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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다57787 판결
[손해배상(의)][공2012상,961]
판시사항

[1]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 과실 외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 증상이 의료상 과실에 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갑 병원 의료진이 과거 상복부 수술을 시행받은 적이 있는 환자 을에게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행하던 중 장기 및 조직의 심한 유착을 발견하고도 개복술로 전환하지 않고 복강경을 통해 유착된 조직을 박리하다가 원인과 부위를 알 수 없는 출혈이 발생하자 비로소 개복술로 전환한 후 신장 부근 정맥 혈관 손상을 발견하고 신장을 절제한 사안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의사의 의료행위가 그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서 불법행위가 된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일반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환자 측에서 부담하지만,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 과실에 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 갑 병원 의료진이 과거 상복부 수술을 시행받은 적이 있는 환자 을에게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행하던 중 장기 및 조직의 심한 유착을 발견하고도 개복술로 전환하지 않고 복강경을 통해 유착된 조직을 박리하다가 원인과 부위를 알 수 없는 출혈이 발생하자 비로소 개복술로 전환한 후 신장 부근 정맥 혈관 손상을 발견하고 신장을 절제한 사안에서, 을의 장기 및 조직의 유착상태가 해부학적 구조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였다면 상대적으로 더 섬세한 조작이 가능한 개복술로 전환해야 함에도 복강경에 의한 수술을 계속한 과실로, 반대로 유착상태가 해부학적 구조를 알기 어려울 정도가 아니어서 복강경에 의한 수술이 가능한 상태였다면 의료진이 복강경 수술기구를 과도하게 조작하는 등 과실로, 을에게 신정맥 손상 및 신장 절제 상태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한데도, 이와 달리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에 의료소송에서 과실의 증명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영현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학교법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김만오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우선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의 점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의사의 의료행위가 그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 불법행위가 된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일반의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의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환자 측에서 부담하지만,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의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 대법원 2000. 7. 7. 선고 99다6632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약 20년 전에 위·공장문합술을 받은 병력이 있는 원고(1955년생 남자)는 담낭 용종이 발견되자 2007. 8. 8. ○○○○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에 담낭절제술을 받기 위하여 입원하였다.

(2) 피고 병원 일반외과 전문의인 소외인은 2007. 8. 9. 17:50경 원고에 대하여 복강경에 의한 담낭절제술을 시작하였는데, 수술 부위인 담낭 아래쪽으로 결장[결장; colon, 대장(대장)의 일부]과 장막(장막; omentum) 등이 심하게 유착된 것을 발견하였다.

(3) 그러나 소외인은 개복술로 전환하지 않고 복강경을 통하여 유착된 조직을 박리하였고, 18:30경 갑자기 출혈이 발생하고 출혈의 원인과 부위를 확인할 수 없어 지혈할 수 없게 되자 개복술로 전환하였다.

(4) 소외인은 개복 후 원고의 우측 신장 부근의 정맥 혈관이 찢어져 심한 출혈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지만, 지혈이 되지 않자 우신장 절제술(nephrectomy)을 시행한 다음 담낭을 절제하고 21:10경 수술을 마쳤다.

(5) 원고의 담낭용종은 위 수술 후에 시행한 조직검사 결과 단순한 만성담낭염으로 밝혀졌고, 원고는 현재 우측 신장이 소실된 상태에서 좌측 신장의 기능 또한 약 20~30%가량 감소한 상태이다.

(6) 상복부 수술을 시행받은 과거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과거에는 복강경에 의한 담낭절제술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최근에는 수술기구의 발달 등으로 인하여 수술자의 경험과 합병증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수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많지만, 개복술로의 전환 및 합병증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복강경에 의한 담낭절제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견해도 유력하다. 복강경에 의한 담낭절제술 시행 중 담낭 주위의 심한 염증과 유착 때문에 장기 등의 정확한 해부학적 위치를 구분하기 어렵거나 출혈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개복술로 전환하여야 한다.

(7) 복강경에 의한 담낭절제술 중 후복막강의 중요한 혈관이 손상되는 것은 약 0.1% 정도에서 발생하는 흔하지 않지만 중요한 합병증이다. 경험이 적은 외과의사에서 후복막강 중요 혈관의 손상 비율이 높고, 경험이 많은 외과의사의 경우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통계도 있는 등 수술의사의 경험, 지식이 후복막강 중요 혈관 손상 예방에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8) 통상적으로 담낭은 복강 내에 있고 신장은 후복막강 내에 있으므로, 담낭과 우신장 정맥은 해부학적으로 구분될 뿐만 아니라 위치상으로도 거리를 두고 있으나, 복부 수술을 시행받은 전력이 있는 환자는 장기 위치의 변화 및 유착조직 등으로 인하여 해부학적으로 장기들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복강경에 의한 담낭절제술 과정에서 신장 정맥을 손상하여 신장을 절제하였다는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복강경에 의한 수술 초기에 원고의 유착이 심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는바, ① 만약 원고의 장기 및 조직의 유착상태가 해부학적 구조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였다면, 상대적으로 더 섬세한 조작이 가능한 개복술로 전환하였어야 함에도 복강경에 의한 수술을 계속한 과실로 인하여 신정맥 손상 및 신장 절제 상태에 이르게 하였다고 볼 수 있고, ② 반대로 만약 유착상태가 해부학적 구조를 알기 어려울 정도가 아니어서 복강경에 의한 수술이 가능한 상태였다면, 복강경에 의한 담낭절제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복막강의 중요한 혈관 손상은 수술 자체에 수반하는 객관적 요인보다는 수술의사의 숙련도 등 주관적 요인이 작용하는 측면이 크고, 복강경에 의한 담낭절제술 과정에서 신정맥 손상으로 신장이 절제된 사례에 관하여 보고된 바도 없으며, 원고가 신정맥을 손상하지 않고는 수술할 수 없는 정도였다는 자료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신정맥 손상 및 신장 절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복강경 수술기구를 과도하게 조작하는 등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는바, 이는 의료소송에서의 과실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2.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일환(재판장) 신영철 민일영(주심)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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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서부지방법원 2009.10.8.선고 2007가단60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