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별거중인 처에 의한 혼인신고 당시 부에게도 혼인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아혼인신고가 유효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원고가 별거중인 처인 피고에 의한 혼인신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그 혼인신고가 된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그로부터 24년여가 경과한 제소시까지 혼인신고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위 혼인신고에 의하여 원·피고가 부부로 된 호적에 소외인과의 사이에 낳은 아이들을 모두 혼인외 출생자로 출생신고를 하는 한편, 족보를 편찬함에 있어서도 피고를 원고의 처로 등재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원고가 피고와 잦은 부부싸움을 한 끝에 서로 별거를 하게 되고, 별거 후 1년도 채 못되어 다른 여자와 동거생활을 하여 오면서 그 사이에 자녀까지 출산하였으며, 피고와는 별거하는 상태가 계속되어 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와의 혼인의사를 철회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위 혼인신고는 당사자 사이의 혼인의 합의에 기초하는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성윤
피고, 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1963.2.17. 피고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는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사실상 혼인생활을 시작하여 피고가 임신까지 하게 되었으나, 성격차이 등으로 인한 잦은 부부싸움 끝에 같은 해 8.30.경부터 서로 별거를 하기에 이르른 사실, 그 후 원고는 1964.6.경 소외 1을 알게 되어 그 무렵부터 소외 1과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여 오면서 그 사이에 소외 2, 3, 4, 5 등 4명의 아들을 출산하였고, 그동안 피고와는 교통을 거의 두절한 채 별거상태를 계속하여 온 사실, 한편 피고는 위와 같이 원고와 별거한 후 1963.10.12. 원고와의 사실혼 기간중에 임신한 아들인 소외 6을 출산하고 원고의 도움없이 혼자 소외 6을 양육하여 오다가 1967.3.27. 소외 6의 출생신고를 하게 됨을 계기로 원고의 사촌형인 소외 7의 도움을 받아 혼인신고에 필요한 원고의 본적 등 인적사항을 알아내어 혼인신고서에 원·피고 쌍방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원고의 이름 옆에 위 사실혼 기간중에 보관하고 있던 원고의 인장을 임의로 날인한 다음 제주 북제주군 조천읍 호적담당 공무원에게 이를 접수시켜 원고와의 혼인신고를 마친 사실(이어서 소외 6을 그들 사이의 친생자로 하여 출생신고를 하였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과 같이 원고와 피고가 결혼식을 올린 다음 사실혼관계를 유지하여 오다가 잦은 부부싸움 끝에 서로 별거를 하게 되고, 원고는 그로부터 1년도 채 못되어 다른 여자와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여 오면서 그 사이에 자녀까지 출산하였으며, 위와 같이 별거를 시작한 이후에는 피고와의 교통을 두절함으로써 기왕의 사실혼관계마저 이미 해소된 상황 하에서 피고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된 혼인신고서가 접수되어 원·피고 사이의 혼인신고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위 혼인신고는 원고가 피고와의 혼인의사를 철회한 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하겠으므로 위 혼인신고에 기한 혼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원심이 무효로 본 위 혼인신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그 혼인신고가 된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그로부터 24년 여가 경과한 이 사건 제소시까지 위 혼인신고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위 혼인신고에 의하여 원·피고가 부부로 된 호적에 소외 1과의 사이에 낳은 네 아이들을 모두 혼인외 출생자로 출생신고를 하였으며, 한편, 원고가 속한 제주고씨 대동보 전서공파에서 족보를 편찬함에 있어서도 피고를 원고의 처로 등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등에 비추어 보면, 다른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피고가 그 보관하던 원고의 인장으로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여 호적공무원에게 제출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이러한 혼인신고가 반드시 원고의 혼인의사가 철회된 상태에서 피고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그 판시의 사실관계를 인정함에 있어 증거로 삼은 것은 제1심 증인 1, 2, 3 4의 증언임이 그 판결문상 분명한바,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위 증인들은 모두 원고의 형, 형수, 누이, 조카로서 원고와 아주 가까운 친족이고 그 증언의 내용은 모두 원고로부터 원고 주장 사실을 들어서 안다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들의 증언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오히려, 원심이 배척한 제1심 증인 5, 6, 7의 증언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위 증인들은 원고가 위 혼인신고가 이루어질 무렵 그 아들인 소외 6의 이름을 작명하여 피고를 찾아와 혼인신고와 아울러 소외 6의 출생신고를 하도록 요구하여 이에 따라 피고가 시사촌인 증인 5의 협조를 얻어 위 혼인신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는바, 이들은 원고의 4촌들로써 앞에 나온 증인들인 원고의 형이나 누이등 보다는 원고와의 관계에서 좀더 객관적인 증언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한편, 피고와의 관계에서는 피고보다는 원고와 더 가까운 사람들(원심이 본 대로 이 사건 혼인신고가 무효라면 피고와는 아무런 친족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원고에게는 불리하고 피고에게는 유리한 증언을 하고 있고, 또 그 증언 내용을 살펴보아도 별달리 사리에 맞지 아니하는 점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들의 증언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증인 5, 6, 7이 증언하는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와 결혼식을 하고 동거하면서 그 후 아들까지 출산하였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별거하다가, 다시 피고를 찾아와 그 아들의 이름을 작명해 주고 혼인신고와 아울러 출생신고를 하도록 요구하여 이에 따라 피고가 혼인신고를 한 것이라면, 원고에게는 결혼식 당시는 물론 위 혼인신고 당시에도 그 혼인의 의사가 계속 존재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이미 표시된 피고와의 혼인의 의사를 철회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비록 원고가 피고와 잦은 부부싸움을 한 끝에 서로 별거를 하게 되고, 별거후 1년도 채 못되어 다른 여자와 동거생활을 하여 오면서 그 사이에 자녀까지 출산하였으며, 피고와는 별거하는 상태가 계속되어 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와의 혼인의사를 철회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고, 위 혼인신고는 당사자 사이의 혼인의 합의에 기초하는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이기는 하나, 그것은 논리칙과 경험칙에 맞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 할 것인바, 원심이 신빙성이 희박한 증인 1, 2, 3 4의 증언을 믿고, 오히려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증인 5, 6, 7의 증언을 믿지 아니한 채, 피고가 혼인신고를 하게 된 경위 및 원고가 피고와의 혼인의 의사를 철회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나 별다른 확실한 증거없이 원·피고의 별거사실만으로 위 혼인신고가 원·피고사이의 사실혼관계가 해소된 상태에서 피고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