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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9.11.8. 선고 2019고합120 판결
살인,통신비밀보호법위반
사건

2019고합120 살인,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피고인

A

검사

류경환(기소), 이선미, 이주현(공판)

변호인

변호사 한창호

판결선고

2019. 11. 8.

주문

피고인을 징역 15년 및 1년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압수된 골프채 헤드(PW) 1개(증 제4호), 골프채 헤드(4번 아이언) 1개(증 제5호), 골프채 손잡이 1개(증 제6호), 골프채 스틸 샤프트(증 제7호), 헤드 없는 골프채(증 제8호)를 각 몰수한다.

이유

범죄사실

1. 살인

피고인과 피해자 B(여, 52세)은 1989. 5. 6. 혼인한 부부이고, 피고인은 2012년 7월경부터 2014년 4월경까지 C의회 의장을 역임하고 2017년 11월경부터 재단법인 D재단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2000년 및 2017년 1월경 2회에 걸친 불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용서하고 함께 살아오던 중 2019. 4. 9. 02:00경 피해자의 내연남 E으로부터 "내가 B(피해자)을 만나는 사람이다. 그런데 B이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어서 고자질하는 것이다. 그 남자의 처로부터 그 남자가 B과 통화한 음성녹음을 건네받았다."라는 등의 말을 전해 듣고 피해자가 또다시 E 및 다른 남성과 불륜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피고인은 불륜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2019. 4. 30.경부터 통화내용을 자동저장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나 위치추적기, 초소형 녹음기 등을 검색하여 알아보던 중 집에 있는 소형 녹음기를 2019. 5. 14.경 당시 피해자가 자주 운행하던 F 쏘나타 승용차의 운전석 머리 받침대 안에 몰래 넣어 두었다.

이후, 피고인은 2019. 5. 15. 07:30경 위 차량에서 위 소형 녹음기를 회수한 후 G에 있는 피고인이 사용하는 농막(컨테이너)에 가서 녹음내용을 확인하다가 피해자와 E이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듣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주로 E이 피해자에게 'A(피고인)의 통장이나 카드를 살려야 둘이 쓸 수 있다. A에게 돈 달라고 해, 돈도 못 버는 게 무슨 남자 행세를 해, 휴대폰이 꺼져 있으면 그것부터 치고 들어가, 왜 꺼져 있고 하는지, 어느 년들하고 있는지 등을 따져라, 너는 몸만 오면 돼, 집은 반반씩 나누어 달라고 해, 우리가 지금 차안에서 할 수 있느냐, 모텔에 가야지...'라는 등 피해자와 E이 아직 불륜관계를 지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의 재산까지 탐내고 피고인을 비아냥대는 등의 내용이었다.

피고인은 2019. 5. 15. 11:51경 H 소재 주택 2층 주거지에서, 귀가한 피해자가 위 녹음내용에서 들은 것처럼 E이 시킨 대로 피고인의 비위를 맞추고 피고인과 함께 주방식탁에 앉아 술을 마시다가 아직 E을 만나느냐는 피고인의 물음에 오히려 "요즘 안 만난다구, 왜 자꾸 그래?"라고 불쾌해 하며 집밖으로 나가려 하자, 격분하여 피해자를 나가지 못하게 막아선 후 양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싱크대 쪽으로 밀치고, 싱크대를 붙잡고 버티는 피해자의 허벅지 부위를 2-3회 걷어차고 피해자를 재차 밀어서 냉장고 앞 바닥에 넘어뜨리고, 넘어져 있는 피해자의 가슴을 포함한 온몸을 수회 발로 밟고 걷어차고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 등을 주먹으로 수회 때리고, 옆에 있는 골프채(총 길이 97cm 가량의 피칭 웨지)를 집어 들어 피해자의 가슴, 양팔, 다리 등 온몸을 수회 때렸다.

피고인은 자신보다 체격이 훨씬 작은 피해자의 온몸을 골프채, 주먹, 발 등으로 계속 때리는 등 하면 죽을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도 계속하여 옆에 있는 다른 골프채(총 길이 104cm 가량의 4번 아이언)를 집어 들어 피해자의 온몸을 수회 때리고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 뜯고 발과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 등, 가슴 등 온몸을 걷어차거나 짓밟는 등 하고 양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

이후, 피고인은 몸을 가눌 수 없어 안방으로 기어들어가는 피해자의 엉덩이를 위 4번 아이언으로 2~3회 가량 때린 후 고통으로 신음소리를 내는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침대 위에 방치해 둔 채 주방에 흘린 피나 오물을 닦고 부러진 골프채를 치우는 등 하다가, 같은 날 16:55경 피해자가 건드려도 반응이 없고 호흡도 멎은 상태에서야 비로소 119신고를 하였다.

