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도14113 사기
피고인
1. A
2. B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 선유(피고인 모두를 위하여)
담당변호사 채윤주, 조성규, 서정훈, 장기진, 이종헌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17. 8. 23. 선고 2016노1445 판결
판결선고
2019. 1. 31.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들과 C은 2012. 12. 3. 천안시 서북구에 있는 피고인 B의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피고인 B가 이 사건 병원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될 때에 위 병원 내약사실 내근직으로 재직하게 해주고, 병원 약제실을 운영하게 해줄테니 보증금 5,000만 원을 달라"라고 거짓말하고, 2012. 12. 24.경 피고인 B는 위와 같은 내용으로 피해자에게 계약서를 작성하여 주고, 피고인 A은 그 이행보증인으로 계약하고, C은 그 명의의 계좌로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을 받기로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B는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F에 대한 인수계약을 한 적이 없고, 다만 위 의료법인을 인수하는 계약을 한 G로부터 2011. 11. 28, 그 채권을 양수받는 계약을 하였을 뿐인데, G는 2012. 8. 10.경 위 인수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양도인을 상대로 매매대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한 상황이었으므로 2012. 12.경에는 피고인 B가 이 사건 병원을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무한 상태였고, 피고인 A과 C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인들과 C은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을 받더라도 피해자에게 병원 내 약사실 내근직으로 재직하게 해주거나 병원 약제실을 운영하게 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들과 C은 공모하여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2. 12. 3.경 10,000,000원, 같은 해 12. 4.경 20,000,000원, 같은 해 12. 24.경 20,000,000원, 합계 50,000,000원을 보증금 명목으로 C 명의 계좌로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들이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을 교부받을 당시에 이 사건 병원을 인수하지 못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병원 내 약사실 내근직으로 재직하게 해주고 병원 약제실을 운영하게 해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으면서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위 돈을 교부받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즉,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병원을 인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인수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 B가 K 등으로부터 위 의료법인을 인수하는 계약을 한 G와 2009. 1. 15.경 이 사건 병원의 공동개원에 관한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G에게 병원 인수대금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투자한 사실, G가 약 10억 원의 인수대금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2009. 1. 24.경 K으로부터 병원시설 등 일체를 양수받아 이후 G는 관리이사, 피고인 B는 기획실장이라는 직함으로 이 사건 병원에 상주하면서 병원을 관리·운영한 사실, 피고인 B가 2011. 11. 28.경 G의 인수대금반환채권 등을 양수받는 내용의 채권양도계약을 G와 체결한 사실, 피고인 B가 2012. 12. 24.경 피고인 A을 이행보증인으로 하여 피해자에게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각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 B는 피해자에게 계약서를 작성하여 줄 당시 실제로 G를 통하여 병원을 인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B가 피해자에게 작성하여 준 계약서에는 피고인 B가 2013. 4. 15.까지 병원을 인수하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보증금에 법정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반환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 및 피해자가 제1심에서 '피고인들이 위 계약서 작성 당시 피해자에게 병원 인수가 100% 가능하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각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과 피해자는 위 기한까지 병원 인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계약서에 그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 것이고, 피해자 스스로도 병원 인수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3) 또한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G가 2012. 8. 10. K 등을 상대로 위 의료법인 인수와 관련한 매매대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인 B가 피해자에게 계약서를 작성하여 줄 당시 그 소송이 계속 중이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G가 1심에서 '병원 인수와 관련하여 K과 다툼이 생기자 이미 지급받은 대금을 반환할 자력이 없는 K이 G에게 병원을 양도할 것을 기대하면서 위 소를 제기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사실, 위 계약서 작성 당시 아직 위 소송절차에서 제1심판결이 선고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각 사실을 종합하면, 계약서 작성 당시 위 소송이 계속 중 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병원 인수가 무산되거나 피고인 B가 병원을 인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들이 병원을 인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인수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을 증명할 사정이 있는지를 추가로 심리한 후 사기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민유숙
주심대법관조희대
대법관김재형
대법관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