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 을 유추적용하여 위약벌을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의무 강제에 따른 채권자의 이익에 비해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운 위약금 약정의 효력(=일부 또는 전부 무효)
[2] 영업용 건물의 임대차에 수반하여 지급되는 권리금의 법적 성질 및 임대인이 권리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공1993상, 1272)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다56654 판결 [2] 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다59050 판결 (공2001상, 1109)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2다25013 판결 (공2002하, 2058)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창만)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샘 담당변호사 박찬력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 을 유추 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는 없는 법리이나, 다만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 (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다5665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피고는 2011. 3. 15. 소외인과 사이에, 소외인이 피고로부터 유흥주점인 이 사건 점포의 임차권을 보증금 2억 원, 권리금 및 시설대금 3억 3,000만 원(이하 ‘이 사건 권리금’이라고 한다) 등 합계 5억 3,000만 원에 양수하되, 보증금에 상당하는 2억 원은 계약금으로 계약 당일 지급하고, 이 사건 권리금에 상당하는 3억 3,000만 원은 2012. 3. 31.까지 지급하며, 피고는 소외인에게 계약금 수령과 동시에 이 사건 점포를 인도한 뒤 잔대금 수령과 동시에 임대인에 대한 이 사건 점포 임대차보증금 2억 원의 반환채권을 양도하기로 정하면서, 다만 이 사건 점포 인도일부터 잔대금 지급기인 2012. 3. 31.까지는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전대차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 소외인이 피고에게 차임으로 매월 1,350만 원씩 지급하고, 계약상의 권리·의무를 제3자에게 양도 또는 전대할 수 없으며, 소외인이 월 차임을 3회 이상 체납하거나 권리의 양도 또는 전대 금지 규정을 위반하면 피고는 최고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피고가 위약벌로서 계약금 명목으로 수령한 2억 원을 몰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 사건 위약벌 조항을 정하여 이 사건 임차권 양도 및 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2) 소외인은 계약 당일 피고에게 임차권 양도의 계약금이자 전대차계약의 보증금에 해당하는 2억 원을 지급하고, 이 사건 점포를 인도받아 유흥주점을 운영하여 오던 중 2011. 8. 15.부터 월 차임을 4회 이상 지급하지 아니하고, 2011. 11. 7.에는 임차권을 무단 양도 내지 전전대하기까지 하였다. 이에 피고는 소외인의 의무 위반을 사유로 이 사건 임차권 양도 및 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그 의사표시가 2011. 12. 14. 소외인에게 도달하였다.
3) 한편 피고와 소외인 사이에 2011. 8. 29. ‘소외인이 피고에게 2012. 4. 1. 이 사건 점포를 인도하고, 2012. 3. 31.까지 3억 3,00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거나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전차권을 제3자에게 양도 내지 전전대하거나 월 차임을 3회 이상 연체할 때에는 즉시 이 사건 점포를 인도한다’는 내용의 제소전 화해가 성립되었다. 피고는 위와 같은 해지 의사표시 이후인 2011. 12. 29. 위 제소전 화해조서에 기하여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점포를 인도받음과 아울러 제3자와 사이에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전대차계약을 다시 체결하였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임차권 양도 및 전대차계약은 소외인의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해지되었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약벌 조항에 따라 소외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몰취하고, 그 반환을 거절할 수 있다.
