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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공1997.1.15.(26),279]
판시사항

제1심이 채용한 유죄의 증거에 대하여 항소심이 그 신빙성에 의문을 가질 경우, 아무런 추가 심리 없이도 그 증거를 배척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형사재판에서 항소심은 사후심 겸 속심의 구조이므로, 제1심이 채용한 증거에 대하여 그 신빙성에 의문은 가지만 그렇다고 직접 증거조사를 한 제1심의 자유심증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유도 나타나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록 동일한 증거라고 하더라도 다시 한번 증거조사를 하여 항소심이 느끼고 있는 의문점이 과연 그 증거의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의 것인지 알아보거나, 그 증거의 신빙성에 대하여 입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검사에 대하여 항소심이 가지고 있는 의문점에 관하여 입증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증거의 신빙성에 대하여 더 심리하여 본 후 그 채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그 증거의 신빙성에 의문이 간다는 사유만으로 더 이상 아무런 심리를 함이 없이 그 증거를 곧바로 배척하여서는 아니된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승용차 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1995. 8. 1. 16:00경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현대아파트 앞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를 분당동 쪽에서 한양아파트 쪽으로 좌회전함에 있어, 당시 직진신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호를 위반하여 좌회전한 업무상 과실로 때마침 반대차선에서 직진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피해자 박영근 운전의 서울3부4816호 승용차 앞부분을 위 승용차 앞부분으로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위 피해자로 하여금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염좌 등의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위 피해자 및 이승길의 각 수사기관 이래 제1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등이 있는바, 위 피해자의 수사기관 이래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을 보면, 위 피해자가 사고 당일 작성한 진술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피해자는 사고 당시 1차선으로 운행 중이었다고 하였으나, 제1심 법정에서는 당시 2차선으로 운행 중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위 진술서의 기재에 의하면 목격자로는 할아버지와 에페학원 승합차 운전자가 있다고 하였으나 위 사고 후 사흘이 지난 1995. 8. 4. 사고 장면을 목격하였다며 처음으로 경찰에서 진술한 위 이승길은 에페학원이 아닌 서현학원 셔틀버스의 운전기사인 점, 위 이승길이 목격자로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게 된 경위에 있어서도 경찰에서의 제2회 진술시에는 "사고 다음날 현장주변 상가 공중전화박스에서 학원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하고 있는데 그 건물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저 사람이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알려 주어 찾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가, 다시 동인이 작성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한 진술서(수사기록 제128정)에서는 "사고 직후 112에 신고하고 와 보니 목격자들이 가 버려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목격한 사람이 없냐고 물으니 그 중 중국집 배달원이 승합차 기사는 얼굴이 익은 사람이라고 하며 학원 차라고 하였다. 다음날 현장주변 상가 전화박스에서 전화 확인 중 전날의 중국집 배달원과 만나 이야기하던 도중 또 다른 학원 기사가 와서 목격자를 찾는다고 말하였더니 목격자 학원 이름과 목격자 이름을 알려 주었다 하여 기다리고 있던 중 이승길이 와서 만나게 되었다."고 되어 있어 위 이승길을 만나 진술을 부탁하게 된 과정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고 그 일관성이 없는 점, 한편 위 이승길은 처음 위 피해자를 만나 그의 부탁으로 진술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사고 다음날 위 피해자가 위 서현학원으로 찾아와서 만나게 되었고, 위 피해자에게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위 피해자가 사고 당일 위 이승길이 사고 현장에 위 학원 차를 잠시 세워 놓았는데 위 차에 서현속셈학원이라고 쓰여 있던 것을 기억하고 찾아왔다고 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상호 일치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위 피해자의 수사기관 이래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은 선뜻 믿기가 어렵다 할 것이고, 위 이승길의 수사기관 