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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9.5.16. 선고 2018누35478 판결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사건

2018누35478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원고

A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강남, 담당변호사 진재용, 김연화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박시준

변론종결

2019. 4. 11.

판결선고

2019. 5. 16.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8. 1. 10. 의결 B로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1 기재 제1항의 시정명령과 제2항의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등의 지위와 일반현황

1) 원고, C 주식회사, 주식회사 D, E 주식회사, 주식회사 F, G 주식회사, 주식회사 H, I 주식회사, 주식회사 J, 주식회사 K(이하 '주식회사'는 생략한다)는 도장공사업, 미장 · 방수 · 조적공사업, 시설물유지관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사업자들이다.

2) 원고 등의 자산과 자본 총계, 매출액 등 일반현황은 아래와 같다.

일 반 현 황

(해당년도 말 기준, 단위: 백만 원, 명)

나. 시장구조 및 실태

1) 아파트 하자유지보수공사 시장현황

아파트 하자유지보수공사란 건축물의 균열 및 훼손 부위를 보강하고 콘크리트를 보호하는 마감재로 외부의 물, 공기 등을 차단함으로써 건축물의 노후화를 방지하고 건축물의 미관을 개선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공사이다. 이 공사는 도장공사업, 미장 · 방수 · 조적공사업, 시설물유지관리업 면허를 보유한 사업자들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한 가지 종류 이상의 공사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도장공사업, 미장 · 방수 · 조적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사업자들 중 일부는 아파트 하자유지보수공사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나, 신축건물, 상가건물 또는 공공시설물의 (재)도장, 방수공사 등도 수행할 수 있다.

아파트, 신축건물, 상가건물 등을 포함한 하자유지보수공사의 시장규모는 아래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연 평균 약 3조 6,693억 원이다. 다만, 아파트 단지와 관련된 재도장공사, 방수공사로 한정하면 그 시장규모는 전체 도장공사업, 미장 · 방수 · 조적공사업 시장에 비해 크게 축소될 것이다.

하자유지보수공사 관련 공종별 시장규모

2) 아파트 하자유지보수공사 진행절차

아파트 재도장, 방수 등 하자유지보수공사는 아파트 하자보수기간 경과 후 노후화된 아파트 기능의 개선을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재원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아파트 시공사의 하자담보책임 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하여 시공사의 책임 하에 진행되는 공사와는 구분된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2017. 4. 18. 국토교통부령 제452호로 개정된 것) [별표 1]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기준'에 따르면, 공동주택 내외부 재도장공사는 5년 주기로 실시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수선주기는 공동주택의 실정에 맞추어 조정이 가능하므로 실제로는 최초 도장공사가 실시된 후 7~8년 이상이 되어야 재도장공사를 포함한 하자유지보수공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재도장, 방수 등 하자유지보수공사는 아파트의 규모 및 경과 연수, 입주민 성향, 장기수선충당금의 규모 등에 따라 달리 진행되는데 그 절차는 아래 그림과 같다.

재도장, 방수 등 하자유지보수공사 진행 절차

다. L아파트 건물 균열보수 및 재도장공사 입찰

1) 입찰 개요

L아파트 건물 균열보수 및 재도장공사 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은 제한경쟁입찰로 이루어졌다. 제한경쟁입찰이란 자본금, 시공능력평가액, 최근 공사실적 등의 하한을 정하여 입찰에 참가하게 한 후 그 중에서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에서는 입찰참가자격을 갖춘 사업자 중에서 입찰 제출서류 심사에서 결격 사유가 없는 업체에 한하여 5개 업체를 지정하여 공사설명회를 실시한 다음 3개 업체를 우선협상업체로 선택하고 우선협상업체 중 1개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사건 입찰의 주요 내용 및 세부일정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입찰의 주요 내용

ㅇ 공고일: 2012. 1. 27.

