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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17.2.9. 선고 2016나107804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사건

2016나107804 채무부존재확인

원고, 항소인

현대해상화재보험주식회사

피고, 피항소인

1. A

2. B

제1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16. 8. 18. 선고 2015가단217314 판결

변론종결

2017. 1. 19.

판결선고

2017. 2. 9.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C 차량에 관한 별지 목록 제1항 기재의 사고와 관련하여, 같은 목록 제2항 기재 보험계약에 의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C 차량에 관한 별지 목록 제1항 기재의 사고와 관련하여, 같은 목록 제2항 기재 보험계약에 의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2014. 2. 28. 망 D(이하 '망인'이라 한다) 소유의 C 소나타Ⅲ LPG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에 관하여 피보험자를 망인으로 하여 피고 B와 사이에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이고, 피고들은 망인의 자녀들로서 약관상 피보험자들이다.

나. 망인의 사망 전날 행적

1) 망인은 대전에 거주하면서 화장품 방문판매업에 종사하였고, F는 청주에 살면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2014. 3. 무렵 관광지에서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된 이후 호감을 갖고 상호간에 자주 전화통화를 하면서 사귀는 사이였다.

2) 2014. 7. 15. 망인과 F는 대전 대덕구 J의 매운탕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는데, 망인은 같은 직장 동료로서 평소 언니로 부르는 E과 함께 망인 운전의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여 위 식당으로 왔고, F는 청주에서 친구인 G과 함께 버스를 타고 위 식당으로 왔다.

3) 망인과 F 일행은 위 식당에서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시켜 먹었는데, 그 자리에서 망인은 소주 2~3잔 정도를 마셨고, 당일 20:30 무렵에 저녁식사를 마친 후 망인이 운전하는 이 사건 차량을 타고 그곳으로부터 5분 정도 거리에 있던 I마트 주차장에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한 다음 부근의 노래방으로 가서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소주와 맥주를 시켜서 마셨으며, 망인은 노래방에서 다시 3~4잔 정도의 소주를 마셨다.

4) 망인과 F 일행은 당일 22:30 무렵 노래방에서 나왔는데, E은 망인이 술에 취하여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할 수 없는 상태이어서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하였지만, 망인은 F와 더 할 얘기가 있으니 E에게 대리운전기사 호출을 취소하고 먼저 집으로 가라고 말하였다. 이에 E은 망인에게 함께 집으로 가자고 실랑이를 하다가 대리운전기사 호출을 취소하였으며, 그곳에서 15분 내지 20분 정도 머물며 망인에게 계속 설득하였지만 망인이 화를 내면서 거부하자 망인과 F만을 남겨둔 채 22:50경 버스를 타기 위해서 신탄진역으로 20분 정도 걸어갔으나 마지막 버스를 놓쳐서 23:10 무렵 택시를 타고 집으로 항하였다.

5) 한편 G도 망인과 F가 함께 있겠다고 하자 F와 헤어져 혼자서 청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러 가던 중 23:28경 F로부터 '자신은 망인과 여관을 갈 예정이고 할 얘기가 많으니 먼저 다른데 가 있으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또한 E도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인 당일 23:33경 망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아 망인과 사이에서 'E이 차를 타고 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자신도 곧 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통화를 하였고, 다시 23:38경 망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어디쯤 가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곧 가겠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통화를 하였다.

6) 한편 망인의 딸인 피고 B는 망인이 집에 들어오지 않아 걱정이 되자 2014. 7. 16. 00:10경과 같은 날 00:18경 2차례에 걸쳐 망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망인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통화를 하지 못하였다.

다. 망인의 변사체 발견 및 사인

1) 2014. 7. 16. 09:30경 I마트 주차장에서 이 사건 차량의 운전석에서 망인이, 조수석에서 F가 각 앉아 있는 상태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이 되었다(이하 망인과 F 사망한 사건을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2) 망인의 사체 발견 당시 이 사건 차량은 시동이 걸린 상태로 공조기 내부 순환 모드에서 에어컨이 2단으로 작동되고 있었고, 주차장 뒤쪽 벽에 이 사건 차량의 배기구가 밀착 접촉되어 있는 형태로 주차되어 있었으며 차량유리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3) 망인과 F는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 차량 안에서는 싸운 흔적 등 타살이라고 볼 만한 의문점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며, 망인 등의 사체에서는 외상없이 가스중독사에서 나타나는 선홍색 시반이 형성되어 있었다.

4) 망인 및 F에 대한 의사의 검안 결과에 따르면 망인 및 F의 사인은 일산화탄소중독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이 발견될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여 차량 내부의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배기구가 벽에 밀착되어 주차된 경우에는 15분경과 시 1,980ppm으로서 배기구를 밀착하지 않은 상태의 측정치인 45ppm보다 월등히 높았다.

