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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울산지법 2004. 12. 1. 선고 2003고단3665 판결
[절도] 항소[각공2005.2.10.(18),287]
판시사항

목격자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에 비추어 범인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은 정확성과 신빙성이 낮아 목격자의 진술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해자의 아들인 만 7세의 초등학교 2학년생 목격자가 경찰관에게 범인의 머리 색깔 및 길이, 신장 등의 특징을 진술하자 이전에 같은 수법의 절도 전과자인 피고인을 조사한 경험이 있는 경찰관이 '용의자 사진첩'에서 피고인의 사진을 제시하여 목격자로부터 피고인이 그 범인이라는 진술을 받아 낸 다음, 그로부터 23일이 지난 후에 범인식별실에서 다시 목격자로부터 피고인이 범인이 틀림없다는 진술을 받아내었으나, 이와 같은 목격자의 진술은 범인식별 절차에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경찰이 범인의 인상착의가 피고인과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용의자로 지목하여 확인을 의뢰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이 두 가지 범인식별 절차를 거치는 동안 목격자가 피해자와 범인에 관하여 반복적으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목격자의 범인에 관한 기억이 위 '용의자 사진첩'의 사진상의 인물과 일치되는 방향으로 무의식적으로 대체 내지 수정(이른바 '기억의 간섭' 현상)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목격자가 목격한 범인의 인상과 피고인의 그것이 대체로 유사하다고 볼 여지가 있고 피고인에게 같은 수법의 범행 전력이 다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목격자의 진술은 높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목격자의 진술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검사

김희경

변호인

법무법인 명진 담당 변호사 김석환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3. 11. 3. 16:40경 울산 동구 전하동 소재 동울산시장 내 상호불상의 과일상회 앞 길에서 피해자 가 과일 맛을 본다고 잠시 한눈을 파는 틈을 이용하여 유모차 주머니 안에 있는 위 피해자 소유의 현금 40,000원 및 주민등록증 1장, 삼성카드 2장 등 신용카드 7장이 들어 있는 손지갑 1개 시가 금 100,000원 상당을 꺼내어 가 이를 절취한 것이다.

2. 피고인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자신은 위 2003. 11. 3. 11:00경부터 15:00경까지 낮잠을 자고 15:20경 작은 아들이 다니는 미술학원의 원장과 통화를 한 후 남편과 함께 집에 있다가 17:10경 작은 아들이, 조금 후 큰 아들이 귀가하여 함께 식사를 한 다음 18:40경 남편이 친구 병문안을 위하여 외출을 하고 나서 20:35경 자신이 근무하는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의 구내식당으로 출근을 한 사실이 있을 뿐, 이 사건 당일 위 동울산시장에 간 사실도 없고 피해자의 손지갑을 훔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며, 경찰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로는, ① 피고인이 위 범행 일시 및 장소에서 위 손지갑을 절취하여 가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 의 경찰에서의 각 진술, 피해자의 아들인 공소외인(1996. 2. 16.생, 이 사건 발생 당시 초등학교 2학년생)의 경찰, 법정에서의 각 진술, ② 공소외인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설명하는 피해자의 경찰, 검찰 및 법정에서의 각 진술, 경찰관 김효석, 이희철의 각 법정 진술, 위 이희철 작성의 수사보고서의 기재, ③ 사법경찰리 작성의 압수조서 및 압수물목록의 각 기재, ④ 검찰주사 정문호 작성의 수사보고서(진료차트 첨부보고)의 기재, ⑤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의 전과에 대한 의견서사본 첨부보고서의 기재, ⑥ 거짓말탐지기검사결과통보서 기재, ⑦ 당시 피고인이 근무하던 직장의 인사담당자인 오영애의 검찰 및 법정에서의 각 진술, ⑧ 피고인의 아들이 다니는 미술학원 원장 박상순의 검찰에서의 진술, ⑨ 피고인 및 그 남편의 이 사건 당일 휴대전화의 통신 내역을 추적한 통신사실조회 첨부보고서의 기재, ⑩ 검찰주사 정문호 작성의 지도첨부보고서의 기재가 있다.

