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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0.6.3. 2019노2637 판결
살인(인정된죄명상해치사),통신비밀보호법위반
사건

2019노2637 살인(인정된 죄명 상해치사),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류경환(기소), 손영배(공판)

변호인

변호사 함윤식

원심판결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9. 11. 8. 선고 2019고합120 판결

판결선고

2020. 6. 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

압수된 골프채 헤드(PW) 1개(증 제4호), 골프채 헤드(4번 아이언) 1개(증 제5호), 골프채 손잡이 1개(증 제6호), 골프채 스틸 샤프트(증 제7호), 헤드 없는 골프채(증 제8호)를 각 몰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살인의 점)

피고인에게 살인의 범의가 없다. 피고인은 살인을 계획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계속적으로 자해를 시도하던 상황에서 피해자를 저지하는 정도의 폭행만을 하였다. 피고인은 골프채의 손잡이를 잡고 헤드로 피해자를 가격한 바 없고, 골프채의 헤드를 잡고 피해자의 팔, 다리를 때렸을 뿐이다. 피고인에게 평소 폭력적인 성향은 없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5년, 자격정지 1년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살인의 점)

피고인과 피해자 B(여, 52세)은 1989. 5. 6. 혼인한 부부이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2000년 및 2017년 1월경 2회에 걸친 불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용서하고 함께 살아오던 중 2019. 4. 9. 02:00경 피해자가 또다시 내연남 E 및 다른 남성과 불륜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피고인은 불륜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2019. 4. 30.경부터 통화내용을 자동저장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나 위치추적기, 초소형 녹음기 등을 검색하여 알아보던 중 집에 있는 소형 녹음기를 2019. 5. 14.경 당시 피해자가 자주 운행하던 F 쏘나타 승용차의 운전석 머리 받침대 안에 몰래 넣어 두었다.

이후, 피고인은 2019. 5. 15. 07:30경 위 차량에서 위 소형 녹음기를 회수한 후 G에 있는 피고인이 사용하는 농막(컨테이너)에 가서 녹음내용을 확인하다가 피해자와 E이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듣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주로 E이 피해자에게 'A(피고인)의 통장이나 카드를 살려야 둘이 쓸 수 있다. A에게 돈 달라고 해, 돈도 못 버는 게 무슨 남자 행세를 해, 휴대폰이 꺼져 있으면 그것부터 치고 들어가, 왜 꺼져 있고 하는지, 어느 년들하고 있는지 등을 따져라, 너는 몸만 오면 돼, 집은 반반씩 나누어 달라고 해, 우리가 지금 차안에서 할 수 있느냐, 모텔에 가야지...'라는 등 피해자와 E이 아직 불륜관계를 지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의 재산까지 탐내고 피고인을 비아냥대는 등의 내용이었다.

피고인은 2019. 5. 15. 11:51경 H 소재 주택 2층 주거지에서, 귀가한 피해자가 위 녹음내용에서 들은 것처럼 E이 시킨 대로 피고인의 비위를 맞추고 피고인과 함께 주방식탁에 앉아 술을 마시다가 아직 E을 만나느냐는 피고인의 물음에 오히려 "요즘 안 만난다구, 왜 자꾸 그래?"라고 불쾌해 하며 집밖으로 나가려 하자, 격분하여 피해자를 나가지 못하게 막아선 후 양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싱크대 쪽으로 밀치고, 싱크대를 붙잡고 버티는 피해자의 허벅지 부위를 2-3회 걷어차고 피해자를 재차 밀어서 냉장고 앞 바닥에 넘어뜨리고, 넘어져 있는 피해자의 가슴을 포함한 온몸을 수회 발로 밟고 걷어차고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 등을 주먹으로 수회 때리고, 옆에 있는 골프채(총 길이 97cm 가량의 피칭 웨지)를 집어 들어 피해자의 가슴, 양팔, 다리 등 온몸을 수회 때렸다.

피고인은 자신보다 체격이 훨씬 작은 피해자의 온몸을 골프채, 주먹, 발 등으로 계속 때리는 등 하면 죽을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도 계속하여 옆에 있는 다른 골프채(총 길이 104cm 가량의 4번 아이언)를 집어 들어 피해자의 온몸을 수회 때리고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 뜯고 발과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 등, 가슴 등 온몸을 걷어차거나 짓밟는 등 하고 양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

이후, 피고인은 몸을 가눌 수 없어 안방으로 기어들어가는 피해자의 엉덩이를 위 4번 아이언으로 2~3회 가량 때린 후 고통으로 신음소리를 내는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침대 위에 방치해 둔 채 주방에 흘린 피나 오물을 닦고 부러진 골프채를 치우는 등 하다가, 같은 날 16:55경 피해자가 건드려도 반응이 없고 호흡도 멎은 상태에서야 비로소 119신고를 하였다.

