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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4다41194 판결
[예금등][미간행]
판시사항

[1] 금융기관이 예금주가 아닌 자나 예금통장을 소지하지 아니한 자에게 예금을 지급하는 경우, 그 예금지급이 유효하기 위하여 증명하여야 할 사항 및 예금명의자도 아니고 예금통장도 소지하지 않은 예금행위자에 불과한 자가 예금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2] 은행이 예금주가 아니면서 예금통장도 소지하지 아니한 자에게 예금청구서만에 의하여 예금을 인출하여 준 경우, 은행의 선의·무과실로 이루어진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 볼 수 없고, 그 선의·무과실에 대한 증명책임도 예금주가 아닌 은행에게 있다고 한 사례

[3] 은행이 피씨(PC)뱅킹 서비스의 신청을 받아 이를 등록하는 경우에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과 정도

[4] 피씨(PC)뱅킹의 방법으로 이루어진 예금 인출이 그 서비스의 등록과정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예금의 정당한 변제라거나 예금주로부터 정당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에 대한 적법한 변제라고 보기 어렵고, 은행의 과실 없이 이루어진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라고도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5] 예금계약의 성립요건

원고, 상고인

파산자 주식회사 장항상호신용금고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빛 담당변호사 황대현)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송진훈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제1, 2 예금에 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주식회사 장항상호신용금고(이하 ‘장항금고’라고만 한다)의 상무인 소외 1은 2000. 1. 26. 피고은행 광주 화정동 지점(이하 ‘화정동 지점’이라고 한다)에 장항금고 명의로 프라임기업금전신탁계좌(계좌번호 : 970-37-000426, 만기 2001. 7. 26., 이하 ‘제1예금’이라고 한다)를 개설하고 750,000,000원을, 같은 날 위 지점에 프라임기업금전신탁계좌(계좌번호 : 970-37-000435, 만기 2001. 7. 26., 이하 ‘제2예금’이라고 한다)를 개설하고 250,000,000원을 각 예치한 사실, 그 후 위 각 예금통장에 날인된 것과 동일한 장항금고의 거래인감이 날인되고 비밀번호가 일치하는 예금청구서에 의하여 2000. 1. 27. 제1예금계좌에서 745,000,000원이, 2000. 2. 12. 제2예금계좌에서 245,000,000원이 각 출금된 사실, 제1예금계좌에서 인출된 745,000,000원 중 690,000,000원과 제2예금계좌에서 인출된 245,000,000원이 인출된 같은 날 피고은행 군산지점에 개설되어 있던 장항금고 명의의 보통예금계좌(계좌번호 : 703-01-114386, 이하 ‘군산지점계좌’라고 한다)로 각 송금된 사실, 그에 따라 제1예금계좌의 경우 최종거래일인 2000. 1. 27. 현재 5,020,410원(원금 5,000,000원 + 이자 20,410원)이, 제2예금계좌의 경우 최종거래일인 2000. 2. 12. 현재 5,114,056원(원금 5,000,000원 + 이자 114,056원)이 남아있게 된 사실, 한편 군산지점계좌에 입금된 돈은 장항금고나 장항금고의 위임을 받은 피고 은행의 화정동 지점장인 소외 2가 적법하게 인출하여 장항금고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장항금고와 피고 사이의 제1, 2예금에 관한 예금계약은 적법하게 성립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 각 예금의 원금과 이자를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인데, 통장의 거래인감 및 비밀번호와 일치하는 예금청구서에 의하여 예금이 인출된 이상 제3자가 거래인감 등을 도용하여 예금을 인출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정당한 권리자에 의한 예금인출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전제한 후, 소외 2가 거래인감과 인장을 도용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반면, 오히려 군산지점계좌에 입금된 돈은 모두 장항금고나 장항금고의 위임을 받은 소외 2가 인출하여 장항금고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판단되므로, 원고의 청구는 제1예금계좌의 잔고 5,020,410원과 제2예금계좌의 잔고 5,114,056원의 범위 내에서만 이유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예금의 지급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예금통장과 인감이 날인되고 비밀번호가 기재된 예금청구서를 은행에 제출하여야 하며, 금융기관은 예금청구서에 날인된 인장과 통장에 날인된 인장이 동일하고, 비밀번호가 같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예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한편 금융기관이 예금주가 아닌 자나 예금통장을 소지하지 아니한 자에게 예금을 지급하는 경우, 그 예금지급이 유효하게 되기 위하여는 위와 같이 예금지급을 청구한 자가 예금주로부터 정당한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점을 입증하거나, 정당한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인데, 예금명의자도 아니고 예금통장도 소지하지 않은 예금행위자에 불과한 자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극히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예금채권을 준점유하는 자에 해당될 수가 없다 (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다38992 판결 참조).

