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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1.26. 선고 2017노3941 판결
현존건조물방화예비, 특수주거침입
사건

2017노3941 현존건조물방화예비, 특수주거침입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신준호(기소), 심형석(공판)

변호인

변호사 G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29. 선고 2016고단6905 판결

판결선고

2018. 1. 2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개월에 처한다.

압수된 증 제1, 2호를 각 몰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현존건조물방화예비죄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겁을 주기 위하여 피해자를 찾아가 휘발유가 든 음료수병을 열었다가 이를 제지하는 피해자와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휘발유가 피해자의 집 거실바닥 등에 뿌려진 것이었을 뿐 피해자의 집에 불을 지르려고 하였던 것은 아니다. 피해자도 경찰에서 이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현존건조물방화의 범의와 목적이 있었음을 전제로 피해자의 진술과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사실을 인정하고 현존건조물방화예비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 형이 너무 무겁다.

2. 직권판단

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원심법원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여 징역 1년을 선고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7. 7. 19. 원심판결에 대하여 상소권회복청구를 하면서 재판기일을 통보받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재판을 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③ 이에 법원은 2017. 9. 21.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 내에 항소하지 못한 것으로 인정하여 상소권회복결정(2017초기2130)을 하였다.

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원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하지 못한 데 귀책사유가 없어 특례법상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이 법원은 새로 소송절차를 진행하여 심리하였다.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다음에서 살펴본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당심에서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사건 당일 실시된 참고인 조사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이 집에 들어와 다짜고짜 왜 거짓말 하느냐고 따졌다. 피고인에게 집으로 들어와 얘기하자고 하였는데, 피고인이 소파에 앉더니 "어차피 나는 죽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하면서 가방 지퍼를 열고 음료수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직감적으로 휘발유라 생각하여 음료수병을 잡았고, 피고인과 함께 그 병을 잡은 채 몸싸움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휘발유가 거실 여기저기에 뿌려졌다. 그러던 중 내가 병을 빼앗았고, 반병쯤 남은 휘발유를 하수도에 버렸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이 불을 붙이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서로 몸싸움 하는 과정에서 휘발유 반 정도가 거실에 뿌려졌다. 피고인이 얼마든지 불을 지를 수 있었는데, 진짜로 불을 지르지는 않았다. 피고인 주머니에서 일회용 라이터가 5개 나왔다.'고 답하였다.

② 피해자는 당심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먼저 휘발유를 뿌리는 것을 보고 말렸다. 피고인이 들어올 때부터 라이터 5개를 꺼내 보여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경찰에서의 진술 내용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였다. 피해자는 알츠하이머형의 노년성 치매를 앓고 있다는 취지의 진단서를 이 법원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③ 피고인은 경찰에서 조사받으면서 '피해자가 보는 앞에서 죽을 결심을 하고 휘발유를 음료수병에 옮겨 담고, 안 커질 것을 대비해서 일회용 라이터 2개를 챙겨 피해자의 집으로 갔다. 피해자에게 거짓말한다고 따지자 피해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고, 화가 나서 "내 죽는 꼴 봐야겠어"라고 하면서 휘발유를 꺼내 뚜껑 열고 내 몸에 부으려고 하였다. 피해자가 달려들어 몸싸움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모두 휘발유를 뒤 집어쓰게 되었다.'고 진술하였고, 배낭에 있던 휘발유를 꺼내어 무엇을 하려고 했냐는 경찰의 질문에 '피해자가 계속 거짓말하는 것에 화가 나 피해자가 보는 앞에서 죽어버릴 생각이었다. 휘발유를 내 몸에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고 했는데, 휘발유를 꺼내자마자 피해자와 가족들이 달려들어 생각대로 하지 못하였다.'고 답하였다. 이어서 '나는 피해자 집에 불 지르려고 찾아간 것이 아니다. 내가 죽으려고 했던 것이다. 내 몸에 휘발유를 뿌렸다면 불을 붙였을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나. 위 인정사실에다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 피해자에 대한 경찰 조사가 사건 당일 오후(15:50 경부터 17:30경까지)에 이루어진 것에 비추어 피해자가 사건으로 인한 당혹감이 다소 누그러진 상태에서 생생한 기억에 따라 침착하게 진술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 피해자의 경찰 진술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의 행위 태양이 피고인의 진술과도 대체로 일치하는 점, ㉢ 피해자의 진술 태도와 인지능력 등에 비추어 당심에서의 법정 진술이 경찰에서의 진술에 비하여 우월하게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 2.항 기재와 같이 휘발유가 든 음료수병을 꺼내어 뚜껑을 열고 휘발유 900cc가량을 자신의 몸과 거실바닥 등에 뿌린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휘발유가 든 음료수병을 꺼내어 뚜껑을 열었고, 피해자가 이를 제지하면서 피고인과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휘발유가 피고인 자신의 몸과 거실바닥 등에 뿌려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부분 사실 인정을 다투는 피고인의 주장은 일부 이유 있다.

3) 나아가 피고인에게 방화의 범의와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에 불을 지를 생각은 없었다고 변명하나, 피고인의 경찰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스스로 자기 몸에 불을 지를 생각은 하고 있었다는 것인 점, ② 피고인이 불이 켜지지 않을 것을 대비하여 라이터를 2개 준비하였다고 진술하였고(이는 압수된 라이터 개수와 맞지 않다), 실제로 피고인으로부터 압수된 라이터는 5개였는바, 피고인이 이와 같이 라이터를 여러 개 소지한 이유는 자신의 몸에 확실하게 불을 붙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근거가 되는 점, ③ 피고인은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면서 휘발유가 든 음료수병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피고인이 굳이 불을 지를 생각이 없었다면 그와 같이 반항할 이유가 없었던 점, ④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는 경우 그로 인하여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있는 집에 불이 날 수 있음을 당연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방화의 목적과 고의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 부분 현존건조물방화예비죄의 범의와 목적을 다투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에는 직권파기사유가 있는 한편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이 일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 판시 범죄사실 2항

넷째 줄 '뚜껑을 열고 휘발유 900cc(씨씨) 가량을 자신의 몸과 거실바닥 등에 뿌리다가 이를 제지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의해 음료수병을 빼앗기는 바람에'를 '뚜껑을 열었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달려들어 음료수병을 빼앗으면서 제지하는 바람에 휘발유 900cc(씨씨)가 자신의 몸과 거실바닥 등에 뿌려진 채로'로 변경하고1), 증거의 요지에 '1. 피고인의 당심에서의 일부 법정진술, 1. C의 당심에서의 일부 법정진술'을 추가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175조, 제164조 제1항(현존건조물방화예비의 점), 형법 제320조, 제319조 제1항(특수주거침입의 점)

1. 경합범가중

1. 몰수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아니하고,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궁극적으로 용서받지 못한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요소이다.

피해자가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에 대해 선처해 달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피고인이 20년 전 변호사법위반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외에 다른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요소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제반 양형 조건을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우철

판사송민경

판사박지영

주석

1)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고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불이익을 주지 아니하므로 공소장변경 없이 위와 같이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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