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1노4750 업무상횡령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김종필(기소, 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 변호사 C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2. 13. 선고 2011고단2507 판결
판결선고
2012.5. 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변경 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5. 3. 8.부터 2008. 9. 19.까지 서울 중구 D 소재 (주)E(F 상호 변경, 이하 '피해회사'라 함)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위 회사의 자금 관리를 총괄하는 업무에 종사하였다.
피고인은 2005. 9.경부터 2008. 9. 4.경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의 구입 및 현금화, 출장비 및 해외 체재비 허위·과당계상, 영업소 화분대금 허위계상, 거래처 납품대금 과다계상 등의 방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던 중, 2008. 4월 또는 5월경 서울이하 불상지에서 위 비자금 중 2,000만 원을 피고인의 은사 G의 병원치료비, 산삼구입비로 사용한 것을 비롯하여 2005. 9.경부터 2008. 9.경까지 위 비자금 중 8,750만 원을 이사회 의결이나 임원들과의 협의 없이 지인들과의 회식비나 인사비용 및 불상의 개인용도 등에 임의로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자금 8,750만 원을 횡령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공소사실 중 2,000만 원 부분은 판시 증거에 의하여 유죄로 인정하고, 6,750만 원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되 다만 포괄일죄 관계에 있는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이유에서만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용내역 중 인정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횡령죄로 의율할 수는 없고, 공소사실 기재 범행기간이 매우 장기간이어서 근거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그 사용처를 모두 기억하여 진술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비자금을 보관·관리하던 다른 사람들이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회사를 위하여 비자금을 사용하였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내용만으로는 비자금의 주된 사용목적이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였는지, 피해회사의 이익추구 목적이었는지 알 수 없다.
3.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판단유탈
원심은, 피고인이 이 교수 퇴직시 5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 시기와 피해회사 임원 P의 사망 관련 위로금 및 천도제 비용 3,600만 원을 지급한 시기가 특정되어 있는데도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
(2) 공소기각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비자금의 조성 시기, 방법, 금액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진술을 하지 않는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업무상횡령 사실로서 특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또한 비자금 조성 시기가 특정되어 있는 이 사건에서 범행기간이 장기간이라는 이유로 사용처를 모두 기억하여 진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근거가 없다. 비자금의 규모 및 월별 잔고를 매월 피고인에게 보고하였고 조성된 비자금은 모두 피고인에게 전달되었다는 1의 검찰 진술에 의하면 비자금을 피고인 이외의 사람들이 사용했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 또한 피고인이 회사와 관련하여 돈을 사용하였다고 진술한 내용 중 피고인의 진술이 허위로 판명된 부분만 이 사건 공소사실에 포함시켰으므로, 공소제기된 금액 8,750만 원이 피해회사를 위하여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없다.
(3) 양형부당
횡령금액이 2,000만 원임을 전제로 형이 정해졌다는 점 자체로도 원심의 형(벌금 5,000,000원)은 부당하고, 피고인의 진술번복, 개인 용도로 사용하였음을 자인한 부분 조차도 피해회사에 반환하지 않은 점, 피고인 재직기간 동안 피해회사의 연 평균 수익이 3,675만 원에 불과하였던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볍다.
나. 피고인
(1) 유죄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2,000만 원을 G의 치료비 등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을 인정한 피고인의 자백은 그 자백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나 과정에 비추어 신빙성이 없다. 또한 원심이 판시한 증거들은 G이 실재하였던 사람이고 지금은 사망하였다는 점만 나타낼 뿐이어서 공소사실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수 없다.