(2)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제1, 2예금이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에게 반환되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제1, 2예금의 반환은 예금청구서만에 의하여 행하여 졌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예금의 반환이 적법한 것으로 되기 위하여는 위 예금의 청구자가 예금주인 장항금고라거나 장항금고로부터 정당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라는 점을 피고가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소외 2는 2000. 1. 27. 예금통장 없이 이 사건 제1, 2예금을 화정동 지점에서 예금청구서만으로 인출하여 군산지점계좌로 이체한 사실, 위 소외 2는 위와 같이 군산지점계좌로 이체하면서 같은 날 위 소외 1에게 전화를 걸어, 위 군산지점계좌에 자신의 돈 690,000,000원을 입금하겠으니 장항금고에 개설되어 있는 자신의 동생인 소외 3 명의의 계좌로 위 돈을 입금하여 달라고 부탁한 사실, 위 소외 1은 같은 날 위 군산지점계좌에 690,000,000원이 입금된 사실만 확인하고 누구의 명의로 송금이 되었는지는 확인하지 아니한 채 위 군산지점계좌에 입금된 돈이 아닌 장항금고 소유의 다른 계좌에서 인출한 돈 690,000,000원을 장항금고에 개설된 위 소외 3의 보통예금계좌(계좌번호 : 10-11-96-05074-0)에 입금한 사실, 위 소외 2는 2000. 2. 12. 위 소외 1에게 위와 같은 방법으로 245,000,000원을 위 소외 3의 위 장항금고 계좌로 입금하여 달라고 부탁하였고, 위 소외 1은 같은 방법으로 장항금고의 돈 245,000,000원을 위 소외 3의 계좌로 입금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거래인감과 비밀번호가 날인된 예금청구서가 제출되었고, 그 예금청구서에 의하여 인출된 예금이 장항금고 명의의 군산지점계좌로 송금된 다음 모두 인출되어 장항금고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된 사실만으로는, 위 소외 2가 예금주인 장항금고로부터 정당한 권한을 위임 받아 예금을 인출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확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와 같이 피고 은행의 지점장인 소외 2가 예금주가 아니면서 예금통장도 소지하지 아니한 채 예금청구서만에 의하여 예금을 인출한 것이라면, 위와 같은 예금의 인출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은행의 선의·무과실로 이루어진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라고 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예금주가 아닌 자가 예금을 인출한 경우라도 통장의 거래인감 및 비밀번호와 일치하는 예금청구서에 의하여 예금이 인출된 이상, 이는 정당한 권리자에 의한 예금인출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고서, 예금주가 아닌 제3자가 거래인감 등을 도용하여 예금을 인출하였다는 등의 사유와 같이 예금을 인출한 자가 예금주로부터 정당한 권한을 위임받지 아니하였다거나 금융기관에게 달리 악의 또는 과실이 있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 대한 입증책임이 예금주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여, 예금주인 원고가 이를 입증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가 장항금고에게 이 사건 제1, 2예금을 적법하게 반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석명권 불행사, 판단누락 등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를 살펴볼 필요 없이, 예금반환에 관한 입증책임 또는 예금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칙과 경험칙 위배의 채증법칙 위반으로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2. 제3, 4예금에 관하여

