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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8355 판결
[손해배상(기)][공2010하,1578]
판시사항

[1] 국제재판관할권 유무에 대한 판단 기준

[2] 2002년 김해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중국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중국인 승무원의 유가족이 중국 항공사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여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2002년 김해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중국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중국인 승무원의 유가족이 중국 항공사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권, 소송당사자들의 개인적인 이익, 법원의 이익, 다른 피해유가족들과의 형평성 등에 비추어 위 소송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률 담당변호사 김문수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중국국제항공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갑유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국제사법 제2조가 제1항 에서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어 제2항 에서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 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여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6다71908, 71915 판결 참조).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고 약칭한다)의 법령에 의하여 설립되어 대한민국 내에도 영업소를 두고 국제항공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중국 법인으로서 보잉 767-200 기종 129편 항공기(이하 ‘이 사건 항공기’라고 한다)의 항공운송인이고, 소외인(중국인)은 1997. 4. 1.경 피고 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피고 회사에서 근무해 온 사람이며, 원고들은 위 소외인의 부모인 사실, 이 사건 항공기는 2002. 4. 15. 08:37경 중국 베이징을 출발하여 2002. 4. 15. 11:21경 대한민국 김해공항 활주로 18R에 착륙하기 위하여 곡선을 그리듯 진로를 바꾸면서 활주로로 접근하는 선회접근을 하던 중 활주로 18R 시단(threshold)으로부터 북쪽 4.6km 지점에 있는 돗대산 중턱(표고 204m) 부분에 부딪혀 추락(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항공기의 탑승객 166명 중 당시 객실승무원으로 이 사건 항공기에 탑승하였던 위 소외인을 비롯한 129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37명이 부상을 당한 사실, 이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일부 사상자 및 그 유가족 등은 피고 회사를 상대로 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제1심법원은 이 사건 사고에 대한 피고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여 유가족 등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항소심법원 역시 같은 이유를 들어 유가족 등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이에 유가족 등만이 상고하여 일부는 상고기각되어 확정되었고, 일부는 위자료에 관한 유가족 등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제1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는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된 것으로서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고, 원심은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 및 제1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첫째, 원고들이 내세우고 있는 이 사건 소송의 청구원인은 피고 회사의 불법행위 또는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이므로, 불법행위지(이 사건 사고의 행위지 및 결과발생지 또는 이 사건 항공기의 도착지) 및 피고 회사의 영업소 소재지가 속한 대한민국 법원에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권이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한데,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권 유무가 여전히 중요한 요소가 됨을 부인할 수 없다.

둘째,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 있으므로, 지리상, 언어상, 통신상의 편의 측면에서 중국 법원이 대한민국 법원보다 피고 회사에 더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곤란하고, 원고가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명하여 재판을 청구하고 있는 점도 쉽사리 외면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의 영업소가 대한민국에 존재하고 피고 회사 항공기가 대한민국에 취항하며 영리를 취득하고 있는 이상, 피고 회사가 그 영업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영토에서 피고 회사 항공기가 추락하여 인신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고 회사로서는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에 복속함이 상당하고, 피고 회사 자신도 이러한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개인적인 이익 측면에서도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

셋째, 일반적으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국가의 법원에 사안과 증거조사가 편리하다는 재판관할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인데, 관련 사건에서 이미 증거조사가 마쳐졌다든지 관련 사건에서 당사자가 책임 자체를 인정하고 있다든지 하는 사정은 소송 제기 시점에 따라 좌우되는 우연적인 사정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우연적인 사정에 의하여 재판관할권 유무가 달라진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준거법은 어느 국가의 실질법 질서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임에 반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은 어느 국가의 법원에서 재판하는 것이 재판의 적정, 공평을 기할 수 있는가 하는 서로 다른 이념에 의하여 지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준거법에 따라서만 결정될 수는 없는 점, 더구나 오늘날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재판관할과 별도로 준거법에 관한 합의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 적용될 준거법이 중국법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소와 대한민국 법원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또한, 피고 회사의 영업소가 대한민국에 있음에 비추어 대한민국에 피고 회사의 재산이 소재하고 있거나 장차 재산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원고들은 대한민국에서 판결을 받아 이를 집행할 수도 있을 것이고, 원고들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소를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의 이익 측면에서도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넷째, 국제재판관할권은 주권이 미치는 범위에 관한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형식적인 이유를 들어 부당하게 자국의 재판관할권을 부당하게 넓히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않지만, 부차적인 사정을 들어 국제재판관할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 또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같은 항공기에 탑승하여 같은 사고를 당한 사람의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단지 탑승객의 국적과 탑승 근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국제재판관할권을 달리하게 된다면 형평성에 있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임에도, 제1심이 이와 달리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하고 원심이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데에는 국제재판관할권 인정에 있어서 실질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민사소송법 제418조 본문의 규정에 따라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제1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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