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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법 1993. 10. 6. 선고 91드41242 제4부판결 : 항소
[혼인무효확인청구사건][하집1993(3),611]
판시사항

수년간에 걸쳐 동거생활을 하였으나, 그 동거기간 중 심한 불화가 계속되면서 여자가 외박과 가출을 반복하다가 남자가 사망하기 약 2개월 전에 여자가 자기 측 증인만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한 혼인신고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치가 없는 것이라고 추정되므로 혼인무효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원고

소외 망인의 소송수계인 원고

피고

피고

주문

1. 소외 망인{ (한자성명 생략), 1919. 8. 12. 생, 본적 서울 종로구 가회동 (번지 생략)}과 피고 사이에 1991. 5. 7. 서울 종로구청장에게 신고하여서 한 혼인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갑 제1호증(갑 제17호증과 같다), 갑 제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주문 제1항 기재 소외 망인(이하 소외 망인이라 한다)은 1945. 7. 11. 소외 1과 혼인하여 슬하에 소송수계인인 원고를 비롯한 3남 2녀를 두고 결혼생활을 영위하다가 1984. 4. 21. 위 소외 1이 사망한 사실 및 소외 망인이 사망하기 약 2개월 전인 1991. 5. 7. 소외 망인과 피고가 서울 종로구청장에게 혼인신고를 하여 혼인한 것으로 호적상 등재되어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피고는 소외 망인의 승낙도 받지 아니하고 동 망인의 인감도장을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임의로 위와 같은 혼인신고를 하였으므로 소외 망인과 피고와의 혼인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피고는 소외 망인의 승낙하에 혼인신고를 경료한 것이라고 다툰다.