ㅇ 발주자: L아파트

ㅇ 공사범위: 8개동 15라인 건물 균열보수 및 재도장공사

ㅇ 참가자격

- 서울, 경인지역 전문건설업(도장, 미장방수, 시설물유지관리) 업체

- 법인 설립이 5년, 자본금 5억 원, 면허취득(도장, 미장방수) 5년 이상인 업체

- ISO인증 업체로서 2011년도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업 신용평가등급 BBB 이상인 업체

- 2011년도 시공능력평가액 각각 30억 원 이상인 업체

- 2011년도 아파트 시공실적(도장, 미장방수) 20억 원 이상인 업체

- 최근 1년간 발주처와 민형사상 소송이 없는 업체

- 현장설명회에 참가한 업체로 산업재해보험에 가입된 업체

세부일정

2) 원고의 행위 등

C은 입찰공고 전 단계부터 L아파트에 대한 영업활동을 하였고, 아파트 단지 측과의 협의 또는 조정과정을 통해 C을 기준으로 C과 실적이 비슷하거나 좋은 사업자들만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참가자격을 구성하게 하였다. 이후 C은 2012. 2. 3. 14:00경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여 현장설명회가 끝난 뒤 원고, D, E, F, G, H, I, J, K, M(이하 '원고 등 10개사'라고 한다)에게 C이 낙찰 받을 수 있도록 들러리 협조요청을 하였다. 위 들러리 협조요청을 받은 원고 등 10개사는 모두 C의 요청을 수락하였고, C이 투찰견적을 통보해주면 이를 토대로 C이 낙찰 받을 수 있는 가격 범위에서 투찰하기로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

3) 합의의 실행

C은 들러리 요청을 수락한 업체들의 투찰가격이 포함된 투찰견적을 작성하여 자신이 최저가 투찰자로서 확실한 낙찰자가 되기 위해 입찰등록 마감 전에 팩스로 작성된 투찰견적을 전달하거나 전화로 투찰가격정보를 교환하였고, 들러리 요청을 수락한 업체들은 C로부터 전달받은 투찰가격을 기준으로 입찰에 참여한 결과 아래 표 기재와 같이 C이 최저가 낙찰자로 결정되어 2012. 3. 28.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입찰의 결과

(단위: 원, 부가가치세 포함)

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처분

1)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의 내용

피고는 2018. 1. 10. 의결 B로 원고 등 10개사의 이 사건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의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 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시정명령에 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21조에 따라, 과징금에 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22조제55조의3,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7. 9. 29. 법률 제283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61조 및 [별표 2],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17. 11. 30.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17-21호로 개정된 것, 이하 '과징금고시'라 한다)의 각 규정에 따라 별지 1 기재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과징금 산정근거

가) 기본 산정기준

이 사건 입찰에서 C이 낙찰을 받아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과징금고시 Ⅳ. 1. 다. (1) (마) 1)항에 따라 계약금액인 263,000,000원(부가가치세 제외)을 관련매출액으로 본다.

이 사건 공동행위는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을 감안할 때 중대성의 정도가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므로 과징금고시 Ⅳ. 1. 다. (1) (가)항의 규정에 따라 5% 이상 7% 미만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하기로 하되, 계약금액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여 5%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다.

위 관련매출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하여 산정하되, 들러리 사업자(탈락한 자)의 수가 5 이상이므로 과징금고시 Ⅳ. 1. 다. (1) (마) 2)항에 따라 N분의 (N-2)1)를 감액한다. 이에 따른 원고의 산정기준은 2,630,000(= 263,000,000 × 5% × 2/10)원이 된다.

나) 행위 요소에 의한 1차 조정

원고에게 행위 요소에 의한 조정사유는 없다.

다) 행위자 요소에 의한 2차 조정

원고가 피고의 심리 종결 전에 행위사실을 인정하고 협력한 점 등을 감안하여 과징금고시 Ⅳ. 3. 다. (3) (가)항에 따라 1차 조정 산정기준의 10%를 감경한다. 이에 따른 원고의 2차 조정 산정기준은 2,367,000(= 2,630,000 × 90%) 원이 된다.

