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다61120 판결
[손해배상(기)][공1995.10.15.(1002),3385]
판시사항

가. 보세화물관리세칙(관세청 고시 90-627호) 제4조, 제5조가 운송인으로 하여금 선하증권의 수취 전에 자가보세장치장을 가지고 있는 수입자의 보세운송에 대하여 동의하도록 강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본 사례

나. 과실상계 제도의 의의 및 그 과실의 정도

다. 선하증권과의 상환 없이 화물을 인도한 운송인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신용장개설 의뢰인의 신용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은행의 과실 정도를 50%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라. 선하증권과의 상환 없이 화물이 인도됨으로써 신용장개설은행이 입은 손해액을 외화로 지급한 대금 상당으로 보는 경우, 그 손해배상 채권이 외화채권인지 여부 및 그 시가를 우리 나라 통화로 환산할 기준 시기와 환율

판결요지

가. 보세화물관리세칙(관세청 고시 90-627호) 제4조, 제5조가 운송인으로 하여금 선하증권의 수취 전에 자가보세장치장을 가지고 있는 수입자의 보세운송에 대하여 동의하도록 강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본 사례.

나. 불법행위에 있어서 과실상계는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으로서 그 적용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의 과실의 정도, 위법행위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원인이 되어 있는가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배상액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며,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가해자의 과실이 의무위반의 강력한 과실임에 반하여 과실상계에 있어서 과실이란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부주의까지도 가리키는 것이다.

다.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운송물을 인도해 버린 것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신용장개설은행이 그 의뢰인의 신용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과실은 운송인의 과실에 비하여 훨씬 가볍다고 평가하여야 할 것이지 그 과실 정도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하여, 신용장개설은행의 과실을 50%로 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라. 신용장개설은행의 손해액을 신용장결제대금에 관한 구상금 채권액의 범위 내에서 운송물이 불법인도되어 멸실된 당시의 시가 상당액으로 파악하고, 그 시가를 신용장개설은행이 통지은행들에게 미 달러화로 지급한 운송물 대금 상당이라고 본다면, 미 달러화로 표시된 그 시가를 멸실 당시의 외국환 시세에 의하여 우리 나라 통화로 환산한 금액이 그 멸실 당시의 가액이 되는 것이고,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방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63조 , 제394조 소정의 "금전"이라 함은 우리 나라의 통화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불법행위로 인한 시가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채권은 당사자가 외국통화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외화채권이라 할 수 없으며, 미 달러화로 표시된 위 시가를 우리 나라 통화로 환산함에 있어서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준환율에 의하여 환산함이 상당하고 대고객 전신환매도율에 의하거나 대고객 전신환매입율에 의하여 환산할 것은 아니다.