피해자는 출동한 119구급대원에 의해 I에 있는 J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18:00경 외상에 의한 이차성 쇼크(속발성 쇼크) 및 심장눌림증(심장압전)으로 사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로 밟고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 등을 때린 사실, 골프채로 피해자의 가슴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뽑은 사실, 양손으로 목을 조른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인식 또는 예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살인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의 사망 직후 피해자의 사체를 촬영한 사진, 피해자의 사망 직후 현장에서 피해자를 검시한 검시관 L이 작성한 변사자조사 결과보고, 피해자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M의 부검감정 결과 및 M의 원심 법정진술을 더하여 보면, 살인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

② 법의학 교수 O는 '망인의 머리 앞쪽 이마와 관자, 마루 부위에는 넓은 부위의 두피하 출혈이 확인되는바, 이는 국소적인 범위가 여러개가 겹친 양태여서 넘어져서 새긴 기전과 달리 주먹 등의 직접적인 가격에 의한 손상이라고 판단된다. 망인의 목 부위 손상을 확인하면 피해자에게서 목을 손으로 압박하는 액경(厄境)의 기전이 작용하였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전선으로 스스로 목을 감았다고 하나 피해자의 목에서는 이에 합당한 끈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아 전선으로 감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갈비뼈 골절의 양상을 보면, 왼쪽 앞쪽의 제2-7번째 갈비뼈 골절, 왼쪽 가측의 제9-10번째 갈비뼈 골절, 오른쪽 신체 후면의 제1번 갈비뼈 골절, 오른쪽 가측 제3-6번 및 제9번 갈비뼈 골절이 확인되는바, 앞쪽의 골절은 심폐소생술과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나, 가측과 후면부 갈비뼈 골절은 오른쪽 가슴보형물의 가측 파열과 함께 고려한다면 가슴의 직접적인 문체의 압박 또는 가격에 의한 골절일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추단한다. 망인의 가슴 내 심장의 파열은 폭력에 의한 충격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손상을 보면, 피해자의 팔과 다리만을 가격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과는 달리 체격 차이가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과도한 폭력이 행사된 것으로 보이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혔다.

③ 피해자 팔다리의 바깥 쪽에 보이는 멍 자국이 특히 광범위하고 진한 점, 통상적으로 자해를 하는 경우의 상처는 팔다리의 바깥쪽보다는 안쪽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점, 현장에서 발견된 헤드가 분리되어 부러진 골프채, 이 사건 범행 당시 골프채로 피해자를 때렸음을 인정하는 피고인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통을 발로 밟고,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 등을 강하게 가격하였으며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뽑았을 뿐만 아니라, 골프채로 피해자의 몸통 부위를 때리고 손으로 목을 졸라, 피해자의 전신에서 피하출혈이 발생하여 결국 내부순환 혈액량의 감소에 따른 속발성 쇼크를 일으킬 정도로 피해자의 온몸을 상당한 강도로 반복적으로 폭행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④ 피해자의 멍자국 및 상처부위, 이에 대한 부검감정 및 법의학소견,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이후 몇 시간 동안 피해자를 방치하다가 119에 신고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주먹과 발, 골프채로 상당히 강하게 폭행하고 목을 조르기도 하여 생명에 위협을 느낀 피해자가 물리력을 동원하여 이를 방어하였음에도 결국 풀려나거나 피하지 못하여 실신상태에 이르렀다가 결국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키 179cm, 몸무게 85kg으로 건장한 남성인 피고인이 키 157cm에 몸무게 60kg의 훨씬 체격이 작은 피해자의 온몸을 여러 차례 주먹이나 발, 골프채로 강하게 가격 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음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

