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기업이 근로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일회성의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지는지, 나아가 의무근무기간 동안의 이직금지 내지 전속근무 약속에 대한 대가 및 임금 선급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는지 판단하는 기준 /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에 그치는 경우, 근로계약 등의 체결로 사이닝보너스의 반대급부가 이행된 것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기업이 경력 있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근로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일회성의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지는지, 더 나아가 의무근무기간 동안의 이직금지 내지 전속근무 약속에 대한 대가 및 임금 선급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는지는 해당 계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계약서에 특정 기간 동안의 전속근무를 조건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다거나 기간의 중간에 퇴직하거나 이직할 경우 이를 반환한다는 등의 문언이 기재되어 있는지 및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만약 해당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에 그칠 뿐이라면 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계약 등이 실제로 체결된 이상 근로자 등이 약정근무기간을 준수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사이닝보너스가 예정하는 대가적 관계에 있는 반대급부는 이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삼지전자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박인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림 담당변호사 이경훈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원고가 로보닥(ROBODOC) 제조 및 충방전기 사업을 신규로 추진하기 위하여 2009. 1. 13. 연료전지 분야의 유경험자로서 약 4년 3개월 동안 삼성에스디아이 주식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피고를 채용하면서 연봉 7,070만 원과 별도로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signing bonus)로 1억 원을 지급하되, 원고는 7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피고는 그 기간 동안 근무를 보장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으로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고 이 사건 채용합의서를 작성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채용합의서에 따라 2009. 1. 21. 피고에게 사이닝보너스 명목으로 1억 원(원천징수세액 2,821만 원은 원고가 별도로 부담하였다)을 지급하였고, 피고는 2009. 2. 16.부터 원고의 신규사업 부분 담당 사업부장으로 재직하다가 2010. 4. 12. 개인사유를 이유로 사직한 사실, 사이닝보너스 1억 원에는 피고가 전 직장을 떠나 원고에 이직한 것에 대한 사례금으로서의 성격, 피고가 7년간 원고에 전속하는 대가인 전속계약금으로서의 성격 및 7년간의 근무에 대한 임금 선급으로서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 1억 원은 7년간의 근무기간 약정에 대한 피고의 이행을 믿고 원고가 지출한 비용으로서, 피고가 전 직장을 떠나 원고에 이직하여 1년 2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로서는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 목적의 일부는 달성하였다고 볼 수 있고, 다만 사이닝보너스 중 사례금에 해당하는 부분과 전속계약금 및 임금 선급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정밀하게 구분할 방법이 없는 등의 사정이 있으므로 피고의 근무기간 약정 위반으로 원고가 입은 신뢰이익의 손해를 사이닝보너스 1억 원 중의 일부인 7,000만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러한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0065 판결 ,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다15816 판결 등 참조). 한편 이 사건에서와 같이 기업이 경력 있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근로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일회성의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지는지, 더 나아가 의무근무기간 동안의 이직금지 내지 전속근무 약속에 대한 대가 및 임금 선급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는지는 해당 계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계약서에 특정 기간 동안의 전속근무를 조건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다거나 그 기간의 중간에 퇴직하거나 이직할 경우 이를 반환한다는 등의 문언이 기재되어 있는지 및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해당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에 그칠 뿐이라면 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계약 등이 실제로 체결된 이상 근로자 등이 약정근무기간을 준수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사이닝보너스가 예정하는 대가적 관계에 있는 반대급부는 이행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채용합의서에는 7년간의 전속근무를 조건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다거나 피고가 약정근무기간 7년을 채우지 못하였을 경우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는 등의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점, ② 이 사건 채용합의서만으로는 원고와 피고가 약정근무기간과 고용보장기간을 각 7년으로 약정한 특별한 이유나 동기를 찾기 어려운 점, ③ 원고는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로봇 관련 박사급 엔지니어가 필요하게 되자 삼성에스디아이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던 피고를 급하게 스카우트한 것으로서, 이 사건 약정 체결 과정에서 피고에게 장기간 근무의 필요성이나 근무기간이 7년이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로서는 신규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피고의 계속적인 근무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였을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이 사건 약정 당시 피고에게 약정근무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사이닝보너스를 반환하여야 한다는 사실은 고지하여 주지도 아니하였고, 피고로서도 근무기간 7년이 사이닝보너스의 반환과 결부된 의무근무기간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이 나타나 있고, 거기에 이 사건 약정의 체결 동기 및 구체적 내용, 약정 임금 액수, 사이닝보너스의 지급 경위와 지급 방식 및 액수, 피고의 종전 근로조건과 임금 액수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가 7년간의 전속근무 등을 조건으로 하여 지급되었다거나 7년간의 근무에 대한 임금의 선급 명목으로 지급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국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는 이직에 따라 일회성으로 지급한 위로금 또는 입사계약 즉 이 사건 약정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에 그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나아가 약정근무기간 동안 피고가 근무하리라 믿고 원고가 지출한 비용으로까지 해석되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와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고 원고에 이직하여 입사한 이상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가 예정하는 대가적 관계에 있는 반대급부는 이행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약정이 정하는 약정근무기간 중 1년 2개월 정도만 근무하고 사직한 것이 피고의 이 사건 약정 불이행에 해당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약정 불이행으로 배상하여야 할 신뢰이익의 범위에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 상당액이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전속계약금 및 임금 선급으로서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전제 아래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를 근무기간 약정에 대한 피고의 이행을 믿고 원고가 지출한 비용이라고 보아 피고가 이 사건 약정 불이행으로 배상하여야 할 신뢰이익의 범위에 그중 일부 상당액이 포함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이닝보너스의 법적 성격과 관련한 처분문서의 해석 및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심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