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고의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검찰관) 및 유죄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범행 동기나 방법 및 범행 정황에 비난 가능성이 큰 사정이 있는 경우,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방법
[2] 공동정범의 성립요건 및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의 내용 /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 역시 검찰관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들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형벌법규의 해석과 적용은 엄격하여야 하므로,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범행 동기나 방법 및 범행 정황에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이를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고려하여 형을 무겁게 정하는 것은 별론, 그러한 사정을 이유로 살인의 고의를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고 이를 인정할 때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2]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들 각자의 지위와 역할, 다른 행위자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참조조문
[1] 형법 제13조 , 제250조 , 형사소송법 제307조 , 제308조 [2] 형법 제30조 ,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공2004하, 1101) [2]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832 판결 (공1998하, 2633)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공2002상, 119)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274 판결 (공2008상, 708)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상 고 인
검찰관 및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신영 외 5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살인의 점에 관하여
(1) 살인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폭행 등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였다면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고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범행 후 결과 회피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도223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인 1은 피해자가 의무반에 정식으로 전입한 직후인 2014. 3. 초순경부터 피해자가 응급실에 실려간 2014. 4. 6.까지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하여 왔고, 특히 2014. 4. 6. 00:00경 피해자가 ‘피고인 1의 아버지가 조폭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감명 깊었다’는 말을 한 직후 피해자의 런닝셔츠를 2회에 걸쳐 잡아 찢기도 하는 등 그 폭행의 정도가 급격히 강해졌던 점, 피고인 1은 사건 당일인 2014. 4. 6. 16:07경부터 냉동식품을 먹는 약 25분의 짧은 시간 동안 직접 피해자의 옆구리, 복부, 가슴 부위를 약 15∼18회가량 발과 무릎 등으로 밟고 차거나 때린 것을 비롯하여, 피고인 4에게 지시하거나 피고인 3과 함께 피해자의 복부 부위를 약 20회가량 발로 차거나 밟기도 한 점, 피고인 1은 계속된 폭행으로 인해 침상에 쓰러져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옷을 입은 상태로 오줌을 싸고 의사표현도 잘 하지 못하여 피고인 2와 피고인 4에게 기대고 있던 피해자를 향하여 ‘꾀병 부리지 마라’고 말하며 발로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세게 걷어차고, 이어 또다시 꾀병 부리지 말라며 추가로 폭행을 하려 하였으나 피해자의 상태를 인지하고 있던 피고인 3의 만류로 더 이상의 추가 폭행은 하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 1은 무차별적인 계속된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 또는 위험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하였고 나아가 그 결과 발생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군인등강제추행의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에 대한 군인등강제추행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여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추행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는 피고인 1과 함께 2014. 3. 8.부터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하고 가혹행위를 하였고, 피해자가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식사를 하지 못하였고 그동안의 폭행으로 복부와 가슴,허벅지 등 신체 전반에 피하출혈이 있으며 호흡을 잘 하지 못하고 다리를 저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2014. 4. 6. 16:07경 의무반 생활관에서 피해자와 함께 냉동식품을 먹던 중 피해자가 음식을 쩝쩝거리고 먹으며 질문에 대답이 늦는다는 등의 이유로 원심 판결서 별지 범죄일람표 1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그러던 중 16:32경 피해자가 눈을 감고 쓰러지며 살려달라고 하는 등 계속되는 폭행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것을 예견하면서도 위 범죄일람표 1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 2, 피고인 4는 망을 보고, 피고인 3은 피해자가 물을 마시지 못한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3회 때리고, 그 후 피고인 1은 피해자가 오줌을 싸며 정신을 잃었음에도 꾀병 부리지 말라고 하며 발로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1회 걷어찼다. 이로 인해 피해자로 하여금 2014. 4. 7. 16:20경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과다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좌멸증후군 등으로 사망하게 하여, 위 피고인들은 피고인 1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원심은,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는 2014. 3. 초순경부터 직접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피고인 1이 피해자를 폭행할 때 망을 보기도 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 1의 폭행에 지속적으로 가담해 왔고, 위 폭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와 피해자의 위중한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있었던 점, 위 피고인들은 사건 당일인 2014. 4. 6. 냉동식품을 먹는 동안에도 피고인 1의 폭행 및 가혹행위에 가담하여 망을 보거나 발로 피해자의 배 부위를 차거나 밟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여, 위 피고인들도 피고인 1과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 또는 위험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하였고 나아가 그 결과 발생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인 1이 폭행을 주도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하여 살인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하는 데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점, 위 피고인들이 살인의 범행에 관련된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였고 그들 중 누구도 다른 피고인의 범행을 만류하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여, 상해치사죄의 공동정범에 그칠 뿐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살인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가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범행 후 결과 회피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 역시 검찰관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들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형벌법규의 해석과 적용은 엄격하여야 하므로, 비록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범행 동기나 방법 및 범행 정황에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이를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고려하여 그 형을 무겁게 정하는 것은 별론, 그러한 사정을 이유로 살인의 고의를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고 이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한편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83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들 각자의 지위와 역할, 다른 행위자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 1은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원심 공동피고인 6 등과 함께 의무대 내무반에서 생활해 왔는데, 입대일이 가장 빠른데다 나이도 4~5살이나 더 많아 의무반 내 선임병 역할을 담당하였다. 피고인 1은 피해자가 의무반으로 전입한 2014. 3. 초순경부터 행동이 느리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로 피해자에 대한 폭행을 주도하였고,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도 피고인 1의 지시나 권유 등으로 이에 가담하였다.
