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두13689 판결
[시정명령등처분취소청구의소][미간행]
판시사항

[1] 구 항공법 제117조 제1항 과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항공업무를 위한 협정’에 따라 해당 노선의 지정항공사들이 항공화물운임 등에 관한 합의를 하면서 운임의 체계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는 것을 넘어 일정한 항목에 대한 할인을 제한하는 내용까지 포함한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8조 에서 정한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국외에서 이루어진 외국 사업자의 행위가 외국 법률 등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라는 사정만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제한되는지 여부(소극) 및 위와 같은 사정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제한될 수 있는 경우와 판단 기준

[3] 외국 사업자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로 인한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매출액이 원화로 발생한 경우, 관련매출액 산정 기준이 되는 통화(=원화)

원고, 상고인

전일본공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지수 외 5인)

피고, 피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아 담당변호사 현병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관한 합의’로서, 이 때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되지만, 그 합의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사이에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를 근거로 원고가 대한항공 등 다른 항공사들과 한국발 세계행 항공화물운송운임에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고 이후 이를 변경하기로 합의하는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공정거래법 제58조 의 적용에 관하여

(1) 공정거래법 제58조 에서 말하는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란 당해 사업의 특수성으로 경쟁제한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사업 또는 인가제 등에 의하여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는 반면 공공성의 관점에서 고도의 공적 규제가 필요한 사업 등에서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의 범위 내에서 행하는 필요·최소한의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두7912 판결 등 참조).

(2) 구 항공법(2007. 12. 21. 법률 제87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항공법’이라고 한다) 제117조 제1항 은 “국제항공노선을 운항하는 정기항공운송사업자는 당해 국제항공노선에 관련된 항공협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제항공노선의 여객 또는 화물의 운임 및 요금을 정하여 건설교통부장관의 인가를 받거나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항공업무에 관한 협정(이하 ‘항공협정’이라고 한다) 제7조 제2항은 “대한민국과 일본 간 운송을 위하여 체약당사자의 지정항공사가 부과하는 운임은 양 체약당사자의 항공당국에 의하여 승인되어야 하며, 합의된 업무의 운영비용·승객의 이익·적정이윤 및 동일노선의 전부 또는 일부 구간에서의 다른 항공사의 운임 등을 포함한 모든 관련 요소를 적절히 고려하여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3항 전문은 “이 조 2항에 규정된 운임은 동 운임의 승인을 청구하는 체약당사자의 지정항공사에 의하여 합의될 수 있으며, 동 지정항공사는 동 운임을 제의하기 전에 동일 노선의 전부 또는 일부 구간에 운항 중인 다른 항공사와 협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항공법 제121조 제1항 본문은 “정기항공운송사업자가 다른 항공운송사업자(외국인 항공운송사업자를 포함한다)와 공동운항협정 등 운수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거나 운항일정·운임·홍보·판매에 관한 영업협력 등 제휴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건설교통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 에서 그 인가요건으로 협정 내용이 ‘항공운송사업자 간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에 해당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항공법 제129조 제1항 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제117조 의 규정에 의하여 인가받은 운임에 관한 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한 때’( 제3호 )와 별도로 ‘운임 등을 과도하게 할인하는 등으로 국익에 반하는 과당경쟁행위를 한 때’( 제7호 )를 정기항공운송사업자에 대한 면허의 취소·정지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구 항공법 제150조 제1항 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인가받은 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한 때’( 제3호 )를 외국인 국제항공운송사업자에 대한 허가의 취소·정지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구 항공법 제152조 제117조 제1항 이 외국인 국제항공운송사업자에게도 준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구 항공법 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항공화물운임을 해당 노선의 지정항공사들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정하고 항공당국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한 구 항공법 제117조 제1항 과 항공협정은 운임에 대한 가격경쟁 자체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가받은 운임을 기준으로 그 정도가 과도하지 아니한 범위 내에서 가격경쟁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지정항공사들 사이의 운임 등에 대한 합의내용이 단순히 운임의 체계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는 것을 넘어 일정한 항목에 대한 할인을 제한하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면, 이러한 합의는 구 항공법과 항공협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의 범위 내에서 행하는 필요·최소한의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유류할증료 도입 이전에 항공화물운임은 기본운임과 기타운임으로만 구성되었는데, 유류비용은 인건비, 보험료 등과 함께 기본운임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으로서 항공화물의 중량에 비례하여 징수된 사실, 국제항공화물운송은 항공사들이 제공하는 역무의 내용이 동질적이어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인가받은 운임을 상한으로 하여 시장 상황에 따라 상시적으로 가격할인을 해 온 사실, 이 사건 합의는 유류할증료 도입 및 변경에 관한 것으로서 이와 같이 기본운임에 대한 상시적인 가격할인으로 인하여 유가 상승 시 유류비용 보전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항공사들이 기본운임 중 유류비용을 별도의 항목으로 책정하여 이 부분을 할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인 사실, 원고를 포함한 항공사들은 이와 같은 내용의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기로 합의하고 구 항공법 제117조 에 따라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는 단순히 전체 운임 중 유류비용 부분을 별도의 항목으로 책정하여 항공화물운임의 체계만을 변경한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종래 기본운임의 일부에 포함되어 상시적인 할인의 대상이 된 유류비용 부분에 대한 할인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의 범위 내에서 행하는 필요·최소한의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합의가 구 항공법과 항공협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공정거래법 제58조 가 정한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정거래법 제58조 의 정당한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