가.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소외 1은 2000. 3. 29. 화정동 지점에 장항금고 명의로 보통예금계좌(계좌번호 : 970-01-007104, 이하 ‘제3예금’이라고 한다)를 개설하고 500,000,000원을, 2000. 4. 20. 위 지점에 기업자유예금계좌(계좌번호 : 970-03- 001332, 이하 제4예금’이라고 한다)를 개설하고 2,000,000,000원을 각 예치한 사실, 소외 1은 제3, 4예금계좌를 개설하면서 피씨(PC)뱅킹 서비스에 가입하였는데, 피씨(PC)뱅킹 서비스의 이용에 필요한 고객 아이디(ID)나 비밀번호의 설정 등에 관한 일체의 사항을 소외 2에게 위임한 사실, 한편 2000. 3. 31.부터 2000. 4. 17.까지 7회에 걸쳐 제3예금계좌에서 장항금고의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피씨(PC)뱅킹 서비스를 통해 총 500,000,000원이 타인 명의의 다른 금융기관계좌로 이체되어 인출되고, 2000. 4. 22.부터 2000. 5. 9.까지 32회에 걸쳐 제4예금계좌에서 위와 같이 피씨(PC)뱅킹 서비스를 통해 총 1,999,283,296원이 타인 명의의 다른 금융기관계좌로 이체되는 등으로 인출된 사실, 그에 따라 제3예금계좌의 경우 최종거래일인 2000. 4. 17. 현재 이자만 66,162원이, 제4예금계좌의 경우 최종거래일인 2000. 5. 9. 현재 2,079,331원(원금 716,704원 + 이자 1,362,627원)이 남아있게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통상 피씨(PC)뱅킹 서비스의 경우 자금이체를 위해서는 계좌의 통장 비밀번호, 계좌이체 비밀번호, 고객의 패스워드 카드의 비밀번호,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 등 적법한 예금권리자만이 알 수 있는 다수의 비밀번호의 입력이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하면 피씨(PC)뱅킹 서비스에 가입된 예금의 경우 예금자인 피씨(PC)뱅킹 서비스 신청인이 가입당시 설정한 고객 아이디(ID)와 비밀번호가 일치하여 예금이 인출된 이상 제3자가 고객 아이디(ID)와 비밀번호 등을 도용하여 예금을 인출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정당한 청구권자에 의한 예금인출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소외 2가 허락 없이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도용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원고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한 후, 오히려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주식거래와 관련된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한 경우에는 그에 소요되는 자금의 인출 및 사용권한의 위임이나 대리권 수여가 수반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앞서 인정한 위 각 계좌의 개설시기, 예금이 인출되어 사용된 과정, 장항금고의 계좌에 대한 관리상태 등을 종합하면, 당초부터 제3, 4예금계좌에 입금된 예금은 소외 2에게 위임된 주식거래를 위한 자금으로 판단되고 그 예금의 인출 역시 장항금고의 소외 2에 대한 포괄적 위임 내지는 사전 승낙에 의한 적법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피씨(PC)뱅킹 서비스에는 자금이체와 같은 예금액 지급에 관한 것도 포함되어 있는데, 피씨(PC)뱅킹에 의한 자금이체는 기계 또는 전산처리에 의하여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그것이 예금채권에 대한 적법한 변제나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은행에 대하여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금이체시의 사정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행하여진 피씨(PC)뱅킹의 등록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므로 (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20059 판결 참조), 은행으로서는 피씨(PC)뱅킹 신청을 받아 이를 등록함에 있어 거래처가 통장으로 예금을 찾을 때 예금지급을 위하여 요구되는 주의의무{예금거래기본약관에 의하면, 은행은 예금지급청구서 등에 찍힌 인영(또는 서명)을 신고한 인감(또는 서명감)과 주의 깊게 비교·대조하여 틀림없는지와 예금지급청구서 등에 적힌 비밀번호가 신고한 것과 동일한지를 확인하여야 한다}와 동일한 정도로 주의를 기울여 위 업무를 처리하여야 할 것이고, 등록 이후에도 비밀번호 등이 누설되어 예금의 인출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먼저, 피씨(PC)뱅킹 방법에 의한 제3, 4예금의 인출이 정당한 청구권자에 의한 예금인출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와 같은 법리에다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법인이 전자금융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인란에 