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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법 1996. 8. 18. 선고 96드24235 판결 : 확정
[혼인무효 ][하집1996-2, 501]
판시사항

사실혼관계에 있지 않더라도 혼인의사가 존재한 것으로 인정하여 일방만의 혼인신고를 유효하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양당사자가 일정한 장소에서 살림을 차리고 동거를 한 적이 없기는 하나 결혼을 약속하고 이를 전제로 하여 지속적인 육체관계를 맺어 왔으며, 혼인의 무효를 주장하는 일방이 상대방의 일방적인 혼인신고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그로부터 약 6년이 경과할 때까지 그 혼인신고에 대하여 특별히 이의를 제기한 바도 없을 뿐 아니라, 그들이 부부로 된 호적에 그들 사이에 태어난 자의 출생신고를 하고 그 호적에 기초하여 자신의 의료보험이나 소득세 연말 정산에 상대방과 자녀를 처, 자로 신고하는 외에도 상대방의 직장, 출산, 상대방 여동생의 결혼 등 상대방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상대방과 부부로 행동하였던 점에 비추어, 상대방과 처음 결혼할 당시는 물론 그 혼인신고 및 그 이후에도 혼인의사가 계속하여 존재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비록 그 혼인신고가 상대방의 일방적 신고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이는 당사자간의 합의에 기초하는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호신)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성규)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원고와 피고 사이에 1990. 10. 23. 서울 종로 구청장에게 신고하여서 한 혼인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는 판결

이유

1. 인정되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의 1, 2, 을 제1, 2호증, 을 제3호증의 1, 2, 을 제4호증,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6호증, 을 제7호증의 1, 2, 을 제9호증의 1, 2, 을 제10, 11호증, 을 제12호증의 1, 2, 을 제13호증의 1 내지 3, 을 제14호증, 을 제15호증의 1, 2, 을 제16호증의 각 기재, 증인 1, 2, 3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와 피고는 1989. 봄경부터 소외 1 주식회사에 같이 근무하는 영업부 직원과 경리부 직원으로 만나 교제를 시작하면서 그 사이가 가까와졌고 1989. 10.경 서로 결혼을 약속하면서부터는 매주 2, 3회 정도 여관 등에서 서로 동침하면서 육체관계도 가졌다.

나. 원고는 피고와의 관계가 위와 같이 깊어지자 피고와 함께 같은 회사생활을 하는 것이 불편하고, 또한 피고에게 결혼을 전제로 한 신부수업을 시킨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위 회사를 그만 둘 것을 수차 요구하여 피고는 1990. 봄경 약 9년간을 다니던 위 회사를 그만두었다.

다. 피고는 위와 같이 위 회사를 그만둔 후 집에서 가사에 종사하면서 원고가 결혼날짜를 정하여 주면 결혼식을 올릴 것을 준비하며 지냈으나 원고가 결혼날짜를 특정해 주지 아니하여 이를 기다리다가 지루함을 견디기 위하여 1990. 여름경 아성 레미콘이라는 상호의 회사에 다시 취직하였으나 원고가 다니지 못하게 하여 약 1개월만에 다시 그만두었다.

라. 그 후에도, 원고와 피고는 거의 매일 만나 서로 교제를 계속하면서 육체관계를 가졌고, 피고가 1990. 9.경 임신을 하게 되었으나. 원고는, 아직 결혼날짜를 잡지 아니하였고,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낙태하기를 원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1990. 9. 25.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마. 위와 같은 일이 있고 난 후, 피고는 원고에게 빨리 날을 잡아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도 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부모들의 반대를 이유로 결혼식과 혼인신고를 미루면서, 그렇지만 원고와 피고의 사이는 부부 사이와 마찬가지임을 강조하면서 계속하여 육체관계를 맺어왔다.

바. 이에 불안을 느낀 피고는 혼인신고를 하여 두면 원고가 강력하게 부모를 설득하여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1990. 10. 23. 피고 혼자 임의로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여 서울 종로구청에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사. 피고는 1990. 11.경 원고에게 위와 같이 혼인신고를 하였음을 알렸으나 원고는 이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원고의 부모들이 그 후 위 혼인신고 사실을 알고 피고의 형사처벌 문제를 거론하였다가 철회하였을 뿐이다), 그 후로도 계속하여 피고를 만나 육체관계를 가졌고, 피고는 1991. 1.경 다시 임신을 하여 이를 원고에게 알렸으며, 원고가 이를 특별히 문제 삼지 아니한 채로, 피고는 1991. 9. 18. 딸 소외 2를 출산하였다.

아. 원고는 피고가 임신중이던 1991. 8. 22. 자신의 의료보험에 피고를 피부양자인 처로 의료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취득케 하여 출산시 의료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였고, 출산 전에 위 소외 2의 출산에 대비하여 목욕통, 기저귀 등 아기용품을 마련해 주었으며, 출산시 병원비도 모두 지급하였을 뿐 아니라, 자신의 누나인 소외 증인 1에게 부탁하여 위 증인 1이 출생한 아이의 이름을 소외 2로 작명하여 출생신고도 하였고, 출생한 위 소외 2를 자신의 자로 의료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취득케 하였다.

자. 원고는 1991. 이후부터는 위 소외 1 주식회사에 근무하면서 받은 소득의 근로소득자 소득공제신고를 하면서 피고와 위 소외 2를 자신의 처, 자로 신고하여 소득공제를 받기도 하였고, 1991. 10. 9. 피고의 여동생이 결혼을 할 때 비디오(video)를 선물하기도 하였으며, 1992. 1. 28. 피고가 원고의 주소지로 주민등록을 옮겼음에도 이에 대하여 특별한 이의를 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의 이름으로 부과되는 각종 공과금까지 납부해 주었고, 1995. 1.경에는 피고의 모친이 병원에 입원하자 그 병원의 아는 직원을 통하여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차. 그러나, 원고와 피고는 각자 자신의 본가에서 거주하였을 뿐 한번도 같은 장소에서 생활을 같이하며 동거하지는 아니하였고, 위 소외 2는 피고가 키우고 있으며, 원고는 피고에게 위 소외 2의 양육비도 보내고, 위 소외 2의 돌, 두 돌 등에 선물을 하기도 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이에 원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 혼인신고는 피고가 임의로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여 신고한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 혼인신고는 당사자 사이의 혼인의 합의에 기초하는 것으로서 유효한 것이며, 설사 위 혼인신고가 피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하여도 원고가 위 혼인신고 후 이를 추인하여 유효하다고 다툰다.

3. 판 단

살피건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피고가 일정한 장소에서 살림을 차리고 동거를 한 적이 없기는 하나, 원고와 피고는 결혼을 약속하고 이를 전제로 하여 지속적인 육체관계를 맺어 왔으며, 원고는 피고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한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그로부터 약 6년이 경과한 이 사건 제소시까지 위 혼인신고에 대하여 특별히 이의를 제기한 바도 없을 뿐 아니라, 위 혼인신고에 의하여 원·피고가 부부로 된 위 호적에 위 소외 2의 출생신고를 하고, 위 호적에 기초하여 자신의 의료보험이나 소득세 연말 정산에 피고와 위 소외 2를 처, 자로 신고하는 외에도 피고의 직장, 출산, 피고의 여동생의 결혼 등 피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피고와 부부로 행동하였던 점에 비추어, 원고에게는 피고와 처음 결혼을 약속할 당시는 물론 위 혼인신고 및 그 이후에도 그 혼인의사가 계속하여 존재하고 있었다 할 것이므로 비록, 위 혼인신고가 피고의 일방적 신고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이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기초하는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볼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피고의 다른 주장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도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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