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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2022.5.12. 선고 2020가합106853 판결
손해배상(의)
사건

2020가합106853 손해배상(의)

원고

1. A

2. B

3. C

원고 2, 3의 법정대리인 친권자 모 A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영균

피고

1. 의료법인 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이상민, 배준익, 강지윤

2. 학교법인 E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지

담당변호사 문대근

변론종결

2022. 4. 14.

판결선고

2022. 5. 12.

주문

1. 피고 학교법인 E은 원고 A에게 145,773,660원, 원고 B, 원고 C에게 각 95,904,662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9. 8. 1.부터 2022. 5. 1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 학교법인 E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의료법인 D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의료법인 D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학교법인 E 사이에 생긴 부분 중 3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 학교법인 E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 A에게 218,944,908원, 원고 B, 원고 C에게 각 139,296,605원 및 각 이에 대하여 피고 의료법인 D은 2019. 7. 30.부터, 피고 학교법인 E은 2019. 7. 3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 의료법인 D(이하 '피고1'이라 한다)은 남양주시 F에 소재한 G병원(이하 피고1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이며, 피고 학교법인 E(이하 '피고2'라 한다)은 구리시 H에 소재한 I병원(이하 ‘피고2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2) 망 J(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피고2 병원에서 뇌동맥류에 대해 혈관 내 코일색 전술(이하 '이 사건 시술'이라 한다)을 받은 후 사망한 사람이고, 원고 A은 망인의 배우자, 원고 B, 원고 C는 망인의 미성년 자녀들이다.

나. 이 사건 시술 등 시행 경위

1) 망인은 2019. 7. 30. 23:00경 뒷목당기는 느낌, 두통, 구토 증상을 느끼고 같은 날 23:43경 피고1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뇌 CT 촬영을 하였으나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고 약물 치료 후 다음 날 외래 방문할 것을 안내 받고, 2019. 7. 31. 00:35경 귀가하였다.

2) 망인은 2019. 7. 31. 피고1 병원 외래에 내원하여 12:15경 입원하였고, 피고1 병원 의료진은 17:14경 망인에 대한 뇌 MRI 검사 시행 후, 좌측 후교통동맥류(Lt. P-com aneurysm)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을 진단하여 망인을 피고2 병원으로 전원하기로 결정하였고, 망인은 19:44경 피고1 병원에서 퇴원하여 21:04경 피고2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3) 피고2 병원 의료진은 21:44경 망인에 대하여 뇌 CT 혈관조영촬영술을 실시한 뒤, 영상판독결과 망인의 뇌동맥류가 좌측 상소뇌동맥 동맥류(Left SCA)임을 확인하고, 다음 날 오전 이 사건 시술을 하기로 결정하였고, 망인은 2019. 8. 1. 00:10경 피고 2 병원의 일반병실에 입원하였다.

4) 망인은 2019. 8. 1. 09:19경부터 12:06경까지1) 이 사건 시술을 받았고, 그 후 촬영한 뇌 CT에서 지주막하출혈과 뇌부종소견이 관찰되어, 피고2 병원 의료진은 같은 날 14:00경부터 14:30경까지 망인의 뇌압강하를 위한 뇌실외배액술을 실시하였다.

다. 망인의 사망

망인은 위 뇌실외배액술 실시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피고2 병원 중환자실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다가, 2019. 8. 10. 15:40경 지주막하출혈에 의한 중증뇌부종으로 인해 발생한 뇌간압박 및 연수마비가 직접사인이 되어 사망하였다.