5) 한편 일산화탄소는 공기보다 가벼운 무색, 무취의 기체로서 흡입 시 혈액과 결합하여 혈액의 산소운반능력을 감소시키는데 두통, 현기증, 구토, 방향감각 상실,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중독 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유독물질인바, 통상 일산화탄소 허용농도는 50ppm이고, 200ppm일 경우 2~3시간 내 가벼운 두통이 일어나며, 400~500ppm일 경우 1시간 후 숨이 차고 두통을 일으키고, 1,000ppm일 경우 1~2시간 후 두통과 정신혼란, 4~5시간 후 의식불명과 호흡중추마비를 일으키며, 2,000ppm 이상의 농도에 1시간 노출되면 사망할 수 있다.

라. 보험약관의 내용

원고의 이 사건 차량에 관한 보험계약 약관 제12조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피보험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로 인하여 죽거나 상해를 입은 때 그로 인한 손해를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갑 제7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당심 증인 E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술에 취하여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연인관계로 추정되는 F와 이야기를 하기 위한 공간으로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였을 뿐이고, 다만 더위 때문에 시동과 에어컨을 켜 둔 것이므로, 이는 승용차의 운송수단으로서 본질이나 위험과는 무관하여 이 사건 사고를 자동차의 '운행 중 사고'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원고의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나. 관련법리

교통사고만의 담보특약부 상해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약관상 '운행'이라 함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말하고(대법원 1994. 4. 29. 선고 93다55180 판결 참조), 여기서 '당해 장치'라 함은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장치로서 자동차의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자동차의 고유의 장치를 뜻하는 것인데, 위와 같은 각종 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에는 운행중에 있다고 할 것이나 자동차에 타고 있다가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고가 자동차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이나 위험과는 전혀 무관하게 사용되었을 경우까지 자동차의 운행중의 사고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6. 5. 28. 선고 96다7359 판결, 2000. 1. 21. 선고 99다41824 판결, 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다89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갑 제8호증, 갑 제9호증의 각 기재 및 앞에서 본 각 증거에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저녁식사와 노래방에서 상당한 정도의 술을 마셔서 취한 상태였고, 특히 동행한 E은 노래방에서 모임이 끝난 후에도 망인이 취해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하기도 하였던 점, ② 망인은 E에게 사귀고 있던 F와 할 얘기가 있다면서 먼저 집으로 가라고 강력히 요구하면서 대리운전기사 호출을 취소하도록 요구하였고, E의 계속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기를 거부하여 결국 2014. 7. 15 23:00 F와 둘이 이 사건 차량이 주차된 곳에 남게 되었던바, 그 무렵부터 망인과 F는 이 사건 차량에 탑승하여 시동을 켜고 에어컨을 작동시킨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당일 G이 F로부터 망인과 여관에 갈 예정이라는 전화를 받은 시간이 23:28경이고, E이 망인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전화를 받은 시간이 23:38경으로서 망인과 F는 적어도 그 시간까지는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망인의 딸인 피고 B가 망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망인이 전화를 받지 않은 다음 날 00:10경에는 망인과 F가 잠이 들었거나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망인과 F는 이 사건 차량에 탑승한 이후 적어도 40분 이상을 차량 안에서 머무르면서 얘기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차량의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작동시킨 것 이외에 안전벨트를 착용하였다든지 기타 실제 운행을 위한 준비를 하였다고 볼 만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⑤ 이 사건 차량이 주차된 대전지역은 2014. 7. 15. 23:00 무렵 기온이 25.1℃로서 이른바 열대야 현상(최저 기온이 25℃ 이상인 무더운 밤)이 나타나 무더웠던바, 망인과 F는 더위를 피해서 이 사건 차량에 탑승한 후 에어컨을 작동시키기 위해서 이 사건 차량의 시동을 켠 것으로 보이는 점, ⑥ 망인은 대전에서 남편 및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고, F는 청주에서 처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으므로 상호 거주지 방향이 동일하지도 않아서 귀가를 위해서 이 사건 차량을 함께 탑승할 이유가 없었으며, 달리 당시 술에 취하여 있던 망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여 F를 태우고 갈 만한 목적지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도 어려운 점, ⑦ 또한 F와 G의 통화 내용에서 나오는 대로 망인과 F가 함께 여관에 갈 예정이었다면, 이 사건 차량이 주차된 부근 250m 이내에도 10여개의 여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망인이 음주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다른 곳의 여관을 찾아간다는 것은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점, ⑧ 망인과 F는 노래방에서 모임이 끝난 후 둘만이 남아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의도하였고, 망인과 F가 이 사건 차량에 탑승하여 적어도 40분 이상을 이동하지 않은 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머무른 것인바, 위와 같은 시간이 이 사건 차량의 운행을 위한 준비나 운행 전에 잠시 쉬거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여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운송수단으로서가 아니라 F와 이야기를 나눌 장소로 이용했던 것으로 보이고, 망인의 이 사건 차량 내에서의 사망이 자동차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이나 위험과 관련되어 망인이 자동차의 고유의 장치의 일부를 그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 관리하던 중 그 자동차에 기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들이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그 확인의 이익도 있으므로, 이의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최병준

판사 오선아

판사 강창효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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