라) 부과과징금의 결정

과징금고시 Ⅳ. 4. 바.항에 따라 1,000,000원 미만의 금액을 버린 원고의 부과과징금은 2,000,000원이다.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호증, 을 제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2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의 존재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C이 입찰참가 예상업체들에게 일방적으로 메일을 보냈을 뿐 원고는 C의 협조요청을 수락하지 않았고, 이 사건 입찰은 현장설명회 참가를 입찰참가자격으로 하고 있으나 원고 회사에서 입찰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N은 이 사건 입찰의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입찰 참가에 필수 서류인 전문건설공제조합 발행의 입찰보증서도 발행되지 않았다. 이 사건 입찰 관련하여 원고가 제출한 서류도 없으며, 원고의 실제 투찰금액도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하여 합의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2) 합의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

갑 제2, 5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입찰에 관하여 C과 들러리 합의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충분하다.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C에서 이 사건 입찰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O는 2017. 10. 23. 피고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입찰에 관하여 '원고 등 사업자들에게 입찰 전 들러리 합의요청을 하였고, 요청받은 업체들이 이에 응하여 들러리 합의가 이루어졌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모두 이러한 협조요청에 따라 참여한 것이다. 들러리 협조요청은 1차적으로 현장설명회 당일에 간단하게 하기도 하나, 보통은 현장설명회 이후 업체 간 들러리 협조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담당자에게 전화로 연락하여 들러리 협조요청 의사를 전달하게 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② 원고는 이 사건 입찰등록업체현황표에 입찰참가업체로 등록되어 있고, 입찰가 순으로 1차 선정된 5개 업체 중 하나이며, 구비서류도 모두 제출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을 제4호증의 1, 5/17면).

③ 2012. 2. 3. 있었던 이 사건 입찰의 현장설명회 참석자명단에는 원고 회사에서 입찰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N의 서명과 메일주소가 기재되어 있는 점, C이 위 메일주소로 원고 측에게 투찰견적을 보낸 점, 이 사건 입찰 공고에 의하면 현장설명회 참가를 참가자격으로 하고 있고, 입찰 제출서류 심사에서 결격 서류가 없는 업체에 한하여 5개 업체를 지정하여 공사설명회를 실시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위 5개 업체에 지정되었던 점 등에 의하면, N 또는 적어도 원고의 관계자가 위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C은 현장설명회 이후 사업자간에 전화로 들러리 합의를 해 온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설령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N 본인이 위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와 C 사이에 들러리 합의가 이루어진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④ O는 N을 비롯한 원고 등 사업자들의 입찰 담당 직원들에게 이 사건 입찰에 관한 각 투찰견적 파일을 첨부하여 메일을 송부하였다. O는 2017. 10. 23. 피고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들러리 업체의 투찰견적은 들러리 요청을 수락한 업체에 대해서만 작성한다. 투찰견적이 작성되어 있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면 그 업체는 들러리 합의에 따라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C은 투찰견적을 통보받은 업체들이 C이 보내준 투찰견적대로 입찰서류를 제출하였는지 최종 확인을 거치고 난 후 마지막으로 투찰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N은 2017. 9. 6. 피고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들러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투찰견적을 작성하여 메일이나 팩스를 보내는 경우는 없다'라고 하여 O의 위 진술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하였다. C이 이 사건 입찰에서만 원고와의 들러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일방적으로 투찰견적을 보냈다고 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들러리 합의를 하지 않은 업체에게 투찰견적을 알려주게 되면 C이 낙찰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C이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투찰견적을 보낼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C은 원고와의 합의에 따라 원고에게 투찰견적을 보냈고, 원고는 C로부터 받은 투찰견적대로 이 사건 입찰의 서류를 제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입찰 등록업체 명부에 입찰참가업체로 기재되어 있어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였음이 확인되고, 들러리 입찰로 참가하는 원고로서는 반드시 입찰보증서를 제출하거나 투찰견적을 구체적으로 기재할 필요는 없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입찰보증서의 존재나 투찰가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의 입찰참가를 부정할 수는 없다.

