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예금계약의 체결을 위임받은 자의 대리권에 그 예금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받거나 이를 처분할 수 있는 대리권이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2] 금융실명제 이후 예금명의자가 아니고 예금통장도 소지하지 않은 예금행위자는 예금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3] 상호신용금고 수신거래기본약관 중 "금고는 지급청구서상의 인감과 비밀번호를 신고한 것과 대조하여 틀림없다고 인정하고 지급한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도 면책된다."는 특약의 취지
[4] 예금명의자가 아니고 예금통장도 소지하지 않은 예금행위자에 의한 정기예금의 중도해약 및 그에 대한 예금의 지급이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지 않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예금계약의 체결을 위임받은 자가 가지는 대리권에 당연히 그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이를 처분할 수 있는 대리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2] 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1993. 8. 13.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 제16호, 폐지) 제3조 제1항 은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지명의에 의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금융기관에 예금을 하고자 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직접 주민등록증과 인감을 지참하고 금융기관에 나가 자기 이름으로 예금을 하여야 하나, 대리인이 본인의 주민등록증과 인감을 가지고 가서 본인의 이름으로 예금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자기가 주민등록증을 통하여 실명확인을 한 예금명의자를 위 재정명령 제3조에서 규정한 거래자로 보아 그와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예금명의자가 아니고 예금통장도 소지하지 않은 예금행위자에 불과한 자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후에는 극히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예금채권을 준점유하는 자에 해당될 수가 없다.
[3] 상호신용금고수신거래기본약관의 "금고는 지급청구서, 수표, 어음, 제신고서에 찍힌 인영(또는 서명)을 신고한 인감(또는 서명감)과 육안에 의하여 상당한 주의로써 대조하여 틀림없다고 인정하고 지급청구서 등에 기재된 비밀번호가 신고한 비밀번호와 일치함을 인정하여 지급, 기타의 처리를 한 경우에는 지급청구서 등과 도장에 관한 위조, 변조, 도용 그 밖의 어떠한 사고로 말미암아 거래처에게 손해가 생겨도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면책특약의 취지는 통상의 주의를 하였더라면 정당한 예금청구인인가 아닌가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을 고의 또는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고 권한 없는 자에게 지급되었을 때까지 무조건 그 지급이 유효하다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
[4] 예금명의자가 아니고 예금통장도 소지하지 않은 예금행위자에 의한 정기예금의 중도해약 및 그에 대한 예금의 지급이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지 않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국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안수화)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대양상호신용금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준용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가 원고 조합의 포괄적인 업무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거래에 관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그에 기하여 이 사건 예금거래가 이루어졌으므로 소외 1이 한 이 사건 예금계약의 해지 및 예금 인출행위는 원고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다."는 피고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예금계약의 체결을 위임받은 자가 가지는 대리권에 당연히 그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이를 처분할 수 있는 대리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 인바(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14987 판결 , 1995. 8. 22. 선고 94다5904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소외 1에게 원고를 대리하여 판시 정기예금 3억 원을 담보로 금 265,000,000원을 대출받고 그 대출원리금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위 정기예금계약을 해지하고 예금과 대출금 채무를 상계처리할 권한이 있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대출 및 상계처리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 제3조 제1항 은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지명의에 의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금융기관에 예금을 하고자 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직접 주민등록증과 인감을 지참하고 금융기관에 나가 자기 이름으로 예금을 하여야 하나, 대리인이 본인의 주민등록증과 인감을 가지고 가서 본인의 이름으로 예금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자기가 주민등록증을 통하여 실명확인을 한 예금명의자를 위 재정명령 제3조 에서 규정한 거래자로 보아 그와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예금명의자가 아니고 예금통장도 소지하지 않은 예금행위자에 불과한 자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후에는 극히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예금채권을 준점유하는 자에 해당될 수가 없고 ( 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55986 판결 참조), 상호신용금고수신거래기본약관의 "금고는 지급청구서, 수표, 어음, 제신고서에 찍힌 인영(또는 서명)을 신고한 인감(또는 서명감)과 육안에 의하여 상당한 주의로써 대조하여 틀림없다고 인정하고 지급청구서 등에 기재된 비밀번호가 신고한 비밀번호와 일치함을 인정하여 지급, 기타의 처리를 한 경우에는 지급청구서 등과 도장에 관한 위조, 변조, 도용 그 밖의 어떠한 사고로 말미암아 거래처에게 손해가 생겨도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면책특약의 취지는 통상의 주의를 하였더라면 정당한 예금청구인인가 아닌가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을 고의 또는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고 권한 없는 자에게 지급되었을 때까지 무조건 그 지급이 유효하다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75. 5. 27. 선고 74다2083 판결 , 1992. 6. 23. 