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화물이 이미 수입되어 보증도의 방법으로 실수요자에게 인도되었으나 수입업자가 그 대금의 추심을 위하여 새로이 위 화물의 수입을 위한 실수요자의 신용장 개설을 통한 대금 결제를 허용한 경우 수입업자에게 선하증권 소지인 및 운송인 등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나. 위 “가”항의 경우 운송인 등의 "보증도"에 따른 화물인도상의 과실과 이에 의해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손해를 배상한 운송인 등이 실수요자를 상대로 구상청구를 함에 있어 과실상계를 할 수 있는 사유
판결요지
가. 화물이 이미 수입되어 ‘보증도’의 방법으로 실수요자에게 인도되었으나 수입업자가 그 대금의 추심을 위하여 새로이 위 화물의 수입을 위한 실수요자의 신용장 개설을 통한 대금 결제를 허용한 경우 실수요자가 ‘보증도’의 방법으로 화물을 인도받아 처분하고도 그 대금을 결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부채 과다로 신용장 개설조차 하지 못하는 형편에 있었고, 수입업자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위 화물을 새로이 수입하는 것으로 하여 개설된 신용장이 정상적으로 결제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수입업자측의 채권추심방법으로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위법한 것으로서 선하증권 소지인이나 운송인 등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한 사례.
나. 위 “가”항의 경우 운송인 등이 ‘보증도’의 상관습에 따라 선하증권 소지인 아닌 자에게 운송물을 인도함으로 인하여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 운송인 등은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것이지만 그러한 운송인 등의 화물인도상의 과실은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만 성립하는 것이고, 이에 의해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손해를 배상한 운송인 등이 실수요자 등을 상대로 구상청구를 하는 경우에 운송인 등에게도 과실이 있다 하여 과실상계를 하기 위하여는 그들이 보증장 발급행위나 신용장 개설행위에 가담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참조조문
가.나. 민법 제750조 , 상법 제820조(제129조) 나. 민법 제763조(제396조)
원고, 피상고인
천경해운주식회사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선당
피고, 상고인
럭키금성상사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동환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반도상사 홍콩리미티드(홍콩반도상사로 약칭한다)는 피고가 전액 출자하여 현지법인으로 설립한 회사로서 그 경영진도 모두 피고가 파견한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실, 피고는 1983.경부터 중동산 저밀도 폴리에틸렌 수지를 수입함에 있어 위 홍콩반도상사의 국내 대리점인 소외 현대포리마주식회사(현대포리마로 약칭한다)를 통하여 국내수요량을 파악한 다음 홍콩반도상사로 하여금 수출상 앞으로 신용장을 개설토록 하고 수입물품은 국내로 직접 운송하게 하며,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는 통지처를 피고로, 수하인을 지시식으로 발행받아 홍콩반도상사에게 송부토록 한 사실, 수입물품이 도착하면 위 현대포리마로 하여금 국내의 실수요자들에게 물품매도확인서를 발급하는 한편 피고는 국내매수인에 대한 실수요자확인서를 작성하여 피고의 인감증명서와 함께 실수요자들에게 교부하고 실수요자들은 그 대금지급을 위하여 위 홍콩반도상사를 수익자로 하는 신용장을 개설한 다음 위 신용장 개설은행의 화물선취보증서를 발급받아 운송회사의 국내대리점에게 위 화물선취보증서와 실수요자 확인서를 제시하여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받아 해당물품을 인도받아 가는 사실,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는 위와 같은 경로와 방법으로 수입된 물품을 매수한 소외 태현실업주식회사(태현실업으로 약칭한다)에게 실수요자 확인서를 발급해 주었는데 위 태현실업은 대금결제를 위한 신용장을 개설하지 아니한 채 신탁은행 남대문지점으로부터 화물선취보증서를 발행받아 이 사건 물품을 인도받아 갔으나 그 대금결제를 하지 않자 피고가 위 태현실업의 대표이사인 소외 2와 위 현대포리마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을 불러 대금결제를 독촉하였던바, 위 소외 2 등은 위 태현실업의 계열회사인 소외 태현교역주식회사(태현교역이라 약칭한다)의 이름으로 이 사건 물품을 홍콩반도상사로부터 새로 수입하는 것처럼 하여 홍콩반도상사 앞으로 신용장을 개설하는 방법으로 물품대금을 결제하겠다고 제의하고 피고가 이를 양해하자, 태현교역은 현대포리마로부터 물품매도확약서를 발급받은 다음 이 사건 물품이 이미 인도되었다는 사정을 모르는 소외 제일은행 반포지점으로부터 1984.2.7. 수익자를 위 홍콩반도상사, 유효기일은 같은 해 3.20, 어음의 만기일을 일람 후 120일로 하며 제시기간 경과 후 선하증권 수리가능(Stale B/L Acceptable) 조건의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받았으며, 위 홍콩반도상사는 이 사건 물품에 관한 한 이미 공권이 되어 버린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를 첨부하여 같은 해 2.8. 홍콩에 있는 소외 코리아 커머셜 파이낸스주식회사에게 신용장 금액과 동일한 액수의 하환어음의 매입을 의뢰하여 위 수입물품의 대금을 지급받았고, 위 제일은행은 상환은행을 통하여 위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를 송부 받은 후 같은 해 6.8. 