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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7.4. 선고 2018도14607 판결
강제추행
사건

2018도14607 강제추행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강성국, 임성택, 박성철, 김재원, 김지형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18. 8. 30. 선고 2017노2009 판결

판결선고

2019. 7. 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17. 3. 2. 23:58경 'C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승차하려고 하는 피해자 E(여, 47세)를 뒤따라가 갑자기 피해자의 등 뒤에서 피해자의 패딩 코트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피해자의 음부와 엉덩이를 움켜쥐듯이 잡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부와 엉덩이를 만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공소사실과 같은 강제추행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든다.

(1) 제1심 및 원심 증인 F는 범행 장면을 목격하게 된 계기에 관하여, 버스가 도착한 후 피고인이 손을 앞으로 뻗은 상태로 피해자를 쫓아가는 모습을 보고 피고인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피고인이 피해자 패딩 속으로 손을 넣어 추행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버스 블랙박스 동영상에 의할 때, 피고인은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태로 인도에 서서 정류장에 접근하는 버스를 바라보다가 버스가 피고인을 지나쳐 전방에 정차하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태 그대로 몸을 돌려 버스 출입문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만이 관찰되어 증인의 위 증언내용과는 상당히 배치된다.

(2) 위 동영상에 의하면, 피해자가 버스에 승차하려 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 뒤에서 비틀거리면서 앞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듯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영상에서 대략 계측할 수 있는 피고인의 우측 어깨와 피해자의 등 사이의 거리에 비추어 그만한 거리에서 피고인이 손을 뻗어 피해자의 엉덩이와 성기를 움켜잡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

(3) 피해자는 일관되게 피고인이 피해자의 패딩 아래로 손을 넣어 청바지 위로 성기와 엉덩이를 움켜잡고 그 후 패딩을 잡아당겨 버스에서 끌어 내려지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실제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반응하여 뒤돌아볼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패딩을 상당한 인장력이 느껴지도록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듯한 모습을 위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피고인이 손을 뻗어 피해자의 엉덩이와 성기를 움켜쥐었다가 그 손을 펴서 엉덩이에서 뗀 후 패딩으로 손을 옮겨 패딩을 팽팽하게 당기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시간적 간격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피해자는 피고인이 성기를 부딪치는 정도가 아니라 꽉 움켜잡아 다음날 아침까지도 통증이 남아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그와 같이 통증이 남아 있는 정도라면 짧은 시간 접촉했다가 떨어지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일정한 시간 동안 지속되는 강한 힘으로 압박을 가하여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피해자가 피고인의 어떠한 행위를 느끼고 인지하여 그에 반응하는 데에도 일정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 동영상에 의할 때, 피고인이 손을 뻗어 피해자의 엉덩이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근접한 시간부터 피해자가 반응하여 뒤를 돌아볼 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0.6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술에 취하여 운동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피고인이 이와 같은 찰나의 시간 동안 지속적인 힘을 가해 성기와 엉덩이를 꽉 움켜잡았다가 손을 떼고 다시 패딩을 상당한 강도로 잡아당기는 것이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심지어 위 시간 안에 피해자의 반응까지 모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 (4) 설령 피고인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것처럼 보일 때부터 피해자의 엉덩이를 움켜잡는 것이 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때부터 피고인이 피해자의 패딩을 잡아 당겨 피해자가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 시점까지는 약 1.4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손이 엉덩이로 이동하는 시간, 움켜잡는 시간, 힘을 지속적으로 가하는 시간, 손을 떼어 패딩에 손을 대고 상당한 인장력이 느껴지도록 잡아당기는 시간, 피고인이 반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모두 합할 때 이 모든 행동이 그와 같은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5)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거리와 시간적 간격에 따른 물리적 가능성, 사건을 전후한 피고인과 피해자의 모습과 반응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당시 상황은 공소사실과 달리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며 앞으로 넘어지다가 중심을 잡기 위하여 손을 뻗으며 피해자의 패딩을 잡아당기게 되었고, 팽팽하게 당겨진 패딩으로 인하여 엉덩이와 성기부분에 압박감을 느낀 피해자가 이를 성추행으로 오인하여 평균적인 반응시간을 거쳐 뒤를 돌아본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

(6) 또한 설령 이러한 과정에서 피고인의 손이 실제 피해자의 엉덩이나 성기 부분에 닿았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는 술에 취한 피고인이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는 과정에서 강제추행의 고의 없이 우발적으로 피해자의 몸에 손을 댄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버스 블랙박스 동영상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통하여 피고인이 손을 뻗어 피해자의 엉덩이와 성기를 움켜잡는 것이 거리상 가능한지, 동영상으로 확인되는 짧은 시간 동안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의 모든 행위와 피해자의 반응이 이루어지는 것이 시간상 가능한지 등을 보다 면밀하게 심리하여 확인하였어야 한다. 그리하여 피해자나 증인의 진술이 착오에 의한 것일 가능성 및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다가 피해자의 패딩을 잡아당긴 것이거나 우발적으로 피해자의 성기 부분에 접촉하게 된 것일 가능성이 모두 제거된 경우에만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그와 달리 앞서 본 여러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손을 뻗어 피해자의 성기와 엉덩이를 움켜잡았다고 선불리 단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강제추행죄에서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상환

대법관박상옥

주심대법관안철상

대법관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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