라. 관련 의학 지식 : 뇌동맥류 및 지주막하출혈

1)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

(가)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는 뇌혈관의 내벽을 이루고 있는 내탄력층과 중막이 손상되고 결손되면서 혈관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새로운 혈관 내 공간을 형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나) 뇌동맥류의 90% 정도는 지주막하출혈로, 7%는 주위 뇌신경이나 뇌조직을 압박하여 증상이나 징후를 유발시켜서, 3%는 우연히 발견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지주막하출혈을 야기시키면 머리를 꽝 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심한 두통을 경험하게 되고, 그 중 약 45%의 환자는 5~10분 정도 정신을 잃게 되는데 이는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갑자기 뇌압이 상승하여 일시적으로 뇌혈류가 중지되기 때문이다. 뇌동맥류 파열시 약 15% 정도는 출혈이 심하여 회복되지 못하고 사망한다. 의식이 돌아오면 오심과 구토를 하고 뇌막자극증(Meningismus)을 보여 경부강직(Neck Stiffness), 케르니그 (Kernig) 징후 등을 보인다. 병력상 약 20%가 심한 출혈이 발생하기 전 기분 나쁜 정도의 경고 두통(Warning Headache)을 경험한다. 이는 동맥류로부터 지주막하강으로의 미세한 출혈, 동맥류 벽 내로의 출혈, 동맥류의 갑작스러운 팽창 및 허혈 등에 기인한다.

(다) 뇌동맥류의 진단방법으로는 뇌 CT 및 CTA 검사, 요추천자, 뇌 MRI 및 MRA(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 자기공명 혈관조영술)가 있다.

(라) 뇌동맥류의 치료방법은 개두술에 의한 뇌동맥류 클립결찰술과 혈관 내 코일색전술이 있는데, 그 중 코일색전술은 혈관조영술에 사용하는 도관을 이용하여 동맥류 내에 코일을 채워 치료하는 방법이다.

2) 지주막하출혈(SAH;Subarachnoid hemorrhage)

(가) 뇌는 뇌척수액에 담겨져 있으면서 지주막으로 쌓여있는데, 뇌와 지주막 사이의 공간을 지주막하강이라고 하고, 이곳에 피가 들어가는 것을 지주막하출혈이라고 하는데, 자발성 지주막하출혈의 약 75~80%는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결과로 발생하게 된다.

(나)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면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심한 구역질과 구토, 동안 신경의 마비에 의해 안검하수 및 복시, 빛을 싫어하게 되는 광선 공포증이나 뇌막자극증인 경부 강직 및 케르니그(Kernig) 징후가 나타나고, 심할 경우 의식장애가 뒤따른다.

(다) 통상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은 지주막하출혈을 진단하는 데 가장 먼저 선택하는 진단방법이고, 뇌혈관조영술(4VSL)은 일단 지주막하출혈이 진단된 후 뇌동맥류 파열 등의 원인 감별을 위하여 추가로 시행되는 방법이다.

(라) 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의 경우 재출혈 가능성을 낮추고 이후 나타나는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하게 된다. 그 중 코일색 전술(coil embolization)은 대퇴동맥을 통하여 금속으로 된 작은 관을 집어넣어 뇌동맥에 접근한 뒤 뇌동맥류 속에 코일을 채워 혈류 유입을 차단하고 재출혈을 방지하며 크기를 위축시키는 방법이다.

(마) 수술시기에 따라 응급, 조기 및 지연 수술로 분류되며, 조기 수술은 뇌지주막하 출혈 후 72시간 내, 지연 수술은 1~2주 경과 후에 시행하게 된다. 현재 파열된 뇌동맥류에 대한 치료는 재출혈 예방을 위한 2-3일 내에 조기 수술을 시행함이 일반적이나, 다량의 뇌실질 내 혈종이 동반되어 심한 뇌압항진이 있을 경우 응급으로 수술을 시행하여야 한다.