⑤ 피고인은 피해자의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외도에도 불구하고 이를 용서하고 살아오던 중, 2019. 4. 9.경 피해자의 내연남을 자칭하는 E으로부터 피해자가 자신 말고도 다른 남성과도 외도를 하는 것 같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고, 피해자의 외도를 의심하여 증거를 수집하던 중 이 사건 당일 오전경 피해자와 E가 피고인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피고인의 판공비 카드를 현금화할 방안을 모의하고, 대화 후 두 사람이 성관계를 하러 가려는 대화내용을 듣게 되었고, 이에 격분하여 그 직후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당장 만나자고 하여 피고인의 집으로 피해자를 오게 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반복되는 피해자의 외도에 크게 화나고 흥분한 상태였고, 결국 이 사건 범행 당시 외도를 추궁하는 피고인에게 역정을 내며 자리를 이탈하려는 피해자의 태도에 격분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피고인이 순간적으로나마 화를 참지 못하고 피해자를 살해하기에 이를 만한 동기로 작용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다. 당심의 판단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 역시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형벌법규의 해석과 적용은 엄격하여야 하므로,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범행 동기나 방법 및 범행 정황에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이를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고려하여 형을 무겁게 정하는 것은 별론, 그러한 사정을 이유로 살인의 고의를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고 이를 인정할 때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 참조).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869 판결 참조).

원심이 설시한 사정만을 보면,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해서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상해의 고의를 넘어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를 살해할 범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반하는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1)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① 평소 피고인에게 폭력 성향이 두드러지지 아니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둘째 딸 AC는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은 평소 폭언이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일이 없었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투는 일은 있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피해자가 갑자기 가출한 이후 피고인, 피해자, P, AC가 함께 만난 2019. 4. 15.경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언성을 높인 일이 없었다'라고 진술하였다(AC의 증인신문 녹취서 2~3쪽). 첫째 딸 P도 원심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언성 높여 다투거나 몸을 붙잡고 싸우는 것은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28~129쪽).

②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배경에 피해자의 불륜 사실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그로 인하여 살해의 범의를 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 피해자는 2000년 및 2017년에 이미 별건의 외도를 하였고, 2019년 무렵에는 내연남 E과 불륜 관계에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만나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과거의 불륜 사실을 알고도 피해자를 용서하고 결혼생활을 지속하였다.

㉡ 피고인은 2019. 4. 9.경 피해자의 내연남 E으로부터 직접 피해자와 E의 불륜 관계 및 피해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에도 특별한 반응 없이 E과 캔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고, 2019. 4. 15.경 피해자와 화해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252~253, 607쪽), E은 원심에서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93쪽).

㉢ 피고인은 피해자와 E의 불륜 관계를 알고 난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자주 전화하고, 2019. 5. 6.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피해자와 여행을 가는 등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AD에서 제주항공권을 검색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574쪽).

㉣ 이 사건 당일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갈등이 과거 피해자의 불륜 사실과 달리 피고인으로 하여금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게 할 만큼 특별히 심각했던 것으로 볼 특별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

③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녹음파일을 듣자마자 곧바로 피해자를 찾아간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전화연락을 하고 적어도 4시간이 지난 후 피해자를 만났다.

㉠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들은 녹음파일의 내용은 피해자가 E과 불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재산을 탐내고 있으며 피고인을 비아냥대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주로 E이 피해자에게 먼저 말하는 내용이고,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말한 것은 아니다.

㉡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07:30경 녹음파일의 내용을 들었고, 08:43 경 이를 농막에 있던 컴퓨터에 저장하였다(증거기록 579쪽), 피고인이 당일 피해자와 처음 통화한 시각은 10:17 경이었고, 전화로 피해자에게 집으로 올 것을 이야기한 시각은 11:04경이었다(증거기록 108, 109쪽). 이를 전후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다수의 부재 중 전화가 있었다. 피고인은 11:43경 농막에서 귀가하였고, 피해자는 외출하였다가 11:51경 귀가하였다(증거기록 197, 200쪽).

㉢ 피고인은 녹음파일을 청취한 직후에도 피해자를 찾아가거나 연락하지 아니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집이 아닌 다른 장소로 나오도록 종용하지 아니하였고, 집에서 만나기로 하였으며, 당일 11:51경 집에서 피해자와 만났다.

④ 피고인은 피해자의 자해 시도가 있었고 이것이 피해자에 대한 폭행을 시작하게 된 단초가 되었다고 주장하는데, 피해자의 자해 시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 피해자는 다툼이 있거나 술을 마시면 충동적으로 자살을 암시하는 언동 및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2015. 2.경 및 2017. 10.경 두 차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피해자의 큰 딸 P은 2017. 10.경 간호사로부터 피해자를 혼자두면 어떤 자해행위를 할지 몰라 위험하니, 혼자 두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듣기도 하였다(공판기록 129쪽), 피해자의 둘째 딸 AC는 '피해자는 2015년과 2017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었고, 자살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술을 마시면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AC의 증인신문 녹취서 5쪽), 피해자의 내연남 E은 '2019. 4. 10.경 피해자와 함께 여행갔다가 다툼이 있은 후, 피해자가 죽고 싶어서 산속을 헤맸다고 이야기 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105쪽),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소주를 많이 마셨고, 혈중알코올농도 0.167%의 만취 상태였다(증거기록 774쪽).

