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다1208 자동차소유권이전등록절차이행청구권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B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나19896 판결
판결선고
2015. 6. 2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계약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660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계약을 합의해제하는 경우에도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해제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다만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계약 후 당사자 쌍방의 계약 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가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계약은 이를 실현하지 아니할 당사자 쌍방의 의사가 일치됨으로써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4. 9. 13. 선고 2003다57208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차량에 관한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차량에 관하여 2013. 11. 6.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록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합의해제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당일 성명불상자로부터 기망당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원고와 그 책임의 소재 및 매매대금의 반환 등에 관하여 다툼을 벌이다가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고 그 각서에 양측이 서명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각서의 작성 경위나 그 문언, 위 합의 이후 당사자들이 보인 태도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고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종국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2013. 10. 중순경 인터넷 중고차량 매매사이트에 이 사건 차량을 2,100만 원에 매도하겠다는 글을 게시하였다. 며칠 후 'D'라 칭하는 성명불상자로부터 '이 사건 차량을 2,100만 원에 매입하겠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겨 직접 가지 못하니 대신 아는 동생에게 차량을 확인시켜 주고 계약을 하면 된다. 동록세와 취득세를 절감하기 위해 매매계약서에는 매매대금을 1,630만 원으로 기재하여 아는 동생과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달라. 매매 대금은 우선 E의 계좌로 1,630만 원을 송금해 주면 바로 피고가 지정하는 계좌로 매매대금 2,100만 원을 다시 송금해 주겠으니 내가 보내는 동생에게 차량을 인도해주면 된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고 2013. 11. 6. 12:00경 안양시 F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2) 한편 원고는 2013. 11. 초순경 성명불상자로부터 '이 사건 차량을 1,630만 원에 매도하려고 한다. 2013. 11. 6, 12:00경 위 장소에서 만나 차량상태를 확인하고 괜찮으면 매입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
3) 원고와 피고는 2013. 11. 6. 위 장소에서 만나 이 사건 차량을 매매하기로 하고 매매계약서를 작성 하였는데, 그 매매계약서에 매매대금을 1,630만 원으로 기재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매매대금을 'D'라는 사람에게 송금하라고 하면서 그 전화번호를 알 려주었고, 이에 원고는 'D'라 칭하는 성명불상자와 통화한 후 그가 알려주는 E의 계좌에 매매대금 1,630만 원을 송금하였으나, 피고는 매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채 곧바로 위 성명불상자와 연락이 두절되었다.
4) 이처럼 원고와 피고는 성명불상자로부터 기망당하였음을 알게 된 후 책임의 소재와 매매계약의 이행 또는 매매대금의 반환 등에 관하여 다투다가 '2013. 11. 6. 발생한 차량 매매 사기사건에 대하여, 원고가 D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수사기관으로부터 확인이 된다면) 피해금액 1,630만 원을 원고에게 확인된 익일까지 입금하기로 서로 합의를 하였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고 서명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성명불상자를 사기죄로 고소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와 피고가 각자 성명불상자에게 속아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는 매매대금을 E의 계좌로 송금하였는데, 이는 피고가 원고에게 매매계약서상 매매대금 1,630만 원을 성명불상자가 지정한 E의 계좌로 송금하라고 하였기 때문인 점, ② 원고는 매매대금을 송금한 반면 피고는 아직 소유권이전등록을 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와 피고는 손해가 발생한 책임의 소재 및 매매계약의 이행 또는 매매대금의 반환 등에 관하여 다투다가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디로, 이러한 작성 경위로 보아 이 사건 각서는 피고의 지시로 원고가 성명불상자에게 매매대금을 송금한 것을 감안하여 원고가 성명불상자와 연관 없음이 수사기관에서 확인되면 원고의 피해금액을 피고가 대신 지급하기로 한 취지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각서에 따라 원고가 성명불상자와 연관이 없을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피해금액 지급의무는 매매계약의 존속을 전제로 한 소유권이전등록의무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서, 만약 이 사건 매매계약이 계속 유효하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면 매매계약의 이행, 즉 소유권이전등록 대신 굳이 피해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는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이행하는 대신 장차 수사결과 원고가 성명불상자와 연관이 없음이 밝혀지면 원고에게 그 피해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의사로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이 존속한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계약의 합의해제에 관한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고영한
주심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용덕
대법관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