나. 일본국 법률에 따른 행위로서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제한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1) 국외에서 이루어진 외국 사업자의 행위가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제2조의2 의 요건을 충족하므로, 당해 행위에 대한 외국 법률 또는 외국 정부의 정책이 국내 법률과 상이하여 외국 법률 등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당연히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국내 법률과 외국의 법률 등이 충돌되어 사업자에게 적법한 행위를 선택할 수 없게 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그러한 경우에도 국내 법률의 적용만을 강제할 수는 없으므로, 당해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적용에 의한 규제의 요청에 비하여 외국 법률 등을 존중해야 할 요청이 현저히 우월한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당해 행위가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 당해 행위에 대한 외국 정부의 관여 정도, 국내 법률과 외국 법률 등이 상충되는 정도, 이로 인하여 당해 행위에 대하여 국내 법률을 적용할 경우 외국 사업자에게 미치는 불이익 및 외국 정부가 가지는 정당한 이익을 저해하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일본국 항공법 제110조는 “국내의 지점과 국외의 지점 간의 노선 또는 국외의 각지 간의 노선에서 공중의 편의의 증진을 위하여 국내항공사업자가 다른 항공운송사업자와 행하는 연락운수에 관한 계약, 운임협정 기타 운수에 관한 협정의 체결에 대하여는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게 되어 이용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사적독점의 금지 및 공정거래의 확보에 관한 법률」(이하 ‘일본국 독점금지법’이라고 한다)의 적용이 배제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이 사건 합의에 의한 유류할증료의 도입에 관하여 일본국 항공법에 따라 일본국 국토교통성의 인가를 받았고, 일본국 국토교통성은 이 사건 합의에 대하여 일본국 항공법 제110조에 의하여 일본국 독점금지법의 적용이 제외된다는 견해를 밝힌 사실, 원고를 포함한 이 사건 합의에 가담한 항공사들의 한국발 전 세계행 항공화물 운송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은 목적지에 따라 연도별로 51%~99% 정도인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한국발 전 세계행 항공운송운임의 체계를 변경하고 그 운임의 주요 구성부분에 관한 할인을 제한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이 사건 합의에 관하여 일본국 정부는 원고를 포함한 항공사들의 신청에 따라 그 결과를 인가하였을 뿐이어서 합의에 대한 관여 정도가 높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일본국 항공법 제110조가 국토교통성의 인가를 받은 운임협정 등에 대하여 일본국 독점금지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으나,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는 그 예외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본국 법률과 국내 법률 자체가 서로 충돌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일본국 법률과 국내 법률을 동시에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가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제한되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4)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합의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정거래법 적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구 공정거래법(2004. 12. 31. 법률 제73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2005. 3. 31. 대통령령 제187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제61조 제1항 [별표 2]의 각 규정에 의하면,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경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사업자에 대하여 해당 위반행위기간 동안의 관련 상품 또는 용역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매출액 산정의 전제가 되는 관련 상품 또는 용역의 범위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 사이의 합의내용에 포함된 상품 또는 용역의 종류와 성질, 용도 및 대체가능성과 거래지역·거래상대방·거래단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8두1833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관련매출액의 법문상 의미, 과징금의 제재적 성격, 이 사건 합의의 본질, 유류할증료를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하였을 때의 문제점 등을 들어 피고가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유류할증료가 아닌 전체 운임을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령 및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관련매출액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4.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만일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공정거래법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피고의 재량에 속하나, 피고가 이러한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그 과징금부과처분이 위법하다(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두1713 판결 ,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두638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합의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비례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 임의적 조정과징금 산정단계에서 단순가담자 감경 및 조사에 적극 협력함에 따른 감경 등 임의적 감경사유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과징금 부과기준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임의적 감경사유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5. 상고이유 제5점에 관하여