피해자는 출동한 119구급대원에 의해 I에 있는 J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18:00경 외상에 의한 이차성 쇼크(속발성 쇼크) 및 심장눌림증(심장압전)으로 사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누구든지 법령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처 B의 불륜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전항 기재와 같이 2019. 5. 14. 08:30경 K 앞 노상에 주차되어 있는 당시 B이 자주 운행하던 F 소나타 승용차의 운전석 머리 받침대 안에 소형녹음기를 몰래 넣어두어 위 B과 내연남 E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L, M, E의 각 법정진술

1. N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1. N, E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현장감식결과 보고서, 사망진단서, 부검감정서, 법의학자문회신, 법화학감정서

1. 각 사진

1. 수사보고(피의자 휴대폰, 사건 당일 피해자 통화내역 확인, 피의자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표 등본 첨부, 사건 발생 현장 전경사진 및 내부사진 첨부, 피해자 작성 각서 첨부, 사건당일 피의자와 피해자 귀가시간 등 확인, 119 구급활동일지 첨부, 사 건당일 현장출동 소방관 상대 탐문, 녹음파일 녹취서 첨부) 및 각 첨부서류

1. 각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제3조 제1항 본문(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녹음의 점, 징역형과 자격정지형을 필요적으로 병과)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살인죄에 정한 형에 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 가중)

1. 몰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자해하려는 피해자를 저지하거나 피해자의 팔, 다리 부분을 몇 차례 때렸을 뿐, 피해자를 발로 밟거나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 등을 때린 사실, 골프채로 가슴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뽑은 사실, 양손으로 목을 조른 사실이 없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의 불륜관계를 확인하고 화가 나 상해를 입힐 의도로 피해자의 팔, 다리 부분을 때린 것이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는 없었다.

2. 판단

가. 관련법리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인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로 밟고,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 등을 때린 사실, 골프채로 피해자의 가슴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뽑은 사실, 양손으로 목을 조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살인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해자의 사망 직후 피해자의 사체를 촬영한 사진에 의하면, 피해자 얼굴의 왼쪽 이마 부위 양쪽, 양쪽 관자부위, 눈 부위 가쪽, 눈 아래 부위, 광대 부위, 볼 부위, 오른쪽 턱 끝 부위에 광범위한 멍이 있고, 양쪽 팔 바깥 부위 및 양쪽 허벅지 부위, 양쪽 볼기 부위 아래쪽, 넓적다리 앞 부위와 뒷 부위의 전체, 양쪽 무릎 앞부위, 종아리 부위 및 발등 부위에도 광범위하게 멍이 있다.

피해자의 사망 직후 현장에서 피해자를 검시한 검시관 L이 작성한 변사자조사결과보고에 의하면 '머리 후두부위 부종 촉진, 얼굴에 다수의 멍과 부종, 양쪽 팔과 다리에 광범위한 멍과 중선 출혈 관찰, 다수의 광범위한 베인 상처, 현장상황에 비추어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 원인은 폭행에 의한 출혈 등 다발성 장기손상사로 추정된다'고 기재되어 있고, L은 이 법정에서 "중선출혈이라는 것은 당구채, 골프채 등 두꺼운 막대기로 충격을 가했을 때, 충격 부위 양쪽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하고, 당시 현장에는 부러진 골프채, 깨진 유리창, 뽑힌 머리카락과 다량의 출혈량이 관찰되었다"고 진술하였다.

