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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법원 2022.1.14. 선고 2021노80 판결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2021노80 업무상과실치사

피고인

1. A (59-1), 광업소장(B 주식회사)

2. C (62-1), 관리이사(B 주식회사)

항소인

쌍방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21. 1. 26. 선고 2020고단134 판결

판결선고

2022. 1. 1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각 벌금 700만 원)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들(사실오인)

사고 장소에서 피해자가 취한 행동이 통상적인 사람이 취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음에도 사고 장소에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주의의무 위반 및 예견가능성을 인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은 강원 영월군 에 사업장을 두고 석회석 광업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B 주식회사의 전무이사이자 위 회사에서 운영하는 ○○광업소의 광업소장으로서 광산안 전법 상의 안전관리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광업대리인이고, 피고인 C은 B 주식회사의 관리이사이자 위 ○○광업소의 갱내 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광산 안전관리 직원이다.

피고인들은 B 주식회사 ○○광업소가 2000. 6․경부터 보유하여 오고 있는 강원 영월군 에 있는 석회석 광산(이하 '이 사건 광산'이라 한다)을 관리하는 안전관리책임자들이다.

이 사건 광산은 2013.경 이후로 채굴인가만 받은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채굴을 하지 않게 되어 상주하는 직원 없이 사실상 방치되어 있었던 반면, 이 사건 광산의 출입도로와 일반 도로가 연결되어 있는 관계로 사람들이 언제든지 이 사건 광산에 출입할 가능성이 있고 갱도 내에 깊이 약 30m의 수직 갱이 있어 그로 인한 추락사고의 위험성도 있었으므로, 피고인들에게는 이 사건 광산의 출입도로와 갱도 입구에 위험성을 경고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표지판, 바리케이드 등의 시설을 설치 및 관리하고 갱도 내의 수직 갱 근처에도 사람들의 진입을 차단하고 추락을 방지하는 표지판, 그물 망 등의 시설을 설치 및 관리하여 추락사고 등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로 피해자 D이 2019. 11. 30. 10:20경 임산물을 채취할 목적으로 이 사건 광산에 출입하여 갱도 내를 걷다가 수직 갱 아래로 추락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그 자리에서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이를 종합하여 이 사건 광산의 안전관리책임자들인 피고인들에게는 갱도 출입구에 표지판 내지 바리케이드 등을 설치하여 일반인의 갱도 진입을 통제하고 수직 갱 근처에도 적절한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으로 추락 사고를 방지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다음, 피고인들이 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된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법리

피고인들에게 업무상과실이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예견하지 못하였는지, 그리고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지 못하였는지가 검토되어야 하고,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통상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까지 예견하고 대비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2) 구체적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이 사건 광산은 석회석 광산으로 이 사건 당시에는 채굴이 중단된 상태였고, 현장에 상주하는 관리자도 없었으며, 피고인들이 이 사건 광산의 안전관리책임을 맡고 있었다.

② 이 사건 광산의 출입도로는 일반도로(지방도: □□로)와 연결되어 있어 일반인들의 접근이 가능하나, 피고인들은 이 사건 당시 그 출입도로 입구에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취지의 표지판 등을 설치하지는 않았다.

③ 이 사건 광산 출입도로는 시멘트 포장이 된 길로 차량 통행이 가능하며,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가면 그 끝에는 야적장이 있고, 야적장의 왼쪽은 막다른 절벽이며, 야적장의 오른쪽에는 이 사건 광산의 갱 내로 출입할 수 있는 비포장도로가 있다.

④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그 끝에는 갱도 입구가 있고, 갱도 입구를 통해 들어가 약 40m를 전진하면 갱도가 둘로 나누어지며, 그 오른쪽 갱도로 전진하면 이 사건 사고지점인 깊이 30m 가량의 방대한 규모의 수직 갱이 있고, 갱도 입구에서 수직 갱까지의 거리는 약 100m 가량이다. 한편 갱도 입구에서 수직 갱 근처까지 진행하는 과정에서, 갱도가 둘로 나뉘어지는 지점에서 갱도 입구 쪽을 바라보면 입구 쪽의 빛을 볼 수 있으나, 수직 갱 쪽을 바라보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갱도 내에 별다른 조명 장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갱도의 바닥은 비교적 편평한 편이기는 하나, 석회석 돌멩이들이 있고, 구덩이가 파인 곳도 있다.

