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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4.23. 선고 2008다87556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08다87556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

서울대학교병원

피고상고인

송도국제도시개발 유한회사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8. 10. 17. 선고 2007나54582 판결

판결선고

2009. 4. 23.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여, 원고가 2004. 10. 26. 피고 및 주식회사 에스메 딕(이하 '에스메딕'이라 한다)과 송도 신도시 국제복합의료시설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위한 사업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계약 2.1항은 피고와 에스메딕이 이 사건 사업에 관한 의료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위한 계획을 담은 개념적인 병원개발기본계획을 2004년 말까지 수립하는데 합의한다는 내용을, 위 2.1항 (a)는 피고가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개발 청사진과 사업성 검토 결과 등 주요한 전략적 정보 및 자료를 제공 · 공유하고, 본 개발 후보지의 상세한 단위별 계획을 확인하며, 이 사건 사업의 해외 파트너 물색 · 선정을 주도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위 계약 2.2항은 모든 당사자들이 기본계획을 승인하면 당사자들은 2005년 상반기까지 확정 의료센터 개발계약 및 모든 부속계약들을 체결한다는 내용을, 위 계약 3.1항은 원고가 이 사건 사업에 관한 피고의 배타적 국내 파트너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위 계약3.2항은 피고가 해외 파트너십 추구와 관련한 활동에 대하여 모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위 계약 8.2항은 본 계약의 해지는 의무를 불이행한 당사자에게 해지일 이전의 의무의 이행을 면책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각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는 2005, 7. 1. 피아이엠과 사이에, 이 사건 사업 타당성조사 및 프로그램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피아이 엠에게 90일간 배타적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원고에게 그에 관한 사항을 알리지 않다가, 원고가 2005, 8. 8. 피고에게 피아이엠과 접촉할 수 있도록 승인하여 줄 것을 요구하자 비로소 원고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음을 통지한 사실, 재정경제부가 2005년 10월경 이 사건 사업에 관한 해외 파트너 선정과 관련하여 뉴욕장로병원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원고는 피고에게 뉴욕장로병원이 원고와 협력하여 파트너십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와 뉴욕장로병원이 국내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당사자들 간의 협의에 의하여 협력하여 해결할 문제라고 하면서 원고의 요청을 거절하였고, 그 후 뉴욕장로병원은 원고가 아닌 연세의료원을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국내 파트 너로 선정하게 된 사실을 각 인정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터잡아, 피고가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개발사업시행자의 지위에서 해외 파트너를 선정하고 해외 파트너가 피고의 국내 파트너인 원고와 원만하게 제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인데, 위 인정사실 및 이 사건 계약 2.1항 및 2.1항 (a)의 이행을 위하여 피고가, 병원개발기본계획 2004년 말까지 수립하거나 그 수립을 위하여 노력하였다거나, 원고에게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개발청사진과 사업성 검토 결과 등 주요한 전략적 정보 및 자료를 제공하고 공유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음을 들어, 피고가 이 사건 계약 2.1항, 2.1항 (a), 3.1항, 3.2항에 기한 의무를 위반하였거나 적어도 그 이행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를 해태하였고, 그 후 뉴욕장로병원이 원고가 아닌 연세의료원을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국내 파트너로 선정함으로써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이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다만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40,000,000원으로 제한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675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이 피고가 피아이 엠에게 90일 간의 배타적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원고에게 뒤늦게 통지함으로써 이 사건 계약 3.2항에서 정한 사전 통지 및 정보제공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한 것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밖에 원심이 판시한 나머지 계약위반 사유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먼저, 피고가 이 사건 계약 2.1항 (a)에 따라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개발 청사진과 사업성 검토 결과 등 주요한 전략적 정보 및 자료를 제공하고 공유할 의무와 이 사건 계약 2.1항과 2.2항에 따라 병원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초로 확정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심이 위와 같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 2.1항 본문에는 피고와 에스메딕이 초기 시장조사와 주요 전략개발을 수행한 후 의료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위한 계획을 담은 개념적인 병원개발기본계획을 2004년 말까지 수립하는 데 당사자들이 합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고, 이 사건 계약 2.2항에는 위 병원개발기본계획이 수립되어 당사자들이 이를 승인하는 것을 조건으로 2005년 상반기까지 확정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이 사건 2.1항 본문 및 2.1항 (c)에는 피고와 에스메딕이 병원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하되, 이를 위한 시장조사와 연구 및 주요 전략개발 등을 에스메딕이 담당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으나, 한편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에스메딕이 당초 약정한 시장조사 및 타당성 검토 등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병원개발기본계획의 수립이 무산되었고, 이에 따라 확정계약 체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개발청사진과 사업성 검토 결과 등에 관한 정보제공이나 이에 기한 병원개발기본계획의 수립 및 확정계약의 체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두고 피고의 계약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2005. 5. 24.경 원고의 직원인 A과 피고의 B과 사이에 에스메 딕이 사건 사업에서 배제하고 피고가 비용을 들여 빠른 시일 안에 에스메딕이 맡고 있던 시장조사, 타당성 검토를 수행하기로 합의하였으므로, 그 후부터는 피고가 에스메 딕대신하여 시장조사 및 타당성 검토 등을 하고 확정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심이 적절하게 지적한 바와 같이 2005. 5. 24. 