② 피해자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M은, '팔다리 부위에서 광범위한 피하출혈, 근육간출혈, 근육내출혈 및 동반된 피하조직과 근육의 좌멸이 보이고, 그 밖에 얼굴, 머리, 가슴, 배 부위 등 신체 여러 부위에서 여러 개의 멍, 선상 표피박탈 또는 표재성 자절창, 피하출혈, 근육내출혈 등 동반된 손상이 보이며, 허파와 콩팥의 조직검사상 전신성 지방색전증의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고, 미약한 시반과 눈꺼풀결 막과 내부 장기의 실질이 창백한 것이 보이므로, 외상으로 인하여 순환혈액량이 감소되어 속발성 쇼크로 사망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속발성 쇼크란 비교적 광범위한 멍에 의하여 일어나는 쇼크로서, 주 원인은 순환혈액량의 감소이다. 연조직의 멍이 표재성이라 하더라도 다발성으로 광범위하면 순환혈액량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충분히 감소될 수 있다. 심장 파열은 몸통의 가쪽과 뒤쪽에서 멍, 피하출혈, 근육내출혈이 보이고, 양쪽 여러 갈비뼈의 골절이 뒤쪽이나 가쪽에도 형성되어 있는 등 심폐소생술 외에 몸통 부위에 다른 인위적인 외력이 작용한 근거가 보인다. 이는 외력에 의한 손상과 심폐소생술로 인한 손상이 중첩되어 있을 가능성이 고려되나, 이들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팔다리 부위에서 보이는 여러 개의 중선출혈은 폭이 좁고 긴 물건에 의해 발생 가능한 손상으로 수사 기록에서 제시된 골프채에 의한 손상의 형태에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부검감정하였다.

③ 또한 M은 위와 같은 부검결과에 대하여 이 법정에서 "두부 및 얼굴 부분에 전반적으로 광범위한 멍이 발견되었는바 이는 외력에 의한 손상으로 보이고, 오른쪽 손 등 부위 자창은 자해흔으로 보기 어렵다. 심폐소생술 외에 몸통 부위에 다른 인위적인 외력이 작용한 근거가 보인다고 한 것은 흉부를 압박하는 외력, 즉 발로 밟는 것으로도 가능하고, 심폐소생술로 인한 손상과 외력으로 인한 손상이 모두 중첩되어 있다. 속발성 쇼크는 쉽게 말해서 아주 심한 멍이 많이 생길 정도의 외력이 가해진 것이므로, 사망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로 반복적인 폭행이나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에서 발견된다. 이 사건의 경우 겨드랑이 흉부쪽에 외부 충력으로 인한 증상 및 갈비뼈 골절이 있었으므로 단순히 심폐소생술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머리카락이 아무런 이유 없이 원형탈모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빠져있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④ 법의학 교수인 O는 부검감정에 대한 자문회신으로, '망인의 머리 앞쪽 이마와 관자, 마루 부위에는 넓은 부위의 두피하 출혈이 확인되는바, 이는 국소적인 범위가 여러개가 겹친 양태여서 넘어져서 새긴 기전과 달리 주먹 등의 직접적인 가격에 의한 손상이라고 판단된다. 망인의 목 부위 손상을 확인하면 아래턱의 가운데 바로 아래 부위부터 오른쪽 목 부위까지 반달모양의 표피박탈을 동반한 피하출혈이 확인되며, 해부 소견의 사진에서 오른쪽 경돌설근, 견갑설골근 등 심부 근육 내에 출혈이 관찰되는바, 이는 손으로 목을 압박하는 경우 생기는 것이므로 피해자에게서 목을 손으로 압박하는 액경의 기전이 작용하였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전선으로 스스로 목을 감았다고 하나 피해자의 목에서는 이에 합당한 끈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아 전선으로 감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갈비뼈 골절의 양상을 보면, 왼쪽 앞쪽의 제2-7번째 갈비뼈 골절, 왼쪽 가측의 제9-10번째 갈비뼈 골절, 오른쪽 신체 후면의 제1번 갈비뼈 골절, 오른쪽 가측 제3-6번 및 제9번 갈비뼈 골절이 확인되는바, 앞쪽의 골절은 심폐소생술과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나, 가측과 후면부 갈비뼈 골절은 오른쪽 가슴보형물의 가측 파열과 함께 고려한다면 가슴의 직접적인 둔체의 압박 또는 가격에 의한 골절일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추단한다. 망인의 가슴 내 심장의 오른심방과 오른심실의 파열은 심폐소생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가슴에서 보이는 갈비뼈 골절과 손상 등을 고려하면 폭력에 의한 충격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손상을 보면, 피해자의 팔과 다리만을 가격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과는 달리 체격 차이가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과도한 폭력이 행사된 것으로 보이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혔다.

