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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다105867 판결
[약정금][미간행]
판시사항

[1] 처분문서의 증명력 및 어떤 사실의 성부를 법률행위 효력발생의 조건으로 하기 위하여는 그러한 의사가 법률행위 내용에 포함되어 외부로 표시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갑 의료법인이 을 의료법인에 병원을 매각하면서 을 법인의 병원 인수에 장애가 없도록 의료법인 기본재산 처분허가를 받아주기로 하였고, 이에 따라 을 법인이 인수대금 지급 방법의 하나로 갑 법인의 채무를 변제하면서 병 주식회사로부터 갑 법인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양수한 정에게 서로 합의하여 조정한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갑 법인이 기본재산 처분허가를 받지 못한 채 파산함으로써 을 법인의 병원 인수가 불가능하게 된 사안에서, 처분문서인 약정서의 기재 내용 등에 비추어 병원 인수가 성사되지 않으면 약정의 효력이 소멸한다는 해제조건에 관하여 을 법인과 정 사이에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약정이 해제조건의 성취로 효력을 잃었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세용)

피고, 피상고인

의료법인 백양의료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엄종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의료법인 보령의료재단(이하 ‘보령의료재단’이라고 한다)은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피고에게 보령의료재단의 이 사건 병원을 35억 원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피고의 이 사건 병원 인수에 장애가 없도록 이 사건 병원에 관한 가압류, 가처분을 해제시키고 도지사로부터 의료법인의 기본재산 처분허가를 받아 주기로 한 점, ② 피고는 이에 따라 보령의료재단의 채무를 변제해 주는 과정에서 주식회사 성경종합건설(이하 ‘성경종건’이라고 한다)의 보령의료재단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양도받은 원고에게 2007. 3. 2.까지 2억 원을 지급하기로 원고와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였는바, 이 사건 약정은 피고가 이 사건 병원의 인수대금을 지급하는 방법에 해당하는 점, ③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기 전까지 아무런 채권채무관계가 없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병원을 인수하는 것이 전제되지 않았다면 원고와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할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할 당시 피고가 이 사건 병원을 인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른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약정은 피고가 이 사건 병원을 인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해제조건부 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나아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보령의료재단이 도지사로부터 기본재산 처분허가를 받지 못하던 중 2009. 3. 13.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아 2009. 8. 3. 확정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로써 늦어도 2009. 8. 3.에는 보령의료재단이 이 사건 병원을 피고에게 양도하는 것에 관한 기본재산 처분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됨으로써 피고가 이 사건 병원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으므로, 이 사건 약정은 해제조건의 성취로 효력을 잃게 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약정금 청구를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처분문서가 진정하게 성립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한편 법률행위에서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법률행위의 효과의사와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의사표시이므로, 어떤 사실의 성부를 법률행위의 효력발생의 조건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의사가 법률행위의 내용에 포함되어 외부에 표시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8다46210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원고와 피고가 2006. 10. 4. 작성한 이 사건 약정서에는 “1. 피고는, 원고가 2006. 3. 16. 성경종건과 체결한 채권양도계약에 따라 보령의료재단으로부터 수령해야 할 공사대금을 합의하에 2억 원으로 조정하여, 원고에게 지급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본 약정서 작성 당일 2,000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1억 8,000만 원을 2007. 3. 2. 전에 전액 하등의 이유 없이 지급한다. 3. 피고가 위 2항을 위반할 경우 위 금액을 포함한 4억 원을 절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원고에게 지급한다(4억 원의 근거는 보령의료재단이 2005. 10. 10. 성경종건에게 교부한 채무변제계약공정증서임). 4. 위 3항을 위반할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4억 원에 대하여 위약일로부터 완제일까지 연 25% 이율의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단, 피고는 원고에게 본 약정서를 공증하고 채권 1억 8,000만 원에 대한 채무변제계약공정증서를 교부하기로 한다).

5. 피고가 위 1 내지 4항 중 1개 조항이라도 위반할 경우 원고가 법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도 절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 이 사건 약정서에 보령의료재단이 도지사로부터 기본재산 처분허가를 받지 못하여 피고의 이 사건 병원 인수가 성사되지 못하면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약정금의 지급의무를 면한다는 등의 내용은 전혀 없는 사실, ② 피고가 이 사건 약정 당일 2,000만 원을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1억 8,000만 원에 관한 채무변제계약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지 않고, 2007. 3. 2.까지 1억 8,000만 원을 지급하지도 아니하여, 원고가 2007. 4. 13. 피고에게 이 사건 약정의 이행을 촉구하자, 피고는 2007. 4. 20. 원고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하나, 계약 3일 후 사정상 계약 이행이 어려워 계약파기를 통보하였으므로, 이 사건 약정은 해지되었다.”고 주장하였을 뿐, 이 사건 약정의 이행이 기본재산 처분허가나 이 사건 병원 인수의 성사에 달려 있다는 등 이 사건 약정의 조건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처분문서인 이 사건 약정서에 약정의 조건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약정의 이행에 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고 하기까지 한 이 사건에서,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피고가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한 동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 그 사정들만으로 이 사건 약정 당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보령의료재단이 기본재산 처분허가를 받지 못하는 등의 사유로 피고의 이 사건 병원 인수가 성사되지 않으면 이 사건 약정의 효력이 소멸한다는 해제조건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약정이 해제조건의 성취로 효력을 잃었다고 판단하고 말았는바, 원심판결은 처분문서의 해석과 법률행위의 조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나머지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일환(재판장) 신영철 민일영(주심)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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