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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8. 1. 19. 선고 86도2654 판결
[업무상배임][공1988.3.1.(819),426]
판시사항

가. 은행지점장의 대출이 배임죄에 해당되는 경우

나. 선고유예판결을 하는 경우 판결이유에서 선고가 유예된 형에 대한 판단(환형유치 등) 요부

판결요지

가. 은행지점장이 대출용도가 특정되고 별도로 배정되어 있는 여신자금을 관계규정에 위배하여 대출받을 적격이 없는 자에게 대출하였다면 모르되 지점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여신자금을 충분한 담보를 취득하고 대출하여 주었다면 이를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나. 형법 제59조 에 의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할 경우에도 선고가 유예된 형에 대한 판단을 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선고유예 판결에서도 그 판결이유에서는 선고할 형의 종류와 량 즉 선고형을 정해 놓아야 하고 그 선고를 유예하는 형이 벌금형일 경우에는 그 벌금액 뿐만 아니라 환형유치처분까지 해 두어야 한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이석선(피고인 1에 대하여) 변호사 최병모(피고인 2에 대하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은행지점장이 대출용도가 특정되고 별도로 배정되어 있는 여신자금을 관계규정에 위배하여 대출받을 적격이 없는 자에게 대출하였다면 모르되, 지점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여신자금을 충분한 담보를 취득하고 대출하여 주었다면 이를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심판결 및 1심판결을 보면, 원심은 피고인 1은 중소기업은행 지점장이고, 피고인 2는 병원을 경영하는 자인바, 피고인들은 원심공동피고인 과 공동하여, 중소기업 운전자금을 대출받을 적격이 없는 피고인 2가 그의 사위로서 중소기업 운전자금대출 적격자인 원심공동피고인 명의로 중소기업 운전자금대출 신청을 하고, 피고인 1이 대출을 행하면 그 대출금은 피고인 2가 자신의 병원 운영비로 사용하기로 공모한 다음 중소기업운영의 활성화를 도모할 목적으로 배정된 중소기업 운전자금을 그 본래의 용도 이외에는 대출 또는 사용치 않아야 할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원심공동피고인이 한도액 금 3,000만원의 당좌대월을 받는 것처럼 관계서류를 작성 제출하여 피고인 1과 원심공동피고인은 1985.10.14 위 지점 사무실에서 한도액 금 3,000만원의 당좌대월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인 2는 같은 날 원심공동피고인 명의의 액면 금 1,200만원 및 액면 금 1,800만원의 당좌수표 2매를 발행하여 같은 날 결제되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은행에 동액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들을 업무상배임죄의 공범으로 처벌하고 있는 바, 요컨대, 원심은, 피고인 1은 특정목적을 위하여 특별히 배정된 중소기업운전자금(여신자금)을 그 본래의 용도 이외에는 대출하지 않아야 할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부정대출을 함으로써 중소기업은행에 지산상 손해를 입혔고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위 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피고인 1의 법정진술, 증인 박춘홍의 법정 및 검찰진술, 이종문, 오호균의 검찰진술 등을 보면, 중소기업은행에서는 중소기업자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일반자금의 대출이 가능하며, 본건 대출무렵 위 지점의 여신자금은 중소기업 운전자금과 일반대출자금이 별도로 구분된 채 배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그 비율마저 정해져 있지 아니하여 지점장이 그 재량으로 총여신자금 한도내에서 일반대출도 하고 중소기업운전자금대출도 하였다는 것이며, 원심의 사실조회 회보(공판기록 194정)에 의하여도, 중소기업은행 본점에서는 매월 단위로 각 지점에 여신자금 한도를 배정함에 있어 기업운전자금과 일반대출자금의 구분없이 포괄적으로 월중 여신한도액만을 배정할 뿐이고 그 배정액 범위내에서는 지점장의 자율적인 재량에 따라 대출을 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고, 이와 달리 원심판시와 같이 위 지점의 여신자금 중에 중소기업 운전자금 명목으로 대출될 돈이 별도로 배정되어 있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 1이 비록 중소기업 운전자금 명목으로 본건 대출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대출자금은 특별히 배정된 기업운전자금 대출액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지점장인 동 피고인의 재량에 속하는 여신자금 중에서 나온 것이므로, 동 피고인이 위 대출시에 충분한 담보를 취득하였다면 은행에 무슨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기록에 의하면, 위 대출시에 피고인 2 소유의 부동산이 담보로 제공되었는데, 피고인들은 위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대출액을 상회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지점의 여신자금 중에 중소기업 운전자금이 별도로 배정되어 있었고, 본건 대출금이 바로 그 별도 배정된 여신자금에서 대출된 금원이라는 전제어서 나온 원심판결은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하고, 배임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 아니할 수 없으니, 파기를 면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있다.

2. 직권으로 본다.

형법 제59조 에 의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할 경우에도, 선고가 유예된 형에 대한 판단을 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당원 1975.4.8 선고 74도618판결 ; 1968.9.24 선고 68도983 판결 참조) 선고유예 판결에서도 그 판결이유에서는 선고할 형의 종류와 양 즉 선고형을 정해 놓아야 하고, 그 선고를 유예하는 형이 벌금형일 경우에는 그 벌금액 뿐만 아니라 환형 유치처분까지 해두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판결을 보면 주문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하고, 그 이유에서는 피고인들을 각 벌금 1,500,000원에 처하기로 한다고 하였을 뿐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할 경우의 환형유치기간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이 없으므로, 이는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절차에 위법이 있는 경우라 아니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인 청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정기승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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