② 피고인 1은 2014. 4. 6. 00:00경 전후로 피해자로부터 ‘피고인 1의 아버지가 조폭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감명 깊었다’는 말을 듣고 이에 화가 나 주먹과 발로 피해자의 가슴을 수회 때리고 피해자의 런닝셔츠를 2회에 걸쳐 잡아 찢기도 하였는데, 그 무렵부터 폭행이나 가혹행위의 정도가 급격히 강해졌다.
피고인 1은 2014. 4. 6. 00:00경부터 16:00경까지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로 하여금 피해자를 등 뒤에서 잡게 하거나 망을 보게 하고 복부 등의 부위를 폭행하고 때리다 지친 나머지 피고인 2 등 다른 피고인들에게 피해자를 때릴 것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③ 피고인 2, 피고인 3은 2014. 4. 6. 오전경 피해자의 가슴에 멍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고인 1에게 피해자가 많이 맞아서 숨도 헐떡이고 있는데 진료를 받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았으나, 피고인 1은 큰일 났으면 벌써 났을 것이라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④ 피고인 1은 2014. 4. 6. 16:07경부터 피해자가 응급실에 후송된 같은 날 16:32경까지 냉동식품을 먹는 동안에도 전날 피해자가 피고인 1의 아버지가 조폭이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는 이유를 비롯하여 피해자가 대답을 늦게 하거나 반말을 했다는 등의 갖은 이유로 주먹, 손바닥, 발, 무릎 등으로 피해자의 얼굴, 옆구리, 복부 부위를 약 30회 이상 때렸다. 같은 시간 피고인 2는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때리고 피고인 1이 폭행할 때 피해자의 양팔을 잡거나 출입문에서 망을 보았고, 피고인 3은 손바닥이나 주먹으로 피해자의 정수리, 뺨, 가슴 부위를 때리거나 피고인 1과 함께 발로 피해자의 배 부위를 10회가량 걷어찼으며, 피고인 4는 피고인 1의 지시로 피해자에게 엎드려 뻗쳐를 시킨 후 발로 복부 부위를 걷어차거나 출입문에서 망을 보았다.
⑤ 피고인 2, 피고인 4는 거듭된 폭행으로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부축하고 오줌에 젖은 속옷을 갈아입히고 물을 먹이려 하였는데, 피고인 1은 발로 피해자가 뒤로 밀려나갈 정도로 복부 부위를 강하게 걷어찼고 이어 폭행을 계속하고자 하였으나 피고인 3이 만류하여 더 이상의 폭행은 가하지 못하였다. 그 무렵 피해자가 정신을 잃자 피고인 4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로 산소와 맥박의 수치를 측정하고, 이어 피고인 2, 피고인 3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아니하자 의무반 구급차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연천의료원으로 후송하였는데, 피고인 1이 위 구급차를 운전하고 피고인 2, 피고인 3이 위 구급차에 동승하여 번갈아가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피해자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치는 한편, 피고인 2는 후송 내내 울먹거렸다.
(3) 이러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추단할 수 있다.
①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로서는 선임병 역할을 하면서 의무반 내 분위기를 주도하는 피고인 1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평소 피고인 1의 적극적·소극적인 지시나 권유에 따라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고, 폭행의 정도나 횟수도 피고인 1에 비해 훨씬 덜하였다.
② 피고인 1은 2014. 4. 6. 00:00경 전후로 피해자로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조폭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감명 깊게 들은 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피해자에 대한 분노를 심하게 느꼈고, 이러한 분노는 같은 날 오후 냉동식품을 먹는 동안 피해자에 대한 심한 폭행의 동기로도 작용하였던 반면,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에게는 2014. 4. 6. 사건 당일은 물론 그 전후로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용인하는 의사를 형성할 만한 동기가 될 수 있는 별다른 정황을 찾을 수 없다.