⑤ 위와 같은 피해자의 사망 직후 상태, 현장조사결과보고, 부검감정결과, 법의학 소견, 팔다리의 바깥 쪽에 보이는 멍 자국이 특히 광범위하고 진한 점, 통상적으로 자해를 하는 경우의 상처는 팔다리의 바깥쪽보다는 안쪽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점, 현장에서 발견된 헤드가 분리되어 부러진 골프채, 이 사건 범행 당시 골프채로 피해자를 때렸음을 인정하는 피고인의 진술(다만, 피고인은 골프채의 헤드 부분을 잡고 손잡이 부위로 때렸다고 주장하나, 그와 같이 때려서는 골프채가 두 개나 헤드 부분이 부러져 분리된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의 자해를 저지하는 정도의 폭행만을 하였다는 피고인의 의견과는 달리,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통을 발로 밟고,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 등을 강하게 가격하였으며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뽑았을 뿐만 아니라, 골프채로 피해자의 몸통 부위를 때리고 양손으로 목을 졸라, 피해자의 전신에서 피하출혈이 발생하여 결국 내부순환 혈액량의 감소에 따른 속발성 쇼크를 일으킬 정도로 피해자의 온몸을 상당한 강도로 반복적으로 폭행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⑥ 앞서 본 피해자의 멍자국 및 상처부위, 이에 대한 부검감정 및 법의학소견,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이후 몇 시간 동안 피해자를 방치하다가 119에 신고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주먹과 발, 골프채로 상당히 강하게 폭행하고 목을 조르기도 하여 생명에 위협을 느낀 피해자가 물리력을 동원하여 이를 방어하였음에도 결국 풀려나거나 피하지 못하여 실신상태에 이르렀다가 결국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였고, 그 직후 상당 시간동안 피해자를 방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얼굴과 머리 부분은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와 곧바로 연결되어 있고, 몸통 부분은 심장 등과 같은 중요 기관이 밀집되어 있는바, 키 179cm, 몸무게 85kg으로 건장한 체격의 남성인 피고인이 키 157cm에 몸무게 60kg의 자신보다 훨씬 체격이 작은 피해자의 온몸을 여러 차례 주먹이나 발, 골프채로 강하게 가격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음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당시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

⑦ 피고인은 피해자의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외도에도 불구하고 이를 용서하고 살아오던 중, 2019. 4. 9.경 피해자의 내연남을 자칭하는 E으로부터 피해자가 자신 말고도 다른 남성과도 외도를 하는 것 같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고, 피해자의 외도를 의심하여 증거를 수집하던 중 이 사건 범행 당일 오전경 피해자와 E가 피고인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피고인의 판공비 카드를 현금화할 방안을 모의하고, 대화 후 두 사람이 성관계를 하러 가려는 대화내용을 녹음하여 듣게 되었고, 이에 격분하여 그 직후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당장 만나자고 하여 피고인의 집으로 피해자를 오게 하였다. 평소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큰 갈등은 없었다는 딸인 P의 법정진술과는 달리 당시 피고인은 반복되는 피해자의 외도에 크게 화나고 흥분한 상태였고, 결국 이 사건 범행 당시 외도를 추궁하는 피고인에게 역정을 내며 자리를 이탈하려는 피해자의 태도에 격분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피고인이 순간적으로나마 그 화를 참지 못하고 피해자를 살해하기에 이를 만한 동기로 작용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5년 ~ 40년 및 자격정지 1년 ~ 10년

2.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살인)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2유형] 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잔혹한 범행수법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5년 ~ 무기이상

나. 제2범죄(미설정범죄)

다.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 징역 15년 이상(양형기준 미설정 범죄와의 경합범)

라.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 징역 15년 ~ 40년(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상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과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사람의 생명은 국가나 사회가 보호하여야 할 최상의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어서, 소중하고 존엄한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간 피고인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특히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처의 불륜사실을 추궁하던 중 화가 나 장시간에 걸쳐 그녀의 온몸을 골프채와 발, 주먹 등을 이용하여 무차별적으로 가격하여 살해한 것인바, 위 살인 범행의 수법이 매우 잔혹하여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겪으며 죽음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배우자 살해행위는 가족간의 애정과 윤리를 근본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자녀들에게도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남기게 되므로 그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피고인은 여러 차례에 걸친 피해자의 외도를 용서하고 살다가, 범행 전날 피해자와 내연남이 피고인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피고인의 통장이나 카드를 받아와서 둘이 쓰자는 등의 대화를 나눈 것을 녹음한 후, 범행 당일 이를 듣고 격분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는바,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및 경위에 있어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력이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의 가족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족관계,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경위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임해지

판사 김수홍

판사 박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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