(2) 공소권 남용 주장에 대한 판단유탈
이 사건 수사는 정치적인 배경에서 시작되었고, 피해회사는 아무런 피해주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장기간의 수사를 통해 기소에 이른 점, 과거 국무총리실의 불법사찰 과정에서 이미 무혐의 결정을 받았던 점, 사건 진행과정에서 피고인과 주변인들을 집요하게 압박하는 등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하였고 그 후 검찰인사가 이루어진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는 그 권한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원심은 이 부분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
4. 직권판단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에서 공소사실 제2항 중 '피고인은 2005. 9.경부터 2008. 9.경까지 위와 같이 위 부외자금 중 8,750만 원을 이사회 의결이나 임원들과의 협의 없이 위 G의 병원 치료비, 지인들과의 회식비나 인사비용 및 불상의 개인 용도 등에 임의로 사용하였다'를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2005. 9.경부터 2008. 9.경까지 위와 같이 위 부외자금 중 8,750만 원을 이사회 의결이나 임원들과의 협의 없이 위 G의 병원 치료비, E 전 본부장이었던 망 P의 천도제 비용, 유족위로금, 피고인의 개인 은사인 이 정년퇴직시 후원, 지인들과의 회식비나 인사비용 및 불상의 개인 용도 등에 임의로 사용하였다'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 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변경 전 공소사실과 그 공소사실에서 비자금의 사용처가 몇 가지 더 추가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충분히 특정 되었는지 여부와 피고인의 공소권 남용 및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P의 천도제 비용과 유족위로금, 이 정년퇴직시 후원 부분이 변경된 공소사실에 포함됨으로써 당원의 판단 대상이 되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유탈했다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5.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는지 여부
공소사실의 기재에 있어서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 특히 포괄일죄에 있어서는 그 일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 횟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293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비자금을 조성하여 개인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피해회사의 돈을 횡령하였다는 것인데, 비자금 조성의 시기와 종기, 비자금 조성 방법, 횡령액(8,750만 원), 사용처 등이 기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기간 동안 8,750만 원 상당의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고, 피고인은 위 기간 동안 피해회사의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없다는 점 또는 개인적으로 사용한 비자금의 액수가 8,750만 원에 이르지 않는다는 점에 관하여 다투는 것으로 방어의 대상과 범위, 목표를 확정할 수 있다. 다만, 공소사실에 주된 사용처가 적시된 외에 전체 횡령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사용처가 기재되어 있지는 않으나, 비자금이 어디에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가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횡령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의 문제로서 일차적으로 검사의 책임에 속하는 점을 고려하면, 구체적 사용처가 모두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해할 정도로 특정이 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변경된 공소사실 뿐만 아니라 변경 전공소사실도, 특정이 되지 않아 공소제기의 절차가 위법하여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6.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형사소송법 제246조와 제247조에 의하여 검사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형사적 제재를 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또 형법 제51조의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으나,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이고,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1. 9. 7. 선고 2001도3026 판결).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배경과 기소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하여 보건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2008. 6. 18.경 자신의 블로그에 타인이 제작한, 대통령을 비판하는 취지의 동영상을 게재하자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피고인 및 그가 운영하는 피해회사에 대하여 아무런 권한 없이 사찰을 한 사실, 국무총리실은 서울동작경찰서에 피고인에 대하여 명예 훼손, 횡령 혐의 등으로 수사의뢰를 하였으나 모두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진 사실, 그 후 피고인이 국무총리실의 위와 같은 사찰 사실을 폭로하여 언론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는데, M은행과 거래를 하면서 피고인을 알고 있었던 H이 피해회사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특혜가 주어졌다는 말을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고, 과거에 피고인으로부터 납품단가를 부풀려 받아 차액을 반환한 사실이 있으니 이와 같은 경로를 통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였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로 AK 국회의원에게 제보를 하였고, 이러한 제보를 받은 AK 의원은 피해회사 주식을 피고인이 취득하게 된 과정에서의 특혜의혹과 비자금 