이래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을 보면, 위 이승길은 경찰에서는 사고 장면을 직접 본 것처럼 진술하였다가 검찰 및 제1심 법정에서는 이 사건 교차로를 지나던 중 "꽝"하는 소리를 듣고 백미러를 통해서 보니 피고인의 차량과 위 피해자의 차량이 충돌되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경찰에서의 제1회 진술시에는 피고인 운전 차량이 이 사건 교차로를 4번째로 좌회전하던 중이었다고 진술하였다가, 제2회 진술시 이후로는 피고인 운전 차량이 이 사건 교차로를 3번째로 좌회전하던 중이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그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위 피해자를 처음 만나 목격자로 진술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위 피해자의 진술과 상호 일치하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이승길의 수사기관 이래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 또한 믿기가 어렵고 그 밖의 증거들은 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면서, 위 피해자, 이승길의 각 진술 등을 채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당원의 판단

형사재판에서 항소심은 사후심 겸 속심의 구조이므로, 제1심이 채용한 증거에 대하여 그 신빙성에 의문은 가지만 그렇다고 직접 증거조사를 한 제1심의 자유심증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유도 나타나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록 동일한 증거라고 하더라도 다시 한번 증거조사를 하여 항소심이 느끼고 있는 의문점이 과연 그 증거의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의 것인지 알아보거나, 그 증거의 신빙성에 대하여 입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검사에 대하여 항소심이 가지고 있는 의문점에 관하여 입증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증거의 신빙성에 대하여 더 심리하여 본 후 그 채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그 증거의 신빙성에 의문이 간다는 사유만으로 더 이상 아무런 심리를 함이 없이 그 증거를 곧바로 배척하여서는 아니된다 고 할 것이다( 당원 1994. 11. 25. 선고 94도1545 판결 , 당원 1991. 10. 22. 선고 91도1672 판결 등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해자 박영근은 사고 당일인 1995. 8. 1. 작성한 진술서에서부터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고 당시 이 사건 교차로 정지선 전방 약 30m 내지 40m 지점에서 직진신호를 보고 정지함이 없이 그대로 직진하던 중 반대차선에서 신호를 위반하여 위 교차로로 좌회전하여 진입하는 차량 2대를 발견하고 상향등을 켜서 주의를 주고 교차로에 진입하였는데 피고인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세 번째로 신호를 위반하여 좌회전하여 교차로에 진입한 것을 미처 피하지 못하여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고, 성명 미상의 할아버지 1인과 학원 승합차 운전사가 사고 현장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서현학원의 셔틀버스 운전기사인 위 이승길도 사고일로부터 3일 뒤인 1995. 8. 4. 작성한 진술서에서부터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고 당시 위 서현학원의 셔틀버스를 운전하여 위 피해자 운전의 승용차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던 중 위 교차로에 이르러 교차로 신호가 직진신호이므로 정지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직진하였는바,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던 3대의 승용차가 신호를 위반하여 위 교차로에 좌회전하여 진입하고 반대차선에서 승용차 1대가 상향등을 켜며 직진하여 오는 것을 보았는데, 교차로를 막 통과하기 전에 충돌음이 들려 차량 내의 후사경을 통하여 보니 마지막으로 좌회전하던 승용차가 반대차선에서 진행하여 오던 승용차와 충돌하여 있었으며, 사고 직후 현장에서 성명 미상의 할아버지 1인이 피고인을 나무라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어 위 피해자의 진술과 부합하고, 분당경찰서장 작성의 수사지휘품신서의 기재(수사기록 제50쪽)에 의하면 이 사건 교차로의 신호체계는 위 피해자 운전 차량과 같은 방향에서 진행하여 오는 차량들과 그 반대 방향에서 진행하여 오는 차량들을 위한 좌회전 신호등이 다 같이 12초간 켜진 후 황색 주의신호등이 3초간 켜지고, 이어 양 방향의 직진 신호등이 1분 정도 켜지도록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위 피해자 및 이승길의 각 진술이 거짓이라면 좌회전 신호에 따라 3대의 차량이 차례로 좌회전하고 있는데 직진차량이 신호를 무시한 채 상향등까지 켜서 좌회전 중인 차량들을 위협하며(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운전의 승용차에 앞서 위 교차로를 좌회전하여 통과한 승용차의 운전사인 공소외 유민희도 검찰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시 위 좌회전 당시 반대차선에서 직진하여 오는 차량이 상향등을 번쩍번쩍 켜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교차로에 진입하였다는 것이 되어 경험칙상 선뜻 납득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위 피해자 및 이승길의 각 진술은 쉽게 배척할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위 피해자 및 위 이승길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본 사유로, 우선 위 피해자가 사고 당일 작성한 진술서에 목격자로 에페학원 승합차 운전자가 있다고 하였으나 사고 후 3일이 지난 1995. 