가. 구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1항 , 제3항 ,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61조 제1항 [별표 2]에 의하면, 관련매출액은 위반사업자가 위반기간 동안 판매한 관련 상품의 매출액으로서, 그 산정에 있어서 사업자의 회계자료 등을 참고하여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리고 관련매출액의 100분의 5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부과기준율을 달리하여 곱한 금액을 기본과징금으로 정하고,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에 따라 가중·감경한 의무적 조정과징금을 정하며, 위반사업자의 고의·과실, 위반행위의 성격과 사정, 재정적 상황 및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하여 임의적 조정과징금을 정하고, 임의적 조정과징금이 위반 사업자의 현실적 부담능력, 그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위반사업자가 처한 사업여건의 변동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임의적 조정과징금의 100분의 50 이내에서 감액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구 공정거래법구 공정거래법 시행령의 내용과 취지에 더하여, ①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관련매출액을 ‘위반사업자가 위반기간 동안 판매한 관련 상품의 매출액’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매출액이란 상품 등의 대가로 지급된 금액을 의미하므로, 당해 상품 등에 대한 거래가 특정한 통화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통화로 표시된 금액을 매출액으로 보는 것이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의 문언에 부합하는 점, ②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61조 제1항 [별표 2]에서 관련매출액은 사업자의 회계자료 등을 참고하여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규정한 것은 관련매출액이 정확하게 산정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자료인 회계자료를 기초로 산출하여야 한다는 취지일 뿐, 여기에서 ‘회계자료’가 재무제표만을 의미함을 전제로 외국 사업자의 경우 재무제표 작성의 기준인 외국 사업자의 자국 통화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당해 거래가 원화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외국 사업자라는 이유로 매출 발생 당시 환율을 적용하여 관련매출액을 외국 사업자의 자국 통화로 산정하게 되면, 부과처분일 기준으로 외국 통화로 표시된 과징금을 다시 원화로 환산하여야 하므로 당초 원화로 발생한 매출액에 대하여 이중으로 환율을 적용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점, ④ 이와 같이 환율을 이중으로 적용하게 되면, 그 사이의 환율변동이 과징금 액수에 반영되어 동일한 원화 매출액을 올린 외국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의 액수가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관련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되 재정적 상황 및 시장여건 등의 사정은 과징금의 감경 등 조정 사유로 고려하도록 한 공정거래법령의 취지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외국 사업자라 하더라도 위반행위로 인한 매출액이 원화로 발생한 경우 관련매출액은 당해 매출의 기준이 된 통화인 원화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만일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행위라 할 것이고,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두1713 판결 , 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6두422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화로 이루어진 거래에 대하여 외국 사업자의 자국 통화로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고 이를 기초로 과징금을 산정한 다음 과징금 부과 기준시점의 환율을 적용한 결과, 당해 거래시점과 과징금 부과 기준시점 사이의 환율 상승으로 외국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의 액수가 과다 계상되어 외국 사업자의 매출액과 과징금 사이의 균형이 상실되고 다른 국내 사업자와 사이의 과징금 액수의 형평성도 상실된 경우에는 비례·평등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는 한국발 세계행 항공화물운송시장에 관한 것으로서 원고를 비롯한 항공사들은 한국발 세계행 항공화물운임을 원화로 지급받은 사실, 피고는 이 사건 합의에 가담한 항공사들에 대하여 각각 자국 통화(원고의 경우 엔화)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한 다음 각 부과기준율 3.5%를 적용하고, 원고에 대하여 2년 연속 당기순이익이 적자라는 이유로 임의적 감경 20%를 적용하였으며, 부과과징금 결정 단계에서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하여 항공업계 전반의 재무상황이 악화되었음을 고려하여 국내사업자를 비롯한 모든 항공사에 대하여 과징금의 액수를 50%씩 감경한 다음, 이 사건 처분일에 가까운 2010. 5. 26. 당시 환율에 따라 원화로 환산하여 과징금을 부과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① 과징금은 국가가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로 금전채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법정 통화인 원화로 부과되어야 하고,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과징금의 경중은 원화로 표시된 과징금의 액수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점, ② 원고의 이 사건 항공화물운임이 원화로 결제되었으므로 원화 대신 일본국 통화인 엔화로 원고의 관련매출액을 산정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운 점, ③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에 부당이득 환수 외에 제재적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외국 사업자인 원고의 위반행위의 태양 및 가담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국내 사업자보다 제재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아니하는 점, ④ 이 사건에서 임의적 감경 20%는 당기순이익이 2년 연속 적자임을 이유로 하는 것이고, 부과과징금을 50% 감경한 것은 항공업계 재무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을 이유로 하는 것으로서 외국 사업자뿐 아니라 국내 사업자인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으므로 환율 상승으로 인한 불평등이 부과과징금 산정단계에서 시정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과징금 부과 기준인 관련매출액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국내 사업자와 외국 사업자 사이에 서로 다른 기준으로 산정함으로써 국내 사업자와 외국 사업자 사이에 과징금 액수의 형평성을 상실하였으므로 비례·평등원칙에 위반하여 위법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관련매출액의 산정 및 재량권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이인복 박보영(주심) 김신

arrow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2.5.16.선고 2010누45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