나. 먼저, 위 각 증거 중 ⑧ 내지 ⑩ 증거는, 피고인의 작은 아들이 이 사건 당일 17:00경까지 미술학원에 있다가 귀가하였고(⑧ 증거),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휴대전화에는 문자 메시지가 1통 왔을 뿐 통화내역이 없으며, 피고인의 남편의 휴대전화로는 피고인의 주거지 부근 기지국인 양정동 기지국을 통한 통화가 있었는데(⑨ 증거), 피고인의 주거지가 위 양정동 기지국의 전파권 범위인 2km 이내의 거리에 있고, 피고인의 주거지와 이 사건 현장인 동울산시장까지의 직선거리가 약 3.7km이라는(⑩ 증거) 취지에 불과하여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과 일치하는 내용이거나 피고인이 이 사건 절도 범행의 범인이라는 점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증거이다.

다음으로, ③ 증거는 공소외 백복순이 2003. 11. 3. 18:00경 이 사건 도난 사건 발생 현장 인근의 노상 쓰레기통에 위 손지갑이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여 피해자 에게 돌려 준 것을 같은 달 28. 피해자로부터 임의제출받아 압수하였다는 취지이고, ④ 증거는 피고인이 2000.경 생리 도벽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바 있다는 취지이며, ⑤ 증거는 피고인이 1999. 10. 중순경부터 2003. 5.경까지 사이에 12회에 걸쳐 위 동울산시장을 비롯한 시장 등지에서 유모차나 매장에서 가방 또는 손지갑 등을 절취한 범죄사실로 2회에 걸쳐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취지이고, ⑥ 증거는 피고인이 경찰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질문에 피고인이 현저한 거짓반응을 보였다는 취지이며(⑥ 증거에 관하여 변호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한 바 있으나,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는 이상 피고인의 거짓말탐지기검사결과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⑦ 증거는 피고인의 머리가 탈색이 심하게 되어 노란 색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에 불과한바, 이들 각 증거는 모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의 열쇠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는 취지의 ① 및 ② 증거가 신빙성 있는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다. 피고인이 범행을 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각 진술(① 증거)의 신빙성에 관하여 본다.

