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업무상배임죄에서 ‘불법이득의 의사’의 의미 /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별도로 비자금을 조성한 경우, 업무상배임죄의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행위자에게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착복할 목적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불법이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 배임행위가 있었다는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 및 증명 정도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안정호 외 4인
원심판결
대구고법 2016. 1. 28. 선고 2013노340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불법이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 임무에 위배된 행위를 하는 의사를 의미한다 ( 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4도5685 판결 참조).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의 자금을 이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해당 비자금의 소유자인 법인 이외의 제3자가 이를 발견하기 곤란하게 하기 위한 장부상의 분식에 불과하거나 법인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이득의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법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별도로 비자금을 조성하였다면 그 조성행위 자체로써 불법이득의 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 그 행위자에게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착복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법인의 성격과 비자금의 조성 동기, 방법, 규모, 기간, 비자금의 보관방법 및 실제 사용용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101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불법이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배임행위가 있었다는 사정은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증명하여야 하므로,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478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비자금을 조성하는 단계에서 불법이득의사가 실현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가. 공소외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회사’라고 한다) 토목사업본부에서는 피고인이 토목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하기 전부터 관행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였고, 대표이사도 토목사업본부장으로부터 비자금 조성과 집행에 관한 보고를 받고 승인하였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비자금(이하 ‘이 사건 비자금’이라고 한다) 조성은 공사 수주활동을 위한 영업활동비와 행사비, 현장격려금, 경조사비 등 자체 소요 경비에 충당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단순히 공소외 회사 토목사업본부라는 부서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승인 아래 외주구매본부 등 타 사업본부와의 협조를 받는 등 회사 전체 차원에서 이루어졌고,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사람들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 이 사건 비자금은 정상적인 회계절차에 따라 관리되지 않았으나, 비자금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정해져 있었고, 조성과 집행 과정에서 보고절차를 거치는 등 피고인을 비롯한 비자금 조성과 집행에 관여한 직원들은 이 사건 비자금을 회사의 자금으로 인식하고 관리하였다.
라. 이 사건 비자금 중 상당 부분은 공사 수주활동을 위한 영업비용으로 사용되었다. 그러한 영업비용에는 턴키공사 입찰 과정에서 설계평가심의위원에 대한 불법 금품 로비를 위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그 외에도 설계평가심의위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홍보활동 비용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비자금 조성 금액에서 설계평가심의위원에게 뇌물 등으로 공여된 불법 로비자금이 차지하는 금액의 비중이 크지 않으므로, 이 사건 비자금 조성의 주된 목적이 불법 로비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마. 이 사건 비자금은 공사 수주활동을 위한 영업경비 외에도 각종 행사경비, 현장격려금, 본부장 활동비, 경조사비, 민원처리 및 재해보상비 등 토목사업본부에서 관리하는 현장의 자체 소요경비 명목으로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용도에 사용하기 위하여 비자금을 조성하는 행위는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자금 지출행위로 볼 수도 없다.
바. 피고인과 비자금을 관리하는 임직원들은 필요한 자금의 규모와 용도 등을 개략적으로 파악한 상태에서 내부적 보고 절차를 거쳐 이 사건 비자금을 조성하였을 뿐, 설계평가심의위원에 대한 뇌물공여 등 구체적인 용도를 확정한 상태에서 이 사건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다.
사. 공소외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종류와 성격, 규모, 이 사건 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규모 및 그 관리 형태, 실제 사용처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나 비자금을 관리하는 임직원들이 비자금 조성 당시 비자금 중 일부가 턴키공사 수주활동 과정에서 뇌물공여 등 불법 로비자금으로 사용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비자금 조성행위 자체로 불법이득의사가 실현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불법이득의사 또는 불법영득의사는 실제로 기업활동 과정에서 허용되지 않는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함으로써 비로소 실현된다고 보아야 한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죄의 성립과 불법이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련문헌
- 김재윤 형법상 배임죄 규정의 입법론적 개정방안에 관한 연구 일감법학 제54호 / 건국대학교 법학연구소 2023
참조판례
- 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4도5685 판결
-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4784 판결
-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1015 판결
-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도15182 판결
참조조문
- 형법 제356조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4도5685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1015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4784 판결
원심판결
- 대구고법 2016. 1. 28. 선고 2013노34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