㉡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과 다투는 과정에서 깨진 소주병을 들고 자해하겠다며 피고인을 위협하였고, 피고인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피고인의 양 손에는 날카로운 물체에 베인 상처가 있고 (증거기록 104~105쪽), 범행 현장의 쓰레기통에서는 깨진 소주병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피해자가 깨진 소주병을 들고 위협하자 피고인이 이에 대항하여 몸싸움을 하였다는 정황과 부합한다. 한편 피해자의 왼쪽 아래팔 앞 부위의 자창이 존재하는데, 이는 피해자가 자해를 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2) 준비된 흉기의 유무 · 종류 · 용법

① 피고인이 범행에 사용하기 위하여 골프채를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다. 피고인의 둘째 딸 AC, 피고인의 동생 N은 모두 '피고인은 평소 골프채 1~2개를 주방 또는 현관 근처 벽에 세워두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AC의 증인신문 녹취서 5쪽, N의 증인신문 녹취서 2~3쪽), 피고인의 사위 W도 수사기관에서 '2019. 5. 5. 피고인의 집에서 골프 스윙연습을 하고, 골프채 1개를 현관 근처 벽에 세워두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70~372쪽).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평소 범행 현장에 가까운 주방 또는 현관 근처 벽에 세워 두었던 골프채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은 주로 손과 발로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골프채 외에 다른 흉기를 사용하지는 아니하였다.

㉠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주먹, 발 등으로 때리고 걷어차거나 밟았고, 피칭 웨지로 수회, 4번 아이언으로 수회 및 2~3회 피해자를 때렸다는 것이다. 피해자 검시관 L은 '엉덩이 쪽이나 측흉부 쪽에만 중선출혈1)이 보였고, 얼굴에는 중선출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손이나 발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딪히거나 밀치는 상황에서 부종이 생길 수 있어, 얼굴을 기구로 때렸을 것 같지는 않다. 기구로 때렸을 때는 확실하게 티가 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53, 54쪽).

㉡ 이 사건 당시 주방에는 식칼, 깨진 소주병 등 피해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물건들이 손에 쉽게 잡힐만한 거리에 있었다. 피고인에게 살해의 범의가 있었다면 위와 같은 물건들을 사용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골프채 외에는 흉기를 사용하지 아니하였다.

③ 피고인은 골프채의 손잡이를 잡고 휘둘러 골프채 헤드로 피해자를 가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에게 살해의 범의가 있었다면, 피고인이 무차별적으로 피해자를 골프채 헤드로 가격하였을 것이나, 피해자의 사체에 그런 흔적은 없다.

㉠ 피해자에게는 골프채 헤드로 맞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골절상이 없다.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로 골프채의 손잡이를 잡고 헤드로 피해자를 가격하였다면, 그로 인한 골절상이나 함몰이 생겼을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피해자의 머리와 안 면부에는 부종과 멍이 존재할 뿐 골절이 없고, 손과 팔에도 골절이 없으며, 다리에는 중선출혈이 존재할 뿐 골절은 없다. 몸통 갈비뼈에 골절이 있는데, 그 중 앞쪽의 골절은 심폐소생술과의 연관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옆쪽과 뒤쪽의 골절은 둔체의 압박 또는 가격에 의한 골절일 가능성이 있다(증거기록 1015쪽, 법의학 교수 O의 자문회신). 그러나 옆쪽과 뒤쪽의 골절을 일으킨 둔체가 골프채 헤드라고 인정할 자료는 찾을 수 없고, 골절 부위에 함몰이 있다는 정황도 없다.

㉡ 피해자의 신체 중 골프채 헤드 부위로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있는지에 관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M은 '피해자의 신체에는 중선출혈 외에도 다수의 멍, 표피박탈, 좌열창 등의 손상이 존재하고, 이들은 해당 부위에 둔력이 작용하여 발생한 손상이기는 하나, 모두 비특이적인 손상으로 손상 각각에 대하여 작용한 외력의 종류나 손상이 발생한 상황이나 기전을 개별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라는 의견(2020. 4. 9,자 사실조회 회보서 2쪽)을 밝혔다. 이는 결국 피해자의 몸에 골프채 헤드 부위로 맞은 상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요지로 이해할 수 있다.