(사) 뇌동맥류 파열로 인해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경우 여러 합병증이 있지만, 재출혈, 혈관연축, 뇌수두증이 가장 흔히 발생하는 세 가지이며, 그 중 재출혈이 가장위중하며 70% 정도의 치사율을 보이므로 재출혈의 방지가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된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4, 7,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 을가 제1, 3호증, 을나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K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가. 피고1 병원에 대하여

피고1 병원 의료진은 피고1 병원에서 촬영한 뇌 CT 영상에서 망인의 뇌동맥류 파열 소견이 발견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 등을 즉시 실시하지 않고, 다음 날 뇌 MRI 촬영 후 저녁 무렵에야 망인을 피고2 병원으로 전원조치 하는 등 치료를 지연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따라서 피고1은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피고2 병원에 대하여

1) 피고2 병원 의료진은 아래와 같은 과실로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① 피고1 병원에서 전원해온 망인은 즉시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2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 대하여 응급수술 등을 즉시 실시하지 않고 추가적인 검사만을 진행하였고, 다음 날에서야 이 사건 시술을 진행하여 망인에 대한 치료를 지연시켰다.

② 이 사건 시술 도중 미세도관 또는 코일 등을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무리하게 힘을 주는 등 미숙하게 조작한 술기상의 과실로 망인에게 동맥류 또는 인접 모혈관을 파열시켜 지주막하출혈을 발생시켰으며,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이후 즉시 이 사건 시술을 마무리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못하였고, 혈관연축이 발생하여 조영제가 투여되지 않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처치를 시행하지 않았다.

2) 파열성 뇌동맥류의 치료에는 이 사건 시술과 같은 코일색전술 외에도 클립결찰술, 혈관문합술 등 다른 치료방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피고2 병원 의료진은 각 치료방법에 따른 장·단점, 다른 치료방법과 코일색전술과의 차이점 등에 관하여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망인의 치료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

3) 따라서 피고2는 채무불이행 내지 사용자책임에 의한 불법행위에 기하여 원고들에게 일실손해, 위자료 등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피고1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1 병원 의료진이 진단상 과실 유무

1) 관련 법리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과정에 있어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그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등 참조).

2) 진단상 과실 유무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을가 제1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K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회신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두통, 구토 등 지주막하출혈이 의심되는 증상을 호소하여 피고1 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였던 점, ② 피고1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 대한 뇌 CT 촬영을 하였고, 뇌CT 영상에서 소량의 지주막하출혈이 확인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1 병원의 의료진으로서는 뇌 CT 영상을 면밀히 판독하여 망인에게 지주막하출혈이 있음을 발견하고, 망인에게 외상성 출혈 소견이 발견되지 않으면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 가능성에 관하여 CT 혈관 조영검사, MR혈관조영검사, 디지털 감산 혈관조영검사 등의 추가 검사를 하여 망인의 뇌동맥류 파열 사실을 진단하였어야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임에도, 만연히 뇌 CT 영상만을 판독하고, 망인의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을 적시에 발견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피고1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

