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정신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중 자살한 망인의 과실을 70%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정신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중 자살한 망인의 과실을 70%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양우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재단법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유지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인정헌
주문
원심판결중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과 원심이 일부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가. 원고의 아들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1986.2.경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하였고, 같은 해 1.경 부터 같은 해 10.2.까지 아이.비.엠(IBM)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다가 피해망상, 조정망상 등의 편집성 정신분열증의 초기증세를 보여 위 회사를 퇴직하였으며, 자신의 정신병 증세를 자각하지 못한 채 1987.3.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학사편입을 하여 1988.3.경 위 정신병 증세가 점차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 위 대학에 휴학원을 제출하고, 같은 해 3.24. 피고 재단 산하의 카톨릭의과대학부속 강남성모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에서 편집망상, 피해망상 등 사회적 침퇴현상을 나타내는 편집성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받고 정신과적 입원치료를 위하여 같은 달 26. 피고 병원 10층에 위치한 신경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위 신경정신과 병동은 중증의 정신질환자를 수용치료하는 폐쇄병동과 면회와 병실출입이 허용되는 경증의 정신질환자가 입원하고 있는 개방병동으로 나누어져 있고, 망인은 입원 당시 중증의 정신질환상태를 보여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되었으나 점차 증세가 호전되어 같은 해 4.13. 개방병동으로 옮기게 되었고, 같은 달 28. 병원직원을 동반한 병동 외부의 산책이 허용되었으며, 같은 해 5.2. 부터는 망인의 가족 등의 면회가 허용되는 등 병세의 호전을 보이고 있었고, 망인의 치료를 담당한 피고 병원의 의사 소외 2, 소외 3은 망인의 증세가 호전됨에 따라 같은 해 5.10. 망인을 종전의 30분 단위의 행동관찰대상자에서 1시간 단위의 행동관찰대상자로 변경하고, 같은 달 12. 망인의 모친인 원고로부터 망인이 퇴원시켜 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한다는 말을 듣고 망인으로부터 그 전부터도 퇴원요구를 받은 적이 있었으므로 이를 망인이 퇴원을 하기 위하여 허위로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망인에 대한 경과기록에 망인의 자살위험은 높지 않으나 탈출 또는 충동행위에 유의하라고 기재하였고, 같은 달 13. 망인의 상태를 관찰한 후 망인에 대하여 친구를 포함하여 가족면회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으나 그때까지도 병원직원을 동반하지 않은 병동출입은 불가능하였으며, 한편 망인은 병세가 점차 호전되어 오면서 자신의 병원비, 가족들의 생계, 자신의 장래 등에 관하여 걱정하면서 병원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다른 병원의 입원이나 통원치료를 받겠다고 하며 퇴원을 수차 요구하여 오다가, 같은 해 5.13. 17:40경 저녁 배식시간을 틈타 피고 병원 10층 신경정신과 병동 출입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비상계단을 통하여 9층으로 내려간 다음 9층에서 연결된 암병동 신축공사장의 가로막힌 합판문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공사장 연결통로를 약 32m 뛰어가다가 피고 병원 2층 옥상으로 떨어져 뇌좌상 등으로 사망하였고, 망인이 위 병동을 탈출할 당시 출입문을 지키고 있던 소외 4는 담당직원인 소외 5의 대리근무자로서 입원환자에 대한 특별한 지시를 받은 바 없고, 개별환자에 대한 지식이 없어 망인의 탈출에 대비할 수 없었고, 당시 위 병동의 간호원 등 다른 근무자들이 출입문쪽에 있지 아니하여 출입문을 비워두고 망인을 즉시 뒤쫓아 갈 수 없어 배식을 끝내고 나오는 소외 6이 위 소외 4의 말을 듣고 망인을 뒤쫓아 내려갔으나 위 망인을 추적하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고,
나. 이 인정사실에 터잡아, 피고 병원의 의사인 위 소외 2, 소외 3 등은 망인이 퇴원을 시켜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말을 듣고 자살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하더라도 충동행위나 탈출가능성에 대하여는 예견하고 있었으므로 이를 담당간호원과 출입문 경비자에게 미리 알려 망인의 탈출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당시 출입문의 경비를 맡았던 위 소외 4도 자신이 대리근무자로서 각 환자의 특성, 출입제한 여부 등을 담당직원이었던 위 소외 5나 담당간호원에게 물어 망인이 탈출가능성이 있는 환자임을 미리 알고 그에 대비하는 등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데, 피고 병원의 직원들인 위 소외 2, 소외 3, 소외 4 등이 이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망인이 위 병동을 탈출하여 사망하게 된 것이므로, 피고는 그 사용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후,