2)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위약벌 2억 원은 임차권 양도대금 5억 3,000만 원의 40% 가량에 해당하고, 미지급 잔대금 3억 3,000만 원의 60%를 초과하며, 전대차계약의 보증금 2억 원과 동일한 금액이고, 1년간 차임의 합계보다도 많은 점, ② 피고는, 소외인이 차임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기지급 계약금 곧 전대차계약의 보증금에서 금전적 손해 대부분을 전보받을 수 있고, 소외인이 이 사건 위약벌 조항에 의하여 의무이행이 강제되는 차임 지급의무, 권리의 양도 또는 전대 금지의무, 잔대금 3억 3,000만 원의 지급의무 등을 불이행하면, 이 사건 임차권 양도 및 전대차계약을 해지한 후 제3자에게 다시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할 수 있는 점, ③ 피고가 소외인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임차권 양도 및 전대차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제소전 화해조서에 따라 이 사건 점포를 인도받은 후 제3자와 전대차계약을 다시 체결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와 같은 절차를 취하였음을 감안하면, 이 사건 위약벌 조항이 없더라도 소외인의 이 사건 임차권 양도 및 전대차계약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피고의 손해는 사실상 대부분 전보받을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전대차계약의 보증금 2억 원 전액에 해당하는 이 사건 위약벌은 그 의무 강제에 따라 피고가 얻는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지나치게 무거우므로, 이 사건 위약벌 조항 중 임차권 양도대금 5억 3,000만 원의 10%이자 전대차계약의 보증금 2억 원의 26.5%에 해당하는 5,300만 원을 초과한 나머지 부분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위약벌 조항에 따라 소외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 2억 원이 모두 몰취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5,300만 원의 범위 내에서만 이유 있고, 이를 초과하는 나머지 주장은 이유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 사건 위약벌 조항에 관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영업용 건물의 임대차에 수반되어 행하여지는 권리금의 지급은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아니고 권리금 자체는 거기의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know-how) 또는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라고 볼 것이다. 권리금이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인에게 지급된 경우 그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수 또는 약정기간 동안의 이용이 유효하게 이루어진 이상 임대인은 그 권리금의 반환의무를 지지 아니한다. 다만 임차인은 당초의 임대차에서 반대되는 약정이 없는 한 임차권의 양도 또는 전대차의 기회에 부수하여 자신도 그 재산적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 또는 이용케 함으로써 권리금 상당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임대인이 그 임대차의 종료에 즈음하여 그 재산적 가치를 도로 양수한다든지 권리금 수수 후 일정한 기간 이상으로 그 임대차를 존속시켜 그 가치를 이용케 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임대인의 사정으로 중도 해지됨으로써 약정기간 동안의 그 재산적 가치를 이용케 해주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임대인은 그 권리금 전부 또는 일부의 반환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다59050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임차권 양도 및 전대차계약에서 소외인이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이 사건 권리금 3억 3,000만 원이 위와 같은 성질을 가진 권리금에 해당한다면, 원심의 인정과 같이 임차권의 재양도나 전전대의 금지가 약정되고, 양수인 겸 전차인인 소외인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임차권 양도 및 전대차계약이 해지된 이상, 이 사건 권리금은 본래 그 전액이 양도인 겸 전대인인 피고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렇다면 이 사건 권리금 3억 3,000만 원이 아직 지급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소외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장차 이 사건 권리금의 부지급으로 말미암아 피고가 입게 되는 손해를 전보하기 위하여 그보다 훨씬 적은 보증금 상당의 2억 원을 위약벌로 몰취하기로 약정한 것을 두고(피고는 이 사건 위약벌 조항이 통상의 위약벌과는 달리 2억 원을 몰취하는 외에 별도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로 약정된 것이라고 자인하고 있다), 피고가 얻는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더욱이 위약벌의 약정과 같은 사적 자치의 영역을 일반조항인 공서양속을 통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함에 있어서는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등 매우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임차권 양도 및 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피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위약벌 조항을 강요할 우월적인 지위에 있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사정이 없는 반면, 이 사건 임차권 양도 및 전대차계약의 위약벌 조항에는 소외인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위약벌 조항만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피고의 소외인에 대한 위약벌 조항도 마련되어 있고, 그 위약벌의 액수가 이 사건 위약벌 조항의 배액인 4억 원으로 약정되기까지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또한 소외인의 이 사건 임차권 양도 및 전대차계약 의무 불이행으로 말미암아 피고가 입게 되는 손해에 이 사건 권리금 3억 3,000만 원도 포함되는지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해 보지도 않은 채, 위 손해가 차임 상당액에 불과하다는 섣부른 전제에서 계약상의 각종 대금 대비 위약벌의 비율만을 지극히 형식적, 산술적으로 고려한 데 불과한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만을 근거로 하여 이 사건 위약벌 조항에 관하여 일부 무효를 선언하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
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위약벌 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