1) 관련 법리

의사의 의료행위가 그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 불법행위가 된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일반의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의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다6851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이 법원의 K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회신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망인의 피고1 병원 내원 시점의 지주막하출혈은 그 출혈량이 매우 적었던 점, ② 망인이 피고2 병원으로 전원한 뒤 시행한 CT 혈관조영검사에 의하더라도 뇌동맥류의 재파열/재출혈 소견이 보이지 않고, 망인이 명료한 의식상태를 보이고 있었으며, 피고2 병원에서 이 사건 시술을 시행할 무렵까지도 뇌동맥류 재파열/재출혈을 의심할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③ 원고가 사망에 이르게 된 직접원인은 망인에게 두 번째로 발생한 지주막하출혈로 인해 발생한 중증뇌부종에 의한 뇌간압박 및 연수마비이며, 망인에게 두 번째로 발생한 지주막하출혈은 아래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시술 중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보면, 피고1 병원 의료진이 최초 뇌 CT 촬영 시 원고의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을 진단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위 진단상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법률상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피고2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망인에 대한 치료를 지연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의사는 진료를 행할 때에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을나 제9, 1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K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2021. 9. 14.자 및 2021. 11. 4.자 이 법원의 L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에서 피고2 병원 의료진에게 치료지연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2 병원 의료진은 피고1 병원에서 전원하여 온 망인의 뇌동맥류를 정확하게 관찰하기 위하여 피고1 병원에서 실시한 검사와 다른 검사(뇌 CT 혈관조영검사)를 시행하였고, 피고1 병원에서 진단한 위치와 다른 위치에 피고의 뇌동맥류를 발견하여 치료 계획을 수립한 것이며, 진료기록 감정의도 피고1 병원의 뇌 MRI 영상 판독 후, 추가적인 검사들을 통하여 뇌동맥류의 모양과 크기를 정확히 확인한 다음 클립결찰술 혹은 코일색전술을 통한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는바, 위 검사를 추가 시행한 것은 망인의 치료계획 수립을 위해 필요한 적절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일반적으로 뇌동맥류 파열의 경우 재파열을 막기 위해 72시간 이내에 조기수술을 하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망인이 최초 증상을 호소하여 피고1 병원에 내원한 시간은 2019. 7. 30. 23:00경으로 이 사건 시술은 그로부터 72시간 내인 2019. 8. 1. 09:00경 시작한 것으로 망인에 대한 경과 관찰 및 수술 준비 등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시술이 과다하게 지연되었다고 볼 수 없고, 망인이 이 사건 시술 직전까지도 뇌동맥류 재파열/재출혈 징후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시술시기의 선택에 관한 합리적인 재량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진료기록감정의에 의하면, 피고2 병원에서 2019. 7. 31. 21:44경 시행한 뇌 CT 혈관조영술촬영검사 결과에서 망인의 파열 동맥류의 자연 재출혈(spontaneous rebleeding)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은 없다고 밝히고 있는바, 망인이 피고2 병원으로 전원한 당시 망인에게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나. 이 사건 시술 중 발생한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의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0. 7. 7. 선고 99다66328 판결,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다57787 판결 참조).

2) 인정사실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K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갑 제11호증의 기재 및 변론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2019. 8. 1. 10:26경(이하 시간만을 특정한 것은 2019. 8. 1.을 의미한다) 이 사건 시술을 위해 주입한 조영제가 망인의 뇌동맥류 및 기저 동맥에 문제없이 주입된 사실, ② 11:08경 망인의 뇌동맥류 내부로 코일 삽입을 위한 미세도관이 진입한 사실, ③ 11:20경 일부 코일이 뇌동맥류 내부 위치에 있지만, 뇌동맥류에 조영제가 현저히 감소된 사실, ④ 11:24경 이 사건 시술 도중 발생한 혈관연축이 그 원인이 되어 뇌동맥류 기저동맥에 조영제가 주입되지 않고 있었던 사실, ⑤ 11:28경 삽입되었던 미세도관과 코일이 모두 제거되었고, 다시 기저 동맥에 조영제가 주입되며, 동맥류를 통해서 조영제가 새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나 혈관 바깥쪽에 조영제가 모여 있는 소견이 발견되어 동맥류 혹은 인접 모혈관의 파열에 의한 조영제 누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실, ⑥ 11:46 기저 동맥에 조영제가 원활하게 주입된 사실, ⑦ 12:06 미세도관을 통해 코일이 망인의 뇌동맥류 내에 성공적으로 삽입된 사실, ⑧ 12:57 색전술 후 CT 영상에서는 시술 전 영상에 비해 지주막하출혈의 양이 많이 증가하였고, 많은 양의 뇌실내출혈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시술 종료 후 조영영상에서 동맥류의 완전폐색을 확인할 수 있는 사실, ⑨ 11:08경부터 11:20경까지 이 사건 시술과 관련된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데, 동맥류 내에 미세카테터가 진입한 이후의 영상이 남아있지 않아 출혈부위가 동맥류인지 인접 모혈관인지 확인되지 않으나,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 이 시간 동안 동맥류 혹은 인접 모혈관에서 출혈이 발생한 원인이 되는 event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3) 구체적 판단

