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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9996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공1993.10.15.(954),2602]
판시사항

증여사실의 존부에 대한 원심의 사실인정이 채증법칙에 위반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증여사실의 존부에 대한 원심의 사실인정이 채증법칙에 위반된다고 본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성남종합법률사무소업무담당변호사 황연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주위적 청구에 관한 원심판결의 이유의 요지.

원심은, 이 사건 토지[경기 광주군 (주소 생략) 답 1,745㎡]에 관하여 1990.11.30. 공유물분할을 원인으로 하여 원고의 단독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가 1991.2.7. 피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명의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분할측량을 위하여 원고의 인감도장이 필요하다고 원고에게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원고로부터 인감도장을 교부받은 후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관계서류를 위조하여 경료한 것이므로 그 등기는 원인이 무효인 등기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위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4호증의1(고소장), 갑 제4호증의2 및 갑 제6호증의1, 3, 12(각 진술조서)의 각 기재와 갑 제4호증의14(피의자신문조서)의 일부기재 및 제1심증인 소외 1, 원심증인 소외 2의 각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2. 당원의 판단.

그러나 관계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의 관계 및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하게 된 경위와 피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경위 등에 관하여,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위와 같은 증거판단은 우리의 건전한 상식과 경험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

가. 우선, 피고 자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 명의의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등기부에 기재된 등기원인(매매)과는 달리 증여에 터잡아 경료되었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의 쟁점은 과연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한 일이 있는지의 여부인데, 이 점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는 피고에 대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91형제20343호 사문서위조 등 피의사건에서 원고와 피고가 각기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한 것과 위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할 때 첨부된 원고의 인감증명서의 발급에 관여한 공무원인 소외 3이 한 피고의 주장에 부합되는 진술이 있을 뿐이므로, 그 진술들 중에서 원고의 것이 피고와 위 소외 3의 것보다 더 신빙성이 있고 또 원고의 진술이 등기의 추정력을 뒤집을만한 증명력이 있는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원고의 주위적 청구가 이유 있는 것인지의 여부가 가려지게 될 것인바, 이와 같은 진술들의 증거가치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원고와 피고의 관계가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할 만큼 친밀하였는지의 여부, 원고에게 있어서 이 사건 토지가 가지는 중요성의 정도에 비추어 그 토지를 타인에게 증여할 수 있는 것인지의 여부, 피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경위 등에 관하여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정황 등을 고려하여 어느쪽의 진술이 더 설득력이 있고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는지에 따라 판가름할 수밖에 없다.

나. 그런데 원고와 피고가 위 형사사건에서 한 진술이 일치되어 이 사건의 배경으로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정황은 다음과 같다.

(1) 원고와 피고의 관계.

원고는 죽은 남편인 소외 4와 혼인하였다가 자식을 출산하지 못하여 버림받은 후 약 40년간 혼자서 어렵게 살아 온 문맹의 여자로서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될 당시 66세였고, 한편 피고는 위 소외 4가 원고를 버리고 내연의 관계를 맺어 온 소외 5와 사이에서 출산한 소외 6의 남편으로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혈연관계가 없으며, 다만 피고가 위 소외 5의 집에서 처가살이를 하던 중 1990.9.경 자신의 집을 수리한다는 핑계로 원고의 집에 들어와서 1991.4.초경까지 원고와 함께 살았다.

(2) 원고에게 있어서 이 사건 토지가 가지는 중요성.

원고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후 혼자 행상을 하거나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서럽게 모은 돈으로 노후를 위하여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였고, 이 사건 토지와 재산적 가치가 별로 없는 주택 이외에는 다른 재산이 없어서 이 사건 토지를 함부로 증여할 경우에는 타인의 부양을 받지 아니하고 생활을 유지하기조차 곤란하다. 그리고 피고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는 시가가 평당 금 300,000원 정도되어 최소한 금 150,000,000원이 넘는 상당한 재산이다.

(3) 피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경위.

원고는 위 등기가 경료될 무렵에 피고에게 자신의 인감도장을 맡겼고, 또 피고가 두차례에 걸쳐 원고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피고와 함께 면사무소에 간 일은 있으나,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하는 문제에 관하여 자신의 친척이나 친지들과 상의한 일은 전혀 없다.

다. 한편 피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경위에 관한 원고 및 피고의 진술과 원고의 인감증명서가 발급된 경위에 관한 위 소외 3의 진술은 다음과 같다.