⑤ 피고인들은 비포장도로 입구나 갱도 입구, 수직 갱 근처에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취지의 표지판이나 바리케이트,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그물망 등의 시설을 설치하지는 않았다.

⑥ 한편, 피고인들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가 사망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이 사건 광산 출입도로 입구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기재된 입간판과 차량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쇠사슬을 설치하였고, 갱도 입구에 '위험 출입금지'라고 기재된 입간판을 설치하였다.

(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광산의 출입도로와 일반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안전관리책임자들인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광산에 일반인들이 출입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할 일반적인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수직갱도 내에 추락하여 사망하는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예견하지 못하였다거나,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갱도 입구에 표지판, 바리케이드 등의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수직 갱 근처 사람들의 진입을 차단하고 추락을 방지하는 표지판, 그물망 등의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광산은 일반도로와 연접한 출입도로를 통해 야적장까지 오르막길을 올라온 후 야적장에서 다시 오른쪽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서 갱도 입구에 도달할 수 있는데, 출입을 제한하는 표지판 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로서는 도로와 야적장의 모습, 광산 갱과 갱도 등을 통해 그곳이 광산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일반인의 상식적 관점에서 광산이라는 특수한 곳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당시 피해자와 동행하였던 E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와 E는 임산물을 채취하기 위하여 이 사건 광산 옆 산을 거쳐 위 광산에 이르렀고, 피해자가 약 1~2년 전 이 사건 광산 갱도에 와본 적이 있다면서 위 갱도를 통과하면 산의 왼쪽 능선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하여, 피해자가 앞장을 서고 E가 그 뒤를 따라갔는데, E가 너무 어두워서 휴대전화 플래쉬를 켜려고 하는 순간 앞서 가던 피해자가 추락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플래쉬를 켜고 피해자가 갔던 쪽으로 가니까 직각으로 꺾인 낭떠러지가 보였다는 것이다(피해자는 휴대전화 플래쉬 등 별도의 조명 장치 없이 진행한 것이다).

○ 그런데 이 사건 갱도는 채석이 중단된 지 20년 가량 된 상태였고, 피해자는 이 사건 이전에도 갱도를 방문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가 어떠한 경위로 이 사건 갱도를 통해 산 반대편으로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피고인들이 이 사건 광산 출입도로와 이 사건 갱도의 입구 등에 출입을 제한하는 표지판 등을 설치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갱도를 통과하려는 계획을 변경하거나 중단함으로써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을지 의문스럽다.

○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갱도 내에는 아무런 조명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갱도 입구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인 수직 갱까지는 100m 가량 들어가야 하는데, 갱도 입구에서 약 40m 가량 떨어진 갱도가 둘로 나누어지는 부분에서 수직갱 쪽을 바라보면 대낮에도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의 암흑 상태가 되고, 그러한 암흑 속을 약 60m 가량 더 전진해야 비로소 이 사건 사고지점인 깊이 약 30m의 수직갱에 다다르며, 갱도 입구의 빛에 의존해서 수직 갱까지 갈 수는 없다. 또한 갱도의 바닥은 석회석 돌멩이나 구덩이가 있는 등 편평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하기는 어려우며 암흑 상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 보통의 주의력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이라면 이러한 갱도에 들어가는 경우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으며, 누군가가 조명도 없이 들어가면 갈수록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 암흑 상태가 계속 됨에도 갱도 입구에서 이 사건 사고지점까지 100m 가량을 걸어 들어간다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처사라 할 것이다. E도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갱도로 먼저 들어가고 자신도 바로 뒤따라 들어갔는데, 가다가 굴 앞쪽이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피해자에게 그곳이 막힌 것 같으니 더 이상 가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전에 와 보았는데, 나가는 길이 있다며 앞장서서 계속 가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 물론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유일하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과실이 개재된 때에도 그것이 통상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지만(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6206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광산 및 갱도의 현장 상황, 수직 갱의 위치, 사고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일반인의 평균적인 관점에서 피고인들에 대하여 피해자가 시야 확보를 위한 아무런 조치 없이 암흑 속에서 노면도 고르지 않은 갱도를 100m 가량 걸어 들어가 수직 갱으로 추락하는 비전형적인 사고의 가능성까지 예견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 소결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이 다른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쓰는 판결]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2의 가항 기재와 같은 바, 이는 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청미

판사 홍유정

판사 이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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