앞서 거시한 증거와 인정사실, 갑 제11, 14호증, 을나 제5호증의 각 기재, K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2021. 9. 14.자 및 2021. 11. 4.자 이 법원의 L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판단하면 보면, 피고2 병원 의료진은 ㉠ 이 사건 시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망인의 뇌동맥류나 동맥류에 인접 모혈관이 파열되지 않게 미세 카테터와 가이드와이어 및 코일을 조작하여야 할 의무, ㉡ 이 사건 시술 시행 과정에서 망인에게 발생한 지주막하출혈 및 혈관연축에 대한 적절한 처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로 동맥류 또는 인접 모혈관의 파열로 망인에게 다량의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한 중증뇌부종에 의한 뇌간압박, 연수마비로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파열성 뇌동맥류가 비파열성 뇌동맥류보다 코일색전술 시행 도중 재파열 가능성이 높은지 여부는 환자의 신경학적 상태 혹은 뇌출혈 후 뇌상태, 복용 약제의 종류와 용량, 시술자의 숙련도 혹은 경험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망인의 경우 최초 뇌동맥류 파열 후 그 출혈의 정도가 매우 적었으며, 피고2 병원으로 전원한 직후에는 파열 뇌동맥류의 자연 재출혈(spontaneous rebleeding)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도 없었다.

② 이 사건 시술 직전까지도 망인은 명료한 의식상태를 유지하는 등 망인의 뇌동맥류가 재파열/재출혈 되었다는 의심을 할 만한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③ 코일색전술 과정에서 뇌동맥류 부위의 출혈은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기는 하나, 의사의 술기 습득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적인 부작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④ 파열성 뇌동맥류에 대한 코일색전술 시술에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경우는 코일색전술 시행 과정에 스텐트를 설치하는 등의 이유로 혈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술을 행할 때인 경우가 일반적임에도, 피고2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시술 전 스텐트 설치 계획이 없는 망인에게 항혈소판제를 처방한바, 만일 망인에게 뇌동맥류 재파열/재출혈 위험성이 높았다고 판단하였다면 항혈소판제를 처방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⑤ 11:20경 망인의 뇌동맥류에 주입된 조영제가 현저히 감소하였고, 조영제가 감소한 이유는 망인에게 다량의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였기 때문임에도, 피고2 병원 의료진은 지주막하출혈을 방지하기 위하여 미세도관을 유지한 상태에서 신속하게 코일을 채워넣어 이 사건 시술을 마치는 등의 조치에 나아가지 아니하고, 미세도관 및 코일을 제거하고 일시적으로 이 사건 시술을 중단하였다.

⑥ 이 사건 시술 도중 조영제의 주입이 원활하지 않았던 이유는 망인에게 발생한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혈관연축임에도, 피고2 병원 의료진은 혈관연축으로 인한 뇌경색을 방지하기 위한 일반적인 조치인 3H 치료법(고혈압 유지, 과수화 유지, 혈액희석유지)을 시행하지 않았다.

⑦ 망인에게 다량의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시점인 11:08경부터 11:20경 사이 이 사건 시술과 관련된 영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피고2는 재판부의 석명에도 불구하고 해당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나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 동안의 이 사건 시술의 진행과정에 관한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답변이나 의무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설명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설명의무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당해 환자 또는 그 법정 대리인이고, 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친족의 승낙으로써 환자의 승낙에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다1384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올나 제1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시술에 관한 동의서에는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의 자필기재 및 서명만이 존재할 뿐, 망인의 서명 등이 존재하지 않는 점, ② 이 사건 시술 직전까지 망인의 의식상태가 명료하였고, 망인이 이 사건 시술에 관한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 그 판단능력이 저하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 점, ③ 그 외 피고2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이 사건 시술의 목적, 방법, 발생 가능한 합병증 및 후유증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하였다거나, 원고 A을 통해 망인에게 위와 같은 설명이 이루어지도록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2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따라서 피고2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 대한 설명의무를 불이행하여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과실이 인정된다.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2는 피고2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피고2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시술 중 저지른 과실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함에 따라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재산상, 정신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4. 손해배상의 범위

