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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다45603 판결
[국가배상][공2014상,834]
판시사항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민주화운동관련자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의 지급결정에 동의하여 보상금 등을 받은 경우, 같은 법 제18조 제2항 에 따라 재판상 화해의 성립이 의제되는 범위

판결요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운동보상법’이라 한다)의 입법 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특히 민주화운동보상법 제18조 제2항 의 입법 목적이 신청인이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이하 ‘보상금 등’이라 한다) 지급결정에 동의한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특히 기판력을 부여함으로써 소송에 앞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상심의위원회’라 한다)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절차를 통하여 이를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보상심의위원회가 신청인이 신청한 내용 중 일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민주화운동보상법에서 정한 민주화운동관련자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지 아니한 이상, 신청인이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보상법 제18조 제2항 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2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재용)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10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규영 외 1인)

주문

1. 가. 원심판결 중 원고 6, 7의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등에 의한 취업방해로 인한 위자료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 원고 6, 7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2. 나머지 원고들의 상고와 피고의 원고 10, 22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3. 상고비용 중 원고 10, 22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 부담하고, 원고 6, 7, 10, 22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나머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 10, 22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1)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운동보상법’이라 한다) 제1조 는 “이 법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명예회복 및 보상을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화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2조 제1호 는 “민주화운동이라 함은 1964년 3월 24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 및 가치의 실현과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을 말한다”고 규정하며, 제2호 본문은 “민주화운동관련자라 함은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자 중 제4조 의 규정에 의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상심의위원회’라 한다)에서 심의·결정된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각 목에서 그 대상자로 “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상이를 입은 자, 다.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질병을 앓거나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는 자, 라.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자”를 들고 있고, 제10조 제1항 은 “관련자 또는 그 유족으로서 이 법에 의한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이하 ‘보상금 등’이라 한다)을 지급받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련증빙서류를 첨부하여 서면으로 위원회에 보상금 등의 지급을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제14조 제1항 은 “보상결정서정본을 송달받은 신청인이 보상금 등을 지급받고자 할 때에는 지체 없이 그 결정에 대한 동의서를 첨부하여 위원회에 대하여 보상금 등의 지급을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은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화운동보상법 시행령 제20조 는 “보상결정통지서·생활지원금지급결정통지서 또는 명예회복결정통지서를 받은 신청인이 보상금 등의 지급을 받고자 하는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한 별지 제10호 서식의 동의 및 청구서에 보상결정서·생활지원금지급결정서 또는 명예회복결정서 정본과 신청인의 인감증명서 각 1부를 첨부하여 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3호 로 “보상결정에 동의하고 보상금 등의 지급을 청구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고, 위 시행령 별지 제10호 서식의 동의 및 청구서에는 “신청인은 그 보상금 등을 받은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하여 화해계약을 하는 것이며, 그 사건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할 것임을 서약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2) 위와 같은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입법 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특히 민주화운동보상법 제18조 제2항 의 입법 목적이 신청인이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특히 기판력을 부여함으로써 소송에 앞서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절차를 통하여 이를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보상심의위원회가 신청인이 신청한 내용 중 일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민주화운동보상법에서 정한 민주화운동관련자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지 아니한 이상, 신청인이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보상법 제18조 제2항 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