신용장기재의 물품대금을 결제한 사실, 그 후 제일은행은 위 신용장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원고들을 상대로 원고들이 이 사건 물품을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보증도의 방법으로 이를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소지인의 위 화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결과, 원고들이 한 보증도가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게 각 물품대금 상당에 해당하는 금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이 제일은행에게 위 각 금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위 선하증권에 수하인으로 기재되어 있지는 아니하나 수하인 백지식인 위 선하증권의 통지처로 기재되어 있는 위 수입물품의 실질적인 수하인으로서 국내의 실수요자들에게 실수요자 확인서 및 피고의 인감증명서를 교부하는 방법으로 이를 처분하였고, 위 홍콩반도상사는 외형상으로만 독립된 법인으로 되어 있을 뿐 피고회사의 홍콩지사에 불과하여 피고의 지시, 감독을 받아 왔으며, 이 사건 물품수입도 홍콩반도상사의 독자적인 영업이라기 보다는 피고 회사의 지시에 따라 피고 회사 영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 홍콩반도상사는 수출상과 피고를 사실상 중개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이에 비추어 피고는 위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홍콩반도상사로부터 새로이 수입하는 것으로 하여 대금을 결제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 이러한 방법으로 대금을 추심할 경우 이 사건 물품에 대한 선하증권을 소지하게 될 신용장 개설은행이나 이 사건 물품을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인도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신용장 개설에 동의하고 이를 위하여 위 현대포리마로 하여금 매도확약서를 발급하게 하고, 위 홍콩반도상사로 하여금 공권이 된 선하증권을 담보로 하는 하환어음을 발행하여 물품대금을 추심하게 한 것은 위 소외 2의 위법한 신용장 개설행위와 홍콩반도 상사의 기망적인 하환어음 발행에 가담한 것으로서 신용장개설은행과 원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이 위 제일은행에게 배상한 금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위 태현실업이 태현교역의 명의를 빌어 신용장을 개설한 행위만으로 바로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가 된다고는 할 수 없으나, 태현실업은 화물을 인도받아 처분하고도 그 대금을 결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부채 과다로 신용장 개설조차 하지 못하는 형편에 있었고, 피고도 위 소외 2로부터 변칙적인 신용장 개설 제의를 받았을 때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새로이 개설된 신용장이 정상적으로 결제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피고측의 채권추심방법으로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위법한 것으로서 선하증권 소지인이나 운송인 등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이 이른바 보증도의 상관습에 따라 선하증권 소지인 아닌 자에게 운송물을 인도함으로 인하여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은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것이지만 그러한 운송인 등의 화물인도상의 과실은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만 성립하는 것이고, 이 사건과 같은 보증도의 방법으로 화물을 인도한 운송취급인인 원고들이 실수요자 등을 상대로 구상청구를 하는 경우에 원고들에게도 과실이 있다 하여 과실상계를 하기 위하여는 원고들이 보증장 발급행위나 신용장 개설행위에 가담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더라도 원고들의 그와 같은 가담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 볼 수 없다. 그리고 소론은 피고가 기본적으로 선하증권 소지인의 지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원고의 과실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음에 그칠 뿐 원고들의 과실점을 지적하지 못하고 있는바, 이러한 주장은 피고가 홍콩반도상사와는 별개의 법인으로서 선하증권의 득상이나 신용장 개설행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한 피고의 사실심에서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가 선하증권 소지인과 유사한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원고들에 대하여 보증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할 처지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원고들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이상의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