㉢ 한편 피고인이 골프채 헤드를 잡고 피해자를 가격한 경우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손에는 날카로운 물체에 베인 상처가 있고(증거기록 104, 105쪽), 골프채 헤드 부분에서 피고인의 혈흔이 발견되었다(증거기록 547쪽), 4번 아이언 골프채는 전체 손잡이 25cm 중 손잡이 끝에서 18㎝ 지점이 부러져 있었다(증거기록 124쪽). 골프채의 헤드 부분을 잡고 손잡이 부분으로 때릴 경우에도 골프채 헤드와 막대기 (샤프트)의 연결부위가 부러지거나 구부러질 가능성이 있고, 범행에 사용한 골프채(피칭 웨지, 4번 아이언)는 모두 부러져 있었다.

㉣ 피고인은 골프채의 헤드 부분이 아닌 막대기(샤프트) 부분을 회초리처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가격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골프채의 막대기(샤프트) 부분으로 피해자를 가격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피해자의 하체 부분에 집중된 중선출혈은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을 뒷받침한다.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를 가지고 골프채로 피해자를 가격하였다면, 손잡이를 잡고 헤드로 피해자를 내리치는 방식으로 골프채를 사용하였을 것이나, 피고인은 막대기(샤프트) 부분을 사용하였을 뿐이다.

㉤ 골프채 헤드의 성분과 같은 크롬과 니켈 성분의 은색 미세물질이 피해자의 목 부위에서 발견되었으나, 이를 근거로 피고인이 골프채 헤드로 피해자의 목 부위를 가격하였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 미세물질이 발견된 피해자의 목 부위에 골절이나 그 밖에 골프채 헤드의 가격으로 생겼다고 볼 상해가 없다. ⓑ 피해자의 목 부위에서 발견된 미세물질은 반드시 접촉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고 미세물질이 날려서 생긴 것일 수도 있다. ⓒ 접촉 강도가 셀수록 미세물질은 더 많이 묻어나게 되는데, 피해자의 목 부위에서 발견된 미세물질은 약 0.1m 크기의 물질 한 개뿐이었다. ⓓ 골프채 헤드의 성분인 크롬과 니켈은 대량 생산 및 유통되는 공산품에 사용하는 물질이어서, 골프채 외에도 다른 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부식이 벗겨진 경우에도 미세물질이 탈락할 수 있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AE은 피해자의 목 부분에서 골프체 헤드의 물질 성분이 발견되었다는 것만으로 골프채 헤드가 피해자의 목에 접촉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AE의 증인신문 녹취서 3쪽).

3)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① 피고인이 목을 졸라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하였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M은 피고인이 손으로 목을 조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공판기록 67쪽). 구체적으로 M은 '제5번째 목뼈 가시돌기의 골절은 목을 굽히거나 펴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손상이다. 피해자의 턱 밑 오른쪽 부위에 국소적 표피박탈을 동반한 멍이 있고, 목 앞 아래 3곡 정도의 경미한 표 피박탈이 있는데, 멍이란 주로 둔한 외력이 넓은 면에 가해졌을 때 생기는 것이고, 목앞 아래에 있는 3곳 표피박탈은 비특이적인 손상이어서 그 손상에 대해서는 의미를 판단할 수 없다. 질식의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고, 목을 조르는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공판기록 62~66, 76쪽).

㉡ 피해자의 사망원인은 목조름에 의한 질식이 아니다. 만일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범의를 가지고 목을 졸랐다면, 피해자의 목을 조르다 말고 폭행하는 대신, 목을 계속 졸라 피해자를 교살(紋殺)하였을 것이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목을 졸라 죽이지 아니하였다.

② 피고인이 골프채의 막대기(샤프트) 부분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가한 구타는 주로 하체에 집중되었고, 머리, 가슴, 복부 등 급소 부위에는 거의 없었다.

㉠ 중선출혈은 피해자의 엉덩이 및 허벅지 부분에 집중적으로 존재한다.

㉡ 피해자의 가슴 부위에 중선출혈이 1군데 존재하나(증거기록 778쪽 사진 제20호의 흰색 삼각형 부분), 왼쪽 겨드랑이 부분에 접해있어 팔을 때리는 과정에서 가격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손등과 팔에는 중선출혈이 없다.