(1)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파출소에서 피해자 조사(이하 '1차 조사'라 한다)를 받으면서 "과일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떤 아주머니가 황급히 가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유모차 주머니 안에 두었던 지갑을 확인하여 보니 지갑이 없어졌는데, 범인의 얼굴을 보지는 못하였으나 범인이 청바지에 검은색 상의를 입고 짧은 단발머리에 155cm 정도의 키와 보통 체격의 여자로 5살 정도 된 남자 아이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같은 달 5. 동부경찰서 형사계에서 조사(이하 '2차 조사'라 한다)를 받으면서는 "상, 하의 검정색 옷을 입고 머리가 노란 염색을 한 아주머니가 지갑을 훔쳐 도망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 갔지만 잡지 못하였는데, 자신은 얼굴을 보지 못하였으나 공소외인이 범인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같은 달 28. 다시 동부경찰서 형사계에서 범인식별실에 있는 피고인을 보고 나서 피고인과 대질하여 조사(이하 '3차 조사'라 한다)를 받으면서는 "무심결에 손지갑을 쳐다보다가 손지갑이 없어졌기에 "어, 지갑"이라고 하자 공소외인이 "엄마, 저기 노란머리 아줌마가 가져갔어요."라고 하여 위쪽을 쳐다보니 피고인이 5세 가량의 아이와 함께 뛰어서 도망을 가기에 붙잡으려고 좇아 가다가 놓쳐버렸는데, 피고인이 범인임에 틀림없으며, 자신 면전에서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니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반면,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후 피고인의 작은 아들이 이 사건 당일 미술학원에서 17:00경에 귀가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피해자는 검찰에서 조사(이하 '4차 조사'라 한다)를 받으면서는 "유모차에 지갑을 넣어두고 아이들도 있었기 때문에 자주 유모차쪽을 쳐다보았는데 곁눈으로 지갑색깔과 같은 빨간색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기에 지갑을 확인하여 보았더니 지갑이 없어졌으며 시장을 보러 온 아주머니가 "일행인 줄 알았는데, 어떤 여자가 유모차 옆에 있다가 황급히 가는 것을 보았다. 빨리 가 보라."고 하여 그 아주머니가 일러 주는 방향으로 뛰어 가 보았지만 특별히 의심되는 사람이 없어 유모차로 돌아오는데 그 때 공소외인이 "엄마 노랑머리 아줌마가 지갑을 가져갔다."고 말을 하여 경찰에 신고를 하였으며, 경찰이 과일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검정색 계통의 옷을 입은 아줌마가 조금 전에 유모차 옆에 있었다고 하여 경찰과 함께 시장을 돌아 보았으나 범인을 찾지 못하였으며, 1차 조사시 공소외인이 "노란머리 아줌마가 지갑을 가져가는 것을 보았고, 눈이 동그랗다."고 한 적이 있는데, 자신이 범인의 옷 색깔, 키와 체격에 관하여 종전에 진술한 것은 과일가게 주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직접 목격한 것처럼 진술한 것이며, 범인과 함께 도망을 갔다는 아이에 관한 종전의 진술은 유모차에서 옆에 서 있던 아이를 본 적이 있는데 지갑이 없어진 무렵 귓가에 "빨리 가자. 빨리 가자."는 말이 들려 그 말을 한 사람이 범인이고 그 아이가 범인의 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여 그렇게 진술한 것이고, 범인이 노란 머리라고 진술한 것은 공소외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말한 것일 뿐 자신은 아이와 함께 도망가는 사람도 혼자 도망가는 사람도 직접 목격한 바 없다."고 진술하여 종전의 진술과는 달리 자신은 범인을 직접 목격한 바 없음에도 공소외인으로부터 들은 범인의 인상을 토대로 피고인이 범인으로 생각하여 진술한 것이라며 종전의 진술을 번복하였고, 그 후 검찰의 수사지휘로 경찰에서 피해자를 다시 조사(이하 '5차 조사'라 한다)하는 과정에서는 " 공소외인이 범인이 혼자 있었다고 진술하는 것을 보니 자신이 잘못 본 것으로 생각되며, 당시 현장에서 공소외인이 '엄마 저기 저 아줌마가 훔쳐 갔어요'라고 말하며 시장 위쪽을 손으로 가리키기에 쳐다보니 어떤 아줌마가 아이를 데리고 뛰어 가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인 줄 알았다."고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 증언을 하면서도 자신은 지갑을 가져가는 손만 보았을 뿐 범인을 본 것은 아니며 아이에 관한 진술도 사실이 아니라고 진술하였다.

(2) 이와 같은 피해자의 당초의 진술 내용과 그 번복 과정에 비추어 보면, 자신이 범인을 목격하였는데 피고인이 그 범인임에 틀림없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각 진술은 전혀 신빙성이 없다 할 것이다(오히려 피해자의 각 진술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절도 범인은 범행 현장에서 5세 정도의 어린이와 함께 있었다는 여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라. 다음으로, 공소외인의 각 진술 및 위 ② 각 증거의 신빙성에 관하여 살핀다.

(1)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지목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가)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16:40경(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시간이 처음에는 17:20경이라고 진술하였다가 나중에는 과일가게에 가기 전에 위 시장 내 '아름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한 시간이 16:30경이었으므로 피해를 입은 시간이 그로부터 10분 정도가 지난 16:40경인 것 같다고 진술하여 이 사건 범행 시간이 16:40경으로 확정되었다) 유모차에 2살 된 아기를 태우고 10세의 큰아들과 위 공소외인을 데리고 동울산시장 내에 있는 노점 과일가게에서 등 뒤에 유모차와 아이들을 세워두고 단감을 시식하던 중, 유모차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지갑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112에 도난신고를 하였다.

