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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0.5.22. 선고 2019노1973 판결
준강간
사건

2019노1973 준강간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강신엽(기소), 이영재, 김성렬(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법승 담당변호사 최요환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8. 22. 선고 2019고합33 판결

판결선고

2020. 5. 22.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에도 피고인과 쌍방 폭행사건으로 서로 고소하게 된 무렵까지 피고인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점, 피해자가 이 사건 발생 이후 3개월이 지나 피고인을 고소하게 된 이유는 위 쌍방 폭행사건으로 피고인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었기 때문인 점,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피고인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증거로 제출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사실을 알고 이를 용인하였음을 암시하는 내용 일부를 의도적으로 삭제하여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위와 같이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당일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나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가 모텔에 들어가게 된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가 성관계를 하게 된 상황 및 당시 피해자의 반응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고자 하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수강명령 40시간, 취업제한명령 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①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주취로 인해 일시적으로 기억을 상실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등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②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묵시적으로나마 동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고, ③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취 상태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점에 관한 고의가 미필적으로나마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절히 판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같은 피해자 진술을 비롯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술에 취해 항거불능의 상태에 빠진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①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피해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는바, 이 사건에 관한 피해자 진술은 자연스럽고 비교적 일관될 뿐만 아니라 특별히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② 피고인은 2019. 4. 23.경 피해자로부터 성관계 등에 관하여 항의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고 피해자에게 "반성할게"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이에 대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응 좋아 반성"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1),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에는 위와 같이 피해자가 보낸 "응 좋아 반성" 부분이 삭제된 채 제출된 사실이 인정된다2). 그러나 피해자가 삭제한 위 메시지 내용을 감안하여 보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기억한다거나 이에 동의하였다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메시지 삭제 및 제출이 이 사건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전체적인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결정적인 사정이 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해자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점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사정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피해자와 피고인은 2018. 7. 9.경 쌍방 폭행사건으로 서로를 고소하였고 피해자는 그 과정에서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으로도 고소하였는바,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으로 피고인을 고소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의 주요 부분에 관한 피해자 진술이 허위로 밝혀지거나 객관적인 정황에 모순되는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피해자가 피고인을 고소하게 된 계기나 동기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허위로 또는 과장하여 진술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피해자가 허위 진술을 함으로써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즉,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쌍방 폭행사건으로 인하여 이 사건 범행까지 신고할 결심을 하게 된 것에서 더 나아가 무고죄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취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꾸며낼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④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이후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3)과 피해자 및 피고인의 각 진술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피고인에 이끌려 모텔에 들어간 사실이 인정된다. 나아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모텔을 찾지 못해서 방황을 하다가 택시를 타고 갔다. 모텔 방으로 들어가니 술기운이 올라왔다, 피해자와 성관계를 할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상태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4), 피고인과 피해자가 잠을 잔 이후 성관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모텔에 함께 있었던 시간이 4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당시 주취 상태에서 깨어서 주취로 인한 영향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의 주취 상태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당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행동을 하였음에도 주취로 인하여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black out, 알코올이 임시 기억 저장소인 해마세포의 활동을 저하시켜 정보의 입력과 해석에 악영향을 주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현상) 상태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오히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만취하여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이나 대응을 할 수 없었던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⑤ 피해자는 이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3일이 지난 후인 2018. 4. 23. 피고인에게 "내가 참다 참다 자꾸 생각날 때마다 짜증나서 물어보는 건데 대체 똥꼬에 왜", "정신도 없고 한데 하고시펏냐", "정신잇엇음 하지마라고 햇겟지, 생각할수록 빡쳐가지고", "앞으로 그러지 마라 진짜 죽여버릴거다", "암튼 사정은 밖에다 했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5).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졌는지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항문이 너무 아파 피고인과의 성관계 사실을 의심만 하다가, 며칠 후 피고인에게 위와 같이 항의하였는데, 피고인이 '잘못했어'라는 등 이를 시인하는 듯한 답변을 하자 비로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위 메시지 내용 등에 비추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성행위의 방법(항문성교)만을 항의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정신이 없는 상태인데도 성관계를 강행한 자체를 항의하고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⑥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이후 피고인에게 "응 좋아 반성", "반성하는 자세 너무 사람됨됨이 역시"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으로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하였거나 이를 용인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메시지는 이 사건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피고인과의 성관계가 있었는지 등을 물어보는 과정에서 보낸 것으로, 피해자가 이 사건 이후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만으로는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에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묵시적으로라도 동의하였다거나 이를 용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⑦ 피고인은 2018. 7. 9.경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으로 고소할 것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이후에도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어 보이는데,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하였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당시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할 법도 한데,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하며 "이야기 하자", "미안해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서 전화했어", "미안해"라는 내용의 메시지만 보냈을 뿐이다6).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항소심은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피해자를 모텔로 데리고 들어가 간음한 사안으로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은 점, 이로 인해 피해자는 적지 않은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 신체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한 점 등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보인 행동을 성관계에 대한 동의로 오인하여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뚜렷하고, 아무런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하고, 피고인에게 집행유예의 형과 함께 수강명령과 취업제한명령을 부가하여 교화를 도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점까지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피고인은 당심에서도 원심에서와 같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여전히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등 당심에서 원심의 형을 감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없다. 또한 피고인의 나이, 환경, 사회적 유대관계, 이 사건 범행의 내용, 취업제한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재범할 위험성이 현저히 낮거나 피고인의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들과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원심에게 주어진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원심의 양형을 존중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정종관

판사 이승철

판사 이병희

주석

1) 증거기록 2권 59쪽, 공판기록 65쪽

2) 증거기록 2권 14쪽

3) 피고인은 다소 과장 섞인 장난으로 피해자가 술에 취하였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피해자에게 보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후 피해자에게 "많이 취해서 내가 옮기느라 힘들었다", "너 엄청 취해서 막 거리에 누울려고 그랬었어. 다시 일으켜새우고", "잠깐 한눈판사이에 막 드러눕고"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는데(증거기록 2권 57, 58쪽, 공판기록 63, 64쪽), 그와 같은 메시지 내용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피해자와 모텔로 이동할 당시의 피해자 상태와 비슷하므로 위와 같은 메시지 내용은 피해자와 모텔로 이동할 당시의 피해자 상태를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4) 증거기록 2권 34, 36, 37쪽

5) 증거기록 2권 59쪽, 공판기록 65쪽

6) 증거기록 2권 122, 123쪽, 공판기록 110,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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