살피건대, 갑 제3호증의 1 내지 3, 갑 제4 내지 11호증의 각 1, 2, 갑 제12호증, 갑 제13호증, 갑 제14호증의 1 내지 3, 갑 제19, 20호증, 갑 제27 내지 30호증, 갑 제32, 33호증(갑 제33호증은 갑 제40호증과 같다), 갑 제35호증, 갑 제37호증, 갑 제39호증, 갑 제41호증, 갑 제43호증, 갑 제46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이애련, 소외 2, 김옥자, 이광범, 장홍익의 각 증언 및 증인 소외 3의 일부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망인은 1974. 경부터 피고를 알게 되어 교제하다가 소외 망인의 처인 소외 1이 1984. 4. 21. 사망하자 별도의 결혼식이나 그와 유사한 절차를 거침이 없이 같은 해 7. 경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상아아파트에서 동거생활을 시작하여 1985. 3. 경부터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86동 1005호에서, 1987. 가을부터 소외 망인이 사망하기 직전인 1991. 5. 14. 경까지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지번 생략) 소재 주택에서 각 동거생활을 한 사실, 피고는 위와 같이 소외 망인과 동거생활을 하면서도 수시로 동 망인에게 많은 액수의 금원을 융통해 달라고 하거나 집을 사 달라고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소외 망인에게 욕설을 하거나 집을 나가겠다고 협박을 일삼아온 사실, 실제로 소외 망인은 피고에게 동거를 시작해서부터 1988. 1. 경까지 사이에 약 6,000만 원 정도를 대여형식으로 융통해 주었으나 피고는 그때까지 수시로 무단으로 외출을 하였다가 밤늦게 귀가하거나 외박을 하고, 심지어 1985. 11. 23. 및 같은 달 25.에는 슬리퍼로 소외 망인을 폭행하려 하고 이에 동 망인이 방으로 피신하자 방문을 망치로 부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소외 망인의 뺨을 때리며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가한 사실, 또한 피고는 소외 망인이 그 자녀들의 집을 방문하는 것조차 싫어하여 1986. 9. 14. 에는 소외 망인이 차남인 소외 4의 집에 가려하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가전제품을 집어 던지는 등 행악을 부리고 위 소외인의 집을 방문하고 귀가한 소외 망인을 밤늦게까지 괴롭힌 사실, 이에 소외 망인도 1986. 12. 25.경에는 피고에게 어느 정도의 재산을 주고 하루 빨리 동인과의 동거생활을 청산하려고 마음먹은 사실, 이와 같은 피고의 무단외출과 외박이 계속되던 중 1988. 9. 29. 피고는 소외 망인의 자식이 아닌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위 아기를 소외 망인의 자식으로 착각한 동 망인에게 피고가 출생신고를 해 달라고 요구하자 소외 망인은 피고의 호적에 입적할 것인가 소외 망인의 사생아로 입적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끝에 피고와의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1989. 4. 21. 소외 망인의 사생아(이름 소외 5)로 동 망인의 호적에 입적한 사실, 한편 피고는 소외 망인과 불화를 일으킨 끝에 서로 헤어지기로 하고 1988. 11. 8. 소외 망인에게 그 동안 피고가 동 망인으로부터 가져다 쓴 금원의 반환을 요구하지 말 것과 위 소외 5를 달라고 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며 피고의 소지품을 모두 갖고 집을 나가 버렸고 이에 소외 망인도 미국에 거주하던 소외 6과 재혼하기 위하여 동 소외인의 귀국비용을 마련하여 전달하고 가재도구를 구입하는 등 준비를 하였는데, 이와 같은 소식을 들은 피고는 같은 해 12. 12. 소외 망인에게 전화를 하여 소외 6과 재혼을 하려면 소외 5에게 집을 사 주고 하라는 등으로 방해를 하더니 같은 달 17. 아침에 소외 망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다시 귀가하는 바람에 소외 망인과 소외 6과의 재혼이 결렬된 사실, 그 후에도 피고는 수시로 소외 망인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돈을 주지 않으면 소외 5와 같이 죽어 버린다거나 소외 망인의 신앙인 천주교를 믿지 않고 불교를 믿겠다는 등으로 협박을 한 사실, 피고의 위와 같은 금전요구에 견디다 못한 소외 망인은 위 소외 5 앞으로 덕운상가 점포 5개를 증여하였고, 그 밖에 피고의 친정 동생 소외 7이 경영하는 소외 8 주식회사의 지분 중 10% 상당인 금 1억원을 소외 5 명의로 투자하기로 하고 그중 금 8천만 원을 위 소외 7에게 지급하기도 한 사실, 소외 망인은 1987. 3. 경 위암으로 인하여 위의 대부분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고 1989. 5. 경에는 담낭제거수술까지 받았는데 이 사건 혼인신고가 경료된 1991. 5. 7.경에는 위와 같은 지병이 악화되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히 쇠약한 상태에 있었던 사실, 소외 망인과 피고 사이의 혼인신고서에 기재된 소외 망인의 서명을 비롯한 모든 기재사항은 피고의 친정 여동생의 남편인 소외 9가 기재하였고, 위 혼인신고서에 날인된 소외 망인의 인감도장은 1991. 2. 경부터 피고가 이를 소지 관리하고 있었던 사실, 피고는 동 피고가 낳은 소외 5가 소외 망인의 자식이 아니라는 점이 동 망인 및 그 자녀들에게 알려진 1991. 6. 3. 경부터 소외 망인이 사망한 같은 해 7. 14. 까지 위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하자고 요구하는 소외 망인이나 그 자녀들에게 나타나지 아니한 사실, 피고는 이 사건 혼인무효소송이 제기되자 소외 망인의 누나인 소외 3으로 하여금 소외 망인이 피고와의 혼인신고를 지시하였다는 내용의 진술을 하도록 유도한 사실 등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가 소외 망인과의 혼인신고를 할 무렵 동 망인과의 앞서 판시한 바와 같은 불화가 해소되었다거나 완화되었다는 사정이 전혀 없는 이 사건에서 위 각 인정사실에 비추어 소외 망인과 피고 사이의 혼인신고는 소외 망인의 의사에 의하지 않았음을 추인할 수 있다(피고의 주장은 소외 망인의 소유이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지번 생략) 대지 및 가옥을 피고 명의로 이전등기한 날짜인 1991. 4. 18. 이후 소외 망인이 피고로 하여금 혼인신고 용지를 한 뭉치 가져오게 하여 혼인신고서상의 증인인 소외 정태순, 소외 9 등의 입회하에 위 사당동 집에서 소외 망인이 직접 여러 장의 혼인신고용지에 인감도장을 날인하여 혼인신고를 하도록 조치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법원에 증인으로 나온 위 소외 정태순은 그 날짜가 1991. 2. 경 추울 때로서 소외 망인이 점포를 매도하고 중도금인지 잔금인지를 받던 날이라고 증언하고 있고, 혼인신고를 직접하였다는 증인 소외 9 증언에 의하면 혼인신고를 하기 전날인 1991. 5. 6. 소외 망인의 연락을 받고 그 다음날 사당동으로 갔더니 소외 망인이 인감도장과 증인 정태순의 도장을 주기에 받아서 종로구청에 간 다음 구청에서 혼인신고서를 작성하고 소외 망인과 정태순의 도장을 찍었다고 하는 취지의 상반된 증언을 하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피고가 주장하는 혼인신고경위는 선뜻 납득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혼인신고가 소외 망인의 승낙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소외 망인과 피고는 위 혼인신고 당시까지 사실상의 부부관계를 유지하였으므로 소외 망인과 피고 사이의 혼인신고는 양인의 혼인의 실체관계에 부합하므로 본건 혼인신고는 유효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법률혼주의를 택하고 있는 민법하에서 혼인의 합의란 법률상 혼인을 성립케 하는 합의를 말하는 것이므로 비록 양성간에 정신적, 육체적 관계를 맺는 의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혼인의 합의가 있다고 할 수 없으니 피고의 위 주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그렇다면, 소외 망인과 피고 사이의 주문 제1항 기재의 혼인신고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민법 제815조 제1호 소정의 혼인무효사유에 해당하므로, 그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본소 청구는 정당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덕흥(재판장) 장달원 이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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