원고, 피상고인겸 상고인

주식회사 조흥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성환외 1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정리회사 홍아해운주식회사의 관리인 이윤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6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소외 1주식회사(이하 ' 소외 1회사'라 한다)는 중국 및 일본 내 현지법인들과 사이에 이 사건 원면을 수입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금지급을 위하여 원고 은행에 의뢰하여 그 판시 각 신용장을 개설받은 사실, 위 현지법인들은 운송업자인 정리회사 흥아해운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와 사이에 중국 또는 일본으로부터 부산항까지 위 원면을 운송하기로 하는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위 원면을 선적한 다음, 피고 회사로부터 그 판시 각 선하증권을 발행·교부받아 위 신용장상 통지은행에 양도하고 원면대금을 지급받은 사실, 그 후 원고 은행은 신용장개설 약정에 따라 통지은행에게 원면대금 합계 1,158,546.42$을 지급하고 위 각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소지하게 된 사실, 선적선박들이 부산항에 도착하자 피고 회사는 컨테이너에 담겨져 운송된 위 원면을 양하하여 부산항 소재 국제통운 컨테이너 전용장치장에 입고시켜 보관하였는데, 위 원면 수입자인 소외 1회사의 보세운송대행업자인 보세운송업자 소외 주식회사 국보(이하 '국보'라 한다)가 부산세관장으로부터 위 원면을 충남 연기군 남면 연기리 소재 소외 1회사의 조치원공장 내 자가보세장치장으로 보세운송할 수 있는 보세운송면허를 얻은 후 피고 회사에게 그 보세운송에 동의하여 줄 것을 요청하자, 피고 회사는 선하증권 기타 화물인도에 필요한 서류를 전혀 교부받지 않은 채 위 보세운송에 동의하였고, 이에 따라 위 국보는 위 컨테이너 전용장치장 내에 있던 위 원면을 반출받아 위 소외 1회사의 자가보세장치장까지 보세운송하여 입고시킨 사실, 그 후 소외 1회사는 위 자가보세장치장에 보관 중이던 위 원면을, 선하증권을 취득하지도 않고 관세법에 따른 정당한 통관절차도 밟지 아니한 채, 관계서류를 변조하여 수입면허를 얻는 등의 방법으로 그 무렵 불법반출하여 소비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해상운송인인 피고 회사로서는 위 원면을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선하증권과 상환하여 인도할 의무가 있는데도 소외 1회사를 대행한 위 국보의 요청에 따라 보세운송에 동의, 반출을 허용하여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아닌 소외 1회사에게 인도해 버림으로써 그 후 소외 1회사에 의하여 위 원면이 불법반출, 멸실됨으로 인하여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에게 운송물을 인도하지 못하게 되어 원고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였고, 이러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에게 권리침해의 결과 발생에 대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나) 논지는, 관세법규상 자가보세장치장을 가지고 있는 수입자는 자신의 자가보세장치장을 운송물을 장치할 보세구역으로 선정하여 운송물을 그 곳까지 보세운송할 권리가 있고 운송인은 이에 따르도록 강제되어 있음을 전제로, 피고는 위와 같이 관세법규상 강제되어 있는 바에 따라 위 소외 1회사측에서 이 사건 운송물을 보세운송하고자 하는 데에 동의하여 준 것이므로 피고에게 어떠한 귀책사유가 있다 할 수 없고, 설사 어떠한 귀책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선화증권의 수취전에 보세운송에 대한 동의가 강제되어 있는 근거라면서 내세우는 것들 중,