㉢ 피고인은 골프채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머리나 복부를 때린 적이 없다. 법의학 교수 O는 '망인의 머리에서는 양쪽 마루부위 후면과 뒤통수에 두피하 출혈이 확인되며 대뇌의 왼쪽 뒤통수옆 가쪽에 좁은 범위의 지주막하출혈이 관찰되나 머리뼈에 골절 소견은 없어, 머리의 위쪽과 뒤쪽 두피하 출혈과 대뇌의 국소적인 지주막하출혈은 넘어지면서, 즉 전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단한다. 망인의 복부에서는 현저한 손상의 소견은 없어 복부 부위를 직접 가격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증거기록 1013쪽).

③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 오랜 시간동안 반복된 것은 아니고, 골프채의 막대기(샤프트) 부분을 이용한 폭행만으로 살인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 피고인은 20~30분 정도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특히 집중적으로 때린 것은 15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670쪽). 그 밖에 피고인이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반복하여 피해자를 때렸는지를 알 수 있는 별다른 자료는 없다.

㉡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을 시작한 시점에 관하여는 이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아니하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14:00경 폭행을 시작하였다고 진술하다가(증거기록 670쪽, 경찰에서 피해자와 2시간 정도 이야기하였다는 요지로 진술함), 검사의 추궁이 이어지자 13:00경 내지 13:30경 폭행을 시작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으나(증거기록 820쪽), 원심에서는 14:30경 폭행을 시작하였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55쪽). 다만 피고인과 피해자가 대화를 하면서 술을 마셨고,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67%의 만취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상당한 시간 동안 대화를 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본격적인 폭행을 가하기 전 피해자는 10분가량 울면서 넋두리를 하기도 하였고(증거기록 642쪽),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후 둘은 바닥에 누워서 15분가량 이야기를 하였으며(증거기록 661쪽), 청소를 하고 피해자의 옷을 갈아 입혀 주었고, 피해자가 방으로 기어들어갈 때 피고인은 피해자의 엉덩이를 골프채로 2~3회 툭툭 때려 마지막으로 폭행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동생 N은 이 사건 당일 16:23경 피고인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그 시점에는 폭행이 모두 종료하였고, 피고인은 화장실 앞에 서 있었으며, 피고인이 집안을 어느 정도 치운 다음이었으나 여전히 어질러져 있었다. 이러한 사건 당시의 경과를 보면, 피고인이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 피고인이 범행에 사용한 골프채 2개가 부러져 있었으나, 이러한 사정만을 근거로 살인의 범의를 추단하기는 어렵다. ⓐ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겁을 주기 위하여 피칭 웨지(골프채)의 손잡이를 잡고 헤드 부분으로 휘둘러 싱크대를 내리쳤으며, 그 때 부러졌다'는 요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653쪽), 싱크대 상판은 파손되어 있다. ⓑ 4번 아이언(골프채)의 부러진 헤드는 주방 식탁 위에서 발견되었다. ⓒ 골프채(피칭 웨지, 4번 아이언)의 성상을 보면 헤드와 막대기(샤프트)에 모두 녹이 나 있는 것으로 보이고 (증거기록 118~125쪽), 피해자의 딸 P의 진술에 의하면 '엄청 오래 전부터' 집에 두었던 것이어서(증거기록 374쪽), 새 골프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골프채를 이용한 폭행에서 보이는 중선출혈은 하체에 집중되었고, 머리, 가슴, 복부 등급소 부위에는 거의 없었다.

④ 피고인은 피해자를 사망할 때까지 구타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피해자를 제압할 때까지만 폭력을 행사하다가 이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의 구타시각과 피해자의 사망시각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동생인 N이 이 사건 당일 16:23경 피고인의 집을 방문하였고, 그 당시 피해자는 방에 누워 작은 소리로 흐느끼고 있는 등 생존하여 있었다. N이 피고인의 집을 방문한 시각이 폭행 종료시점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임을 고려하면, 폭행 종료시점부터 시망시점까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 피고인은 구타를 중단한 이유가 피해자가 더 이상 반항을 하지 않았기 때 문이라는 요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659~661쪽), 피고인은 피해자를 계속적으로 폭행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점 후에는 폭행을 중단하였고, 그 무렵 피해자는 혼자 움직여서 이동할 수 있는 상태였다.

