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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2020.2.13. 선고 2019노351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준강간)
사건

2019노351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준강간)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최소연(기소), 신현성(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감동으로 담당변호사 송기석, 김현재

판결선고

2020. 2. 13.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는 술에 취해 있기는 하였으나 누군가와 성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심신상실의 상태에 이르지 않았고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피고인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설령 피해자가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성관계 당시 및 전후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다고 생각하였을 뿐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다는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4년)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의 의미 및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에 관한 법리를 설시한 다음,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술에 취해 잠이 등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1)

① 피해자는 이 사건 전날인 2018. 10. 27. 17:00 ~ 18:00경부터 친구 1명과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같은 날 22:00경 피고인으로부터 술을 사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23:00경 피고인과 만나 피고인, 피고인의 친구와 함께 2018. 10. 28. 02:00경까지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마신 다음 같은 날 02:40 ~ 02:50경 피고인과 귀가하였다.

피해자는 자신의 주량이 소주 1병 반에서 2병 정도인데, (피고인을 만나기 전까지) 친구와는 소주 2 ~ 3병을 나눠 마셨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의 남자친구 E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의 주량은 소주 1병에서 1병 반인데, 피해자가 피고인의 연락을 받고 나갈 때 이미 술에 취한 것으로 보였으며, 이러한 상태에서 술을 더 마셨다면 기억을 잃을 정도였을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1차에서 소주 6 ~ 7잔, 2차에서 소주 2 ~ 3잔 또는 3 ~ 4잔을 마셨다고 진술하였다.

② 피해자는 피고인과 귀가할 때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1층 현관문을 바로 열지는 못하였고 문을 여는데 약 1분 가량 걸렸으며, 자신의 방문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여 맞은 편에 살고 있는 E을 불러 문을 열게 하였다.

③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술에 취해 잠이 든 자신을 피고인이 간음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즉 피해자는 '피고인과 술을 마시고 귀가했는데, 집에 들어간 이후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자는 도중 "올라와 봐"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고, 그 이후에는 기억이 없는데 잠에서 깨어 보니 피해자는 누군가 (피고인)의 몸 위에 앉은 채로 성기가 삽입되어 있었다. 남자친구라고 생각하여 콘돔을 사용하였는지 물어보았는데, 아니라고 하여 깜짝 놀랐고, 종전까지 함께 술을 마셨던 피고인의 친구가 자신을 강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피고인에게 도와달라고 전화를 하였는데, 피고인이 받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연령대가 비슷한 사촌이어서 종종 연락하는 사이였고, 이 사건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술을 사준다고 하여 피고인과 피해자가 술을 마신 다음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 데려다 주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에 비추어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④ 이와 같이 피해자의 평소 주량, 이 사건 당시 술을 마신 시간과 양, 술을 마신 이후 피해자의 행동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장시간에 걸쳐 적지 않은 양의 술을 마시고 심야에 잠이 들었고, 이로 인하여 자신의 성적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대응·조절능력과 판단능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⑤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올라오라는 말을 듣고 피고인 위로 올라와 성행위를 한 점, 성행위 도중 콘돔을 찾은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는 성행위 자체를 인식하였고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자신의 주량을 훨씬 초과하는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시고 잠에 든 후 피고인의 몸 위에서 잠을 깨어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에 비추어 피해자가 스스로 피고인 위로 올라와 성행위를 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고,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피고인의 성기가 삽입된 상태였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주장하는 피해자의 성행위 당시의 자세, 콘돔을 찾았는지 여부 등 사정들은 준강간죄가 기수에 이른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여 범죄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⑥ 피고인은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여 피해자와 성관계에 이른 것이라고 진술하나, 이는 피고인이 사촌인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행위를 하였다는 것이어서 그 내용 자체로 선뜻 믿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는 정신을 차린 직후 피고인에게 연락을 하여 구조를 요청하였는데, 피해자가 피고인과 합의하에 성행위를 하였다면 성행위의 상대방인 피고인에게 구조를 요청할 이유가 없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법리 및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술에 취해 잠이 들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해자는 2018. 10. 27. 17:00경 거주하는 오피스텔 집에서 친구 M와 소주 2~3병을 나누어 마셨고, 23:00가 넘어 C에서 피고인 및 피고인의 친구 1명과 만나 1차에서 소주 3병을, 2차에서 소주 1병을 나누어 마셨다.

