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하광호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한국전력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김세연 외 1인)
변론종결
2010. 6. 25.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689,175,15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제1심 판결선고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원고 소유로서 지목이 도로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 660 외 6필지(동부간선도로) 일부와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5 외 5필지(도곡동길) 도로(위 상계동 660 외 6필지와 합하여 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한다) 변에 설치된 전주(이하 ‘이 사건 전주’라 한다)를 따라 사용전압 154,000V 및 22,000V의 고압가공전선(이하 ‘이 사건 전선’이라 한다)을 설치하여 관리하고 있다.
나.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전주에 관하여 점용허가를 받은 후 점용료를 납부하여 왔고, 이 사건 전선에 관하여는 별도로 점용허가를 받거나 점용료를 납부한 바는 없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쌍방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피고가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도로 위에 설치된 이 사건 전주에 관하여만 점용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전주와 전주를 연결하는 이 사건 전선에 관하여는 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송전선, 배전선 등을 사용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민법 제741조 에 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대상이 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08. 11. 말을 기준으로 그 이전 5년간의 이 사건 전선의 선하지 부분 도로 점용에 관하여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1) 현행 도로법 제38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 제5항 제1호 는 전주에 대한 점용허가 규정을 둠과 동시에 전선에 대한 점용허가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전주에 관한 점용허가와 전선에 관한 점용허가는 별개의 것으로, 전주에 관하여 점용허가를 받았다고 하여 전선에 관한 점용허가가 당연히 의제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전주에 대한 점용허가 외에 별도로 이 사건 전선에 관한 점용허가 없이 이 사건 도로 위에서 이 사건 전선을 점유·사용하는 것은 불법 점용에 해당한다.
(2) 도로법 제41조 제2항 , 같은 법 시행령 제42조 및 점용료 산정기준표에 의하면, 전선에 대하여는 별도로 산정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은데, 이는 전선에 대한 점용료나 사용료의 부과를 막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전선에 대한 점용료 산정기준과 부과징수 방법 등을 지방자치단체에게 자율적으로 위임한 것일 뿐이다. 또한 지상화된 전선과 비교하여 지하화된 전선의 토지 입체이용저해율이 일반적으로 더 낮음에도 불구하고 도로법은 지하매설물로서 지하화된 전선인 ‘전기통신관’에 대하여 점용료 산정기준표에 점용료 산정기준을 두고 있으므로, 지하화된 전선과의 형평상 지상화된 전선에 대하여도 점용료에 상응하는 부당이득에 관하여 그 반환청구를 인정하여야 한다.
(4) 또한 원고는 이 사건 도로 위의 전선 설치로 인하여 육교,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 조명시설 등을 설치함에 있어 장해가 되고 있고, 도로 수선, 확장 등 각종 도로공사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교통표지판, 신호등, 가로수 등 각종 공공시설물의 설치에 방해가 되고 있고, 아파트·주택·상가밀집지구입구 등에 설치된 무질서한 전선은 시민의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어 실제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나. 피고의 주장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고의 청구는 인용될 수 없는 것이다.
(1) 도로의 점유 및 사용에 관하여는 민법이나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하 ‘공유재산법’이라 한다) 등 다른 법령의 특별법인 도로법이 우선 적용되므로, 도로법상 점용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도로법 제41조 의 점용료가, 점용허가 없이 무단으로 도로를 점용한 경우에는 도로법 제94조 의 변상금이 부과된다. 한편 변상금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점용료 산정의 기준에 따라 점용료를 산정하여야 하므로, 도로법상 점용료 부과대상이 아니거나 점용료를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변상금 또한 산정할 수 없어 이를 부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전선은 도로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점용료 징수 대상이 아니므로 점용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고, 도로법이 민법 및 다른 법령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이상, 피고의 이 사건 전선의 도로 점용에 대하여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
(2) 또한 전선이 전주와 독립된 별도의 시설이 아니라 전주의 부속물 또는 이와 일체가 되는 시설에 해당하는 이상, 전주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은 경우 전선에 대해서도 점용허가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사건 전선의 점용은 일반 공중의 일반 사용을 저해하지 아니하므로 특별사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 사건 전선의 점용에 대하여 관습법상 공물사용권이 성립한다. 따라서 이 사건 전선의 점용에 관하여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할 수 없다.