4)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① 피해자의 사망의 원인은 1차적으로는 외상에 의한 이차성 쇼크(속발성 쇼크) 이고, 2차적으로는 심장눌림증(심장압전)이다. 외상에 의한 이차성 쇼크[속발성(續發性) 쇼크, secondary shock]란 외상으로 인하여 순환혈액량이 감소되어 주요 기관의 기능장애가 일어난 상태를 의미하고, 비교적 광범위한 멍에 의하여 일어나는 쇼크이다. 심장눌림증[심장압전(心臟壓壤, cardiac tamponade]이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장측 벽막과 외측 벽막 사이에 혈액 등이 고여 심장이 꽉조인 것과 같이 되어 심장의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을 의미하고, 심장막 안에 다량의 혈액이 고이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② 피고인은 폭력에 의하여 피해자가 외상에 의한 이차성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알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M은 '속발성 쇼크에 빠지는 정도를 의료인들도 잘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은 내용이라 일반인이 피해자의 사인이 이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74쪽).

㉡ 피해자의 얼굴, 팔, 다리 등에서 다수의 멍과 표피박탈 및 피하출혈, 가슴 가측과 후면부 갈비뼈 골절 등이 발견되고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치명적인 부위에 직접적으로 외력을 행사한 흔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피해자에게 치명상을 가한 바 없는 피고인이 속발성 쇼크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할 당시에 피해자에게 외부적으로는 큰 출혈이 없었기 때문에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다량의 피하출혈로 속발성 쇼크를 일으켜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서 폭행을 계속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범행이었기 때문에 구타의 정도나 부위에 대하여 둔감하였을 수도 있다.

㉤ 피고인은 의학 전문가가 아니다.

③ 심장눌림증은 피해자의 사망원인 중 하나로 보이나, 피고인의 폭행에 의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M은 '심장파열은 몸통의 가쪽과 뒤쪽에서 멍, 피하출혈, 근육내출혈이 보이고, 양쪽 여러 갈비뼈의 골절이 뒤쪽이나 가쪽에도 형성되어 있는 등 심폐소생술 외에 몸통 부위에 다른 인위적인 외력이 작용한 근거가 보인다. 이는 외력에 의한 손상과 심폐소생술로 인한 손상이 중첩되어 있을 가능성이 고려되나, 이들을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부검감정 하였다. 이어서 M은 원심 법정에서 '심장 파열도 피해자의 사망원인 중 하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심장파열은 심폐소생술로 인한 손상들이 중첩되어 있고, 인위적인 손상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행위를 다구분해서 판단할 수가 없어서 심장파열에 대해서는 큰 무게를 두어서 해석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공판기록 69쪽).

㉡ 법의학 교수 O는 외상에 의한 이차성 쇼크를 사망원인으로 본 부검의의 결론에 합리성이 있다고 보면서, 다만 심장눌림증이 사망원인의 공동(concert) 또는 사망원인의 공존(concurrence)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보았다(증거기록 1015쪽).

④ 결국 피고인이 자신의 폭행으로 피해자에게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렵다.

5) 기타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가 없었다고 부인하였다.

② 피고인은 살해의 의사로 피해자를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다는 정도의 인식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범행 현장인 피고인의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고 있었고, 피고인의 어머니는 이 사건 당일 18:00경 귀가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어머니의 귀가시간이 임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범행을 은폐하려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고, 단지 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고, 더러워진 피해자의 옷을 갈아입혔으며,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하였다.

㉡ 피고인의 동생 N은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이 피해자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걱정하여 16:23 경 피고인의 집을 방문하였다.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으나, 피고인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고, 피해자가 술을 마시고운다고 생각하였다'는 요지로 진술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사로 방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피고인은 동생 N이 나가자, 방에 누워있던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고, 신체 이상을 발견한 직후인 16:55경 곧바로 119신고를 하였다. 피해자는 18:00경 사망하였다.

③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를 가졌다고 보기 어려운 부수적인 정황도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인적이 드문 장소로 불러 만나지 아니하고,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집에서 만났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폭행한 후에도 현장을 이탈하여 도주하지 아니한 채 집 안에 계속 체류하면서 피해자의 옷을 갈아입히고 집을 청소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 이상을 발견하자마자 119신고를 하였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살인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나아가 공소제기된 살인의 범죄사실과 이에 포함된 것으로 그보다 가벼운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위 등에 대하여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져 피고인을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포함된 상해치사죄로 처벌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소장변경 없이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이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범죄사실 제1항을 아래< 변경하는 부분 >'과 같이 변경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다.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변경하는 부분 >

1. 상해치사2)

피고인과 피해자 B(여, 52세)은 1989. 5. 6. 혼인한 부부이다.