나. 경쟁제한성의 부존재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입찰은 입찰공고 전 단계에서부터 C이 발주처와 협의 또는 조정과정을 통해 자신보다 실적이 비슷하거나 좋은 사업자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참가 자격을 구성하고 C이 낙찰될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이다. 이미 경쟁이 원천적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들러리 입찰로 인하여 추가적으로 경쟁을 제한할 여지가 없었다. 업계의 극심한 경쟁상황에서 낙찰자의 손해를 방지하고 들러리 입찰을 통해 적정 수익을 확보함으로써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관련 시장에서의 효율성을 증대하는 효과가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고 입찰참가자격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공동행위가 이 사건 입찰의 경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설령 이 사건 공동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경쟁제한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2) 관련 법리

어떤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갖는지는 당해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실제로 합의에 가담한 사업자들이 합의가 없었더라면 서로 유효하게 경쟁할 수 있었는지 여부는 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의사의 존부, 각 사업자들의 존재나 그들의 시장성과가 서로에게 경쟁압력 내지 경쟁상 제약으로 작용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되, 각 사업자가 보유한 생산능력 및 기술력, 공급의 대체가능성 및 신규 시장진입 가능성, 시장의 구체적 현황 등의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입찰담합에 관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는 입찰 자체의 경쟁뿐 아니라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도 함께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사업자들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낙찰예정자를 사전에 결정한 결과 낙찰예정자가 아닌 사업자들이 입찰참가 자체를 포기하게 되었다면, 경쟁이 기능할 가능성을 사전에 전면적으로 없앤 것이 되어 입찰과정에서의 경쟁의 주요한 부분이 제한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와 같은 공동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두20493 판결 등 참조).

3) 경쟁제한성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의 실행으로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이다. 이러한 인정 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입찰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낙찰가격이나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관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① 낙찰예정자, 투찰가격 등을 사전에 서로 합의하여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합의를 실행한 행위는 입찰과정에서 실질적인 경쟁없이 1개 업체만이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입찰 참가자들 간의 경쟁을 통하여 거래상대방, 거래조건 등을 결정하고자 한 경쟁 입찰제도 취지를 무력화시켜 입찰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을 통하여 낙찰자가 결정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한한다. 원고 등 10개 사업자들은 C이 아파트 하자유지보수공사를 낙찰 받게 하려는 목적으로 들러리 사업자의 투찰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여 결정하였는데 이러한 공동행위는 그 성격상 효율성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명백한 이른바 '경성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② 이 사건 입찰에 적용된 최저가 낙찰제에 의할 경우 실행가 부근에서 투찰하여야 낙찰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담합을 하게 되면 사업자들이 투찰가격을 사전에 정할 수 있으므로 낙찰예정자는 경쟁상황일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투찰가격을 정하더라도 낙찰을 받을 수 있다. 원고는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해 담합이 없었다면 결정되었을 수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낙찰가를 형성함으로써 아파트 입주민들의 이익을 침해하였거나 적어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였다.

③ 원고의 주장처럼 아파트 하자유지보수공사에서 낙찰금액이 공사원가 또는 그 이하에서 형성되는 구조라 하더라도, 최저가 낙찰제는 경쟁입찰방식의 기본 방식으로서 그 자체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원고 등 사업자들은 공고된 조건에서 자신의 생산능력, 경영상태, 영업전략 등을 고려하여 독자적으로 판단한 입찰가격으로 경쟁하는 등 경쟁입찰의 정상적인 과정을 통하여 해소하여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입찰담합행위를 통하여 경쟁을 배제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④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찰참가자격을 한정한 것은 C의 영업활동에 의한 측면도 있지만, 한편 열악한 자본금을 보유한 업체에 의한 부실공사 및 지연공사를 방지하고, 일정한 자격을 보유하거나 공사에 경험이 있는 업체들 중에서 선정하기 위한 취지도 있을 것이므로 입찰참가자격을 한정한 것 그 자체만으로 특정 업체에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없다. 설사 입찰참가자격, 낙찰자 결정 등의 단계에서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의 자의적인 결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낙찰이 이루어지는 이상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의 영향력은 제한되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의 존부가 달라지지 않는다.

⑤ 그 밖에 이 사건 공동행위에 경쟁제한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효율성 증대 효과가 있다거나 이 사건 공동행위의 부당성을 부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다. 근거 법령의 위헌·위법성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의 과징금납부명령이 있을 경우 원고는 공동주택관리법 제25조 제2호, 동법 시행령 제25조 제3항 제1호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하 '국토교통부 고시'라 한다) 제26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6개월간 아파트 하자유지보수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그런데 공동주택관리법 제25조 제2호는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고, 국토교통부 고시 제26조 제1항 제6호는 상위법령이 정한 위임의 범위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6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하다.