법인인감을 날인하여야 하고, 대리인에게 위임한 경우에는 위임장과 대리인 신분증을 제시하여야 함에도, 제3, 4예금에 관한 전자금융신청서의 신청인란에는 장항금고의 법인인감이 날인되어 있지 아니하고, 전자금융신청서의 기재도 모두 소외 2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장항금고의 법인등기부등본도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고, 제출된 장항금고의 인감증명서의 발급일도 3개월이나 경과하였으며, 그 인감증명서상의 인감과 신청서에 날인된 인감이 서로 동일하지 아니한 점, ② 피씨(PC)뱅킹 서비스를 등록할 경우에는 금융기관은 신청인에게 피씨(PC)뱅킹에 관한 약관의 존재와 사용을 위하여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에 관하여 그 내용을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소외 2는 제3, 4예금계좌 개설 당시 소외 1에게 피씨(PC)뱅킹 서비스나 그 신청 여부, 사용방법 등에 관하여 사전에 설명하지 아니한 채, 임의로 신청서를 작성하여 피씨(PC)뱅킹 서비스를 등록한 점, ③ 소외 2는 피씨(PC)뱅킹 서비스에 등록할 당시 신청한 아이디(ID)나 비밀번호, 보안카드 등을 장항금고나 소외 1에게 교부하지 아니한 채, 실적을 위하여 가입하였다고 하면서 소외 1로부터 사후승인만을 받았고, 서비스 등록 이후에도 보안카드 등을 소외 1에게 교부하지 아니한 점, ④ 장항금고나 소외 1은 예치하는 금원에 대한 이율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그 예금의 종류나 피씨(PC)뱅킹 등록 여부는 관심이 없었고, 한번도 피씨(PC)뱅킹의 방법으로 이체한 적이 없는 점, ⑤ 제3, 4예금계좌에 입금된 후 이틀만에 피씨(PC)뱅킹의 방법으로 자금이체가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소외 2는 장항금고나 소외 1의 승낙을 받기 전에 이미 피씨(PC)뱅킹 방법으로 자금이체를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⑥ 장항금고나 소외 1은 소외 2에게 주식거래를 위임하려면 증권회사에 계좌를 개설하여 손쉽게 할 수 있음에도, 예금을 한 후 이를 인출하여 그 자금으로 주식거래를 하도록 승낙할 이유도 없다고 보이고, 예금한 돈을 인출하여 주식거래 자금으로 사용하게 할 특별한 이유도 발견되지 아니하는 점, ⑦ 제3, 4예금에서 인출된 돈은 소외 2가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각 주식거래 계좌로 입금되어 대부분 주식거래 자금으로 사용되었고, 위 주식거래로 인하여 장항금고나 소외 1이 이득을 취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⑧ 피고는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소외 1 등이 피씨(PC)뱅킹을 잘 몰랐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하나, 그 당시만 하더라도 피씨(PC)뱅킹이 보편화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외 1로서는 소외 2가 이를 이용하여 인출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다고 하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소외 1의 주장이 납득이 될 수도 있는 점, ⑨ 피씨(PC)뱅킹의 등록과정 등에 비추어 장항금고나 소외 1이 피씨(PC)뱅킹 등록을 사후 승낙했다는 점만으로는 소외 2에게 예금인출 및 주식거래 자금으로 사용할 것을 허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봄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소외 2가 소외 1로부터 피씨(PC)뱅킹 서비스 등록에 관한 사후 승낙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예금주도 아닌 소외 2의 신청에 의하여 피씨(PC)뱅킹 서비스가 등록되었는 데다가, 등록 당시 예금주인 장항금고의 위임 여부도 확인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예금주에게 피씨(PC)뱅킹에 관한 약관의 존재나 사용을 위하여 꼭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도 아니한 채 예금주가 아닌 소외 2로 하여금 예금주 아이디(ID)나 비밀번호를 등록하게 함과 동시에 보안카드도 보관하게 하면서 소외 2가 피씨(PC)뱅킹의 방법으로 예금을 인출한 이상, 이를 두고 예금의 정당한 변제라거나 예금주로부터 정당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에게 대한 적법한 변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원심이 장항금고나 소외 1이 소외 2에게 예금인출 권한을 수여하였다는 점에 부합한다고 본 증거들을 살펴보면, 위 각 증거들은 모두 인감신고서, 주식거래에 관한 진술조서, 보통예금계좌조회표, 보통예금청구서, 입금전표, 예금거래신청서류 및 전자금융신청서류, 계좌거래내역, 통장표지, 주식거래 미수대금에 관한 판결문 등으로서, 위 증거들만으로는 제3, 4예금계좌에 입금된 예금이 소외 2에게 위임된 주식거래를 위한 자금이고, 그 예금의 인출 역시 장항금고의 소외 2에 대한 포괄적 위임 내지는 사전 승낙에 의한 적법한 것이라는 원심판단도 수긍하기 어렵다.

