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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3. 11. 선고 2002도7129 판결
[사기][공2003.5.1.(177),1024]
판시사항

공사도급인에게 공사대금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공사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공사대금에 관한 정산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공사도급인이 공사지연 등에 따른 손해배상금 및 위약금 등을 문제삼으며 완공된 여관에 관하여 다른 친인척 등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거나, 공사 도중 여관부지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수급인에게 알리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공사도급인에게 공사대금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성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98. 2. 10.경 이희웅에게 여관 2동의 공사를 도급주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완공하면 1개월 안에 여관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매도하여 공사대금 5억 9,600만 원을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이희웅으로 하여금 1999. 3. 20.경 공사를 완공하도록 한 뒤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위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피고인은 1998. 2. 10.경 이희웅과 사이에 여관 2동 등을 신축하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사기간은 1998. 2. 10.부터 1998. 10. 15.까지로 하고, 공사대금 6억 9,000만 원은 공사를 완공하여 사용검사를 마치면 여관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매도하여 1개월 안에 지급하되, 이희웅이 공사기간까지 완공하지 못할 경우 총 공사금액의 30%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피고인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뒤에 이희웅은 여관 2동만을 신축하기로 하는 등 공사대상과 공사대금에 관한 계약내용에 일부 변동이 있었다).

(2) 이 사건 공사는 피고인이 직접 시공하기로 한 옹벽공사 및 토목공사 부분이 1998. 6. 10. 완성됨에 따라 이희웅이 시공하기로 한 후속공사들이 순차 지연되어 약정된 공사기간까지 전체 공정의 30∼40%만이 완성되었고, 또 공사과정에서 이희웅이 자금부족으로 하수급인들에게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여 공사가 일부 지연됨으로써 피고인이 직접 하수급인들에게 대금지급을 책임지기로 하거나 스스로 하수급인들을 지정하여 공사를 진행하기도 하였으나 이희웅은 이 사건 공사에 계속 관여하여 1999. 3. 20.경 여관 2동을 완공하였고, 1999. 7. 초순경까지 사용검사를 모두 마쳤다.

(3)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 도중 여관부지에 다른 사람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고, 여관 2동에 관하여 그의 친인척 등 명의로 건축주 명의를 변경하였다가 완공 뒤 그들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으며, 이희웅에게 이 사건 공사의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금 및 위약금 등을 청구하는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고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있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뒤, 피고인이 공사대금의 지급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희웅에게 외상으로 공사를 하도록 한 점, 이 사건 공사가 지연된 것은 이희웅이 하수급인들에게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지만 피고인이 먼저 시공하기로 한 옹벽공사 등을 지연한 데에 큰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희웅에게만 그 책임을 물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공사지연 등을 이유로 이희웅으로 하여금 공사를 포기하도록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에 계속하여 관여하도록 하였다가 완공될 무렵에야 비로소 공사지연 등에 따른 손해배상금 및 위약금 등을 문제삼은 점, 이 사건 공사대금은 완공 뒤 사용검사를 마치면 여관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매도하여 1개월 안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완공 무렵 여관에 대하여 친인척 등의 명의로 건축주 명의를 변경한 뒤 그들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쳐 이희웅이 공사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피고인의 재산이 없게 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 도중 여관부지에 관하여 다른 사람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사실을 이희웅에게 알리지 아니한 점 등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피고인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 당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이희웅이 이 사건 공사 과정에서 하수급인들에게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사유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었고, 이에 피고인이 이희웅을 대신하여 하수급인들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여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였으므로, 이희웅의 귀책사유에 따른 손해배상금 및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위약금 등을 이 사건 공사대금과 정산하면 이희웅에게 지급할 금액이 남지 아니하여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일 뿐 이를 편취할 범의가 없었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나. 그런데 원심이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고 있는 이희웅, 주양로, 박종만, 유호철의 제1심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김창락의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과 김상환, 장옥순, 김상욱, 김인숙, 이춘수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이희웅이 이 사건 공사에 계속 관여하여 여관 2동을 완공하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 완공 뒤 여관 2동을 친인척 등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고서도 이희웅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취지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들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 없이 이희웅으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도록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이희웅이 완공한 여관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매도하여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는 것이므로 계약 당시 피고인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만한 재력이 부족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공사가 완공된 뒤에도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공사가 지연된 것은 이희웅이 하수급인들에게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데에도 그 원인이 있고, 이에 피고인이 이희웅을 대신하여 하수급인들에게 공사대금 지급을 책임지기로 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이희웅의 귀책사유에 따른 손해배상금이나 위약금 또는 하수급인들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할 공사대금 등으로써 정산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 완공 뒤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있다거나 공사 완공 무렵에 이르러서야 공사지연 등에 따른 손해배상금 및 위약금 등을 문제삼았다고 하여 공사대금을 편취할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또 피고인과 이희웅 사이에 이 사건 공사대금에 관한 정산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피고인이 이희웅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액이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여관에 관하여 이미 친인척 등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거나 이 사건 공사 도중 여관부지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이희웅에게 알리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 밖에 달리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

라.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 다른 합리적인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좀더 살펴 본 뒤 편취의 범의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채택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따라서 상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서성(주심) 이용우 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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