① 보세화물관리세칙(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관세청 고시 90-627호, 이하 세칙이라 한다) 제4조(장치장소의 결정기준)는 그 제1항 본문이 "보세화물의 장치장소는 그 물품을 반입하는 화주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자가 다음 각호의 규정하는 범위 내에서 설영인과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그 제2호가 "자가용 보세구역(보세장치장··· )에 반입할 물품은 ... 당해 보세구역에 장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위 조항만 두고 보면 얼핏 자가보세장치장을 가지고 있는 수입화주가 반입하는 물품은 언제나 그 자가보세장치장에 장치되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한편 같은 조항 제4호는 "Stale B/L 물품은 동 물품의 처분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설영인(이하 이 호에서는 '위임받은 설영인'이라고 한다)이 있는 보세창고에 장치한다. 다만, 세관장은 위임받은 설영인이 사후적으로 화주가 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임받은 설영인의 보세장치장에 장치하는 것을 허가할 수 있으며, 위임받은 설영인이 없는 경우에는 하역을 허가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이 사건과 같이 수입물품이 스테일 선하증권(Stale B/L) 물품인 경우에는 그 선하증권이 통상 늦게 도착하기 때문에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운송물을 인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법 규정의 취지에 맞추어,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위임받은 설영인'의 보세창고에 장치하여 두고 선하증권이 도착되기를 기다려 그 선하증권과 상환하여 운송물이 수입화주측에 인도되도록 하되, 다만 그 이전이라도 수입화주가 물품의 처분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굳이 수입화주에게 인도되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는 까닭에 예외적으로 수입화주의 자가보세장치장에 장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이라고 풀이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위 세칙 제4조가 피고의 위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② 위 세칙 제5조(컨테이너 내장물품의 장치)는 그 제1항이 "컨테이너에 내장된 수입화물은 시와이(CY,컨테이너 전용장치장)에 10일간 장치전 대기할 수 있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회에 한하여 10일의 범위 내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그 제2항이 "컨테이너에 내장된 수입화물이 제1항에서 정한 대기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세관장은 장치장소를 지정하여 반입 또는 반송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심리조사 등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그 제3항이 "제1항의 기간연장 신청자 및 제2항의 의무이행자는 다음 각호에서 정하는 바에 의한다. 1. 수하주가 선박회사로부터 화물 도착의 통지를 받은 후 5근무일이 경과한 때에는 수하주, 2. 제1호 이외의 경우에는 선박회사"라고 각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의하면 컨테이너 전용장치장에서의 장치전 대기기간(10일 + 10일)을 경과한 경우의 세관장의 조치에 대한 의무이행자는 원칙적으로 수하주이고 운송인인 선박회사가 아님이 분명하여 (선박회사는 입항 무렵 반드시 수하주에게 화물도착의 통지를 하게 되는데, 연장되기 전의 대기기간만 하여도 5근무일 이상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박회사가 의무이행자가 되는 경우란 있을 수 없다), 위 세칙 제5조 제2항에 의한 세관장의 명령이나 조치 등에 위반한 경우 소론과 같이 관세법 제192조 제2호 , 제173조 위반죄로 처벌받게 된다 하더라도, 운송인이 처벌받는 것은 아니므로, 위 세칙 제5조 역시 피고의 위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③ 화주측에서 보세운송 요령에 의하여 보세운송면허를 받았다고 하는 것은 세관장으로부터 보세운송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것에 불과하고 그 때문에 운송인이 화주측의 보세운송에 대하여 동의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④ 그 외 소론이 지적하는 을 제20호증의 1 내지 3(수입물품 반입신고 정정지시 및 통고서), 을 제30호증(사실조회에 대한 회신), 을 제31호증(Stale B/L 하물과 관련된 대책), 을 제35호증(징구제도 부활건의), 을 제36호증의 1, 2(회신 및 의견서 제출), 을 제37호증(수입화물 보세장치)의 각 기재에 의하여 피고의 위 주장과 같이 자가보세장치장을 가지고 있는 수입자에게 자신의 자가보세장치장까지 보세운송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운송인으로 하여금 이에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는 관세법규가 있다고 인정되지는 아니하므로, 결국 위 각 조항과 증거를 들어 보세운송에 대한 동의가 강제되어 있다면서 펼치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 들일 수 없다 할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에 다소 적절하지 못하고 미흡한 점이 없지 않지만, 피고의 그 면책주장을 배척하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그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귀책사유 및 고의 또는 중과실에 관한 해석을 그르치거나 입증책임을 전도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 및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을 함께 본다.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소외 1회사는 연간 약 2,000만$ 상당의 원면 등을 수입하는 대규모 면방직회사이면서도 1987년경부터 운영자금이 부족한 나머지 주수입 거래선인 소외 콘티코튼(Conticotton) 회사로부터 수입화물에 대한 대금지급을 유예받는 방편으로 위 회사로 하여금 통상 선적 후 6개월 정도 그 선하증권 등에 의한 추심을 유예시키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이자를 따로 지급(소위 지연 네고)하는 한편 대금지급이 유예된 기간 동안 자가보세장치장에 보세운송된 수입원면을 생산에 투입하여 완제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한 대금으로 그 신용장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을 취하는 등 그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하였던 사실, 소외 1회사가 위와 같이 원자재 대금의 지급을 6개월 가량 유예받고 있으면서도 주거래은행인 한국상업은행 청계지점이 개설하여 준 신용장대금을 제때에 납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자주 발생하자 위 은행은 소외 1회사의 수입원자재에 대한 신용장개설을 꺼리게 된 사실, 원고는 소외 1회사의 신용상태가 위와 같이 악화된 상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988.3.11.경부터 소외 1회사와 신용장거래를 하여 왔는바, 소외 1회사로 하여금 신용장상의 수입대금을 수입원면을 가공하여 이를 재수출한 대금으로 결제하도록 하였고, 1990.3.초 이미 8억원이 넘는 신용장 대지급금이 발생하였는데도 계속하여 소외 1회사의 신용상태 등에 관한 적절한 검토도 없이 이 사건 일람불 수입신용장들을 개설함에 있어 그 유효기일을 개설일로부터 최장 177일까지의 장기간으로 허용하였고, 소위 스테일 선하증권의 수리가능조건을 부가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취득과 수입대금의 결제를 지연시켜 일람불 신용장이 연지급 신용장(Usance L/C)과 동일하게 이용될 수 있게 하고도 화물의 도착이나 행방에 관하여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일부 배치되는 증거들을 배척한 다음, 이에 의하면 원고로서도 신용장 개설의뢰인인 소외 1회사의 신용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외 1회사에게 위 원면을 멸실할 소지와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 과실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이 사건 불법행위의 한 유발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라고 하여 과실상계를 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 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 중 1990.3.초 이미 8억 원 이상의 신용장 대지급금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사실 인정은 모두 수긍이 가는바, 불법행위에 있어서 과실상계는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으로서, 그 적용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의 과실의 정도, 위법행위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원인이 되어 있는가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배상액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며,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가해자의 과실이 의무위반의 강력한 과실임에 반하여 과실상계에 있어서 과실이란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부주의까지를 가리키는 것 이므로,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에 터잡아 원고의 과실을 인정하고 과실상계한 것도 옳게 수긍이 가고(당원 1991.12.10.선고 91다14123 판결 ; 1992.2.14.선고 91다4249 판결 등 참조), 거기에 원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점을 들어 과실상계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고, 원고가 지적하는 판례는 이 사건에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원심의 위 사실인정 중 1990.3.초 이미 8억 원 이상의 신용장 대지급금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한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보이나(원심은 을 제38호증의 일부 기재에 의하여 그와 같이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바, 을 제21호증, 을 제39호증의 각 기재와 함께 보면, 신용장 대지급금이 발생한 것은 1990.3.초가 아니라 1991.2.19.경부터임을 알 수 있다), 그와 같은 잘못이 판결이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결국 원심이 정한 과실상계비율이 적정한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나) 한편 원심은 원고의 과실비율을 50%로 정하고 있는바, 비록 이 사건에 있어 원고의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관세법규상 운송인이 자가보세장치장을 가지고 있는 수하주의 보세운송에 동의하도록 강제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운송인인 피고가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소외 1회사측에 위 원면을 인도해 버린 것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은 원고의 과실은 피고의 과실에 비하여 훨씬 가볍다고 평가하여야 할 것이지, 그 과실 정도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점과 관련하여서는 원고의 상고이유만이 위 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원고의 과실비율을 현저히 낮게 평가하여 부당하다는 피고의 상고이유는 받아 들일 수 없다 할 것이다.