(3) 다음으로 위와 같은 예금의 인출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면,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항, 즉 피씨(PC)뱅킹 제도의 특징에 비추어 피씨(PC)뱅킹 서비스 등록은 본인 확인 절차를 엄격히 거쳐야 함에도 예금주인 장항금고로부터 사전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피고 은행의 지점장인 소외 2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등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용방법 등 고객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에 대한 설명도 없이, 비밀번호나 보안카드 등을 고객에게 교부하지 아니하였고, 나아가 위 소외 2는 그가 소지하고 있던 보안카드 등을 이용하여 제3, 4예금을 인출한 점을 고려하면, 소외 2에 의하여 이루어진 위와 같은 제3, 4예금의 인출은 피고 은행의 과실 없이 이루어진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라고도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이와 달리 피씨(PC)뱅킹의 방법으로 적법한 예금의 반환이 있다고 판단한 후 소외 2에 의한 부당한 인출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석명권 불행사, 판단누락 등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를 살펴볼 필요 없이, 피씨(PC)뱅킹에 의한 예금의 적법한 반환 또는 예금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칙과 경험칙 위배의 채증법칙 위반으로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3. 제5, 6 예금에 관하여

가.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를 종합하여, 소외 1이 2000. 7. 6. 장항금고의 군산지점계좌에서 1,247,000,000원을 자기앞수표로 인출하고, 같은 날 이와는 별도로 300,000,000원을 소외 3의 장항금고 보통예금계좌(계좌번호 : 10-11-96-05074-0)에 입금한 사실, 2000. 9. 23. 위 군산지점계좌에서 2,000,000,000원이 명의인 불명의 다른 계좌로 이체된 사실, 원고 주장 일시에 소외 2가 1,500,000,000원이 입금된 것으로 기재된 기업자유예금통장(계좌번호 : 970-03-001448, 이하 ‘제5예금’이라고 한다)과 2,000, 000,000원이 입금된 것으로 기재된 기업자유예금통장(계좌번호 : 970-03-001638, 이하 ‘제6예금’이라고 한다)을 피고 은행의 통장용지에 자신의 컴퓨터를 사용하여 임의로 작성하여 소외 1에게 교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주식거래와 관련하여 금전거래가 있었음은 인정되나, 예금계약이 성립되었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들은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반면, 오히려 2000. 7. 6. 군산지점에서 인출된 수표의 액수와 소외 3의 통장에 입금된 액수의 합계가 통장에 기재된 1,500,000,000원과는 차이가 큰 점, 금고의 여유자금을 예금하면서 제3자의 통장으로 입금하는 것은 이례적인 점, 원고의 주장과는 달리 2000. 9. 23. 인출된 2,000,000,000원은 자기앞수표로 출금된 것이 아니라 명의인 불명의 다른 계좌로 이체된 것으로 보이는 점, 제5, 6예금에 대하여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은행거래신청서가 작성된 바도 없고, 법인의 예금계좌 개설시 징구되는 대표이사의 인감증명이나 사업자등록증이 제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예금계약이 정당하게 성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가사 원고 주장의 각 금원 중 일부 금원이 소외 2에게 전달된 바가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이는 피고은행과는 무관한 소외 1과 소외 2간의, 혹은 장항금고와 소외 2간의 개인적인 금전거래 내지는 주식거래자금의 수수라고 판단되므로 위 각 예금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사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예금계약은 예금자가 예금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금융기관에 돈을 제공하고 금융기관이 그 의사에 따라 그 돈을 받아 확인을 하면 그로써 성립하며, 금융기관의 직원이 그 받은 돈을 금융기관에 실제로 입금하였는지 여부는 예금계약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3다30159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다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우선 소외 1이 소외 2에게 지급한 금원이 소외 1 개인 소유의 계좌에서 출금된 것이 아니라 장항금고 예금계좌에서 인출된 돈인 점, 소외 1이 소외 2에게 예금의 의사표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장항금고의 돈을 지급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는 점, 일부 입금금액의 차이는 소외 1과 소외 2의 당시 금전거래에 비추어 납득이 되는 점, 원심이 명의인 불명의 계좌로 이체되었다고 본 20억 원은 소외 2가 동액 상당의 예금통장을 발급해 준 점에 비추어 소외 2에게 지급되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소외 1은 비록 위조된 것이지만 예금통장과 이율확인서를 교부받은 점에 비추어 예금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소외 1이 소외 2와 사이에 35억 원에 이르는 개인적인 금전거래나 주식거래 대금 수수가 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는 점, 예금거래신청서 등의 작성은 예금계약의 성립요건이 아닌 점, 제1, 2예금 및 제3, 4예금과 달리 예금의 목적이 아니라 주식거래 대금으로 준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식거래 대금 명목으로 35억 원이라는 거금을 아무런 담보 없이 교부하는 것은 이례적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은 장항금고의 자금 35억 원을 예금의 의사표시로 소외 2에게 교부하였고, 소외 2는 그 의사에 따라 그 돈을 받아 확인한 후 예금통장과 이율확인서를 교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제5, 6예금에 관한 예금계약이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예금계약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칙과 경험칙 위배의 채증법칙 위반으로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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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4.7.6.선고 2002나63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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