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4.10.27.선고 2013두14771 판결
보상금등지급신청반려처분취소
사건

2013두14771 보상금등지급신청 반려처분취소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특수임무수행자보상심의위원회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6. 27. 선고 2012누18037 판결

판결선고

2014. 10. 27.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육군 4863부대 예하 수도지대(이하 '이 사건 첩보부대'라 한다)에 근무하면서 1951. 5. 25.경부터 같은 해 6. 3.경까지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던 적지인 강원 고성군 봉수리 지역(이하 '봉수리 지역'이라 한다)에 침투하여 북한군의 동태를 살피거나 적진의 상황을 탐문하는 등의 활동을 하다가 북한군의 기습을 받아 퇴각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원고의 임무 수행은 아군의 군사적 보호 및 통제가 보장되지 않는 지역으로 침투하여 그곳에서 첩보 및 정보수집 등의 활동에 종사하거나 이에 준하는 위험에 노출되어 정보수집 등의 활동에 종사한 것이어서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보상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 특수임무수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봉수리 지역 침투와 관련하여 원고가 보상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특수임무'를 수행하였다는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행정사건의 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민사사건, 형사사건 및 행정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합리적인 이유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는 없는 것이며, 더욱이 전후 두 개의 소송이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다만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1995. 6. 29. 선고 94다47292 판결, 대법원 1997. 6. 13. 선고 97누1327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① 원고는 1951. 3.경부터 1953. 4.경까지 비군인 신분으로 이 사건 첩보부대에 근무한 사실, ② 원고는 2005. 2. 3. 피고에게 '원고가 봉수리 지역 침투 공작 등의 특수임무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며 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지급신청(이하 '이 사건 1차 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심사 과정에서 피고의 조사관이 작성한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을 제3호증)에 '본인은 적지에 출동한 적이 없고, H파견대에서, 행정업무(보고서 작성)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원고가 작성한 자필 확인서(을 제2호증)에도 '본인은 이 사건 첩보부대 H파견대에서 행정업무, 보고서 작성 및 첩보교육을 담당하였고, 특수임무수행을 위해 적지에 들어간 적은 없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③ 위와 같은 심사과정을 거친 후 피고는 2007. 1. 30. 원고의 보상금 지급신청을 기각하였고('이 사건 1차 처분'이라 한다), 원고의 재심신청도 기각한 사실, ④ 이에 원고는 이 사건 1차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 데(이하 '종전 행정사건'이라 한다), 그 사건의 제1, 2심은 '원고가 이 사건 첩보부대에서 비군인 신분으로 행정업무를 담당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나아가 공작원으로서 적지에 출동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특수임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그 사실을 인정할 만한 신빙성 있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이 법원에서 원고의 상고가 기각되어 2009. 12. 31.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 ⑤ 원고는 2011. 6. 24. 피고에게 재심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2차 신청'이라 한다), 피고가 2011. 6. 27. '이미 원고의 재심신청에 대하여 재심기각결정을 한 바 있고, 재차 재심신청서를 제출하더라도 추가로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서를 반려(이하 '이 사건 반려처분'이라 한다)한 사실, ⑥ 이에 원고가 이 사건 소송의 청구원인사실로 '원고가 봉수리 지역에 침투 공작을 하는 등 특수임무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소송은 종전 행정사건과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미 확정된 종전 행정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이 종전 행정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을 배척하면서 들고 있는 이유가 합리적인지에 대하여 볼 때, ① 먼저 원심이 피고 조사관이 작성한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와 자필 확인서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에 대하여 보면, 원심이 설시한 이유들은 이미 종전 행정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모두 드러난 사정인데다가, 거기에 더하여 위 진술조서 등에 기재된 내용들이 구체적이고 특별히 모순된다고 보이지 아니한 점, 조사 당시 위 진술조서 등의 내용에 부합하게 '원고가 문관으로서 행정업무를 담당하였고, 공작원으로서의 활동을 한 적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B과 J이 허위로 원고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하였어야만 할 동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점, 달리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 조사관의 회유나 강압이 있었던 정황을 추측할 수 있는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이유가 종전 행정사건의 확정된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을 뒤집을 만큼 합리적인 근거라고 보기 어렵고, ②2 원심이 원고를 특수임무수행자로 인정한 근거로 삼은 '6. 25. 전쟁시 일반인 출신 육군첩보부대 종군사실 확인서'(갑 제1호증의 3)나 '동해 유격연대의 태극단원 6. 25. 사변 활동개요 (갑 제1호증의 2)도 이미 종전 행정사건에서 제출되었던 증거들일 뿐 아니라, 아래에서 보는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마찬가지로 종전 행정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을 뒤집을 정도로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

나아가 원심이 원고의 특수임무수행으로서 인정한 봉수리 지역 침투와 관련된 활동에 대하여 본다.

원고가 1951. 5. 25.경부터 같은 해 6. 3.경까지 봉수리 지역에 침투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첩보부대의 지휘관이던 C은 자신이 작성한 '동해 유격연대의 태극단원 6, 25. 사변 활동개요'를 통하여, 봉수리 지역에 침투하여 지휘소(CP)를 설치할 때까지 북한군과의 교전이 있었다거나 더 나아가 북한군의 기습을 받기 전까지 북한군을 보았다는 기재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지역을 '적 출몰지 구'라고만 표현하였던 사실, 원고 자신이 작성한 침투경위서(갑 제12호증의 1 중 일부)에도 봉수리 지역 침투 과정에 북한군의 저항을 받았다거나 북한군을 보았다는 기재가 전혀 없는 사실, 이 사건 첩보부대 소속 부대원들이 봉수리 지역은 적군과 아군이 서로 점령하지 못하였던 공백 또는 완충지역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봉수리 지역 침투가 문제된 관련 행정소송에서도 봉수리 지역을 완충지역으로 인정하였던 사실, 한편 원고는 위 침투경위서 등을 통하여 봉수리 지역으로의 침투 과정에서 '적정을 살폈다'는 등의 막연한 기재를 하였을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첩보활동을 하였는지에 관하여는 별다른 주장·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다가 봉수리 지역 침투에 참여한 부대원들의 수, 사망자의 수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첩보부대의 침투 당시 봉수리 지역은 교전지역 또는 완충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아군의 군사적 보호 및 통제가 보장되지 아니하는 적지였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교전지역 또는 완충지역에서 수색대와 유사한 전투요원으로서의 통상적인 군사활동을 넘어서서 고도의 위험이 수반된 첩보 및 정보수집 등의 활동에 종사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봉수리 지역 침투를 근거로 원고가 보상법의 적용을 받은 특수임무수행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보상법 제2조 제1 항 소정의 '특수임무' 및 특수임무수행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한편 원심은, 이 사건 2차 신청이 이 사건 1차 신청과 별도의 새로운 보상금 지급신청이라는 전제 하에, 이 사건 2차 신청을 재심신청인 것으로 보아 기존의 재심기 각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원고가 특수임무수행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별도의 심사도 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반려처분이 절차적으로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2차 신청 시에 보상금등 지급신청서가 아닌 재심신청서의 양식을 사용하였고, 그 신청사유 란에도 '재심의를 요구'하는 것으로 명백히 기재하였던 사실, 원고가 신청사유로 '정보사 위로보상금 환수소송에서

원고 본인이 승소'하였다는 것을 기재하기는 하였으나 그 이외에 아무런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2차 신청을 별도의 새로운 보상금 지급신청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창석

주심대법관신영철

대법관이상훈

별지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