조성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사실, 이에 검찰에서는 피해회사의 설립배경, 피고인이 주식을 취득하게 된 과정, 비자금 조성방법, 비자금의 사용처 등에 대하여 수사한 결과, 피고인이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을 기소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록 피고인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불법적인 사찰과 이 사건 수사가 시간적으로 선후관계에 있고, 중간에 여당 국회의원의 수사의뢰라는 사건이 개입되어 있으나, 위에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수사는 피고인의 납품단가 부풀리기를 목격한 적이 있는 피해회사 거래처 사람의 제보라는 별개의 단서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비자금 조성 의혹은 국무총리실 사찰의 연장선상에서 수사기관이 스스로 갖게 된 것이 아니라 H의 제보 내용에 포함되어 있었고 이에 따라 검찰이 당초의 횡령사건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던 비자금 조성에 대하여 수사를 개시하게 되었으므로, 수사기관이 어떤 목적을 갖고 이 사건 수사를 기획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수사는 비자금 조성 방법에 대한 수사로 시작하여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는데,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은밀한 방법으로 마련된 비자금이 공개하기 어려운 용도 또는 회사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수사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자금 조성 사실에 대한 혐의가 어느 정도 밝혀진 후 그 사용처에 대해 수사하는 것이 무리한 수사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수사를 진행한 결과 비자금 일부가 피해회사가 아닌 피고인의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다는 혐의가 입증되어 기소하였다면, 이전에 피고인이 국무총리실에 의해 불법적인 사찰을 받은 적이 있고 그 후 여당 국회의원의 의뢰에 의해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수사 및 기소가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피고인을 흠집내려는 악의적인 목적 또는 민간인 사찰의 불법성을 희석시킨다는 의도를 갖고 이루어진 것이라고 추단할 수 없다. 또한 유사사건의 수사과정과 비교해 볼 때 이 사건에서 피고인 및 그 주변인들을 압박하거나 불필요하게 소환하는 등 무리한 수사가 이루어졌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공소권 남용 주장은 이유 없다. 7. 이 사건 공소사실 중 G 치료비, P 특별위로금 및 천도제 비용, 0 교수 정년퇴직시 후원 부분에 대한 판단
가. 관련법리
피고인이 회사의 비자금을 사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비자금을 회사를 위하여 인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부인하는 경우, 피고인이 주장하는 비자금의 사용이 회사의 운영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지출(부 담)로서 회사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비자금 사용의 구체적인 시기, 대상, 범위, 금액 등에 대한 결정이 객관적, 합리적으로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다만, 일반적인 비자금의 조성과정이나 비자금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볼 때, 비자금 사용에 관하여 회사 내부규정이 존재하지 않거나 이사회 결의 등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바로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가 인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등을 비롯하여 그 비자금을 사용하게 된 시기, 경위,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비자금 사용의 주된 목적이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내지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4784 판결).
나. G 치료비 부분
피고인은 이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자백이 신빙성이 없고 보강증거도 충분하지 않으므로 무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및 그 밖에 원심의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의 자백이 이루어진 경위와 자백의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검찰수사가 그동안 피고인과 관련을 맺었던 주변 사람들의 신변과 자신과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몹시 두려워하고 괴로워한 나머지 이 사건과 관련된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 함구하고 차라리 자신이 처벌받는 편을 택하고자 할 정도로 심적으로 지쳐 있었던 사정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이 부분 자백은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G 치료비는 검찰이 전혀 알지 못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인데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드러낸 사용처인 점, 그 진술내용이 매우 구체적인 점, 지인들이 피고인으로 인하여 이 사건에 연루되는 것에 대하여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피고인이, 없는 사실을 지어내면서까지 자신의 은사를 이 사건에 끌어들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심신이 지쳐 있었다고 하여 검찰이 요구하는 횡령액을 맞추기 위해 허위사실을 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당시 2,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횡령액이 모두 입증이 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검찰이 특히 이 액수에 대해서 피고인의 자백을 원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피고인은 위 자백이 허위이고 G의 치료비 등은 피고인 개인 예금계좌에서 지출했다고 주장하며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의 예금거래내역을 제출하였으나, 피고인이 G 치료비 등으로 표시한 부분은 다른 출금내역들과는 달리 그 출금명목 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예금거래내역에 표시된 돈의 출금시기와 액수가 피고인의 진술과 서로 맞지 않으며, 일부는 2008. 3. 28. 출처를 알 수 없는 1,000만 원이 입금된 후에 출금된 점 등에 비추어 위 예금거래내역은 피고인 자백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고, 기록상 달리 자백의 신빙성에 의문을 품을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G 치료비에 관한 피고인의 자백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