선고 91다1498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상호신용금고법규집 예금규정 제46조 제1항은 예금을 지급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창구에서 통장(또는 증서) 및 청구서를 제시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규정 제52조 제1항은 무통장, 무인감, 가전표 등에 의한 지급의 편의취급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예금주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하여 편의취급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사고발생의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취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소위 예금주의 편의취급을 금지하고 있고 제2항 이하에서는 위 제1항 단서에 의하여 편의취급이 허용될 경우의 절차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으며, 상호신용금고 수신거래기본약관 제4조는 예금거래처는 상호신용금고에서 교부한 통장(증서를 포함)에 의하여 거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소외 1이 이 사건 정기예금을 인출함에 있어서 그 통장을 원고 조합에 보관시켜 놓은 채 원고 조합 이사장의 직인만을 피고에게 제시하여 인출을 신청하였고 피고가 이에 응하여 예금인출을 하여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 제3조 제1항 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예금명의자도 아니고 예금통장도 소지하지 아니한 예금행위자에 불과한 자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후에는 극히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예금채권을 준점유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인데, 이 사건 정기예금의 실질적인 출연자가 소외 1이 아니라 원고 조합이라는 점을 피고 자신이 알고 있었고, 또한 이 사건 정기예금통장의 예금자 명의도 소외 1이 아닌 ○○외고, ○○여중으로 되어 있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동안 소외 1이 원고 조합의 업무부장으로서 피고와 사이에 통장을 개설하고 입출금업무를 하여 온 점만으로는 위 정기예금을 해약·인출할 당시 그 통장을 소지하지도 아니한 소외 1이 진실한 예금채권자라고 믿게 할 외관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고, 또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에서는 예금이 인출될 경우에는 반드시 예금주로부터 예금통장, 신고인감 등을 제출받아 예금주 본인 여부 및 인출의사 여부를 확인한 후 예금을 지급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상호신용금고수신거래기본약관 제4조에 의하면, 예금을 인출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예금통장을 함께 제출하여야 하는데도 예금통장이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정기예금의 인출이 이루어진 사정, 피고가 위와 같이 통장의 제출이 없었음에도 예금인출 당시 위 정기예금의 출연자인 원고 조합 또는 예금명의자인 ○○외고, ○○여중의 대표자에 대하여 인출의사 등을 확인해 본 바도 없고, 그 후에도 통장을 제시받아 예금인출 등의 취지를 표시해 두지도 아니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이 이 사건 정기예금의 출연자인 원고 조합의 직원으로서 피고와 금융거래를 하여 왔고, 이 사건 정기예금계약도 소외 1이 체결하였던 점만으로는 피고의 입장에서 예금통장을 소지·제출하지 않은 소외 1이 위 예금을 수령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과실이 없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비록 피고가 위 정기예금을 소외 1에게 지급함에 있어서 상호신용금고수신거래기본약관 등의 규정에 따라 지급청구서에 찍힌 원고 조합 이사장 직인의 인영과 신고한 인감을 대조하여 틀림이 없다고 인정하여 지급하였다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정기예금 지급에 관한 피고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금융여수신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로서는 소외 1이 원고 조합의 관리 감독을 피하기 위하여 원고 조합이 그 통장을 관리하고 있는 위 정기예금에서 임의로 예금을 인출하여 원고 조합의 감독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소외 1 자신이 자유로이 관리할 수 있는 계좌에 금원을 예입하여 그 예금을 자유로이 처분할 수도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또한 정기예금은 그 만기일이 정하여져 있고 보통예금보다 이율이 고율이어서 예금자는 예금이 만기일까지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기예금의 중도해약의 경우는 만기 후의 인출의 경우에 못지 않게 금융기관의 본인확인의무 등 주의의무가 부여되어 있다 할 것이고, 통상 중도해약의 경우 예금을 인출하려는 자로부터 중도해약을 하여 예금을 인출하여야 할 급박한 사유 등을 청취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피고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주의하지 않고 이 사건 정기예금의 통장을 소지·제출하지도 않은 소외 1에 대하여 위 예금을 인출할 권한이 있는 여부 등을 확인하지도 않고 예금을 인출하여 주었다 할 것인바, 그렇다면 소외 1이 이 사건 정기예금을 만기인출 또는 중도해약하여 각 같은 예금자 명의의 정기예금을 개설하여 예입하였다거나 보통예금에 예입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의 입장에서 소외 1이 위 정기예금을 인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과실이 없었다고 할 수 없으며, 또 상호신용금고법규집 대출규정 제16조 제1항은 채무관계자가 법인, 조합 기타 관계자인 경우에는 법령, 정관, 등기부등본 또는 조합규약 등에 의하여 대표자의 자격 및 권한을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전항의 서류 이외에 차입 또는 담보제공 및 보증행위에 관하여 관계 법령 등에 의해 감독청의 허가 또는 승인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이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법령에 의한 감독청의 허가 또는 승인을 필요로 하는 사항의 예로서 사립학교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88조 제1항은 금고의 예금을 담보로 취득하는 때에는 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며 예금통장을 점유하여야 하며, 다만 통장식 담보증서는 예금주에게 내줄 수 있고, 이 경우 통장을 제출받아 그 통장상에 질권설정의 뜻을 기재하고 책임자가 검인한 후 교부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가 사립학교인 ○○여중의 명의로 되어 있는 판시 금 300,000,000원의 정기예금을 담보로 하여 4차례에 걸쳐 합계 금 265,000,000원을 예적금담보대출을 하여 줌에 있어서 ○○여중의 대표자의 자격 및 권한, 감독청의 허가 또는 승인 여부 등을 확인하였다거나, 정기예금의 통장을 제출받아 그 통장상에 질권설정의 뜻을 기재하는 등의 절차를 밟지 아니하여 대출절차에서부터 대출규정을 어긴 잘못이 있고, 그러한 피고가 ○○여중으로부터 정기예금통장의 제출도 받음이 없이 단순히 소외 1의 상계요청에 의하여 위 정기예금과 위 대출원리금을 상계처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위 정기예금 지급에 관한 피고의 책임도 면책된다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증거판단의 유탈 또는 약관에 따른 면책 여부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은, 소외 1에 대한 예금의 지급은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로서 그 지급에 피고의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결국 피고의 표현대리의 주장을 배척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심이 피고가 금융거래의 표현대리에 관한 주장을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석명을 하지 아니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