피해자의 남자친구 E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평소 소주 2병 정도의 술을 마시면 정신을 잃고 잠을 자거나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도 하였던 점을 고려하면(녹취서 2 내지 5면), 피해자가 이 사건 직전 마신 술의 양이 위 주량에 근접하거나 초과하는 양이었다고 볼 수 있다.

② 피해자는 피고인과 함께 택시를 타고 02:42경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건물 앞에서 내려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몸이 흔들거리고, 방향을 잡은 듯 갑자기 건물쪽으로 먼저 뛰어가며, 건물 안 출입구에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먼저 뛰어가고, 02:49경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갑자기 피고인을 껴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갑자기 먼저 뛰어가는 등 술에 만취한 사람에서 흔히 보이는 비정상적이거나 돌발적인 행동을 하였다(증거기록 208-220면, CCTV 영상들).

피해자가 만취하지 않았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집까지 바래다 줄 이유는 없었을 것인 점, E는 피해자가 술에 취하였을 때 모습에 관하여 '치킨집에서 데리고 오는데 피해자가 술에 취해 달리기를 하고, 무조건 뛰어가서 붙잡고 사고 나면 어쩔 것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2권 13면), 피해자가 오피스텔 건물 앞에서부터 집에 들어가는 행동이 유사한 점 등 사정까지 고려하면, 피해자는 술을 많이 마셔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은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③ E은 '피해자가 집에 도착하였을 무렵 피해자는 자신의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였고,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여 문에 기대 서 있을 정도의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권 17면, 녹취서 6, 7, 13, 20, 23-24면). 이와 같은 E의 진술은 '집에 들어갈 무렵부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피해자 진술과도 부합한다.

④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이 술에 취해 잠이 든 자신을 간음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 전후 사정, 당시 느꼈던 감정상태, 피고인의 구체적인 행동에 관한 묘사 등을 포함하여 구체적이고 소상하게 진술하였고,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과 명백히 기억이 나는 부분을 구별하여 진술하였으며, 진술 내용 그 자체로 모순되거나 비합리적인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하였음을 의심케 하는 정황도 찾아보기 어렵다.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자는 도중 "올라와 봐"라는 말을 들었는데 당시 어느 곳에서 자는지, 어떤 상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어느 순간 '콘돔 꼈어요'라고 물었는데 '콘돔 왜 껴'라는 말을 듣고 정신이 바짝 들었으며 그때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몸 위에 올라간 상태에서 이미 피고인의 성기가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된 상태였다는 것인데(공판기록 77, 80-81, 84-86면), 피해자가 "올라와 봐"라는 말을 단편적으로 듣고 피고인을 비롯한 누군가와의 성관계를 한다고 인식했다고 볼 수 없으며, 더구나 자유로이 성관계를 결정할 수 있는 의식상태로 깨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