다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출된 증거인 수사보고(A이 병원 치료비 등을 지원해주었다는 G 인적사항 확인), G에 대한 주민조회(사망)가 보강증거로서 충분한지에 관하여 보건대,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중요부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아니하더라도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족한 것으로서, 자백과 서로 어울려서 전체로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면 유죄의 증거로 충분하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343 판결). 위에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의 자백에 진실성을 의심할 여지는 거의 없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G이 실재하는 사람으로서 피고인이 비자금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근접한 2008. 12.경 사망하였다는 점을 나타내는 위 증거가 비록 비자금과 치료비의 관계를 직접 뒷받침해주는 정도에 이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를 보강증거로 하는 것이 피고인의 자백에 보강증거를 요하는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피고인이 G의 치료비, 산삼구입비 등으로 피해회사의 비자금 중 2,000만 원을 사용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되고, 이는 피해회사를 위한 용도와는 무관한 것임이 명백하므로, 이 부분은 업무상횡령 행위로 인정된다.다. P의 천도제비용, 특별위로금 부분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AI의 검찰진술, 수사보고(AL 주지스님 전화진술청 취보고)의 기재를 종합하면, 피해회사의 본부장이었던 P가 업무와는 무관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후 피고인이 퇴직급여규정상 특별위로금 지급절차 없이 유족에게 특별위로금 3,000만 원을 피해회사 비자금에서 인출하여 지급하였고, P를 위한 천도제를 두 차례 지내면서 그 비용으로 합계 600만 원을 비자금으로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는 제3자를 위한 의사도 포함하는데, P가 피해회사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피고인의 주관적인 판단 외에는 특별위로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었고, 피고인 스스로도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우려하여 특별위로금을 비공식적으로 지급한 점, 한편 천도제의 경우 역시 피해회사의 돈으로 지출할 수 있는 근기를 찾기 어렵고, 유족들은 천도제 자체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피고인 개인의 종교관 이 다분히 반영된 결정이라고 볼 측면이 강한 점 등을 고려하면 P의 유족에게 3,000만 원의 특별위로금을 지급한 것과 천도제 비용으로 600만 원을 지출한 것이 피해회사를 위한 용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해회사의 비자금으로 P의 천도제 비용 및 특별위로금 합계 3,600만 원을 지급한 행위도 업무상횡령으로 인정된다.
라. 0 교수 정년퇴직시 후원 부분
피고인의 진술과 수사보고(검색조회서 첨부)의 기재, 당심의 2012. 2. 22.자 및 2012. 2. 24.자 각 AM 대학교에 대한 사실조회회신결과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2006년경 피고인의 은사인 0의 정년퇴직 기념으로 피해회사의 비자금 중 50만 원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부분 역시 피해회사와는 관련 없는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피고인이 위 돈을 횡령하였다고 인정된다.
8. 이 사건 공소사실 중 G 치료비, P 천도제 비용 및 특별위로금, 이 교수 정년퇴직 후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입증책임은 어디까지나 검사에게 있는 것이므로, 어떤 금전의 용도가 추상적으로 정하여져 있다 하여도 그 구체적인 사용 목적이나 사용처, 사용시기 등에 관하여 보관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이를 사용할 권한이 부여되어 있고, 지출한 후에 그에 관한 사후보고나 증빙자료의 제출도 요구되지 않는 성질의 것이라면, 그 보관자가 위 금전을 사용한 다음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함부로 불법영득의 의사를 추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금전이 본래의 사용 목적과는 관계없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지출되었다거나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과다하게 이를 지출하였다는 등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을 검사가 입증하여야 함은 입증책임의 법리상 당연하다. 따라서 임직원이 판공비 등을 불법영득의 의사로 횡령한 것으로 인정하려면 판공비 등이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지출되었다거나 또는 업무와 관련되더라도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과다하게 지출되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고, 단지 판공비 등을 사용한 임직원이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사후적으로 그 사용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함부로 불법영득의 의사로 이를 횡령하였다고 추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도5899 판결).