2) 근거 법령의 위헌·위법성 여부에 관한 판단

공동주택관리법 제25조 제2호 및 국토교통부 고시 제26조 제1항 제6호는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령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 위헌·위법 여부가 이 사건 쟁점인 합의의 존부, 경쟁제한성의 존부 및 과징금부과의 재량권 일탈·남용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의 입찰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경쟁이 저해된 상태여서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추가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극히 미미한 반면 매출의 상당 부분이 공동주택 관련 보수공사로 구성되어 있는 원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공동주택 보수공사에 대한 참여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입게 되는 불이익은 막대하다. 원고의 담합행위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과거의 사건으로서 처분의 시급성이 전혀 없었다. 입찰담합이 공중의 위생이나 안전에 관계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중대한 반공익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로서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함에 있어서 관련 법령에 따라 과징금 처분에 기하여 따라오는 입찰참가자격제한의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여 과징금 처분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 과징금 처분이 아닌 시정명령 등으로도 목적하는 공익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과징금 부과명령은 지나치게 과중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다.

2) 관련 법리

공정거래법 제6조, 제22조 등 각 규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만일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공정거래법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의 법 위반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하는 데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 ·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재량권 일탈 · 남용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두15005 판결 등 참조).

3) 재량권 일탈 · 남용에 관한 판단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에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는 그 범위 내에서 가격경쟁을 감소시킴으로써 그들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므로, 그와 같은 사업자의 공동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두21058 판결,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두791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공동행위는 입찰에 참여할 경쟁사업자들이 최저가 낙찰방식에서 낙찰자, 투찰가격 등에 대하여 합의한 입찰담합행위로 경쟁제한 효과 이외에 효율성 증대 효과는 거의 존재하지 아니하는 이른바 경성공동행위로서 위법의 정도가 중하다.

② 원고 등 사업자들의 공동행위로 인하여 발주처는 더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할 기회를 잃었으므로 그로 인한 발주처 및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의 피해가 결코 경미하다고 할 수 없는 반면, 원고는 C로 하여금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하여 안정적으로 계약상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사업운영에 필요한 고정비용 등을 해소하고 사업실적을 확보하는 등의 이익을 얻게 하였다.

③ 미리 합의된 낙찰예정자가 낙찰되도록 공동행위를 하고 들러리 역할을 한 것은 해당 입찰에서 유효한 경쟁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공정한 경쟁 과정을 왜곡하고 낙찰가격 상승 등에 기여하였다는 점에서 낙찰자와 차이가 없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한 내용과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용역 입찰시장에서의 경쟁 자체가 제한된 점 등을 고려하면 입찰담합에 들러리로 참여하여 낙찰을 받지 못한 경우에도 입찰담합의 억지를 위한 최소한의 행정제재로서 이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하여 달성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의 확보라는 공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입게 될 경제적 불이익보다 작다고 보기 어렵다.

④ 이 사건 공동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약 5년 정도 경과한 시점에 이 사건 처분이 있기는 하였으나, 공정거래법 제49조에서 정한 제척기간을 도과하는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기간을 도과하여 한 위법한 처분이 아니고, 공동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의 부당성과 그에 대한 처분의 필요성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며, 과징금 부과명령을 함에 있어 처분의 시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⑤ 피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을 고려하면 과징금 고시 [별표] 세부평가 기준표에 따른 산정점수상으로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이 사건 입찰의 계약금액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5%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하였고, 들러리 사업자의 수가 5 이상이어서 과징금 고시에 따라 8/10을 감액하였으며, 원고가 피고의 심리 종결 전에 행위사실을 인정하고 협력한 점 등을 고려하여 1차 조정 산정기준에 20%를 감경하였다. 이처럼 산정된 금액이 과징금의 부당이득환수 성격보다 제재적 성격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균형을 잃은 과중한 액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⑥ 원고가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으로 말미암아 국토교통부 고시 제26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별도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노태악

판사 이정환

판사 진상훈

주석

1) N은 들러리 사업자의 수를 말하며, L아파트 공사 입찰에서 들러리 사업자의 수는 10개사이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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