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사용자의 전반적인 지배·관리하에 개최된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이 종료되었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
[2] 회사의 송년회를 겸한 회식에 참석한 근로자가 2차 회식장소인 노래방에서 사업주가 계산을 마치고 귀가한 후 동료를 찾기 위해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가 노래방 앞 도로에 쓰러져 뒷머리를 다쳐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은 사업주가 마련한 공식 회식의 끝 무렵에 회식으로 인한 주취상태에서 깨지 못해 일시적으로 남았던 것에 불과하여 회식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기준)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의 동생인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이 소외 2 경영의 이 사건 사업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여 오던 중 2006. 12. 30. 토요 근무를 마치고 16:00경부터 18:15경까지 사업주 소외 2(이하 ‘사업주’라고 한다) 및 직원 5인 전원 참석하에 송년회 겸 친목도모의 목적으로 식당에서 1차 회식을 마친 다음, 계속해서 참석자 전원이 인근 축제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2차 회식을 갖던 중 같은 날 19:50경 직원들 중 소외 3, 4가 먼저 귀가하여 사업주와 망인, 소외 5, 6만이 남았다가 같은 날 20:15경 위 방으로 노래방 도우미 2명이 들어오자 사업주가 여직원 소외 6을 데리고 먼저 나와 계산을 하고 귀가한 사실, 위 노래방 도우미 2명은 들어왔다가 곧바로 다른 방으로 가버렸는데, 끝까지 남은 망인과 소외 5가 동료들을 찾기 위해 같은 날 21:00경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가 소외 5가 다시 노래방으로 올라간 사이에 망인이 노래방 앞 도로에 쓰러져 뒷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겼으나 2007. 1. 6.경 급성경막하출혈 등을 원인으로 사망한 사실, 망인의 주량은 소주 1병 정도인데, 1차 회식 당시 소주 8병과 맥주 3, 4병을 참석자들이 나누어 마시면서 망인과 소외 5가 가장 많이 마신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1차 회식부터 2차 회식 중에 소외 3, 4에 뒤이어 사업주와 소외 6이 귀가할 때까지는 사회통념상 전반적 회식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2차 회식장소에 머무는 것이 강제되지 아니한 상황 하에서 사업주가 계산을 마치고 노래방을 나간 때부터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은 종료되고 망인과 소외 5가 임의적 판단에 따라 남은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 후 망인이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가 발생한 이 사건 사고는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호 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와 달리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살피건대,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바( 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누7271 판결 ,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두6717 판결 등 참조), 당초 사용자의 전반적 지배·관리하에 개최된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이 종료되었는지 여부가 문제될 때에는 일부 단편적인 사정만을 들어 그로써 위 공식적인 행사나 모임의 성격이 업무와 무관한 사적·임의적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속단하여서는 안 될 것이고, 위에서 든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보호에 이바지한다고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목적( 같은 법 제1조 )에 맞게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인정 사실에다가 원심과 제1심이 추가로 인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노래방에서의 위 2차 회식 당시 망인과 소외 5가 특히 많이 취한 상태였는데, 이에 사업주가 그 중 망인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도록 배려하였고, 위 노래방에서는 무알코올 맥주 10캔 정도를 주문하여 마신 사실, 잠시 들렀던 노래방 도우미들은 옆방 손님들이 불렀는데 방을 잘못 찾아온 것으로 곧바로 옆방으로 간 사실, 사업주 귀가 후에 망인과 소외 5가 추가로 술을 주문하고 도우미를 부르거나 비용을 계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전혀 없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 인정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2차 회식이 시작된 때부터 약 2시간 정도 지나 사업주가 귀가한 이후 망인과 소외 5가 노래방에 더 머물러 있었던 4, 50분간 별도의 새로운 모임이나 유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단지 사업주가 주관하여 열고 계산을 치른 후 중간에 먼저 떠난 회식의 마무리를 망인 등이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만취상태이던 망인 등이 사업주 등 다른 참석자들이 먼저 떠난 것도 모른 채 그들을 찾으러 나간 사실 역시 당시 공식적으로 회식을 마친 바 없이 사업주 등 일부 참석자들이 개인적 사정으로 중간에 자리를 떠난 것에 불과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할 것인바, 이러한 사정들에다가 앞서 본 업무상 재해의 법리 및 이 사건 1, 2차 회식이 처음부터 사업주 주관 및 비용 부담하에 송년회 등 명목의 공식적 행사로서 전 직원 참석하에 열린 것이라는 사정을 보태어 보면, 사업주가 귀가하고 난 후 사고 발생 이전까지 망인이 계속 남아 있었던 것은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이 종료한 후 망인의 임의의 판단에 따른 별도의 모임을 위한 것이었다거나 그 과정에서 사고의 원인이 된 음주 등 실질적이고 추가적인 유흥을 가졌다고는 보기 어렵고, 오히려 사업주가 마련한 공식 회식의 끝 무렵에 회식으로 인한 주취상태에서 깨지 못해 일시 남았던 것에 불과하여 당초의 회식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사업주 귀가 당시 망인 등이 2차 회식장소에 그대로 남은 행위가 공식 회식 종료 이후의 사적·임의적 모임에 불과하다고 보고, 그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좀 더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