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0누55864 시정명령등취소
원고
주식회사 A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이태준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주원, 박소은
변론종결
2021. 4. 1.
판결선고
2021. 4. 29.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 4. 20. 의결 C로 원고에 대하여 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주식회사 A 및 원고의 지위
소송수계 전 원고 주식회사 A과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은 화장품 제조업 사업자들로서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자에 해당한다.
원고는 2020. 11. 30. 주식회사 A을 흡수합병하고 이 사건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이하 주식회사 A과 원고 소송수계인을 구별하지 아니하고 모두 '원고'라고 한다).
나. 이 사건 입찰의 특성
1) 입찰공고 당시 매장 운영상황
E공사는 2015. 6.경 E공사가 소유한 매장 17개에 화장품 전문점을 유치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위 입찰 전부터 위 입찰 대상 매장 17개 중 11개 매장(F, G, H, I, J, K, L, M, N, O, P역)을 임차하여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임대차계약들은 모두 2015. 6.경 임대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2) 입찰의 진행과정
E공사는 2015. 5.경 1차 입찰['Q 입찰 공고(2015 5. 7.)']을 제한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하였는데, 원고만이 투찰하여 유찰되었다.
E공사는 다시 재공고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을 진행하였다. 이 사건 입찰은 ① 입찰 공고일 당시 자사 또는 자기명의의 고유 브랜드를 소유하고, ② 사업자등록증상에 화장품(업) 운영이 가능한 형태 및 종목이 등록되어 있으며, ③ 본 사업 매장 10개소 이상을 직영 또는 위탁 운영 중인 법인 또는 개인 사업자로 참가자격이 제한되는 제한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되었다.
3) 이 사건 입찰 결과
이 사건 입찰에서 원고가 2,822,094,517원으로, D이 1,183,461,500원을 각 투찰하여, 2015. 6. 9. 개찰한 결과 원고가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다. 피고의 처분
피고는 원고와 D이 이 사건 입찰에 투찰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원고를 낙찰예정자로 정하고 D이 들러리로 참가하기로 하면서 투찰가격 등을 합의(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한 다음 이를 실행하였고, 이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별지 1 기재와 같이 공정거래법 제21조에 따라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같은 법 제22조, 제55조의3,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7. 9. 29. 대통령령 제283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9조, 제61조 제1항 및 [별표 2],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17. 11. 30.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17-21호로 개정된 것, 이하 '과징금 고시'라 한다)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였다(이하 위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통틀어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과징금 부과의 구체적인 산정 내역은 다음과 같다.
1) 산정기준
가) 관련매출액
이 사건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가 적용되는 입찰담합 행위에 해당하므로, 과징금 고시 Ⅳ. 1. 다. (1) (마) 1)에 따라 원고가 낙찰을 받은 입찰 건의 계약금액을 관련매출액으로 본다. 이에 따른 원고의 관련매출액은 2,565,540,000원(부가 가치세 제외)이다.
나) 부과기준율
이 사건 공동행위는 입찰담합으로 주로 경쟁제한 효과만 나타나는 경우로 과징금 고시 [별표] 세부평가 기준표상 5% 이상 7% 미만의 부과기준율이 적용되는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되나, 이 사건 공동행위가 'E공사 발주 Q 입찰' 1건에 한정되는 점, 원고와 D 사이에 합의내용 이행을 위한 이행 · 감시수단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4%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다.
다) 산정기준
산정기준은 관련매출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하여 산정하며, 이에 따른 원고의 산정기준은 102,621,600원(관련매출액 2,565,540,000원 × 부과기준율 4%, 부가가치세 제외)이다.
2) 1차 조정
해당 조정사유는 없다.
3) 2차 조정
원고가 조사 단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심리 종결 시까지 일관되게 행위사실을 인정하면서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거나 진술하는 등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을 감안하여 과징금 고시 Ⅳ. 3. 다. (3) (가)에 따라 1차 조정 산정기준의 100분의 20을 감경한다. 이에 따른 2차 조정된 산정기준은 82,097,280원[산정기준 102,621,600원 - (1차 조정 산정기준의 20%인 20,524,320원), 부가가치세 제외]이다.
