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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2013.11.28. 선고 2013노113 판결
준강간
사건

(청주)2013노113 준강간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박지나(기소), 김호준(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F

담당 변호사 G

변호사 H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2013. 7. 26. 선고 2013고합18 판결

판결선고

2013. 11. 28.

주문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각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법리오해

이 사건 성관계 당시 피해자는 음주로 인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고,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관계를 허락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

(2)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2년,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수강 40시간)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2년,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수강 40시간)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였다고 보더라도,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린 후 10월 초의 쌀쌀한 밤 기온 속에 2~3시간 정도 실외에 있었고, 피해자가 여러 번 구토를 하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으로 들어갈 즈음에는 만취 상태가 어느 정도 깨는 등 피해자는 이 사건이 발생할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형법 제297조, 제298조의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297조,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2001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740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피해자는 자신이 일하는 바에 찾아온 손님과 양주, 맥주 등을 나누어 마신 후 피고인과 다시 '데킬라' 반병 정도를 나누어 마셨는데, 피고인과 술을 마시던 상황까지와 다음날 아침 11:00경 피고인의 집에서 일어난 이후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 그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증거기록 7쪽, 106~107쪽), ② 피고인은 피해자와 데킬라를 나누어 마시기 시작한 이후부터 피해자와 함께 택시를 타게 된 데에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다가 피고인이 집 앞에 이르러 택시에서 내릴 때부터 다시 기억이 나는데, ㉠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길바닥에 뻗어버렸고, ㉡ 피고인이 흔들어 깨웠더니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가 일어나 바닥에 구토를 하였으며, ㉢ 피해자를 집으로 데리고 가 재우기 위해서 피고인이 자주 이용하는 콜택시에 전화하여 택시를 불렀고, 피고인은 택시기사가 올 때까지 피해자의 몸을 흔들며 깨웠으나 피해자는 계속 바닥에 누워 자는 상태였으며, 흔들어 깨우면 구토를 하고 다시 자는 등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피고인은 콜택시 기사가 도착하자 그와 함께 피해자를 부축하여 이동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다시 택시기사의 옷에 구토를 하여 택시기사가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하면서 가버렸으며, ㉣ 이후 피고인 혼자 피해자를 뒤에서 끌어안고 1계단씩 천천히 올라가는 방법으로 2층에 있는 피고인의 집까지 데리고 가 피해자를 재웠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증거기록 31쪽, 69쪽, 84~86쪽) ③ 위 ②항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당시 피해자는 술에 취하여 생리 중임에도 불구하고(증거기록 8쪽) 길가에 팬티를 벗어놓는 것은 물론이고,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만일 피고인이 부축하지 않았다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정도로 피해자는 정신이 없었으며, 피해자를 부축하여 데리고 가던 피고인이 힘에 부쳐 여러 차례 쓰러질 정도로 피해자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던 점(증거기록 86쪽, 93쪽), ④ 피고인은 위와 같이 정신을 잃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집으로 데리고 가 침대에 눕힌 후 바로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점(증거기록 90쪽)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질 당시에 피해자는 술에 취해 성적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판단과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피고인이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는지 여부

피고인은 자신이 피해자의 가슴을 애무하면서 피해자에게 "느낌이 어떠냐."라고 물었을 때 피해자가 아무런 말도 없이 신음소리를 내어 피해자가 허락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므로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 깬 상태였음에 반하여, 피해자는 위 (1)항에서 본 것처럼 술에 만취하여 성적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판단과 대응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던 점, ②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은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상태와 이에 대한 위 (1)의 ②, ③항에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의 대응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은 최소한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나아가 술에 취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던 피해자의 다리 사이로 피해자의 성기가 보여 성적 욕구가 발생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증거기록 86쪽)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오히려 위 ①항과 같은 상태에서 누워 자고 있는 피해자를 보고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당시 생리 중이었고, 이 사건 발생 이전에 피고인과 만남을 가질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려는 것조차 피해자가 거절하였던 점(증거기록 103~104쪽)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허락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 ⑤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애무를 할 때 아무런 말도 없이 피해자가 신음소리를 내었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부를 보고 키스를 하며 손으로 옷 위에서 가슴을 만지다가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고 약간 흥분되어 옷을 가슴까지 올리게 되었고, 그 당시 피해자는 술에 취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쓰러져 잠을 자고 있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증거기록 36쪽)에 비추어 볼 때, 위 ①항과 같은 상태에 있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애무에 아무런 말도 없이 신음소리를 내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성관계를 허락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⑥ 만일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묵시적으로 성관계 하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한다면,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성관계 도중 피해자가 "생리중이야, 아프니까 하지 마."라는 반응을 보이기 어려운 점(당심에서 이루어진 변호인의 피고인에 대한 신문, 증거기록 87쪽), ⑦ 만일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성관계를 허락한 것으로 판단하였다면, 피해자가 일어나자마자 피고인에게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없었지? 나한테 뭐 한 거 아니지?"라고 묻는 피해자의 질문에 피고인이 "아무 일도 안했어, 아무 짓도 안했어, 아무 일도 없었어."라고 대답할 이유가 없고(증거기록 110쪽),1) 피해자가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을 받은 후 그 진찰결과를 가지고 피고인에게 "야, 나 아무 일도 없었던 거 아니래, 무슨 일 있었대."라고 말하며 고소할 것이라고 하자 피고인은 그때서야 손가락만 넣었다고 하다가 그 후에는 성기 삽입을 시도했다고 하는 등 진술을 번복할 이유가 없는 점(증거기록 115~116쪽), ⑧ 피고인은 수사 초기인 경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였을 뿐만 아니라(증거기록 38쪽),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진행된 원심의 제1회 공판기일에서도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였던 점(공판기록 32쪽)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어서 피고인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은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이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소결

따라서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당시 술에 취하여 성적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판단과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은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함께 보기로 한다.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정신이 없는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고, 성경험이 없던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하여 매우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공황장애와 본퇴성진전(불안장애) 질환을 앓고 있는 점,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당심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와 합의되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 점,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 판결문의 각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앞서 본 제2의 나.항의 사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을 거듭 참작)

1. 사회봉사명령 및 이수명령

신상정보 등록

판시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의하여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의 면제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50조 제1항의 각 단서에서 공개명령과 고지명령의 예외사유로 규정된 '신상정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연령, 직업, 재범위험성 등 행위자의 특성, 당해 범행의 종류, 동기, 범행과정, 결과 및 그 죄의 경중 등 범행의 특성,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등록대상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및 등록대상 성폭력범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686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상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주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피해자와 위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만취한 피해자를 피고인의 집에 데리고 갔다가 흥분하여 우발적으로 이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성폭력에 대한 습벽이나 재범을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여,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 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에 대한 등록신상정보의 공개 및 고지를 명하지 아니한다.

앙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6월 - 15년(작량감경)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 징역 1년 6월 - 3년

[유형의 결정] 성범죄군, 일반적 기준,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일반강간(제1유형)

[특별감경요소] 처벌불원

[권고형량의 범위] 징역 1년 6월 ~ 3년(감경영역)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앞서 본 제2의 나.항과 같은 사유를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시철

판사 김봉규

판사 이형걸

주석

1) 피고인은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있었어"라고 대답하였다고 주장하나(증거기록 92쪽),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질문에 대하여 피해자의 성기에 피고인의 성기와 손가락을 넣었다는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 없이 단순히 "있었어"라고 대답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 이 사건 범행이 일어난 후 피해자와 피고인의 대화내용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과 그 직후 피해자가 보인 행동(증거기록 108~117쪽) 등에 비추어 보면, "있었어"라고 대답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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