나.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인천동부경찰서 경찰관들이 1976. 7. 23. 동일방직 주식회사(이하 ‘동일방직’이라 한다) 노동조합 집행부의 핵심인물을 영장 없이 체포하여 대의원 대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노동조합 대의원 선거일인 1978. 2. 23. 06:00경 반대파 조합원들이 투표를 하려던 조합원들을 향해 똥물을 투척하여 투표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해 다른 조합원들이 시위를 하자 중앙정보부의 지시로 1978. 4. 1. 원고들을 포함한 120여 명의 조합원들이 해고된 사실, ② 1978. 4. 10. 전국섬유노동조합 부산지부 지부장 명의로 원고들을 포함한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이 첨부되었고, 1987년경 발견된 이른바 ‘경동산업 블랙리스트’에도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 중 116명의 명단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 때문에 원고들을 포함한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들은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없었고 취업되더라도 곧 해고되었는데, 위 명단 작성 및 배포에 중앙정보부 등 국가기관이 관여한 사실, ③ 원고들은 2001년에서 2010년경 사이에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되었고, 그 당시 인정된 사실은 시위 및 농성, 그로 인한 해고에 관한 것이며 원고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도 함께 적시되어 있는데,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등으로 인한 취업방해 행위 관련 내용은 보상심의위원회의 의결서에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고, 다만 원고 6, 7에 대한 의결에서는 “블랙리스트 작성·배포에 따른 재취업 기회의 상실은 민주화운동보상법이 규정하는 민주화운동관련자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부분에 관하여 불인정 결정을 한 사실, ④ 원고 10, 22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제1항에서는 ‘생활지원금 수령 원고들’ 또는 ‘위 원고들’이라 한다)은 보상심의위원회에 민주화운동관련자로서 생활지원금을 신청하여 각각 생활지원금 50,000,000원 또는 40,631,000원의 지급결정을 받아 그 무렵 위 지급결정에 동의하고 생활지원금을 모두 수령한 사실을 알 수 있다.

(2) 위 인정 사실 및 기록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의 위 노동조합활동 방해 및 강제해고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등으로 인한 취업방해 행위는 모두 민주화운동보상법이 제정되어 위 원고들이 생활지원금을 지급받기 전에 이미 발생한 것들인 점, ② 피고 산하 기관이 노동조합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 및 배포한 이유는 결국 해고된 조합원들을 관리하고 이들의 재취업을 곤란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행위는 위 원고들이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은 사유인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한 해직’의 연장선상에 있거나 그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③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해직기간과 그 이후에 있었던 취업방해 행위로 인한 해직기간은 중첩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청인이 보상금 등을 지급받음으로써 양쪽의 피해를 모두 보상받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 노동조합활동 방해 및 강제해고,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등 행위에 의하여 위 원고들이 입은 피해는 모두 위 원고들이 민주화운동보상법 제9조 소정의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 데 동의한, 동일방직 노동조합 관련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해당하여, 민주화운동보상법 제18조 제2항 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다. (1)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생활지원금 수령 원고들 중 원고 6, 7을 제외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위 조항에 따라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들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였으므로 생활지원금 수령 원고들 중 원고 6, 7을 제외한 원고들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들에 대하여 다시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민주화운동보상법 제18조 제2항 의 효력 범위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2) 다만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 6, 7에 대하여는 보상심의위원회의 의결에서 명시적으로 블랙리스트 작성·배포에 따른 재취업 기회의 상실 부분에 관하여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하였고 그에 기초하여 생활지원금이 지급된 이상, 원고 6, 7이 생활지원금을 수령하였다고 하여 그로 인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등에 의한 취업방해로 인한 위자료청구 부분에 대하여까지 미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달리 원고 6, 7의 위 위자료청구 부분에 대하여도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친다고 본 것은 민주화운동보상법 제18조 제2항 의 효력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라. 한편 위 화해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착오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생활지원금 수령 원고들의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내세우는 새로운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국가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피고 산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정리위원회’라 한다)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피고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위 권리 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는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으로 제한된다(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정리위원회가 2010. 6. 30. 동일방직 노동조합 관련 사건에 관하여 진실규명결정을 한 사실, 원고 10, 22는 그로부터 6개월 내인 2010. 12. 6.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 원고들은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후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그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다.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피고가 위 원고들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원고 10, 22의 상고이유 및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의 불법행위의 내용 및 정도, 불법행위가 이루어진 때와 현재의 시간적 간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원고 10, 22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정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6, 7의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등에 의한 취업방해로 인한 위자료청구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 6, 7의 나머지 상고와 나머지 원고들의 상고 및 피고의 원고 10, 22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 6, 7의 상고를 제외한 나머지 상고로 인한 부분은 패소자들이 각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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