⑤ 피해자가 범행 직후인 05:00경 피고인과 통화를 하면서 범행 상황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는데, 대화내용이 피해자의 진술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증거기록 243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반응을 봐가면서 상황을 미세하게 바꿔가며 설명하였는데, ㉠ 피해자가 화장도 안 지우고 방바닥에 누워 자꾸 자려고 해서 피해자를 잡아끌어 침대 위에 올렸던 점, ㉡ 피고인이 피해자 옆에서 토닥토닥하면서 재워주웠던 점, ㉢ 피해자가 자신에게 '어? 누구지? N(피고인의 개명 전 이름이다)이 오빠가 알아요?'라고 말한 점, ㉣ 피해자가 서랍에서 콘돔을 빼서 콘돔을 여는 행동을 한 점, ㉤ '근데 왜 콘돔도 안껴요?'라고 말하자, 피고인이 '콘돔을 왜 껴'라고 말하였고, 피해자가 '어떻게 콘돔을 안낄 수가 있어', '나 N(피고인)이 오빠한테 전화할거야'라고 말한 점, ㉥ 피해자는 알몸 상태였고 피고인에게 전화를 하였으나 받지 않은 점 등을 밝혔다. 피해자는 택시를 타고 와서 집 비밀번호를 눌러 연 사실, ㉠, ㉡, ㉣ 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고, ㉤, ㉥ 사실부터 기억이 나며, (피고인과의 성관계 도중) 정신이 깨서 콘돔을 꼈냐고 물어봤을 때 안 꼈다고 말을 듣고 낀 줄 알았다가 그때 정신이 바짝 들었으며, 피고인의 친구와 그런 일(성관계를 지칭한다)이 있는 줄 알고 피고인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사람이 피고인이었다고 기억나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

㉠, ㉢ 사실은 전후 사정상 사실로 보이고, ㉤, ㉥ 사실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거의 일치하고, ㉢, ㉤, ㉥ 사실은 둘 다 알몸 상태에서 이미 피고인의 성기가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한 후의 상황으로 보이므로, 전체적으로 핵심적 사항이 피해자의 진술과 부합한다.

㉡ 사실은 대화 초반 피고인이 별다른 일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제시한 상황으로 실제와 다르고, ㉣ 사실의 여부는 피해자가 서랍에 있었던 콘돔을 꺼냈는지, 피고인이 서랍을 열어보다 우연히 콘돔을 발견하고 꺼냈는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위 대화 중에는 범행 이전의 상황인 것처럼 진술하다가 수사기관 및 이 법원에서 피고인이 삽입된 성기를 빼낸 이후(범행 이후)의 일로 진술하고 있어(증거기록 1권 49면, 2권 113면, 녹취서 12면) 범행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는 사정이 아니다.

방안에 불이 꺼져 있어 피해자가 피고인을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점, 피해자가 남자친구와 1주일 전 쯤 성관계를 하다가 콘돔이 찢어져 산부인과에서 사후피임약 처방을 받아 콘돔의 상태에 대해 민감하였던 점(증거기록 2권 19면, 공판기록 77, 80면), 피고인은 방안 창문 쪽 건조대 주변에 검정 양말을 나란히 벗어놓은 것으로 보아 범행의 착수 전 양말을 미리 벗었다고 볼 수 있는 점(증거기록 170, 224면) 등 사정도 위 대화내용과 배치되지 않고 피해자의 진술과 부합한다.

⑥ 피해자의 친구 I이 '2018. 10. 9. 02:00경 피해자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화장도 지우지 않고 씻지도 않고 바로 방바닥에서 잠을 잤고 엉덩이를 3대 정도 때렸으나 반응 없이 기절하듯 잠을 잤고, 어떻게 집에 들어온 건지 모르고 있었던 일을 말해도 몰랐으며, 피해자가 술에 취하면 송장처럼 잠을 자고 깨워도 반응 없이 잠만 잔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권 32면). 그 당시 I이 촬영한 동영상에는 피해자가 방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고 깊는 잠을 자는 장면이 담겨 있다(증거기록 2권 26, 28면).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였을 때 잠에 깊히 빠져드는 경향을 보인다는 취지로서 범행 당시 피해자의 의식상태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과 부합한다.