다. 나아가 망인은 그 행위책임을 부담할 정도의 완전한 의사결정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신체에 대한 위험성 등은 판별할 수 있는 정도의 의사능력은 갖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으로서는 피고 병원의 지시에 순응하여 자신의 병세를 호전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함부로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 병원의 지시를 무시하고 위 병동을 탈출한 후 무리하게 위험한 곳으로 진행하다가 추락사한 것으로서, 망인의 위와 같은 과실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으나 그 과실정도에 비추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게 할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고 다만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망인의 과실비율은 70%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망인이 정신질환에 의하여 완전한 의사결정능력을 갖고 있지 않아 위와 같은 행위를 망인의 과실로 보기 어렵다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망인에게 다소나마 의사결정능력이 있었다는 점과 이 사건 사고발생의 경위, 피고병원의 구조와 설비 등에 비추어 손해배상제도의 본질인 형평의 원칙상 망인의 위와 같은 행위에 따른 손해의 부담일부를 망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정당하다고 부연하고, 또 이와 같은 과실비율을 전제로 하여 망인과 원고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각 금 2,000,000원으로 인정하였다.
2.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행위책임을 부담할 정도의 완전한 의사결정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신체에 대한 위험성 등을 판별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의사능력을 갖고 있어 과실상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는 원심의 설시이유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어기거나 과실상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3. 그러나 원심이 인용한 갑 제10호증의 23(피의자신문조서)와 증인 소외 2, 소외 3의 증언에 의하면, 망인은 중증의 정신질환자를 수용치료하는 폐쇄병동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 오다가 이 사건 사고당시 다소 증세가 호전되어 개방병동에 수용되기는 하였으나 개방병동의 환자 중에서도 비교적 증세가 심한 쪽에 속하여 병동 밖의 출입에는 반드시 병원직원을 동반하여야만 하는 출입통제대상 환자로 분류되어 있었다는 것으로, 기록에 비추어 보면 그 당시 망인의 정신적 장애의 정도는 심신상실은 아니었을런지 몰라도 사물의 시비 또는 선악을 판별할 능력이 현저하게 감퇴된 상태에 있었다고 보여지고, 이러한 정신상태에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자살이나 충동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인데(소외 2의 증언), 특히 망인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퇴원을 시켜주지 아니하면 자살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였고 이를 전해들은 피고병원의 의사인 소외 2, 소외 3 등은 망인의 충동적 행위나 탈출가능성에 대해 예견하였으면서도 이 점을 유의하도록 진료기록부상에 기재만 하였을 뿐 담당간호원이나 병동출입문의 경비자 등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 망인의 탈출가능성에 각별히 대비하도록 지시하는 등의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고(소외 3의 증언), 또 사고당시 병동의 경비자인 소외 4는 임시 대리근무자로서 각 환자별 특성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망인의 당시의 심리상태는 물론 망인이 출입통제대상인 줄 조차도 몰라 사전에 망인의 탈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병동출입문의 경비를 철저히 하지 못한 과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소외 4는 당시 혼자서 병동 전체 환자의 출입을 통제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던 관계로 다른 환자들에게 발생할지도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병동의 출입문을 박차고 뛰어나가는 망인을 쫓아가 붙잡는 등 적극적으로 사고발생을 예방하지도 못하였다는 것으로(갑 제10호증의 23), 이는 경비책임자를 한 사람만 배치한 피고 병원의 경비체계상의 과실이라고도 볼 수 있는바, 사고의 경위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고 또 사정이 위와 같다면, 그리고 당시 망인의 정신적 장애의 정도가 사물의 시비 또는 선악을 판별할 능력이 현저하게 감퇴된 상태에 있었고, 이러한 정신적 장애상태에 있는 망인을 보호관리하고 감독하며 치료할 책임이 기본적으로 피고측에 있다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망인의 과실의 비율을 피고측의 과실비율의 두배가 넘는 70%로 평가한 것은 피고측의 과실내용에 비추어 지나치게 무겁게 평가한 것으로서 형평의 원칙에 현저하게 반하여 위법하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사정을 제대로 살펴보지 아니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미진하였거나 망인과 피고측의 과실의 정도를 잘못 평가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논지는 이 범위 안에서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