(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 도착하여 피해자와 과일가게 주인 여자에게 용의자에 대하여 물어보았으나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듣고 피해자와 함께 시장을 한 바퀴 돌아 보았으나 의심되는 사람이 없어 부근에 있는 전하2파출소로 피해자를 데리고 가서 1차 조사를 하였고, 당시 피해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155cm 정도의 키에 보통 체격으로 5살 정도 된 남자 아이와 함께 있던 여자가 범인인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다.

(다) 이 사건 당일, 전하2파출소장(울산동부경찰서 중부지구대 제3사무소장)의 보고를 받은 울산동부경찰서 수사과에서는 동일 수법의 전과자를 상대로 수사할 것을 지시하였고, 위 경찰서 수사과 소속 경찰관 김효석은 동일 수법의 전과자인 피고인이 출소한 상태로 목격자를 확보하여 검거코자 한다는 수사보고를 하였다.

(라) 피해자는 같은 달 5. 2차 조사시 참고인 진술을 하면서, 자신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을 한 아주머니가 지갑을 훔쳐 도망가는 것을 보았는데 공소외인이 범인의 얼굴을 보았다고 진술하였고, 공소외인은 자신이 유모차 옆에 서 있다가 지갑을 가져가는 아주머니를 보았는데, 범인이 지갑을 훔쳐 갈 때 피해자가 "어" "지갑"이라고 말하였고, 그 때 자신이 피해자에게 노란 머리를 한 아주머니가 훔쳐 갔다고 이야기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마) 피고인은 동종 수법의 범행으로 2번이나 김효석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고 마지막 범행으로 조사받을 때에는 밝은 색으로 머리를 염색을 한 바 있는데, 경찰관 김효석은 동종 수법의 전과자는 울산 시내에서 피고인 뿐이어서 피고인이 범인일 것으로 판단하여 '용의자 사진첩'에서 피고인의 사진을 공소외인에게 보여 주면서 범인이 피고인이 맞는지를 물었고, 공소외인은 머리가 사진 속의 여자보다 더 짧고 더 노란 색이며 사진의 얼굴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다가 위 김효석이 한 번 더 피고인의 사진을 보여 주자 맞는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바) 당시 경찰이 보여준 '용의자 사진첩' 중 피고인의 사진이 들어 있는 페이지에는 남자 4명과 여자 2명 등 6명의 사진이 있었고, 피고인 아닌 다른 여자의 인상은 피고인의 인상과 확연히 구별되며, 위 '용의자 사진첩' 중 피고인 해당란은 2000. 5. 25. 작성된 것으로 피고인의 머리카락이 목까지 내려오고 군데 군데 옅은 갈색으로 염색되어 있는 상태로서 이 사건 발생 이후 검찰에서 촬영한 사진과 비교할 때 위 '용의자 사진첩'의 얼굴이 더 마른 편이고 머리도 길고 검은색 숱이 많은 편이다.

(사) 경찰은 같은 달 28.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고인을 긴급체포 한 다음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자 피해자와 공소외인을 불러 3차 조사를 하였는데, 경찰은 피고인을 범인식별실에 있게 하고 피해자와 공소외인으로 하여금 피고인이 범인이 맞는지를 확인하도록 하였으며, 피해자와 공소외인은 피고인이 범인이 틀림없다고 진술하였다.

(아) 그러나 피해자는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 실시된 4차 조사에서 "자신은 범인을 직접 목격한 바 없으며, 자신이 2차 조사를 받으면서 사진상의 인물이 범인이라고 말한 이유는 공소외인이 설명하여 준 범인의 인상이 사진상의 인상과 정확히 일치하기에 피고인이 범인이 맞다고 진술한 것이고, 3차 조사에서 피고인이 범인이 틀림없다고 진술한 것도 공소외인으로부터 들은 얼굴 생김과 거의 일치한다는 뜻이지 틀림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5차 조사를 받으면서는 "이 사건 당일 공소외인으로부터 신체 특징을 듣고 이후에도 공소외인으로부터 계속 범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3차 조사시 피고인의 모습이 공소외인이 말한 모습과 똑같았고 당시 공소외인이 '엄마. 저 아줌마 맞아요'라고 하여 자신도 피고인이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진술하였던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법정에서는 "자신은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하여 피고인의 사진을 보고는 범인인지 잘 몰랐으며 대질신문(3차 조사)시에는 공소외인이 설명한 대로 피고인의 뒷모습이 머리가 노랗고 귀밑까지 내려오는 것이 범인의 인상과 같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진술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자) 5차 조사는 공소외인이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진술을 하는 것을 꺼려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와 공소외인의 과외선생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루어 졌는데, 공소외인은 당시 범인이 혼자 있었고 범인식별실에서 본 피고인이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진술하였다.