3. 피고의 상고이유 제3점을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원고의 피담보채권인 소외 1회사에 대한 신용장결제대금에 관한 구상금채권액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원면이 불법인도되어 멸실된 당시의 시가 상당액이고, 그 시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통지은행들에게 지급한 이 사건 원면대금 1,158,546.42$이라고 전제한 다음, 이를 원심 변론종결 당시의 미 달러화에 대한 대고객 전신환매도율에 의하여 우리 나라 통화로 환산하여 그 손해액을 산정하는 한편, 피고가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은 외화채권이 아니므로 이 사건 원면에 대한 시가 상당액을 정하기 위한 환율은 이 사건 원면의 불법인도, 멸실 당시의 전신환매입율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고는 수입화물의 멸실로 인한 시가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구함에 있어 미 달러화로 산정된 채권액을 대용급부의 권리를 행사하여 우리 나라의 통화로 환산하여 청구하고 있는바, 이러한 채권은 외화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법원이 채무자에게 그 이행을 명함에 있어서는 민법 제378조 에 의하여 채무자가 현실로 이행할 때에 가장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외국환 시세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그 환율은 원고가 수입대금에 해당하는 미화를 매입하여 송금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대고객 전신환매도율에 의함이 상당하다고 하여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과 같이 원고의 손해액을 소외 1회사에 대한 신용장결제대금에 관한 구상금채권액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원면이 불법인도되어 멸실된 당시의 시가상당액으로 파악하고, 그 시가를 원고가 통지은행들에게 미 달러화로 지급한 이 사건 원면대금 상당이라고 본다면, 미 달러화로 표시된 위 시가를 그 멸실 당시의 외국환 시세에 의하여 우리 나라 통화로 환산한 금액이 그 멸실 당시의 가액이 되는 것이고, 외화채권의 경우에 있어서처럼 현실이행시에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외국환 시세에 의하여 우리 나라 통화로 환산한 금액이 그 멸실 당시의 가액이 되는 것은 아니며,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방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63조 , 제394조 소정의 "금전"이라 함은 우리 나라의 통화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불법행위로 인한 시가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채권은 당사자가 외국통화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외화채권이라 할 수 없다.

그리고 미 달러화로 표시된 위 시가를 우리 나라 통화로 환산함에 있어서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준환율에 의하여 환산함이 상당하고, 원심과 같이 대고객 전신환매도율에 의하거나 소론과 같이 대고객 전신환매입율에 의하여 환산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원면의 멸실 당시의 가액을 원심 변론종결 당시의 대고객 전신환매도율에 의하여 환산, 산정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이 외화채권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므로, 논지는 위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4.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arrow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11.22.선고 94나7821
참조조문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