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증상이 의료상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한계
[2] 환자가 성인으로서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 친족의 승낙으로 환자의 승낙을 갈음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 민사소송법 제288조 [2] 민법 제75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공2007하, 949)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41069 판결 [2]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 (공1999상, 99)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1 외 5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4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효원 담당변호사 최중현 외 6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41069 판결 등 참조).
나. 망인이 직장암 수술의 한 가지 방법인 저위전방절제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이 사건에서, 원심은 제1심 및 원심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등에 의하여, ① 저위전방절제술에 따르는 합병증으로는 장폐색(장마비, 약 8.1%), 문합부 누출 또는 협착(0.5~1%), 상처 감염(4%), 복강내 농양(0.8%), 출혈(0.6%), 절개부 탈장(4.7~8.9%) 등이 알려져 있어, 저위전방절제술 후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실, ② 저위전방절제술을 시행하는 의사는 수술 전 심기능검사, 폐기능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하여 환자의 전신상태를 파악하고 출혈경향이 있거나 수술 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이 있는 경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능한 조치를 취한 후 수술을 진행하여야 하며, 림프절 박리 및 혈관 결찰 시 출혈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하여야 하는 사실, ③ 저위전방절제술 도중 과다출혈이 지속되는 경우 출혈 부분을 결찰하여 지혈하여야 하고, 결찰이 불가능한 골성 출혈(bone bleeding)과 같은 경우 출혈부위를 압박하여 지혈을 유도할 수 있는 사실을 인정한 후,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2는 망인에 대하여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사전에 주변 장기의 손상 및 그로 인한 출혈에 대비하는 만반의 조치를 취하고, 복강경 삽입 경로에 인접한 동맥 및 정맥과 충분한 거리를 두어 주변 혈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며, 대장암으로 직결되는 주요 혈관주변의 림프절 절제를 시행하여야 하므로, 림프절을 박리하고 혈관을 결찰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주요 혈관이나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박리 및 절제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만연히 절제술을 시행하다가 주변 조직 또는 혈관에 손상을 가하여 출혈을 발생시키고도 혈관결찰을 완전하게 하지 못하는 등 술기상의 과실로 인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과다출혈에 이르게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피고 2가 적절한 술기로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였고, 수술 이후 망인을 면밀히 관찰하고 망인의 이상증상을 발견한 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더라도 망인의 사망을 피할 수 없었다거나 망인이 피고 측의 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피고 2의 술기상의 과실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저위전방절제술에 따르는 합병증 중에는 출혈(0.6%)도 있고, 수술 중 종양의 절제 과정에서 주변조직 및 혈관의 손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술 진행 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나, 유착이 심한 경우에는 아무리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도 주위 조직의 손상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고, 제1심의 같은 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복부장기에 대한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출혈, 감염, 장유착, 문합부 유출, 재수술, 예측하지 못한 심장정지 가능성이 모두 있을 수 있으며, 이 모든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출혈은 저위전방절제술을 포함한 복부장기에 대한 수술의 일반적인 합병증 중 하나라 할 것이고, 저위전방절제술을 통틀어 출혈의 발생 가능성이 평균 0.6%라 하더라도 수술부위의 유착이 심한 경우에는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보다 높다 할 것이므로, 환자의 수술부위 조직의 유착 정도 및 그 박리 시의 출혈 가능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전체 저위전방절제술의 평균 출혈 발생 가능성이 0.6%라는 점만을 들어 저위전방절제술 후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거나 이에 따라 출혈 발생은 피고 2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2) 기록에 의하면 망인의 장막과 직장 주변으로 암종의 전이 및 파급이 있었고, 직장간막 박리 과정에서 천골 앞 침윤 부분(presacral invasion)을 박리하다가 출혈이 발생하자 개복수술로 전환하여 지혈하던 중 망인에게 심정지가 생겨 수술을 중단한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원심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위와 같이 출혈 부위가 명확하지 않으면서 결찰이 불가능한 골성 출혈과 같은 경우에는 출혈 부위를 압박하여 지혈을 유도할 수 있으나 모든 경우에서 지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지혈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며, 이 사건과 같이 골반 깊숙한 부위에서 출혈이 있는 경우 지혈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수술 중 위와 같이 골반 깊숙한 부위에서 골성 출혈이 발생하자 피고 2가 지혈을 시도하였으나 지혈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피고 2가 지혈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3) 그 밖에 원심이 든 다른 사정들은 이 사건 수술의 내용 및 의료진이 그 수술 과정에서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결국 원심이 든 사정들은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출혈의 발생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에 불과하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 사정들만으로 망인의 사망이 피고 2의 술기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사고에서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친족의 승낙으로써 환자의 승낙에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 2가 이 사건 수술 시행 전 망인의 아들이자 보호자인 원고 1에게 망인의 상태나 이 사건 수술의 내용 및 그로 인한 후유증에 대하여 설명하였으므로 피고 2가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직접 의사의 설명을 듣고 수술에 동의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 본인인 망인이 아니라 그 아들에게 망인의 상태, 이 사건 수술의 내용과 그로 인한 후유증을 설명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피고 2가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망인이 원고 1을 통하여 피고 2의 위와 같은 설명 내용을 전달받아 파악하였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한 채 피고 2가 환자 본인이 아닌 원고 1에게 설명한 것만으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단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