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자유(알권리)의 영역에도 해당된다'는 등의 이유로 국방부장관에게 '군대 내의 서적 및 기타 표현물에 대한 제한조치에 관하여 명백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여 명시적인 법률상 근거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 경위와 그 경과

가) 원고들은 2008. 7. 31.경 신문기사 등을 통하여 이 사건 지시가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원고 C은 2008. 8. 4. 육군 내부통신망 법무병과 홈페이지(JAGC-NET)에 이 사건 지시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그동안 제가 읽었던 책들이 불온도서라니 머리가 띵해지는군요, 제가 불온한 사람이 된 것 같군요"라는 글을 게재하였고, A, B도 그 무렵 신문기사와 원고 C의 위 글을 읽고서는 이 사건 지시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에 관하여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하였다.

나) B은 2008. 8. 중순경 H기관 주간회의 시 이 사건 지시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는데 당시 그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H기관장은 국방부 인권 및 법제과에 문의해 보라는 취지로 말을 하였으며, B은 그 무렵 L기관 담당법무관에게 L기관에서 이 사건 지시의 적법성 여부에 관하여 검토한 바 있는지 문의하였고, 이에 대하여 담당법무관은 이 사건 지시와 관련하여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답하였다.

다) B은 2008. 8. 말경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와 같은 의견 표명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장관이 이 사건 지시를 철회하지 않고 그 대상이 된 '불온서적'의 명칭만을 '정신전력 부적합 도서'로 변경한 사실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인지하였고, 이 사건 지시가 원고들을 비롯한 장병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A과 함께 이 사건 지시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로 하였으며, A은 B에게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초안을 작성해 보도록 권유하였고, B은 그 무렵부터 이 사건 지시로 인하여 침해되는 기본권과 이 사건 지시의 위법성을 검토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라) B은 2008. 10. 초순경 인터넷 싸이월드 Q기 동기생 모임방에 "이 사건 지시에 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것이니 동참자를 모집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였고, 2008. 10. 6. 육군종합행정학교에 입교하여 4주간의 법무고군반 보수과정 교육을 받기 위하여 서울 강남구 P에 있는 자택에서 출퇴근하면서부터 퇴근 후 이 사건 지시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의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하였으며, 2008. 10. 15.경 20쪽 분량의 초안을 완성하여 이를 A에게 건네주었다.

마) A은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대리할 소송대리인으로 N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하고 위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초안을 검토한 후 2008, 10. 17. 위 N 변호사와 B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위 청구서 초안이 이 사건 지시의 부당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 사건 지시의 근거법령인 군인사법군인복무규율 조항에 의한 기본권 침해 부분을 추가하여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형식으로 변경하자"며 초안을 수정하여 N 변호사와 B에게 주었고, 위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청구인인 군법무관들이 직접 언론과 접촉할 경우 국방홍보훈령 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소송대리인만이 언론과 접촉한다"는 등의 논의를 하였다.

바) B은 A의 수정의견을 반영하여 2008. 10. 20.경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수정본을 완성하여 A, B과 아래 항과 같이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동참하기로 한 원고 C, E, F을 청구인으로 기재한 다음(원고 D은 2008. 10. 22. 청구인명단에 추가되었다), N 변호사에게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수정본과 청구인인 원고들의 복무확인서, 이 사건 지시와 관련된 신문기사,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도서의 서평 등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 첨부할 자료들을 제공하였다.

사) 한편, B은 원고 C이 2008. 8. 4. 육군 내부통신망 법무병과 홈페이지

(JAGC-NET)에 게재한 글을 읽고 원고 C에게 전화를 하여 직접 만나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 문제를 논의하였으며 원고 C은 B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할 경우 동참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그 후 원고 C은 B이 작성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초안을 검토하여 수정의견을 보내기도 하였다. 원고 E는 B과 같은 고군반 과정에 입교하여, 원고 F은 B이 입교한 육군종합행정학교의 S으로 근무하면서 B이 이 사건 지시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동참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자 동참하겠다고 하였다. 원고 D은 B으로부터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초안을 이메일로 전달받아 읽어본 후 2008. 10. 22.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 N 변호사와 B은 3~4회에 걸쳐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작성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여 수정·보완한 후 2008. 10. 22. 오전에 47쪽 분량의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최종적으로 완성하였고, N은 같은 날 16:00경 헌법재판소에 최종 완성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접수하였다.

자) 헌법재판소는 2010. 10. 28. 원고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하여

군인사법 제47조의2 및 이 사건 지시 부분은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흠결하였다는 이유로 각하,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중 '불온도서'의 '소지·운반·전파·취득행 위'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는 기각 결정을 하였다.

3) 이 사건 징계처분의 경위

가) 피고 총장은 원고들의 헌법소원심판 청구 등을 문제 삼아 원고 E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징계조사를 지시하고, 2008. 10. 30.경부터 2009. 3. 10.경까지 위 원고들에 대하여 징계조사를 완료한 후 육군본부 중앙징계위원회에 위 원고들의 징계의결을 각 요구하였다.

나) 육군본부 중앙징계위원회 을반 위원장은 2009. 3. 18. 구두로 W, X 를 간사로 임명하여 원고 C, D, F에 대한 징계의결을 위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는데, W은 1992년도에 일반 장교로 임관하였다가 군법무관임용시험에 합격하여 1997. 2. 1.자로 법무병과로 전과하였고 그 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2000년도부터 검찰관 및 군판사 등 군법무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X는 군법무관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군법무관시보 실무수습을 마치고 2005. 4. 1. 군법무관으로 임명되었다.