⑦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종사촌관계로 평소 서로 간에 이성적인 호감을 가진 사이가 아니었던 점, 피고인은 술에 만취한 피해자를 안전하게 데려다주기 위해 피해자가 거주하는 오피스텔까지 동행하였으므로, 피해자를 집에 들여보내 준 뒤에는 곧장 나와야 함에도 피해자의 집을 떠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술에 깨어 정상적인 사리분별 능력을 갖추었다면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질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도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간음행위 당시 성관계를 거부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술에 만취하여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해 적극적으로 항거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몸이 무의식적, 반사적으로 반응한 것에 불과한 점, 피고인의 성기가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되어 범행이 기수에 이른 후 피해자가 의식이 돌아와 누군가와 성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남자친구 E로 알고 콘돔을 사용하였는지 물었다고 하여 범행이 기수에 이르기 이전에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행위를 인식하는 상태였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피고인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⑧ 피해자가 피고인의 친구로부터 강간을 당하였다고 생각하여 피고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3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피고인이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에 피해자가 알 몸 상태로 울면서 04:16 남자친구 E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피고인은 급하게 옷을 입기 시작하였으며, 이어 피해자가 04:17에 112 전화 통화를 하자 피고인이 '내가 니 오빠야'라고 말하면서 현장에 있는 사람이 피고인임을 밝혔고, E가 위 전화를 받고 피해자의 집에 들어왔을 때 피해자는 알몸 상태로 방바닥에 앉아 울고 있었고 피고인은 당황해하며 자신의 소지품을 챙기고 있었는데(증거기록 1권 180, 204면, 2권 18-21, 134, 135면, 공판기록 78면, 녹취서 16면), 이러한 사정들도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피고인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피고인의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이다.

⑨ 피고인은 이 사건 직후 피해자의 집에 들어온 피해자의 남자친구를 데리고 나가 대화를 나누면서 이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고(증인 E의 녹취서 16, 17면), 04:20경 오피스텔 건물을 나가 같은 날 05:00경 무렵 피해자와 통화를 하면서도 피해자가 '내가 직접적으로 말할게. 오빠랑 했어.'라고 성관계 사실을 기억하고 있음을 먼저 밝히기 전까지 피해자에게 성관계 사실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증거기록 244 내지 247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범행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이 사건을 숨기려 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⑩ 피해자는 2018. 10. 29. 20:00경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는 까페에서 E과 함께 피고인을 만났을 때 "피고인에게 '콘돔 끼었어요?'라고 물어봤는데, 피고인이 '콘돔? 왜 끼어?'라고 말해서 정신이 확 들었다."고 범행 직후 상황을 말하였고(증거기록 69면), 이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위 대화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못 알아보고 옷 벗은 상태에서 달려들었다고 상황을 설명하고 피해자가 '그건 내가 잘못한 건데 그럼 오빠는 나한테 잘못한 거 없어?'라고 반박하고 있는데(증거기록 72면), 그 전후에 걸쳐 피해자는 '나는 오빠(피고인)인지 몰랐다고 했잖아, 오빠는 나인 걸 알았(잖아)', '그렇게 기억이 없어'라고 반박하고, 피고인은 '나는 ○○(피해자)가 술기운에 나를 못 알아보고 ○○(피해자)가 나한테 막 그렇게 덤비고 그런 걸 다 떠나서', '기억이 없는 거는 니(피해자)가 잠이 완전 들었거나 그렇게 불가항력적으로 니가 거부를 못한 상황이지'라고 말한 점(증거기록 72-73면), 피고인은 05:00경 피해자와 통화를 하면서 피해자가 기억나는 부분이 한정적임을 알았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당시 범행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상대로 피고인 자신에게 유리하게 범행 상황을 제시하여 피해자가 이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상황일 뿐 실제 그러한 상황이었다고 피해자가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잠에 빠져 들면서 물리적으로 피고인의 범행에 항거하기 어려운 상태였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정황이다.

⑪ 범행시각이 2018. 10. 27. 03:00-04:00 사이로 04:00에 가까웠을 것으로 보이는데, 원심이 범행시각으로 인정한 '03:00경'은 이러한 범행시각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이므로, 범행일시 특정에 잘못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이종사촌 동생인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집에 데려다 준 다음,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들자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내용 및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쁘다.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심리치료,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피해자는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직장을 그만두었다. 피고인은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도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변명하기에 급급할 뿐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한편,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태호

판사 양영희

판사 홍기만

주석

1) 원심의 판단 논거를 재구성하여 나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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