피고인은 2019. 5. 15. 11:51경부터 H 소재 주택 2층 주거지에서 피해자와 함께 주방 식탁에 앉아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가 아직 피해자의 내연남인 E을 만나느냐는 피고인의 물음에 오히려 "요즘 안 만난다구, 왜 자꾸 그래?"라고 불쾌해 하며 집밖으로 나가려 하자, 화가 나서 피해자를 나가지 못하게 막아선 후 양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싱크대 쪽으로 밀치고, 싱크대를 붙잡고 버티는 피해자의 허벅지 부위를 2-3회 걷어차고 피해자를 재차 밀어서 바닥에 넘어뜨리고, 넘어져 있는 피해자의 가슴을 포함한 온 몸을 수회 발로 밟고 걷어차고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 등을 주먹으로 수회 때리고, 옆에 있는 골프채(총 길이 97cm 가량의 피칭 웨지)를 집어 들어 손잡이 또는 막대기 부분으로 피해자의 가슴, 양팔, 다리 등 온몸을 수회 때렸다.

피고인은 계속하여 옆에 있는 다른 골프채(총 길이 104cm 가량의 4번 아이언)를 집어 들어 손잡이 또는 막대기 부분으로 피해자의 온몸을 수회 때리고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 뜯고 발과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 등, 가슴 등 온몸을 걷어차거나 짓밟았다.

이후 피고인은 안방으로 기어들어가는 피해자의 엉덩이를 위 4번 아이언의 손잡이 또는 막대기 부분으로 2~3회 가량 때린 후 피해자를 침대에 방치해 둔 채 주방에 흘린 피나 오물을 닦고 부러진 골프채를 치우는 등의 행위를 하다가, 같은 날 16:55경 피해자가 건드려도 반응이 없고 호흡이 멎은 것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을 발견하자 비로소 119신고를 하였다.

피해자는 출동한 119구급대원에 의해 I에 있는 J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18:00경 외상에 의한 이차성 쇼크(속발성 쇼크) 및 심장눌림증(심장압전)으로 사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59조 제1항(상해치사의 점),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제3조 제1항 본문(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녹음의 점)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3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상해치사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위 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을 한 징역형과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에 정한 자격정지형을 병과]

1. 몰수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 ~ 40년 및 자격정지 1년 ~ 10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상해치사)

[유형의 결정] 폭력범죄 > 01. 일반적인 상해 > [제3유형]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처벌불원

가중요소: 잔혹한 범행수법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3년 ~ 5년

나. 제2범죄(미설정범죄)

다.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3년 이상(양형기준 미설정 범죄와의 경합범)

라.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3년 ~ 40년(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상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과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가정폭력은 어떠한 이유나 동기에 의한 것이든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다. 피고인의 이 사건 상해치사 범행은 피고인이 배우자인 피해자의 불륜 사실을 추궁하던 중 화가 나 피해자의 온몸을 주먹, 발, 골프채 등으로 가격하여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것으로, 그 죄질과 범정이 매우 나쁘다. 비록 피고인에게 살인의 범의는 인정하기 어렵지만, 소중하고 존엄한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간 피고인의 이 사건 상해치사 범행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나아가 피해자는 통상의 정도를 넘어서는 극심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죽음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피고인에게 동종 전력이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 피고인은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외도를 용서하였으나, 피해자와 내연남이 피고인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피고인의 돈을 둘이 쓰자는 등의 대화를 듣고서 이 사건 상해치사 범행을 저지른 측면이 있어 범행의 경위 및 동기에 있어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 이상을 발견한 직후 119신고를 하는 등 피해자의 구호를 위해 노력하였다.

피해자의 자녀들은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피해자의 친정 언니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E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이 사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범행은 피해자의 불륜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이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족관계,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살인의 점)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이는 제2.의 다.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위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그 동일성이 인정되는 판시 상해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정준영

판사 송영승

판사 강상욱

주석

1) 중선출혈(重線出血, 두 줄 피하출혈, double linear hemorrhage)이란, 당구채, 골프채 등 두꺼운 막대기로 충격을 가했을 때, 충격 부위 양쪽으로 출혈이 발생하여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공판기록 45쪽).

2) 살인의 공소사실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증거조사를 통해 얻은 사실관계에 따라 일부 정정하거나 수정하여 그보다 가벼운 상해치사의 범죄사실로 원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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