4) 부과과징금의 결정
부과과징금 조정사유는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최종 부과과징금은 82,000,000원(백만 원 미만은 절사)으로 결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2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경쟁제한성의 부존재
E공사는 이 사건 입찰을 제한경쟁입찰로 진행하였는데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사업자는 원고 외에는 전무하였다. 실제로 이 사건 입찰은 원고만이 참여하여 한 차례 유찰된 후 재공고된 것으로 원고와 D 외에 다른 사업자는 참여하지 않았고, D 역시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수행가능성도 극히 낮았으며, 원고와 D 사이에 합의이행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및 제재수단이 없었다. 즉, 이 사건 입찰은 당초부터 경쟁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었던 것으로서, 이 사건 공동행위가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동행위에 경쟁제한 효과가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재량권 일탈 · 남용
원고가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한 것이 아닌 점,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E공사나 소비자 등에게 미치는 피해가 거의 없어 그 위법성이 크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행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한 것으로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
나. 판단
1) 경쟁제한성의 존부
가) 당해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갖는지는 당해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 · 수량 ·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입찰담합에 관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는 입찰 자체의 경쟁뿐 아니라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도 함께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사업자들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낙찰예정자를 사전에 결정하였다면, 경쟁이 기능할 가능성을 사전에 전면적으로 없앤 것이 되어 입찰과정에서의 경쟁의 주요한 부분이 제한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와 같은 공동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두19298 판결,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두20493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 등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공동행위는 낙찰예정자, 투찰가격 등을 사전에 서로 합의하여 실행한 전형적인 입찰담합으로, 그 성격상 효율성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명백한 이른바 '경성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② 원고와 D은 이 사건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 투찰가격 등을 결정함으로써 이 사건 입찰이 유찰되는 것을 막았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입찰과정에서 실질적인 경쟁 없이 원고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 받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였다.
③ 원고와 D이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해 경쟁 입찰의 외형을 만들어냄으로써 유찰을 방지하지 않았더라면 유찰 후 수의계약 과정에 입찰참가자격이 있는 다른 사업자들도 참가하여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었을 가능성 및 이로 인하여 계약금액이 높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 입찰에 관한 원고의 내부 검토자료(을 제4호증)에 의하면, 당시 원고는 지상상권보다 역사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는 점, 지상 화장품 매장의 경우 임대 투자비용이 높아 매출 대비 수익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인근에 기존 매장이 존재하여 출점이 불가능한 지역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반드시 재입찰에서 낙찰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한편, 다른 브랜드(R, S 등) 역시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입찰이 재유찰되어 향후 다른 사업자가 수의계약 등에 참여하여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여 자신이 안정적으로 낙찰 받기 위해 D을 들러리로 내세워 이 사건 공동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입찰 당시 원고와 D 외에 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없었다는 점에 더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D이 이 사건 입찰에서 낙찰받아 사업을 수행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경쟁제한성이 전혀 없거나 미미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④ 이 사건 공동행위 결과 원고는 1차 입찰보다 금액을 약 1억 8,000만 원 정도 낮춰서 투찰하여 투찰 가격대로 낙찰 받음으로써 임대료를 적게 지급하게 되는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다(원고는 1차 입찰에서는 입찰 금액을 3,008,625,861원으로, 이 사건 입찰에서는 입찰 금액을 2,822,094,517원으로 하여 투찰하였다). 원고는 이로 인하여 E 공사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였다.
⑤ 결국 원고는 결국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해 실질적인 경쟁 없이 투찰금액으로 낙찰을 받은 반면, 다른 사업자들은 유찰 후 수의계약 절차에 참가하여 경쟁을 할 기회를 제한받은 것으로 볼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입찰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 ·수량 ·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었고, 나아가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 자체도 제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재량권 일탈 · 남용 여부
가)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만일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공정거래법과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행위라 할 것이고,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 · 평등의 원칙에 위배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 · 남용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두22054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공동행위는 이 사건 입찰 시장에서 경쟁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효과만을 야기할 뿐이고 달리 효율성 증대 효과가 없는 경성 공동행위에 해당하는 점, ②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E공사는 더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고 이로 인한 원고의 이익은 E공사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점, ③ 이 사건 공동행위는 이 사건 입찰에서 유효한 경쟁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공정한 경쟁과정을 왜곡한 것으로써 주로 경쟁제한 효과만 나타나는 경우에 해당하여 5% 이상 7% 미만의 부과기준율이 적용되는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나, 피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가 입찰 1건에 한정되고 원고와 D 사이에 합의내용 이행을 위한 이행 · 감시수단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4%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점, ④ 피고가 조사협력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이미 20%의 과징금을 감경하여 주었고, 달리 피고가 과징금 고시의 내용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에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상주
판사 권순열
판사 표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