다) 육군본부 중앙징계위원회는 원고 C, D에 대하여 이 사건 각 징계를, 원고 F에 대하여는 견책을 각 의결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 총장은 2009. 3. 18. 원고 C, D에 대하여는 위 징계위원회의 의결대로 징계처분을 하였으며, 원고 F에 대하여는 견책의 징계유예(6개월)로 감경하여 처분하였다.

라) 국방시설본부 군인징계위원회는 2009. 3. 19. 원고 E에 대하여 근신 5일의 징계를 의결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 국방시설본부장은 위 위원회의 의결대로 징계처분을 하였다.

마) 원고들은 피고 총장과 피고 국방시설본부장의 이 사건 각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국방부에 징계항고를 제기하였으나, 국방부장관은 2009. 4. 30. 국방부 군인징계 항고심사위원회의 원고들에 대한 2009. 4. 24.자 각 항고기각 의결에 따라 원고들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앞서 든 증거, 환송 전 당심 증인 X의 증언, 갑 제9 내지 13, 15, 17, 20호증, 을 제5 내지 15, 18, 20, 21, 31, 32, 33, 35, 36, 38, 53, 6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징계절차의 위법 여부

군인징계령 제6조 제4항, 제5항에 의하면, 징계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간사를 두고, 간사는 징계위원회가 설치된 부대 또는 기관에 소속된 군인 중에서 위원장이 임명하되 그 부대 또는 기관에 소속 군법무관이 있는 경우에는 군법무관 중에서 위원장이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다만 그 징계간사의 임명 방법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군법무관임용법(2000. 12. 26. 법률 제6291호 군 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는 군법무관이라 함은 육·해·공군의 법무과장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제3조는 군법무관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소정과정을 필한 자, 판사 · 검사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 군법무관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군법무관시보로서 소정과목의 실무수습을 마치고 실무고시에 합격한 자 중에서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W은 이미 일반 장교로 임용되어 복무 중 군법무관임용시험에 합격하여 법무병과로 전과되었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 연수원의 소정과정을 필한 후 검찰관 및 군판사로 임명되어 그 직무를 수행하였고 이 사건 각 징계처분 당시에도 법무과장교인 검찰관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므로 군 법무관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 E를 제외한(원고 E는 징계절차의 위법성에 대하여 다투고 있지 않다)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육군본부 중앙징계위원회 을반 위원장은 구두로 군법무관인 'W, X'를 간사로 임명하였으므로, 그 징계위원회의 간사 임명에 있어 아무런 하자가 없다 할 것이다(설령 W이 군법무관이 아니라 하더라도, 군인징계령은 징계위원회 위원장이 임명하는 간사의 수를 정하고 있지는 않은바, 위 원고들에 대한 육군본부 중앙징계위원회 을반 위원장은 군법무관인 X를 징계간사로 임명하였으므로, 그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원고 C, D, F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가) 징계사유 ①에 관한 판단

(1) 헌법은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고(헌법 제27조 제1항),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헌법 제37조 제2항). 따라서 군인에 대한 징계가 재판청구권을 행사하였음을 그 사유로 하는 때에는 그러한 재판청구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만 한다. 또한 그러한 법률 규정은 군인에 대한 징계처분이 형사처벌에 못지않은 불이익이 뒤따르는 점을 감안할 때 징계권자의 자의를 방지하고 수범자가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사전에 예측하여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성을 갖추어야 하고, 만일 그렇지 아니함에도 이를 징계의 근거가 되는 의무규범으로 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2) 군인복무규율군인사법 제47조의2의 위임에 따라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군에 유익하거나 정당한 의견이 있는 경우 부하는 지휘계통에 따라 상관에게 건의할 수 있고(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1항), 군인은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현저히 불편 또는 불리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지휘계통에 따라 상담, 건의 또는 고충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1항), 그런데 이를 두고 군인에게 건의나 고충심사를 청구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한 조항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다.

나아가 관련 법령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건의 제도의 취지는 위법 또는 오류의 의심이 있는 명령을 받은 부하가 명령 이행 전에 상관에게 명령권자의 과오나 오류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명령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일 뿐, 그것이 군인의 재판청구권 행사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군내 사전절차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4항은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 ·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하여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군인으로 하여금 복무와 관련한 불이익한 처분 등 고충사항을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복무와 관련된 사항을 '법령에 의한 방법'으로 해결하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령에 의한 방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헌법소원 청구를 포함한 재판청구권의 행사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3)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들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하기에 앞서 이 사건 지시의 위헌성에 관하여 상관에게 건의를 하여 그에 대한 논의와 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바로 군 외부 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군인복무규율 제4조, 제24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4)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 징계사유 ②에 관한 판단

(1)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은 "군인은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함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누4839 판결 등 참조).

법령에 군인의 기본권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그러한 행위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권리행사로서의 실질을 부인하고 이를 규범위반행위로 보기에 충분한 구체적·객관적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군인으로서 허용된 권리행사를 함부로 집단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당시 원고들은 이 사건 지시의 위헌성에 관하여 법령이 정한 방법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 보기 위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고 보이고, 그 밖에 다른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이 사건 지시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군 장병들에게 반정부·반미 의식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하여 교양도서 보내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정보에 기초하여 이루어 지기는 하였으나 당시 상황에 비추어 원고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으로 인하여 군 내부 지휘명령체계에 심각한 훼손이 초래될 우려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군법무관인 원고들이 공동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행위가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볼 수 없다.

(3) 결국 이 부분 징계사유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3) 소결

따라서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은 모두 위법하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인용되어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원고들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을 모두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문용선

판사 문주형

판사 이수영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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