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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5. 12. 24. 선고 85도2178, 85감도31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보호감호][공1986.2.15.(770),359]
판시사항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판결요지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증거는 단지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 정도로서는 부족하고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피고인 겸 피감호청구인

피고인 겸 피감호청구인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감호청구인

변 호 인

변호사 윤종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 겸 피감호청구인(이하 피고인이라 한다) 및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84.11.24. 06:10경 부산 중구 남포동 6가 84 소재 피해자 김관호 경영의 종합전자상사에 이르러 금품을 절취하기 위하여 미리 준비한 빠루로 위 상점 셔터문의 시정장치를 비틀어 손괴하던중 위 피해자에게 발각되어 그 목적을 달하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고 인정한 1심판결을 유지하고 있다.

2. 위와 같이 원심이나 1심이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인정한 주요한 증거는 피고인의 범행을 직접 목격하였다는 피해자 김관호의 1, 2심 법정 및 검찰과 경찰에서의 진술내용인바, 그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 점포의 셧터문 열쇠고리앞에 도로를 향한 자세로 뒷짐을 지고 서서 빠루를 잡고 열쇠고리를 따는 것을 약 30미터 떨어진 육교 위에서 목격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첫째로, 검사의 위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 기재내용과 수사기록에 편철된 범행현장약도 표시(45정)에 의하면 위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을 처음 목격했다는 시각은 새벽 05:40경이고 목격장소와 범행장소 사이의 거리는 30미터 정도인 사실이 인정되는 바, 범행일자인 11.24의 위와 같이 이른 새벽시간에 3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과연 범인의 거동을 앞에서 본 피해자의 진술내용과 같이 소상하게 관찰할 수 있었는지 또 그 범인이 피고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 자못 의심스럽다.

이점에 관하여 위 피해자는 경찰에서는 위 점포옆에 신호등과 가로등이 있어 확실하게 사람을 식별할 수 있었다고 확언하였다가(수사기록 11, 12정)그후 검찰에서는 얼굴은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차림은 잘 보였으며 피고인이 문고리를 따는 것은 정확하게 보지는 않았으나 차림으로 보아서 그 당시 피고인이 문고리를 따고 있는 것 같았다고 진술하고 있어서(수사기록 39정) 그 진술취지가 일관되지 못하고 모순된다.

또 위 피해자는 경찰에서 베이지색잠바를 입은 범인이 범행하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수사기록 11정 뒷면), 그 후에는 범인이 머리부분이 허옇게 보이고 상의색깔은 희끄러므하여 확실히 모르겠으나 회색이었다고 진술하고(수사기록 28정 뒷면) 2심법정에서는 얼굴은 자세히 볼 수 없었으나 흰옷차림과 목장갑이 두드러졌다고 진술하고 있어서(공판기록 112정), 피고인이 목격한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한 진술내용도 일관되지 못하고 서로 차이가 있다.

둘째로, 위 피해자의 2심법정에서의 진술(공판기록 112, 113정)과 경찰에서의 진술(수사기록 12정)및 수사기록 편철의 범행현장 약도와 사진(수사기록43정, 48정)에 의하면 피해자의 점포는 부산시내 번화가의 대로네거리 인도변에 위치하고 그 앞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어 피해자가 범인의 범행을 목격하였다는 그 시각에 이미 위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많았던 사실과 피고인은 당일 06:10경 위 점포부근의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위 피해자와 동행한 경찰관에게 범인으로 지목되어 체포된 사실이 인정되는 바, 위와 같이 사람의 왕래가 적지 않은 대로변에서(더구나 위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위 상점옆에는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빠루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문고리를 손괴하고 있었다는 것은 선뜻 수긍이 가지 않으며, 혹시 피해자는 위 점포의 열쇠고리가 손괴되고 빠루가 현장에 남아있던 일과 피고인이 현장에서 서성거렸던 일을 결부시켜 피고인을 그 범인이라고 추측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여지가 없지 않다.

3.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증거는 단지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 정도로서는 부족하고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음은 당원이 누차 밝혀온 형사증거판단의 기본원칙이다 (예컨대, 당원 1985.10.8. 선고 85도1146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과 동종의 절도등 전과가 많은 자임이 인정되고 더구나 이 사건 범행장소 부근에서 서성대다가 체포되었으므로 이러한 상황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범인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일기는 하나, 위에서 지적한 몇가지 증거상의 의문점을 밝혀보기 전에는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확신하기에 미흡하며, 피고인이 전과자이고 현장에서 서성거렸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증거상의 의문점에 눈감음으로써 만에 하나라도 범인아닌 자에게 무고하게 징역형과 보호감호처분에 장기복역케 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케 하고자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기승(재판장) 전상석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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