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도2656 판결
[사기][공1996.3.1.(5),710]
판시사항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 일부를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사기죄에 있어 편취의사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 위반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유태현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피고인은 자기가 경영하는 공소외 주식회사의 1993사업년도의 재무구조가 부채가 자산을 금 1,900,000,000원 정도 초과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자, 위 회사의 경영 악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어린이 학습용 컴퓨터인 "다이나모"를 수입하여 판매하기로 하고 그에 대한 광고를 주식회사 동신기획에 의뢰하였다가, 1993. 12.경부터 1994. 5.경까지 사이에 발생된 위 동신기획에 대한 금 500,000,000원의 광고대금 채무 중 금 398,660,900원을 지급하지 못하여 같은 해 5. 부도가 발생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약 7,500대의 "다이나모"를 수입·판매하기 위하여 약 금 1,100,000,000원 상당의 자금을 투입하였으나 뜻밖에 그 판매가 부진하고 판매대금의 수금에 차질이 생겨 광고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와 같이 거액의 자금을 투입한 후 수개월간 광고를 계속하면서 물품판매에 전력하여 오고 있던 중 예상외의 판매부진과 대금수금의 차질로 인하여 광고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도가 발생하였다면, 위 광고계약 체결시를 기준으로 하여 볼 때 위 회사의 부채가 자산을 금 1,900,000,000원 정도 초과하는 상태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당초부터 위 광고대금을 편취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위 광고대금 금 398,660,900원 상당을 편취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관련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을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 논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사기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피고인 경영의 공소외 주식회사의 1993년도 적자액이 금 1,900,000,000원을 초과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되어 있어서 피해자 황수문으로부터 컴퓨터 부품을 납품받더라도 그 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1993. 1. 3.부터 같은 해 5. 12.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금 109,315,000원 상당의 컴퓨터 부품을 위 회사 앞으로 납품하게 하여 이를 편취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이 채용한 증거들과 원심증인 최근석의 증언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그 동안의 적자누적과 위 "다이나모"의 판매부진으로 재정상태가 현저하게 악화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거래능력을 현저하게 초과하여 컴퓨터 부품을 위 피해자로부터 납품받아 이를 편취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위 광고대금 편취 부분의 공소사실과 이 사건 컴퓨터 부품 편취 부분의 공소사실을 대비하여 보면 그 거래기간이 동일함을 알 수 있으므로, 위 광고대금에 대하여는 편취의사가 없다고 보면서도 유독 이 사건 컴퓨터 부품에 대하여는 피고인에게 편취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위하여는 그렇게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들고 있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은, 위 피해자의 제1심법정에서의 증언, 공소외 주식회사의 경리를 담당한 바 있던 위 최근석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검사 작성의 위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뿐인데, 그 증거들에서 이 사건 컴퓨터대금 부분을 위 광고대금과 달리 인정하여야 할 만한 아무런 단서도 발견할 수 없고, 오히려 위 피해자는 1989년경부터 공소외 주식회사에 계속하여 컴퓨터 부품을 납품하여 온 자로서, 그 납품실적은 1991년도에 약 금 100,000,000원, 1992년도에 약 금 250,000,000원, 1993년도에 약 금 300,000,000원이 된다는 것이므로, 위 피해자는 위 광고회사보다도 더 피고인의 사정을 잘 알면서도 계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여 왔다고 보아야 할 것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으로부터 변제받지 못한 컴퓨터 부품 대금도 금 109,315,000원에 불과하여 위 광고대금보다도 훨씬 적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컴퓨터 부품에 대한 편취의사를 인정하는데 있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에게 사기죄에 있어서의 편취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기 위하여는, 피고인 경영의 위 회사가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채무의 총액과 그 변제기를 위 회사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물품대금채권이나 예금채권의 총액 및 그 변제기 등과 대비함으로써 위 회사의 자금흐름을 살펴보고, 또한 피고인이 새로 추진 중이던 다이나모 수입판매업의 성공가능성과 위 회사의 대외적인 신용도 등을 살펴보았을 때, 위 회사가 피해자와의 거래당시 조만간 변제불능의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어야만 할 것인데, 기록에 나타난 자료들만으로는 위 회사가 피해자와의 공소장 기재의 거래기간 동안에 그러한 급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점들에 대하여 심리·판단함이 없이 피고인에게 편취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또는 사기죄에 있어서의 편취의사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여 그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