③ 2014. 4. 6. 16:07경 이후부터의 폭행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 1은 주먹과 발, 무릎 등으로 피해자의 옆구리, 복부, 가슴 등의 신체 주요 부위를 무차별적으로 가격한 반면,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는 위와 같이 폭행이 이루어지는 동안 망을 보거나 손바닥 등으로 머리, 뺨 등을 때리거나 피고인 1의 지시로 발로 복부 부위를 걷어찬 것에 그치고 그 폭행 횟수도 피고인 1에 비해 현격하게 적은데, 이에 미루어 볼 때 피고인 1과 달리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의 폭행 수단이나 방법 또는 그 행위 태양 자체만으로는 일반적으로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나 그러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④ 피해자는 계속된 폭행에 못 이겨 침상에 쓰러졌고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소변이 나왔는데, 이러한 경우 사망의 결과를 인식·의도하지 아니한 사람이라면 보통 피해자의 건강 상태를 당장 확인하거나 추가적인 폭행을 그만두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인데, 피고인 1은 꾀병을 부린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복부 부위를 다시 한 번 강하게 걷어차고 더 나아가 추가적인 폭행을 계속하려 하였던 반면,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는 피해자가 쓰러지자 더 이상의 폭행을 중단하고 피해자에게 물을 먹이려 하거나 오줌에 젖은 속옷을 갈아입히고 나아가 피고인 1의 폭행을 적극적으로 제지하기까지 하였다.
⑤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는 피해자가 쓰러진 직후 곧바로 산소와 맥박의 수치를 측정하거나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기도 하였고, 특히 피고인 2는 피해자를 의료원으로 후송하는 과정에서 시종일관 일어나라며 울먹거리기도 하였는데, 피해자를 살리려고 노력한 이러한 일련의 행동을 사망의 결과 발생을 인식하거나 용인한 살인범의 행동으로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
(4)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가 피고인 1의 상식을 벗어난 폭행·가혹행위에 일부 가담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거나 예견하고도 이를 무시한 채 가해행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그 각 범행 가담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가 피고인 1과 일체가 되어 그의 행위를 이용하여 살인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고자 하는 공동가공의 의사나 상호 이용의 관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하여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 1과 함께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살인죄의 고의와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피고인 5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5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직무유기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여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무유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검찰관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 5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부하범죄부진정의 점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하범죄부진정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5. 직권 판단
범죄 후 법률의 변경이 있더라도 형이 중하게 변경되는 경우나 형의 변경이 없는 경우에는 형법 제1조 제1항 에 따라 행위시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 피고인 3에 대한 2014. 3. 초순 위험한 물건 휴대 폭행의 점과 피고인 5에 대한 2014. 4. 4.자 위험한 물건 휴대 폭행의 점에 관하여 2014. 12. 30. 법률 제12896호로 개정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폭력행위처벌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1항 , 제2조 제1항 제1호 , 형법 제260조 제1항 을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하고, 피고인 2에 대한 2014. 4. 6.자 위험한 물건 휴대 협박의 점에 관하여 폭력행위처벌법 제3조 제1항 , 제2조 제1항 제1호 , 형법 제283조 제1항 을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법률 조항 부분은 범행 당시에 시행되던 구 폭력행위처벌법(2006. 3. 24. 법률 제7891호로 개정되고, 2014. 12. 30. 법률 제128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 제2조 제1항 제1호 , 형법 제260조 제1항 및 제283조 제1항 과 비교하여 형의 변경이 없으므로 구 폭력행위처벌법의 해당 조항을 적용하였어야 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법령 적용의 잘못이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원심판결이 선고된 후 구 폭력행위처벌법 제3조 제1항 중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 제260조 제1항 (폭행), 제283조 제1항 (협박)의 죄를 범한 자’에 관한 부분과 폭력행위처벌법 제3조 제1항 중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 제260조 제1항 (폭행), 제283조 제1항 (협박)의 죄를 범한 사람’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하였고( 헌법재판소 2015. 9. 24. 선고 2014헌바154 등 결정 ), 이로써 위 각 법률 조항 부분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의 규정에 의하여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 당해 법조를 적용하여 기소한 피고 사건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원심판결 중 위 공소사실들을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6. 파기의 범위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5에 대한 각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집단·흉기등폭행)의 점, 피고인 2에 대한 살인 및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집단·흉기등협박)의 점, 피고인 3에 대한 살인 및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집단·흉기등폭행)의 점, 피고인 4에 대한 살인의 점에 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위 부분과 피고인들의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1개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5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또 원심판결 중 피고인 5에 대한 부하범죄부진정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은 위와 같이 파기되는 피고인 5에 대한 유죄 부분 중 직무유기의 점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으므로, 이 부분 역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7.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