(3) 설령 이 사건 전선에 관한 점용허가가 없다고 보더라도 도로법 제39조 , 전기사업법 제92조 제1항 에 따라 피고가 공익사업인 전기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전선에 대한 도로 점용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원고는 피고에게 무상으로 점용허가를 해 줄 의무가 있고, 이 사건 전선의 점용으로 일반 공중의 교통에 방해가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손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4) 원고가 위와 같이 이 사건 전선의 점용에 대하여 무상으로 점용허가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피고가 이 사건 전선에 대하여 점용허가를 신청하지 않고 있음을 기화로 피고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
3. 관련 규정의 내용
가. 도로법
제38조 (도로의 점용)
① 도로의 구역에서 공작물이나 물건, 그 밖의 시설을 신설·개축·변경 또는 제거하거나 그 밖의 목적으로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② 제1항 에 따라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물건, 그 밖의 시설의 종류와 도로 점용허가의 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39조 (공익사업을 위한 도로의 점용)
관리청은 법률의 규정에 따라 토지를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공익사업을 위한 도로의 점용허가를 거절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교통량이 현저히 폭주하는 경우
2. 특별히 너비가 좁은 도로로서 교통을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
3. 그 밖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제41조 (점용료의 징수)
① 관리청은 제38조 에 따라 도로를 점용하는 자로부터 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
제94조 (변상금의 징수)
제38조 에 따른 도로 점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도로를 점용한 자에 대하여는 그 점용기간에 대한 점용료의 100분의 120에 상당하는 금액을 변상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 이 경우 징수방법은 도로 점용료 징수의 예에 따른다.
나. 도로법 시행령
제28조 (점용의 허가신청)
① 법 제38조 제1항 에 따른 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다음의 사항을 적은 신청서를 관리청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점용장소·점용기간·공작물 또는 시설의 구조 등 점용에 관한 사항은 별표 1의2의 기준에 적합하게 하여야 한다.
1. 점용의 목적 2. 점용의 장소와 면적
3. 점용의 기간 4. 공작물 또는 시설의 구조
5. 공사시설의 방법 6. 공사의 시기
7. 도로의 복구방법
⑤ 법 제38조 제2항 에 따라 도로의 점용허가( 법 제5조 에 따라 다른 국가사업에 관계되는 점용인 경우에는 협의 또는 승인을 말한다)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물건, 그 밖의 시설의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전주·전선·변압탑·공중선·우체통·공중전화·무선전화기지국·종합유선방송용단자함·발신전용휴대전화기지국,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제42조 (점용료의 산정기준)
① 법 제41조 제1항 에 따른 점용료는 별표 2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산정한다.
② 법 제41조 제2항 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점용료 산정기준은 별표 2의 점용료 산정기준의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다. [별표 2] 점용료 산정기준표( 제42조 제1항 관련)
별지 [별표 2] 기재와 같다(이하 ‘점용료 산정기준표’라 한다).
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2조 (다른 법률과의 관계)
공유재산 및 물품의 취득·유지·보존·운용(이하 "관리"라 한다) 및 처분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제20조 (사용·수익허가)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행정재산에 대하여 그 목적 또는 용도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용 또는 수익을 허가할 수 있다.
제22조 (사용료)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행정재산의 사용·수익을 허가하였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율(요율)과 산출방법에 따라 매년 사용료를 징수한다.
4. 이 법원의 판단
일반적으로 국, 공유재산의 소유자인 행정주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산의 무단 점용자에 대하여 변상금부과처분과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2197 판결 의 사안 참조). 그리고 위와 같은 관련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도로법이 도로에 관한 규율에 있어서 민법이나 공유재산법의 특별법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도로법이 도로의 점용과 점용료, 변상금의 징수에 관하여 규정하고 그 시행령이 점용료의 산정기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은 교통의 발달과 공공복리의 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 도로의 점용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것일 뿐이고,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제한다는 취지의 특별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도로법이 특별법이라는 이유만으로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 자체가 배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
나. 다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전선의 선하지 부분을 점유·사용하는 것이 불법 점용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도로법이 1970. 8. 10. 법률 제2232호로 개정된 후 1971. 8. 5. 도로법 시행령 제24조 제5항 이 신설되면서 도로의 점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의 종류 중 하나로 ‘전선’이 새로이 규정된 후 조항만 바뀌었을 뿐 위 규정 내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전주는 전선과 전선을 연결하는 시설물로서 전선과 일체가 되어야 전주 본래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지 전주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도로법상 전주에 관한 점용허가를 받은 경우 그 점용허가를 받은 자가 설치하는 전선에 대해서는 별도로 점용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당연히 그 점용허가도 주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원고도 이 사건 전주에 대한 점용허가를 함에 있어서 이 사건 전주에 이 사건 전선이 설치된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전주에 관한 점용허가가 있는 이상 그 전주 사이에 설치된 이 사건 전선의 선하지 부분에 관한 도로 점용이 불법 점용이라고 할 수는 없고, 결국 사용자인 피고에게는 “점유할 권리”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어떤 사용자에게 물건을 “점유할 권리”가 있어서 그 물건을 반환 또는 인도하지 아니하여도 된다고 하여도(예컨대 유치권자, 법정지상권자, 양도담보권자 등), 문제가 되는 “사용”이 권리의 적법한 범위를 넘는 경우에는 그 한도에서 사용이익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이 될 수 있다.