가. 책임의 제한

앞서 본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2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시술 중 망인의 뇌압이 상승하자 즉시 뇌압강하제를 투여하고 이 사건 시술을 마치고, 이 사건 시술 이후에도 뇌압을 낮추기 위하여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의 조치를 하고자 노력한 점, ② 망인은 피고1 병원에서 확인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을 이유로 피고2 병원으로 전원된 후 이 사건 시술을 받은 점, ③ 이 사건 시술의 난이도, 의료행위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의료상의 과실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모든 손해를 피고2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손해의 공평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2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 배상책임의 범위를 70%로 제한하기로 한다.

나. 구체적인 범위

계산의 편의상 기간의 계산은 월 단위로 계산하되, 월 미만은 버리고, 금액 계산에 있어 원 미만은 버리며, 불법행위일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의 비율에 의한 중간 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당사자의 주장 중 이하에서 별도로 설시하지 않는 부분은 모두 배척한다.

1) 일실수입

가) 인적사항 :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의 '기초사항'란 기재와 같다.

나) 소득 : 보통인부 도시일용노임

다) 가동기간 및 가동일수 : 이 사건 시술일인 2019. 8. 1.부터 만 65세에 이르는 2045. 8. 11.까지 월 22일씩

라) 생계비 : 망인이 사망한 다음 날인 2019. 8. 11.부터 소득의 1/3 공제(이 사건 시술일부터 사망일인 2019. 8. 10.까지는 생계비를 공제하지 아니한다)

마) 계산 : 404,427,610원(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 중 '일실수입'란 기재 참조)

2) 치료비

망인이 피고2 병원에서 치료 받으면서 지출한 치료비는 1,405,228원이다.

3) 장례비

원고들은 망인의 장례비로 5,000,000원을 지출하였는바, 원고들이 각각 위 돈의 1/3에 해당하 1,666,666원(= 5,000,000원 × 1/3)씩을 부담한 것으로 본다

4) 과실상계

가) 피고2의 책임비율 : 70%(위 '책임의 제한'란 참조)

나) 책임의 제한 후 재산상 손해

(1) 망인의 일실수입 : 283,099,327원(= 404,427,610원 × 0.7)

(2) 망인의 기왕치료비 : 983,659원(= 1,405,228원 × 0.7)

(2) 장례비 : 원고들 각 1,166,666원(= 1,666,666원 × 0.7)

5) 위자료

가) 참작 사유 : 망인의 나이, 원고들과 망인의 가족관계, 이 사건 사고의 경위, 결과 및 정도, 설명의무 위반 사실 등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

나) 결정금액

(1) 망인 : 30,000,000원

(2) 원고 A : 10,000,000원

(3) 원고 B, C : 각 5,000,000원

6) 상속관계

가) 상속재산 : 314,082,986원(= 망인의 일실수입 283,099,327원 + 기왕치료비 983,659 + 위자료 30,000,000원)

나) 상속금액 : 원고 A 134,606,994원(= 314,082,986원 × 3/7)

원고 B, C 각 89,737,996원(= 314,082,986원 × 2/7)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2는 원고 A에게 145,773,660원(= 상속금액 134,606,994원 + 장례비 1,166,666원 + 위자료 10,000,000원), 원고 B, C에게 각 95,904,662원(= 상속금액 89,737,996원 + 장례비 1,166,666원 + 위자료 5,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시술일인 2019. 8. 1.부터 피고2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5. 1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2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각 인용하고 피고2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1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최용호

판사 김현영

판사 석지성

주석

1) 이 법원의 K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기재된 시간에 의한다. 이하 같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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