(1) 원고의 진술.

원고는 이 사건 토지가 없으면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어 이 사건 토지만 바라보고 사는 형편이므로, 친사위도 아닌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줄 이유가 없고, 또 피고에게 준 바도 없다. 그리고 원고가 피고에게 인감도장을 맡기고 면사무소에까지 따라 간 것은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분할하는데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하였기 때문이고, 면사무소에 가서도 피고의 말에 따라 민원인 대기석에 앉아 있었을 뿐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원고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는 줄은 전혀 몰랐다.

(2) 피고의 진술.

피고가 원고를 봉양하고 있어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한 것이다. 피고가 1990.12.경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묵혀 둘 필요없이 자신이 어떻게든 이용할터이니 맡겨 달라고 하니까 원고는 그 땅은 자기가 고생하여 마련한 땅이니 절대로 남에게 줄 수 없다고 하였으나, 그 후 1990.12.말경에 피고가 다시 원고에게 그 땅을 이용해 볼터이니 맡겨 달라고 하자 원고가 그 땅을 잘 이용해 보라고 하며 피고에게 증여하였다.

(3) 소외 3의 진술.

피고가 1991.1.15. 원고와 함께 면사무소에 와서 원고의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떼어 달라고 하기에 원고에게 직접 그 의사를 확인하고 개인별 주민등록표상의 사진과도 대조하여 본 후 인감증명서를 발급하여 주었다.

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의 친사위가 아니라 그의 평생을 한맺게 한 위 소외 5의 사위에 불과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가 믿고 노후를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이 분명하고, 또 이 사건 토지는 원고가 여생을 유지함에 있어 의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재산으로서 한맺힌 삶을 살며 서럽게 마련한 것이므로, 원고가 이와 같은 재산을 자신의 친척이나 친지와 상의도 하지 아니한 채 단지 몇 달 정도 함께 산 시앗의 사위인 피고에게 가볍게 증여한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과 경험칙에 반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다.

더욱이 피고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당초 이 사건 토지를 맡겨 달라는 피고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였다가 불과 한 달도 지나기 전에 마음을 바꾸어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잘 이용해 보라고 하였다는 것인데, 원고의 그와 같은 말이 과연 이 사건 토지를 피고에게 증여한다는 취지인지도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원고가 위와 같이 갑자기 마음을 바꿀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에 대하여 피고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는바,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하였다는 피고의 진술은 좀처럼 믿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반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한 바 없다는 원고의 진술은 위에서 본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피고에게 인감도장을 맡기고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피고와 함께 면사무소에 동행한 것은 이 사건 토지를 분할하는데 필요하다는 피고의 거짓말 때문이었다는 원고의 진술도, 피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기 2개월 전인 1990.11.30.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공유물분할에 따른 등기가 경료되었던 객관적인 사실과 부합하고, 또 원고가 문맹의 여자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거짓말에 속아 공유물분할의 등기절차가 끝나지 않은 줄 알고 인감도장을 맡기거나 인감증명서의 발급신청절차에 협조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이와 같은 진술은 신빙성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원고의 인감증명서를 발급할 당시 원고의 의사를 직접 확인한 바 있다는 위 소외 3의 진술이 진실한 것이라면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 소외 3은 평소 원고를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면서도(갑 제4호증의9, 을 제1호증의15도 같은 것) 다른 한편으로는 위 인감증명서를 발급할 당시 원고의 얼굴을 개인별 주민등록표의 사진과 대조해 보고 인감증명서를 발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는(갑 제6호증의9) 등 진술에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어서, 그가 이 사건에 관련된 책임이 자신에게까지 비화될 것을 염려하여 다소 과장된 진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뿌리칠 수 없으므로, 그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마.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은 쉽게 믿기 어려운 것이고, 오히려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원심이 배척한 증거들이 등기의 추정력을 깨뜨릴 수 있을 만큼 신빙성이 있는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믿지 아니한다고 가볍게 배척할 것이 아니라 과연 원고가 그에게 더없이 소중한 재산인 이 사건 토지를 혈연관계도 없는 피고에게 선뜻 증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세밀히 심리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와 같은 사정이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제대로 심리하지도 아니하였음은 물론 아무런 이유도 설시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믿지 아니한다고 배척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김주한 김용준(주심) 천경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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