8. 4. 목격자로 경찰에서 진술한 자는 서현학원 셔틀버스의 운전기사인 위 이승길인 점을 들고 있으나, 목격자를 조작할 시간적인 여유가 전혀 없었던 사고 직후 비록 그 소속 학원의 상호는 사실과 부합하지 아니하였으나 목격자를 학원 차량의 운전사라고 비교적 정확하게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목격자의 소속 학원 명이 최초 진술시 사실과 달랐던 점은 위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사유는 될지언정 곧바로 그 신빙성을 부정할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원심은 사고 당일 작성한 위 피해자가 작성한 진술서에는 사고 당시 위 피해자가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1차선으로 진행 중이었다고 하였으나 제1심 법정에서는 2차선으로 진행 중이었다고 진술한 점, 위 이승길은 경찰에서는 사고 장면을 직접 본 것처럼 진술하였다가 검찰 및 제1심 법정에서는 이 사건 교차로를 지나던 중 "꽝"하는 소리를 듣고 백미러를 통해서 보니 피고인의 차량과 위 피해자의 차량이 충돌되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경찰에서의 제1회 진술시에는 피고인 운전 차량이 이 사건 교차로를 4번째로 좌회전하던 중이었다고 진술하였다가 제2회 진술시 이후로는 피고인 운전차량이 이 사건 교차로를 3번째로 좌회전하던 중이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등을 들고 있으나, 위 이승길의 사고 목격경위에 관한 경찰에서의 진술은 막연히 사고 장면을 보았다는 취지일 뿐임을 알 수 있으므로, 충돌음을 듣고 백미러를 통해 두 차량이 충돌되어 있는 장면을 보았다는 동인의 그 뒤의 검찰 이래의 진술과 불일치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위 피해자 및 이승길의 나머지 각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은 이 사건 사고의 책임소재와 큰 관련이 없는 부분에 관한 것이어서 그 점만을 들어 그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기에는 부족하다 할 것이다.

한편 위 피해자가 위 이승길을 만나 목격자로서의 진술을 부탁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보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그 점에 관한 위 피해자의 진술에는 일관성이 없고 위 이승길의 그 점에 대한 진술과도 일치하지 아니하는 사실을 알 수 있으나, 위 피해자는 사고 당일 작성한 진술서에서부터 학원 차량의 운전사가 사고를 목격하였다고 기재하고 있고, 그 이후 제1심 법정에서의 증언에 이르기까지 사고 다음날 사고현장 부근의 공중전화박스에서 목격자인 위 학원 차량의 운전사를 찾기 위하여 전화번호부에서 학원들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하고 있는데 마침 부근을 지나가던 사람을 통하여 위 이승길을 찾게 되었다고 하여 동인에게 진술을 부탁하게 된 경위의 중요 부분에 있어서는 시종 일관성 있는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위 이승길은 위 피해자를 만나 진술을 부탁받게 된 경위에 대하여 "사고 다음날 위 피해자가 서현학원으로 자신을 찾아와 사고 당일 사고 현장에 세워져 있던 차량에 서현속셈학원이라고 쓰여 있던 것을 기억하고 찾아왔다고 했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위 피해자가 위 이승길에게 동인을 찾게 된 경위를 그와 같이 사실과 다르게 알려 주었다면 위 이승길의 위 경위에 대한 진술이 위 피해자의 진술과 일치하지 아니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이 위 피해자가 위 이승길을 만나 목격자로서의 진술을 부탁하게 된 경위에 관한 위 피해자의 진술의 일관성 결여 및 위 이승길의 진술과의 불일치의 점은 그들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사유는 될지언정 곧바로 그 신빙성을 부정할 합리적 이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들고 있는 사유는 위 피해자 및 이승길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바로 단정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라고 볼 수 없으므로, 최종 사실심인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유로 위 피해자 및 이승길의 각 진술에 의문이 가면 위 피해자 및 이승길을 다시 한번 증인으로 출석시켜 그들의 각 진술이 그 판시와 같이 일관성이 없거나 서로 불일치하는 이유에 대하여 심리하고 검사에 대하여 항소심이 가지고 있는 의문점에 관하여 입증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증거들의 신빙성에 대하여 더 심리하여 본 다음에 그 증거들의 신빙성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 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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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수원지방법원 1996.9.3.선고 96노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