다. 그러므로 피고가 이 사건 전선의 선하지 부분을 점유·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도로법 시행령 제28조 제5항 제1호 에 의하면, 전선은 전주와 별도로 점용허가 대상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으나, 점용료 징수대상을 규정한 점용료 산정기준표에 의하면, 전주에 관하여는 기준단위별 점용료 산정기준을 규정하면서도 전선에 관하여는 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을 제1, 2, 3, 5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법원의 국토해양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규정의 체계에 관한 행정해석은 다음과 같음을 알 수 있다.
② 법제처는 2006. 7. 11. ‘도로 위에 설치하는 전주와 전주 사이의 전선에 대하여 도로법에 따른 점용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하였고, 2008. 7. 30. 지방자치단체가 전선에 대하여 도로법에 따른 점용료를 부과할 수 없다면 공유재산법 제22조 에 따라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의와 관련하여 ‘ 공유재산법 제20조 제1항 에서 행정재산 등은 그 목적 또는 용도에 장애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 사용 또는 수익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제22조 및 그 시행령 제14조 , 제31조 제6항 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행정재산 등의 사용·수익을 허가한 때에는 매년 사용료를 징수하도록 하고 있으나, 전선의 설치를 위한 공공용 토지의 사용이라는 하나의 행위에 대하여 동일한 관리자에게 각각 다른 법률에 따라 허가를 받도록 하고 해당 허가에 대하여 서로 상이한 사용료(또는 점용료)를 각각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아니하며, 공유재산법 제2조 에 따르면, 공유재산 및 물품의 취득 등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도로의 관리에 관하여는 특별법인 도로법만이 적용되므로, 비록 공유재산법상 공유재산인 토지의 공중의 사용에 대한 사용료 부과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사용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회신하였다.
③ 또한 법제처는 2006. 7. 11. 도로법 시행령의 점용료 산정기준표의 규정을 개정하지 아니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개정하여 공중선에 대한 도로 점용료의 산정기준을 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질의에 대하여 ‘국도가 아닌 기타 도로의 점용료를 산정함에 있어 도로의 관리청이 속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점용료 산정기준표를 최고한도로 하여 그 범위 내에서만 조례로 점용료 산정기준을 정할 수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개정하여 도로 점용료 산정기준을 정하는 것은 위임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회신하였다.
④ 원고와 부산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도로 위 전선에 관한 점용료 산정기준의 신설 건의에 대하여 국토해양부는 ‘도로 위 공중선의 경우 도로법에 따른 도로 점용허가 대상인 시설물에 해당하나, 그 점용료 산정기준이 없어 점용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2006. 3. 7. 규제개혁 관계 장관회의에서 공중선이 전주의 부속물이라는 이유로 그 점용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으며, 공중선에 대한 점용료 부과시 국민의 새로운 부담(공공요금 인상)을 수반하는 점 등을 감안하여 그 부과 여부는 관계기관과의 충분한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 바도 있다.
(2) 이러한 행정해석에 의하면, 도로법 관련 규정의 해석상 전선의 점유·사용에 관하여는 별도의 점용료 또는 변상금 부과 등 사용대가의 징수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이유는 전선의 경우 전주의 부속물 또는 전주와 일체가 되는 시설로 간주하여 별도의 점용료 부과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인 원고와 공공기관인 피고로서는 마땅히 위와 같은 행정해석을 존중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원고도 이러한 행정해석을 토대로 그 동안 전선의 도로 점용에 관하여 점용료나 변상금을 부과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도로법 시행령이 전선에 대하여 별도의 점용료 산정기준을 두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지 원고의 주장처럼 단순한 입법의 미비에 불과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앞에서 살펴본 도로 관련 법령체계, 조문의 형식 및 내용, 전선의 점용에 관한 행정해석과 그에 기한 피고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도로법이 전주와 전선을 점용허가의 대상으로 하고, 전주에 대하여는 점용료 산정기준을 두면서도 전주의 존재를 전제로 당연히 그 설치가 예상되는 전선에 대하여는 별도로 점용료 산정기준을 두지 않은 것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전주에 대한 점용료 외에 별도로 전선에 대하여는 점용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는 입법적 결단에 따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점용료 산정기준표상 지하매설물 중 전기통신관에 관하여 점용료 산정기준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전기통신관을 지상에 설치된 전선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3)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전주에 관하여 점용허가를 받음으로써 이 사건 전선에 관하여도 점용허가를 얻었고, 위에서 본 법령 및 그 행정해석에 따라 이 사건 전선의 선하지 부분 도로를 점유·사용하는 것은 피고가 그 권리의 적법한 범위를 넘는 사용이익을 얻은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것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허용한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입법취지가 몰각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므로, 이 사건 전선의 선하지 부분의 점유·사용에 관하여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만 전선에 관하여 별도의 점용료 등 사용대가를 부과할 것인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부담 등을 감안하여 입법정책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