한편, 이 사건과 같이 포괄일죄로 기소된 업무상횡령죄의 특성상 그 사용횟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시간의 경과로 관련자들의 기억도 희미해져 그 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낱 낱이 밝힌다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검사가 위탁된 금원의 사용처나 행방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자료, 즉 피고인의 지위, 위탁금원의 성격, 횡령금원의 규모, 그 중 사용처나 행방이 밝혀진 금원의 내역 및 그러한 금원이 전체 횡령 금원에서 차지하는 비율, 횡령의 기간 및 횡령 전후의 정황 등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그 행방이나 사용처가 위탁의 취지에서 벗어난 사적인 것임을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도1231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검사가 기소한 횡령금액은 위에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의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이 드러난 부분(5,650만 원)과,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용내역 중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여 소명되었거나 충분히 소명되지는 않았으나 정황상 횡령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3,100만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의 주장이 소명되지 않은 부분을 횡령으로 인정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한 증거를 모두 제출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회사와 무관한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는 정황에 대한 입증 정도는 이루어질 것이 요구된다. 단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용내역들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만으로 횡령행위와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하는 것은, 횡령이 아님을 입증할 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되어 위에서 본 법리에 정면으로 반한다.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기간 동안 조성한 비자금 대부분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온 사정이 있다면 이 부분 금액도 횡령하였을 개연성에 대한 강력한 정황증거가 될 수는 있겠으나,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회사 임직원들 및 그 배우자들에 대한 상품권 제공, M은행 직원 및 노조를 위한 명절 선물 또는 찬조금 제공 (피해회사로부터 일체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당심 증인 AN의 진술은 AJ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 I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M은행 노조의 예산규모, 노조위원장 선거자금의 출처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을 못하는 점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 등 피해회사를 위하여 비자금을 사용한 정황이 적지 않게 드러나는 점에 비추어 이 부분 금액의 사용처에 대하여 함부로 추단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3,100만 원을 지인과의 회식비 등 개인적 용도로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9.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 사 실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은, 원심판결문 제2면 제1행부터 5행까지를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2005. 9.경부터 2008. 9.경까지 위와 같이 위 부외자금 중 5,650만 원을 이사회 의결이나 임원들과의 협의 없이 위 G의 병원 치료비, E 전 본부장이었던 망 P의 천도제 비용, 유족위로금, 피고인의 개인 은사인 이 정년퇴직시 후원 등에 임의로 사용하였다'로 바꾸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범죄사실과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2011. 3. 4.자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H, I, AI에 대한 각 검찰진술조서
1. I이 작성한 진술서
1. 2012. 2. 22.자 및 2012. 2. 24.자 각 사실조회 회보서
1. 수사보고(F 법인카드 거래내역서 첨부), 수사보고(백화점 상품권 구입 내역 등 첨부), 수사보고(2007-2008년도 해외연수체재비 계정별 원장첨부), 수사보고(출장비 2006-2008년도 계정별 원장 첨부), 수사보고(2008년도 소모품 계정별 원장 첨부), 수사보고(출장비 등 부외자금 조성 - 대체전표 등 첨부), 수사보고(피진정인 A 진술서 제출), 수사보고(AL 주지스님 전화진술청취보고), 수사보고(A의 간이 진술서 첨부), 수사보고(검색조회서 첨부), 수사보고(A이 병원치료비 등을 지원해주었다는 G 인적사항 확인), 수사보고(전 E 본부장 P의 변사사건 기록 사본 편철)
1. G에 대한 주민조회(사망)
1. 참고인 AI의 전화통화녹음 조사내용 녹취록
1. 망 P 변사사건기록사본
1. 대체전표,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구입내역, 롯데백화점 상품권 구입내역,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구매실적 제출자료, 롯데백화점 상품권 구매내역 출력물, 퇴직급여규정, (대체) 전표, 출장비 내역, (대체) 전표, 소모품(국제원예) 내역, 지출결의서 및 (대체) 전표 - 체재비 내역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노역장유치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횡령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고, 비록 피해회사가 고소를 하였다거나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비자금 중 회사와 무관하게 사용된 부분은 피해회사 입장에서는 재산상 손해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은 피해회사에 이를 반환할 책임이 있는데도 현재까지 피해변 제가 이루어졌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횡령금액을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 것은 아닌 점과 현재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내용,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등 제반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피해회사의 비자금 중 3,100만 원을 지인들과의 회식비나 인사비용 및 불상의 개인 용도 등에 임의로 사용하였다는 부분은 제8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업무상횡령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안승호
판사윤중렬
판사이영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