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도13508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B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2016. 8. 11. 선고 2016노93 판결
판결선고
2016. 11. 10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5. 3. 8. 04 : 29경 업무로 25톤 장축카고트럭 화물차 ( 이하 ' 피고인 화물차 ' 라 한다 ) 를 운전하여 편도 2차로의 고속도로를 2차로를 따라 시속 약 80 내지 90km의 속도로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는 야간이고, 그곳은 고속도로로 제한속도가 시속 110km인 구간이며 제한속도 이상의 속도로 진행하는 차량들이 많았으므로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차로를 변경할 경우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여 그 진로변경을 예고하고 전후좌우의 교통상황을 잘 살피면서 차로를 변경하여야 하고, 특히 화물차의 경우에는 승용차보다 진행속도가 느리고 차로변경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뒤쪽에서 진행하는 차량이 어느 위치에서 어떠한 속도로 진행하는지 등에 대하여 더욱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2차로에서 1차로로 그대로 차로변경을 하다가 뒤쪽에서 1차로를 따라 시속 약 150km의 속도로 진행하는 피해자 C 운전의 그랜저XG 승용차 ( 이하 ' 피해자 승용차 ' 라 한다 ) 를 뒤늦게 발견하고 다시 그대로 2차로로 복귀하여 진행한 과실로, 피고인 화물차 진행방향을 예측하지 못하고 피고인 화물차를 피하여 1차로에서 2차로로 차로변경을 하면서 진행한 피해자 승용차의 앞 범퍼 부분을 피고인 화물차 적재함 뒷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05 : 13경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외상성 뇌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해자가 제한속도를 위반하여 과속 운행을 한 것이 이 사건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은 맞지만,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도 후방에서 진행 중이던 피해자 승용차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만연히 차로를 변경한 업무상 과실이 있고, 이러한 피고인의 과실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
① 이 사건 사고 당시는 새벽 4시경으로 흔히 과속하는 차량이 있고, 이 사건 사고 장소 후방 도로는 직선도로로 후방 시야에 장애가 없었으며, 피고인 차량은 화물차여서 후방 시야를 보다 잘 볼 수 있었고, 피고인은 운전경력이 약 32년이 된 숙련된 운전자이므로, 피고인이 사이드 미러를 통해 후방에서 진행 중이던 피해자 승용차의 존재를 확인한 이상, 피고인 정도의 운전 경력이 있는 운전자라면 사이드 미러 또는 룸 미러를 통해 미리 몇 초만 피해자 차량을 주시하였으면 피해자 차량이 매우 빠른 속도로 1차로를 진행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피고인 화물차와 피해자 승용차의 속도 및 거리와 피고인 화물차의 차로변경 시간 등을 고려하여 피해자 승용차의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차로변경을 하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 승용차를 면밀히 주시하지 않았거나 피해자 승용차와 피고인 화물차의 거리 및 속도, 차로변경 시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만연히 피해자 승용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피해자 승용차의 통행에 장애가 되지 않으리라고 여기고 천천히 차로를 변경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화물차의 차로변경은 피해자 승용차의 통행에 장애가 되었는바, 이에 피해자가 뒤늦게 피고인화물차를 피하려고 2차로로 차로변경을 하였고, 피고인으로서도 뒤늦게 피고인 화물차의 차로변경이 피해자 승용차의 통행에 장애가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2차로로 되돌아 가려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 .
② 또한 피고인은 1차로의 후방에서 피해자 승용차가 진행하여 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1차로로 차로변경을 시작하였으므로, 피해자가 속도를 줄이거나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차로변경을 완료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평소 운전 습관대로 약 6초에 걸쳐 2차로에서 1차로의 중간까지 현저히 느리게 진입하였는바, 이로 인하여 피고인 화물차 후방에서 진행 중이던 피해자는 피고인이 차로를 변경 중인 것인지 아니면 잠시 차선을 침범한 것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이 또한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 .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
① 피고인 화물차는 시속 약 84 내지 85km의 속도로 제한속도가 시속 110km인 편도 2차로의 고속도로 중 2차로를 주행하다가 서행하는 선행 차량을 추월하기 위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 8초 전 1차로로 차로를 변경하기 시작하였는데, 당시 피해자 승용차는 피고인 화물차로부터 후방으로 약 153. 5m 떨어진 1차로를 시속 약 151 내지 159km의 속도로 주행하고 있었다 .
② 피고인은 위와 같이 1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다가 1차로에서 피해자 승용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계속 주행하는 것을 보고 이 사건 사고 발생 2초 전 급히 2차로로 피고인 화물차를 복귀하였는데, 피고인이 2차로로 복귀하기 시작할 당시 피고인 화물차는 1차로에 50 % 조금 넘게 들어간 상태였다 .
③ 피해자는 1차로를 진행하다가 이 사건 사고 발생 2초 전 피고인 화물차와의 추돌을 피하기 위하여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하기 시작하였는데, 피고인 화물차가 위와 같이 2차로로 변경하자 피해자 승용차를 급제동하였으나, 결국 피고인 화물차를 추돌하여 그 충격으로 치료를 받다가 외상성 뇌손상으로 사망하였다 .
나. 위 인정사실과 기록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사고가 야간에 피고인 화물차와 피해자 승용차 사이에 다른 차량의 통행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였는데, 피고인 화물차가 차로 변경을 시작할 당시 피해자 승용차와의 거리 차이가 상당했고, 피고인 화물차가 차로 변경을 시작한 후 두 차량이 기존 속도를 유지하면서 주행하였음에도 8초 후에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피해자가 피고인 화물차의 차로 변경을 보고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꽤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은 1차로로 차로를 변경할 당시 방향지시등을 켰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③ 피고인 화물차는 일반 승용차에 비하여 차체가 높고 , 그 너비와 길이도 길며, 당시 약 25톤의 조경석을 적재한 상태로 무거운 상태이고, 고속도로에서 어느 정도 빠른 속도로 주행하고 있어서 피고인 화물차가 1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던 속도가 느렸다고 단정하기 곤란한 점, ④ 피해자는 제한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피해자 승용차를 운전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고 직전 급제동을 하기 전까지 차로를 변경하거나 속도를 줄인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 점, ⑤ 피고인이 1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는 도중에 피해자 승용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1차로로 계속 주행하여 피고인 화물차와 근접하게 되자 급하게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하였는데, 이는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한 순간적인 행위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승용차가 갑자기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에서의 업무상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버 김창석
대법관이상훈
대법관조희대
주 심 대법관 박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