원고의 직원인 A과 피고의 B과 사이에 이루어진 원고 주장의 위와 같은 합의는 장차 확정계약의 체결을 통하여 에스메딕을 배제하자는 것일 뿐 에스메딕을 당장 이 사건 계약에서 배제하자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위 합의와 관련하여 A 및 B이 원·피고로부터 적법한 대리권을 수여받았다거나 원·피고가 이를 추인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원고의 배타적 국내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하여 최대한의 노력을 할 의무를 위반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이 사건 계약 내용이나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피고는 이 사건 계약 3.1항에 따라 원고를 이 사건 사업에 관한 배타적 국내 파트너로서 대우하기로 정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원고의 배타적 국내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고, 이는 이 사건 사업에 관한 해외 파트너를 선정하여 제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인 점, 피고가 이 사건 사업의 해외 파트너를 선정할 실질적인 권한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는 이 사건 사업예정지의 토지소유자이자 개발사업시행자로서 관계 법령 등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재정경제부가 뉴욕장로병원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하였으나 피고에게 뉴욕장로병원을 이 사건 사업에 관한 해외 파트너로 반드시 받아들이도록 강제할 법적 근거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가 어떤 경위로는 뉴욕장로병원을 이 사건 사업에 관한 해외 파트너로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하였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피고의 의사에 기한 선택의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인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비록 재정경제부에 의하여 뉴욕장로병원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원·피고 간의 이 사건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고, 위 계약에 따르면 피고가 원고를 배타적 국내 파트너로 인정하고 해외 파트너를 선정하여 함께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이상, 피고로서는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뉴욕장로병원과 원고 사이에 원만한 제휴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역시 위에서 본 여러 사정들과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은 이 사건 사업을 준비하는 초기단계에서 체결된 것으로서 병원개발기본계획이 수립되기 전이므로 사업 내용이 아직 구체화되어 있지 않았고, 재정경제부 등의 조치에 따라 당초 의도했던 사업내용이 계획과 달리 진행될 가능성이 있었으며, 처음부터 해외 파트너의 참여를 전제하고 있어서 해외 파트너와 이해관계가 상충될 위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가 그러한 위험을 감수한 채 피고와 사이에 각자 비용을 부담하여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약정한 이상 피고에게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원고의 배타적 권리를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원고의 이익만을 중시한 나머지 피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결국 피고가 변화된 상황에 따라 국내 파트너인 원고와 해외 파트너 격인 뉴욕장로 병원이 원만하게 제휴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다면, 피고로서는 그 결과에는 책임이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할 것인바, 여기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는지 여부는 통상적으로 그러한 상황에 놓인 일반인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노력을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은 채무불이행을 주장하는 원고가 그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 뉴욕장로병원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원고가 아닌 연세의료원을 국내 파트너로 선정하기까지의 구체적인 경위에 관하여 이를 확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갑 제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배타적 국내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보호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결국 원심이 판시한 피고의 계약위반 사유 중 2005. 7. 1.자 피아이 엠과의 계약체결에 관한 사전통지 및 정보제공 의무 위반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점에 관하여는 증명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계약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와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계약이행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에 갈음하여 그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할 수도 있으나(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대법원 2007. 1. 15. 선고 2004다51825 판결 등 참조), 이 때 채무불이행에 있어서 채권자에게 발생한 손해는 채무자의 불이행이 없었더라면 채권자에게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어야 한다.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주장과 같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채무불이행과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려면, 원심 판시와 같은 피고의 계약위반 행위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국내 파트너로서 이 사건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 사건 계약의 목적 달성이 가능하였고, 그 결과 원고가 지출한 비용이 무용하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의 내용과 원·피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사업의 경과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바와 같은 원고 주장의 채무불이행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문제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뉴욕장로병원이 원고가 아닌 연세의료원을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국내 파트너로 선정하게 된 경위 및 그 과정에서 피고가 취한 태도,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한 피고와 뉴욕장로병원과의 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이를 토대로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의 계약위반 행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계약위반 행위가 뉴욕장로병원의 국내 파트너 선정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나아가 뉴욕장로병원이 연세의료원을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국내 파트너로 선정함으로써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어떠한 지장이 초래되었는지에 관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러한 점에 관한 심리를 다 하지 않은 채 원심 판시와 같은 피고의 계약위반 행위로 인하여 뉴욕장로병원이 원고가 아닌 연세의료원을 국내 파트너로 선정함으로써 이 사건 계약의 목적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 이행이익의 배상에 갈음하여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원고가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명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무불이행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양창수

대법관양승태

주심대법관김지형

대법관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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