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수익적 행정처분의 하자가 당사자의 사실은폐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에 기인한 경우 당사자의 신뢰이익을 고려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2]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자료 일부에 조작이 있음을 이유로 해당 의약품의 회수 및 폐기를 명한 행정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고, 다만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그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 그런데 수익적 행정처분의 하자가 당사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에 기인한 것이라면, 당사자는 처분에 의한 이익을 위법하게 취득하였음을 알아 취소가능성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므로, 그 자신이 처분에 관한 신뢰이익을 원용할 수 없음은 물론, 행정청이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하여도 재량권의 남용이 되지 않고, 이 경우 당사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가 제3자를 통하여 소극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2]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자료 일부가 조작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의약품의 회수 및 폐기를 명한 사안에서, 그 행정처분으로 제약회사가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이라는 불이익과 생물학적 동등성이 사전에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의약품이 유통되어 국민건강이 침해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공익상의 필요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행정절차법 제4조 제2항 [2] 행정소송법 제27조 , 구 약사법 (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 (현행 제71조 참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누4926 판결 (공1995하, 3007)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3두4669 판결 (공2006하, 1162)
원고, 피상고인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정일)
피고, 상고인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비즈 담당변호사 전순덕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그 판시 채용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 인정 사실에 나타나는 여러 사정, 즉 이 사건 결과보고서의 내용 중 조작된 크로마토그램의 개수는 전체의 약 1%에 불과하고, 어차피 원본 자료에 의하더라도 생물학적 동등성(이하 ‘생동성’이라 한다) 시험기준상 동등으로 판정될 것이었으므로 그 조작의 정도가 경미한 점과 함께, 제출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보관자료의 데이터 내용이 그 자체로도 의약품의 하자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시험자나 기계의 오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큰 점, 이와 같은 제출자료의 하자 정도와 이 사건 생동성 시험의 의뢰 및 자료제출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제출자료의 조작에 관한 원고의 귀책사유가 상당히 작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현출된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의 정도에 비추어 원고가 입게 되는 사익의 피해와 신뢰의 침해가 더욱 큰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고, 다만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그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으나, 나아가 수익적 행정처분의 하자가 당사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에 기인한 것이라면 당사자는 처분에 의한 이익이 위법하게 취득되었음을 알아 취소가능성도 예상하고 있었다 할 것이므로, 그 자신이 처분에 관한 신뢰이익을 원용할 수 없음은 물론, 행정청이 이를 고려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재량권의 남용이 되지 않고, 이 경우 당사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가 제3자를 통하여 소극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 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누4926 판결 ,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3두466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의약품에 관하여 주식회사 랩프런티어에 의하여 조작된 시험자료를 제출하였고, 피고는 위 시험자료가 진정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의약품에 관한 제조허가를 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위 제조허가에 대한 원고의 신뢰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특히 의약품은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을 기하기 위한 처분에 있어서는 다른 분야의 처분에 비하여 보다 엄격하고 엄정한 기준이 요구된다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비록 시험자료 일부분의 조작이 있었을 뿐이고 조작 전의 원본자료에 의하면 생동성 시험기준상 동등으로 판정될 것이라고 하더라도, 시험자료의 조작은 그 자체로 비윤리적인 사위의 방법에 해당하여 비난가능성이 크고, 결과적으로는 시험기준을 충족한다는 이유를 들어 섣불리 조작에 눈감고 이를 용인하게 되면 사전에 그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거나 보증되지 아니한 의약품의 유통을 방치하는 셈이 되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상당하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불이익은 경제적 손실로 환원될 수 있는 것에 불과하여, 생물학적 동등성이 사전에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의약품의 유통으로 인하여 국민건강이 침해받을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할 공익상의 필요와는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한 것은 결국,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이를 취소하는 경우에 있어서의 처분청의 재량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