(2) 한편, 공소외인은 2차 조사시 처음으로 범인의 머리 색깔이 노란색이라고 진술한 이래 일관되게 범인의 머리 색깔이 노란색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며, 2차 조사 당시 범인의 머리가 귀밑까지 내려오고 키가 크다는 특징을 말한 바 있는데, 이러한 특징은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머리 색깔 및 길이와 신장(163cm 정도)과 대체로 유사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할 것이나{서화영, 오영애의 각 법정 진술, 2003. 10. 23.경 작성된 피고인의 인사기록표에 첨부된 사진, 위 '용의자 사진첩'상의 사진, 위 인사기록표, 그 외 범인의 특징으로 공소외인이 지적하였다고 기록상 나타나는 것으로는 범인의 눈이 동그랗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피해자가 4, 5차 조사시 처음으로 언급한 내용으로, 공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범행 현장과 1차 조사시 범인의 눈이 동그랗다고 들었다는 것이나, 피해자의 이러한 진술은 범인식별실에서 피고인의 얼굴을 보고 난 후에 자신의 종전 진술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진술인 점 및 공소외인은 수사기관에서 범인의 눈이 동그랗다고 진술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법정에서는 범인의 눈이 동그란지 여부는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실제로 공소외인이 범인의 눈매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말한 바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노란색에 가까운 밝은 갈색의 머리가 귀 밑에까지 내려오고 163cm 정도로 다소 큰 키의 여성은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0대 초반의 가정주부의 모습이어서 공소외인의 각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는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3)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하여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용의자나 그 사진상의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하여,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의 목격자의 진술은,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목격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게 하려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 내지 묘사를 사전에 상세히 기록화한 다음, 용의자를 포함하여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여야 하고, 용의자와 목격자 및 비교대상자들이 상호 사전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후에 증거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와 사진 등으로 서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고, 사진제시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야 할 것이고(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4946 판결 , 2004. 2. 27. 선고 2003도7033 판결 ), 목격자의 기억은 목격 이후 용의자를 대면할 때까지의 사이에 새로운 정보에 의하여 목격 당시의 기억이 대체·수정되어(이른바 '기억의 간섭' 현상) 목격자가 최초에 목격한 기억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기억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목격자가 용의자를 대면하여 범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기까지 사이에 범인의 인상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인 사실이 있는지 여부도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된다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소외인이 자신이 범죄 현장에서 목격한 범인과 피고인이 동일한 인물이라고 확인을 한 경위를 살펴보면, ① 피고인의 사진 및 실물을 통하여 이루어 진 공소외인에 의한 두 번의 범인식별진술은 모두 범인식별 절차에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하여 준수되어야 할 위와 같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② 사진을 통한 범인식별 진술은, 만 7세의 초등학교 2학년생인 공소외인이 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시장에서 짧은 시간 동안 생면부지의 범인을 처음으로 보았으며 피고인과도 이 사건 이전에는 안면이 없었던 점, 피고인이 이전에도 두 번에 걸쳐 이 사건 공소사실과 동일한 수법의 범행으로 경찰관 김효석의 조사를 받은 바 있는데, 김효석은 이 사건의 범행수법이 피고인의 종전 범행과 동일한 수법이고 범인의 머리가 노랗고 키가 크다는 피해자 및 공소외인의 진술을 듣고는 피고인이 범인일 것이라는 예단을 가지고, 피고인의 이 사건 당일 행적이나 피해품의 소지 여부 등에 