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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도1545 판결
[도로교통법위반][공1995.1.1.(983),139]
판시사항

제1심이 유죄의 증거로 채용한 유일한 증거에 대하여 항소심이 그 신빙성에의문은 가지만 그렇다고 제1심의 자유심증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유도 나타나 있지 않은 경우, 항소심이 취하여야 할 조치

판결요지

형사재판에서 항소심은 사후심 겸 속심의 구조이므로, 제1심이 채용한 유일한 증거에 대하여 그 신빙성에 의문은 가지만 그렇다고 직접 증거조사를 한 제1심의 자유심증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유도 나타나 있지 않은 경우에는, 비록 동일한 증거라고 하더라도 다시 한번 증거조사를 하여 항소심이 느끼고 있는 의문점이 과연 그 증거의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의 것인지 알아 보거나, 그 증거의 신빙성에 대하여 입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검사에 대하여 항소심이 가지고 있는 의문점에 관하여 입증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증거의 신빙성에 대하여 더 심리하여 본 후 그 채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그 증거의 신빙성에 의문이 간다는 사유만으로 더 이상 아무런 심리를 함이 없이 그 증거를 막바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 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1993. 9. 18. 08;00경 영업용 택시를 운전하여 신제기 로터리 쪽에서 대광로터리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안암동 로터리 부근에서 불법으로 유(U)자형으로 회전하여 중앙선을 침범하였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서 피고인을 단속한 의경 여기태의 진술서 및 제1심에서의 증언이 있는데, 위 여기태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위반 장소는 왕복 가변 5차선 대로상으로 당시 신제기 로터리 방면에서 대광로터리 방면(시내방향)으로 3차선, 반대방향으로 2차선의 가변신호가 들어와 있었는데 피고인이 시내방향으로 3차선을 따라 가다가 차량이 정체되자 2개 차선을 가로지르면서 중앙선을 넘어 반대방향으로 유턴하여 진행하는 것을 전방 30-40m 지점에서 보고 이를 단속하였다는 것이지만, 첫째 아침출근 시간에 차량이 정체되어 있는 곳을 위와 같이 가로질러 반대방향으로 넘어 간다는 것이 용이하지 않고, 둘째 피고인이 위와 같이 진행하였다면 30-40m 전에 이미 단속 의경이 서 있는 곳을 지나쳤을 것인데 그와 같이 무모하게 유턴하여 단속 의경 앞쪽으로 진행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우며, 세째 피고인이 단속 당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는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여기태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달리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위 여기태의 진술을 채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당원의 판단

형사재판에서 항소심은 사후심 겸 속심의 구조이므로, 제1심이 채용한 유일한 증거에 대하여 그 신빙성에 의문은 가지만 그렇다고 직접 증거조사를 한 제1심의 자유심증이 명백히 잘못 되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유도 나타나 있지 않는 경우에는, 비록 동일한 증거라고 하더라도 다시 한번 증거조사를 하여 항소심이 느끼고 있는 의문점이 과연 그 증거의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의 것인지 알아 보거나, 그 증거의 신빙성에 대하여 입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검사에 대하여 항소심이 가지고 있는 의문점에 관하여 입증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증거의 신빙성에 대하여 더 심리하여 본 후 그 채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그 증거의 신빙성에 의문이 간다는 사유만으로 더 이상 아무런 심리를 함이 없이 그 증거를 막바로 배척하여서는 안된다 고 할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을 단속한 의경인 위 여기태는 제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을 단속하였을 당시 피고인이 증인에게 차량정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법 유턴하였다고 시인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니, 증인이 면허증 제시를 요구하자 거부하면서 이의하겠다고 하였다. 증인이 단속 근무를 하던 곳은 피고인이 불법으로 유턴하던 곳에서 30-40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당시 피고인의 차량이 전면에 나와 있어서 피고인이 불법으로 유턴한 것을 분명히 보았다”고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원심은 위 여기태의 진술을 신빙하기 어렵다고 본 첫번째 사유로 “아침출근 시간에 차량이 정체되어 있는 곳을 ‘3차선으로 가다가 2개 차선을 가로지르면서 중앙선을 넘어 반대방향으로 유턴하여 진행'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들고 있으나, 위 시내방향의 차선이 극도로 정체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3차선으로 진행하던 차량은 2차선 및 1차선으로 진행하던 차량의 양보를 받아 가면서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한 다음 충분히 유턴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그 반대차선도 극도로 정체되어 있다면 유턴하기 어려울 뿐이므로, 위와 같은 사유는 위 여기태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사유는 될지언정 막바로 그 신빙성을 부정할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유턴하였다면, 30-40m 전에 이미 단속 의경이 서 있는 곳을 지나쳤을 것인데 그와 같이 무모하게 유턴하여 단속 의경 앞쪽으로 진행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위 여기태의 진술을 신빙하기 어렵다는 두번째 사유로 들고 있으나, 단속 의경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정을 알았다면 통상의 운전자는 그 의경이 목격할 수 있는 지점에서 불법유턴을 하지 않을 것이지만, 위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시내 방향으로 3차선을 따라 운행하다가 유턴하였다면, 단속 의경을 목격할 수 없을 수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유도 위 여기태의 진술의 신빙성을 막바로 부정할 결정적인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인이 단속 당시부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는 정황만으로는 위 여기태의 진술을 배척할 합리적인 사유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들고 있는 사유는 위 여기태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바로 단정할만한 합리적인 사유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유로 제1심이 직접 증거조사를 하여 채용한 유일한 증거인 위 여기태의 진술에 의문이 가면, 위 여기태를 다시 한번 증인으로 출석시켜 그의 진술에는 위와 같은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과의 대질신문 등으로 단속 당시의 정황에 대하여 더 심리하여 본 다음에 그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필경 유일한 증거에 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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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형사지방법원 1994.4.27.선고 93노8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