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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0.6.4. 선고 2019노2782 판결
준강간
사건

2019노2782 준강간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석순(기소), 손영배(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청린

담당변호사 정원일

판결선고

2020. 6. 4.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당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고자 하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양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고, ②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으며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이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다는 점에 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절히 판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술에 취해 항거불능의 상태에 빠진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

① 피해자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객관적 상당성이 인정되며,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기억하는 피해사실에 관하여 일관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이는 D 진술이나 다른 객관적 증거자료와 부합하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강간죄로 고소할 당시에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에 맞추어 상세히 진술하다가 이후 검찰조사부터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고인이 성기를 삽입하려 하였다는 취지로 준강간죄 구성요건에 맞추어 진술한 점 등을 들어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경찰조사에서 '와인 한 병을 가지고 둘이 마셨어요.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눈을 떠보니 알몸인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 저의 위로 올라와서 강제로 입에다가 키스를 하였는데 저의 입속에 혀를 집어넣으려고 하여 제가 고개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피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몸에 힘이 없어서 저항을 할 수가 없었어요. 가해자가 차가운 손으로 저의 가슴과 성기를 만졌습니다. ... 가해자가 성기를 저의 질 속으로 넣으려고 시도를 했습니다. ...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저항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 그때 또 의식을 잃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으므로(증거기록 2권 제11, 12쪽), 피해자가 경찰조사에서 강간죄의 구성요건에 맞추어 진술하지도 않았고 검찰조사부터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에 맞추어 진술을 변경한 것이 아니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알았고, 설령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를 오인하고 성관계를 하였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피해자의 카카오톡에 스승인 E은 'E 교수님'으로 저장되어 있는 반면, 피고인은 'I'으로 저장되어 있고(증거기록 1권 제127쪽), 이 사건 이전 피해자가 피고인과 카카오톡을 할 때 피고인을 '쩔친', '쩔~' 등으로 호칭하는 등(증거기록 1권 제127쪽) 피고인과 피해자가 평소 스스럼없는 사이였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만으로 피해자가 이 사건 이전부터 피고인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묵시적으로라도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피고인 스스로도 '피해자와 성관계 도중에 피해자가 가만히 있기만 하고 다른 반응이 없어 관계를 멈추고 피해자 옆에 누워서 팔로 피해자를 감싸주었는데 피해자가 제 팔을 밀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한 번 팔로 감싸주려고 하니까 다시 제 팔을 밀쳤어요'라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1권 제216쪽), 피고인과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을 나와 피고인이 큰 길까지 데려다준다고 하면서 피해자보다 앞서서 걸어가는 도중에 피해자가 몰래 피고인을 피하여 다른 길로 가서 차량 근처에 숨은 사실(증거기록 1권 제100, 224, 251쪽), 피해자는 그 직후에 바로 친구인 D에게 전화하여 'H, 나 원치 않는 관계를 한 것 같아'라고 울면서 말한 사실(공판기록 제108쪽)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동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피고인, 피해자, E이 피고인의 집으로 들어갈 당시 촬영된 CCTV 화면[증거기록 2권 제78쪽, 제80쪽(CCTV)]상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갈 때에 제대로 걷지 못한다거나 비틀대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피해자의 평소 주량은 소주 1병인데(증거기록 2권 제14, 109쪽, 증거기록 1권 제242쪽, 공판기록 제77쪽), 이 사건 당일 피해자는 식당에서 친구들과 처음에는 과일 맥주를 마시다가 나중에 와인을 마셨고, 피해자가 마신 술의 양은 과일 맥주 1병과 와인 1병 가량이고(증거기록 2권 15쪽, 증거기록 1권 242쪽, 공판기록 제76, 77쪽), 그 정확한 양은 알 수 없으나 소주도 마셨으며(증거기록 2권 84쪽), 피고인의 집에서도 피고인과 둘이서 식당에서 마신 와인과 같은 종류의 와인 1병을 나누어 마셨다(증거기록 2권 제11쪽, 공판기록 제78쪽). 위에서 본 피해자의 주량과 피해자가 마신술의 양, 다른 종류의 술인 맥주와 와인, 소주를 마시어 한 종류의 술을 마셨을 때보다 더 많이 취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당시에 술에 취하여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이나 대응을 할 수 없었던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D에게 전화를 걸어 "H, 나 원치 않은 관계를 한 것 같아"라고 말하여 이에 D은 바로 택시를 타고 피해자에게 갔다. D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술 냄새도 많이 났고 피해자가 경황이 없어보였으며 피해자가 울고 있었다. 피해자가 일단 집으로 가고 싶다고 하자 D은 피해자에게 택시 안에서 검색한 K센터를 권유하고 근처 지구대로 함께 갔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집에 가려던 피해자를 D이 설득하여 이 사건 범행을 신고하게 된 것이어서 피해자의 진의가 D과 K센터 상담사에 의해서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다른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간음에 이른 것을 무마하기 위해 피고인을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D의 설득으로 피고인을 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허위로 또는 과장하여 진술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피해자가 무고죄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취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꾸며낼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는 점, 피고인의 지인 등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은 술에 취하여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하여 그 죄질이 좋지 않은 점,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고, 오히려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의 범위 등을 참작하면, 피고인이 당심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원익선

판사 임영우

판사 신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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