관하여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공소외인에게 위 '용의자 사진첩'에서 피고인의 사진을 제시하고 피고인이 범인이 맞는지를 확인하려 한 점, 공소외인이 위 사진 속의 인물이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범인의 머리와는 길이와 색깔이 달라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도 다시 위 '용의자 사진첩'에서 피고인의 사진을 보여 주어 공소외인으로부터 맞는 것 같다는 진술을 받아 낸 점, 당시 범인을 직접 목격한 바 없는 피해자가 옆에서 피고인이 범인임에 틀림없다는 진술을 한 점 등 그 식별절차 이전 및 당시의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제시된 사진상의 인물이 공소외인이 목격한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암시가 주어졌을 개연성이 높다 할 것이며, ③ 범인식별실에서의 실물을 통한 범인식별 진술은, 경찰이 그로부터 23일이 지나 피고인을 긴급체포하여 범인식별실에 혼자 들어가 있게 하고 공소외인으로 하여금 피고인을 대면하게 하고 피고인이 범인이 맞느냐는 질문을 함으로써 앞서 본 바와 같은 암시가 주어진 상태에서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크다고 볼 것이며, 공소외인이 이전에 이미 피고인의 사진을 보고 범인이라고 확인을 한데다 그 이후 피해자와 범인의 인상에 관하여 반복적으로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실제로 공소외인과 범인의 인상에 관하여 반복하여 대화를 하였다고 한다) 당초 목격한 범인의 용모 등에 관한 기억을 사진 속의 인물의 용모와 일치되는 방향으로 무의식적으로 대체 내지 수정시키는 이른바 '기억의 간섭'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크다 할 것이므로, 공소외인이 목격하였다는 범인의 머리 색깔 및 길이, 신장 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그것과 대체로 유사하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진 및 실물을 통한 범인식별 절차에서 공소외인의 각 진술이나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공소외인의 그 이후의 진술은 높은 정도의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범인식별 절차에서 공소외인이 피고인이 범인임을 확인한 경위에 관한 피해자, 김효석, 이희철의 각 진술 및 이희철 작성의 수사보고서의 기재(위 ② 각 증거) 역시 모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다음으로, 공소외인의 위와 같은 진술 외에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1999. 10. 중순경부터 2000. 5. 2.경까지 사이에 울산 동구 화정동 소재 농수산물시장에서 6회, 이 사건이 발생한 동울산시장에서 3회, 백화점에서 2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유모차 등에서 가방 또는 손지갑 등을 절취하고, 2003. 5. 21. 12:30경 상가 내 옷가게 앞 노상에서 피해자가 옷을 고르는 틈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유모차 손잡이에 걸어 놓은 핸드백 속에서 금품을 절취한 범죄사실로 2회에 걸쳐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 이와 같은 범행으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죽어도 범행을 한 적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하다가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고서야 범행을 자백한 바 있고, 2000.경 생리 도벽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바 있으나(위 ④ 및 ⑤ 증거),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이 이 사건 당일 집에서 15:20경 아들이 다니는 미술학원 원장과 통화를 하였고, 그 아들이 17:10경 미술학원에서 집으로 왔으며 남편이 18:40경 남편의 친구 병문안을 위하여 외출을 할 때까지 남편과 함께 집에 있다가 20:35경 출근을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심상용, 박상순의 각 법정 진술, 위 ⑧ 증거), 이러한 피고인의 이 사건 당일 행적과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 현장에서 피해자가 보았다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가 범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인의 위 각 진술에 앞서 본 피고인의 전력에 관한 정황을 보태어 보더라도 공소외인의 위 각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마. 무릇 형사재판에 있어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러한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생리 도벽으로 이 사건 범행 현장인 동울산시장 등지에서 수 회에 걸쳐 동종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인정되고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거짓반응으로 나왔다는 등 다소 유죄의 의심이 가는 정황이 보인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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