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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3. 11. 7. 선고 2013누19853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샘 담당변호사 서경원)

피고, 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3. 10. 24.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2. 8. 10.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0. 5. 14. 주식회사 엠피씨(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아이비알(IBR) 팀에 소속된 상담원으로 근무하여 오던 근로자로서, 2012. 7. 6. 18:20경부터 같은 날 21:15경까지 서울 용산구 (주소 1 생략) 소재 ○○○○○라는 상호의 음식점에서 아이비알 팀 책임자인 소외 1 실장을 포함하여 30명의 직원과 함께 소외 회사의 아이비알 팀 회식(이하 ‘이 사건 1차 회식’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원고는 1차 회식이 끝난 후인 2012. 7. 6. 21:43경 소외 1 실장을 포함하여 12명의 직원과 함께 바로 옆 건물인 서울 용산구 (주소 2 생략), 4층 건물에 있는 △ 노래연습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 사건 2차 회식을 하였는데, 위 노래연습장으로 이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구문을 화장실문으로 오인하여 문을 열고 화장실로 가려다가 비상구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로 인하여 ‘골반골절, 천추골절 등’의 상병(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입었다.

다. 그 후 원고는 2012. 7. 19. 피고에게 위 상병에 대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12. 8. 10. 이 사건 2차 회식은 일부 직원들이 유흥을 즐기기 위하여 마련한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벗어난 사적인 행위 도중에 발생한 재해에 해당하여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함을 이유로 요양급여를 불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 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① 소외 회사 아이비알 팀의 책임자인 소외 1 실장이 주도하여 1차 회식 참석자들이 다수결로 이 사건 1차 회식이 끝난 직후 바로 옆 장소로 옮겨 이 사건 2차 회식을 하였고, 그 비용도 아이비알 팀에게 지급된 시상금으로 충당하였으므로, 이 사건 2차 회식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진행되었거나, ② 원고는 이 사건 1차 회식 때 이미 만취하여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는데, 이 사건 1차 회식 후 순리적인 경로를 따라 이 사건 2차 회식에 참석한 후 화장실을 가려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발병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상해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당해 상해가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바, 당초 사용자의 전반적 지배·관리하에 개최된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이 종료되었는지 여부가 문제될 때에는 일부 단편적인 사정만을 들어 그로써 위 공식적인 행사나 모임의 성격이 업무와 무관한 사적·임의적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속단하여서는 안 될 것이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보호에 이바지한다고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두8475 판결 등 참조).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나머지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게 되었다면, 위 과음행위가 사업주의 만류 또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자신의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결단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거나 위 회식 또는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회식 중의 음주로 인한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두9812 판결 등 참조).

(2) 그러므로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 갑 제8호증, 을 1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3 및 당심 증인 소외 1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1차 회식에는 아이비알팀원 35명 중 31명이 참석하였고, 팀의 최고책임자인 소외 1 실장이 이를 주관하였으며, 회식비용 54만 원은 사전에 소외 회사로부터 승인을 받아 법인카드로 결제한 사정 등에 비추어 1차 회식은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던 업무상 회식으로 봄이 상당한 점, ② 이 사건 1차 회식은 소외 1이 실장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어 대다수 팀원들이 참석하였고, 당시 참석자들 중 다수가 과음하였으며, 원고도 주1) 만취하였는데, 이는 회식 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되어 위와 같은 음주에 이른 것으로서, 원고가 자신의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결단에 의하여 만취상태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③ 통상적으로 아이비알 팀은 1차 회식 이후 맥주집이나 노래방에서 2차 모임을 가지는데, 당시 상당수의 직원들이 대취하였던 관계로 술을 더 이상 마시지 않고 오히려 술이 깰 수 있는 노래연습장을 2차 장소로 정하였던 점, ④ 이 사건 2차 회식의 장소인 노래연습장은 이 사건 1차 회식 장소의 옆 건물에 위치하고 있고, 이 사건 재해는 노래연습장으로 장소를 옮긴 직후 발생한 점, ⑤ 이 사건 2차 회식도 소외 1 실장이 주관하였는데, 당시 원고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노래방 안에서 더 이상의 음주 없이 노래만을 부르고 있던 중 용변이 급해 화장실을 찾아간다는 것이 혼동하여 비상구쪽으로 향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에 이르렀는바, 이는 1차 장소에서 마신 음주가 주된 원인으로 보이는 주2)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다른 직원들과 함께 노래연습장으로 장소를 옮겨 화장실을 찾던 행동이 1차 회식의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1차 회식 참석과 그 직후의 행동들은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이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설령 원고가 자신의 주량을 고려하여 음주를 자제하였어야 함에도, 만취에 이른 과실이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일부 기여하였다 하더라도, 이로써 업무관련행위인 1차 회식 및 그에 연이은 과정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병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나아가 이 사건 2차 회식은 소외 1 실장이 아이비알 팀의 책임자로 부임한 이후 최초로 개최한 전체 회식인 1차 회식으로부터 이어져 왔고, 당시 부서장들의 요청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며, 1차 회식 참석자 중 13명이 참석한 것으로서, 사적 모임으로 보기에는 그 수가 많은 점,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와 사실상 동일시할 수 있는 팀의 책임자인 소외 1 실장이 2차 회식을 주도하고 그 비용을 부담하였다가, 소외 회사로부터 아이비알 팀 명의로 받은 업무평가 우수 시상금으로 보전받은 점, 아이비알 팀의 경우 1차 회식 이후 통상적으로 2차 회식이 진행되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참석한 2차 회식도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고 못 볼바 아니므로, 이 사건 사고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던 이 사건 1차 및 2차 회식 전체와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고, 결국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병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민중기(재판장) 임민성 안종화

주1) 노래연습장 종업원은 당시 원고가 술에 많이 취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주2) 원고는 노래연습장 운영자와 건물관리인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고소하였으나, 관할 검찰청 검사는 위 노래연습장에는 비상탈출구가 적법하게 설치되어 있고, 위 운영자 및 건물관리인에게 술에 취한 손님이 화장실로 오해하고 문을 열고 추락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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